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323
322화 여포, 선정(善政)을 베풀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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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평성 내에서 날아든 전서는 곧장 여포에게 전해졌다. 전서는 유위대가 쓴 것으로 놀라운 내용을 담고 있었다. 때문에 여포는 참모진을 소집해 전서의 내용을 전했다.
“믿어도 되겠소?”
여포는 전서의 내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유위대와 악하당은 공손찬군의 이인자와 삼인자가 아닌가. 그런 자들이 공손찬을 도모하겠다는 말을 어찌 쉽게 믿을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가후에게 물어보는 것인데 대답은 긍정적이었다.
“이 대인이 말했잖습니까? 한 방에 공손찬을 끝낼 묘책이 있다고······. 그 결과가 이겁니다.”
“수하들로 하여금 배신하게 유도했다는 거요?”
가후가 철관을 시작으로 노룡구와 서무산성을 얻고 북평성 동쪽에 군영을 세운 것으로 주투무로진의 진세를 완성한 것도, 이이자가 천 리 길이 넘는 먼 길을 가는 노고를 마다하지 않고 요동의 공손도를 만나고 온 것도 모두가 이 때문이었다. 가후의 책략과 이이자의 책략이 동시에 걸렸으니 제아무리 공손찬이라 해도 버틸 재간이 없었으리라.
“공손찬은 인망이 다했고, 수하들에게는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니······.”
가후는 말을 맺을 수 없었다. 여포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장군, 몸이 안 좋으십니까?”
가후가 물어도 여포는 대답이 없었다. 이곳에 모인 장수와 현사들은 물론이고 노식도 걱정스레 여포의 안색을 살폈다.
‘백문루의 치욕을 겪던 그 때와 왜 이리도 많이 닮았는가.’
여포는 하비성 최후의 날을 떠올렸다. 그 당시 군량이 떨어졌던 것도 아니고, 하비성의 성벽이 견고하지 않았던 것도 아닌데 여포는 하비성을 빼앗기고 치욕적인 최후를 맞이해야만 했다.
그 때의 자신과 지금 공손찬의 처지가 빼다 박은 듯 같았다. 부하들에게 인망을 잃고, 희망도 제시하지 못한 채 그저 성을 지키는데만 급급했던 자신이나 지금의 공손찬이나 뭐가 다른가.
유위대의 전서대로 그들이 공손찬을 도모한다면 수하들의 배신으로 싸움의 막이 내렸다는 것까지 똑같아지는 것이다.
“안색이 어둡구먼. 남은 일은 자질구레한 것들이라 여 장군이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편히 쉬게.”
노식은 여포를 군막으로 돌아가 쉬게하려 했다. 하지만 여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닙니다. 그래도 적수였던 자의 최후를 지켜봐주는 게 예의가 아니겠습니까?”
여포는 최소한 공손찬이 묶여 끌려나와 무릎 꿇려지더라도 치욕을 줘가면서까지 죽이지 않도록 해야겠다 생각했다. 조조나 유비와는 달리 여포는 적장에 대한 예우를 아는 사람이었으니까.
잠시 후. 북평성을 지켜보고 있던 수직군사 하나가 목청을 높였다.
“북평성에 백기가 걸리고 성문이 열렸다!”
* * *
북평성의 문이 열리고 높이 걸렸던 공손찬의 깃발은 힘없이 아래로 던져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는 백기가 내걸렸고, 성을 지키던 장수들이 성 밖으로 나와 무릎을 꿇어 항복의 의사를 밝혔다.
여포는 친히 수하 장졸들을 이끌고 북평성으로 입성했다. 북평성의 성문만 열렸더라면 성내로 들어가는 것을 꺼렸을 것이다. 성내로 끌어들여 기습을 가하는 책략 정도는 여포도 알고 있을 정도로 흔한 수법이 아닌가.
하지만 장수들이 나와 무릎 꿇어 투항하니 그럴 걱정은 할 필요가 없었다.
“고순, 군량고를 확보하라!”
여포는 성문을 지나 성내로 입성하며 고순에게 명해 백만 석에 달한다는 공손찬의 군량을 확보하도록 시켰다. 여포에게 넘어가느니 공손찬이 군량을 불태운다면 이는 큰 손실이기 때문이었다.
“주군의 명을 받듭니다!”
고순은 오환병들을 이끌고 군량고를 향해 달려나갔다. 여포에게는 군량을 확보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남아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공손찬의 최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
쨍그렁!
유위대는 공손찬의 피가 묻은 검을 아무렇게나 던지며 악하당을 불렀다.
“악 현제.”
“예, 형님.”
“내 손으로 대형을 베었으나 의형의 수급을 여포에게 내주고 싶지 않구나.”
유위대는 그리 말하고서 촛대를 들어 방 곳곳에 불을 붙였다. 순식간에 불길이 퍼져 나가고 유위대는 웃는 얼굴로 공손찬의 시신 앞에 무릎 꿇어 앉아 악하당에게 말했다.
“동생은 그만 나가보게.”
“형님, 대체 뭘 하시려고······.”
“결의형제를 맺어 같은 날, 같은 시에 죽자 맹세한 사이가 아니더냐. 대형을 혼자만 보낸다면 천지신명께서 노하실 것이다.”
비록 유위대가 공손찬의 명줄을 끊었으나 이는 북평성 군민들의 공의를 따른 것일 뿐이고 사사로이는 결의형제의 맹약을 잊은 것이 아니었다.
이는 악하당이라고 해서 예외가 아니었다. 악하당은 유위대와 마주보며 무릎을 꿇었다.
“형님, 저승길도 함께 갑시다.”
“네게는 가족이 있지 않느냐. 홀몸인 나를 따라 죽겠다는 것은 미생(尾生)의 신의일 뿐이니라.”
“미생지신(尾生之信)이 어때서요? 결의형제의 굳은 맹약은 피보다 진하고 금석보다 더 단단한 것이 아닙니까?”
약속을 지키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미생의 고사로 두 사람은 서로의 주장을 세웠다. 유위대는 악하당의 고집을 잘 알고 있었기에 더는 말리지 않았다.
“이렇게 함께 무릎을 꿇고 앉아 있으니 결의형제를 맺던 그 날이 눈앞에 선하구나.”
유위대의 말에 악하당은 결의형제를 맺던 그 날처럼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천지신명이시여! 이, 악하당. 하늘과 땅에 고했던 것처럼 결의형제를 맺은 형제와 영욕을 함께 하겠습니다. 동년 동월 동일 동시에 태어나지 않았으나 동년 동월 동일 동시에 죽겠나이다.”
악하당은 북방 특유의 짧은 패검을 뽑아들었다. 그러자 유위대도 패검을 뽑았다. 그들은 더 이상 말이 없었지만 서로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심장을 찌르며 껴안은 모습 그대로 절명해 버렸다. 그리고 이내 공손찬의 침전은 불바다가 되었고, 그들의 시신은 불길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 * *
여포가 수하들을 이끌고 당도했을 때는 이미 공손찬의 침전이 화마에 삼켜진 후였다.
“하······! 그리 욕심을 부리더니······. 이리 먼저 갈 것을 뭣 하러 그리 움켜쥐려고만 했더냐.”
노식은 자조 섞인 말을 중얼거리며 시원섭섭한 감흥에 젖어들었다.
이이자는 불길에 휩싸인 공손찬의 침소를 바라보며 허탈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아 땅을 치며 아쉬워했다.
“하늘이시여, 어찌 제게 원수의 수급을 얻지 못하도록 하셨습니까? 공손찬, 그 놈은 내 식솔들을 모조리 목 베어 그 수급을 소금에 절여 제게 보냈는데 어찌 제게는 놈의 수급 하나 조차도 허락지 않으신단 말입니까!”
여포는 이이자가 실컷 화를 내고 소리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려 했다. 어차피 북평성은 여포의 것이 되었고, 공손찬은 끝났다.
그의 시체를 확인할 길은 없으나 그가 살아서 도망칠 수 있다는 의심 같은 건 하지 않았다. 어차피 길은 하나 뿐이고, 의제마저 등을 돌린 마당에 공손찬이 의지할 사람이 뉘 있으랴.
그래서 이이자에게 시간을 넉넉히 주려 했던 것인데 일은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커졌다.
이이자는 공손찬을 향한 복수가 끝나자 그만 삶의 이유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였을까? 그는 패검을 뽑아 자결을 시도했다.
그와 조금 거리를 두고 있던 여포가 손을 쓰기도 전에 패검이 목 언저리를 파고 들었으나 다행히도 곁에 있던 노식이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노식은 그의 패검을 빼앗아 던져 버리며 멱살을 움켜쥐었다.
“목숨을 가벼이 여기지 마라!”
“제 할 일은 끝났습니다. 이제 그만 가족들 곁으로 가고 싶습니다.”
“어리석은 놈! 네 목숨이 어디 네 것이더냐?”
“그럼 누구의 것이란 말입니까?”
이이자가 반항하듯 말하자 노식은 그를 밀치며 검지를 그의 이마에 가져다 대었다.
“하늘이 너희 네 의형제 중에 왜 너는 살아남게 했을까?”
“글쎄요. 왜 그랬을까요? 하늘의 뜻을 어찌 인간이 제대로 알 수 있겠습니까?”
“내 나이쯤 되면 하늘의 뜻을 어렴풋이나마 헤아릴 수도 있지. 하늘은 네게 천명을 주었다.”
노식의 말에 이이자는 고개를 기울였다.
“어르신의 말씀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늘이 어찌 저 같은 자에게 천명을······?”
“왜? 천명은 여 장군 같은 영웅호걸만 받는 것이라 여겼더냐? 아니야. 하늘은 나도, 너도, 천하 십삼 주에 살고 있는 억조창생 모두가 제각기 다른 천명을 주었다.”
“제가 받은 천명은 무엇입니까?
“젊은 날에 품었던 큰 뜻을 기억하느냐?”
이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유주 부흥의 기치를 내걸고 뜻을 모아 결의형제를 맺었지요. 지금에 와선 다 부질없는 것이 되었지만······.”
“왜 부질없다 생각하느냐? 이제 부모형제도 없고, 처자식도 잃어 하늘 아래 네 몸뚱아리 하나 뿐이라서?”
이번에도 이이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던가. 하지만 노식은 가족의 의미를 조금 더 확장시켰다.
“유주 백성들이 네 부모요, 형제요, 자식이니라! 이제 네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렸다?”
“예, 어르신. 똑똑히 알겠습니다. 아직 소생은 이루지 못한 것이 남아 있었군요.”
“무엇을 이루지 못했더냐?”
“어르신의 말씀대로 젊은 시절 품었던 큰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노식은 여포의 팔을 당겨 이이자에게로 데려왔다.
“이이자야! 백규 같은 놈은 이제 완전히 지워버리고, 여 장군과 손을 잡아라. 그럼 반드시 뜻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여 장군이 제 뜻을 이루게 도와준다는 말씀이십니까?”
“여 장군은 능력으로 사람을 쓰는 자다. 유주의 장부가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지녔는지 보여주어라. 그러면 여 장군은 네게 유주를 부흥케 할 힘을 줄 것이니라.”
노식의 말에 이이자는 여포를 향해 무릎 꿇고 이마를 땅에 찧어박으며 삼고두의 예를 올렸다.
“하늘이 새로 주신 목숨은 이제 여 장군을 위해 쓰도록 하겠습니다.”
그러자 여포는 그를 향해 물었다.
“유세 말고 또 다른 재주가 있소?”
여포가 묻자 이이자는 고개를 들었다. 그의 입고리가 호를 그렸다.
“주군, 소생 이이자, 비단을 팔아 사람을 남기는 재주가 있습니다.”
“사람을 사고 파는 것은 중죄임을 모르지는 않을 텐데······?”
“그런 대죄를 지어 재물을 치부할 만큼의 소인배라 여기지 마십시오. 소생은 그저 주군을 도울 만한 실력이 있는 자들을 제법 알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현사와 맹장을 얻는 일은 언제라도 환영이지. 좋소. 유주 사정이야 유주 사람이 제일 잘 아는 법이니 옳은 사람을 천거해준다면 속관으로 삼아 유주 부흥을 위해 재주를 다하도록 하리다.”
여포의 말에 이이자는 대답 대신 읍하여 감사의 뜻을 표했다.
* * *
공손찬의 처소는 전소되었고, 그 안에서 일백이 넘는 인골이 발견되었다.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어 한데 모아 장사지냈다.
공손찬의 식솔들 대부분도 죽음을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평성 군민들은 여포를 미워하지 않았다. 여포군이 입성하기도 전에 자중지란으로 공손찬과 그 일가가 패망한 것이니 여포의 탓으로 돌려 그를 살인마로 여길 까닭이 없는 것이다.
유주의 숙적, 공손찬이 몰락하고 여포는 드디어 유주의 진정한 주인이 되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그를 기쁘게 했던 것은 공손찬이 남기고 간 백만 석의 군량이었다.
“이게 다 군량이란 말인가!”
여포는 군량고에 들어서자마자 절로 입이 떡 벌어졌다. 가히 군량으로 산을 쌓아놓았다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엄청난 양의 양곡이 쌓여 있었다.
“대형, 이제 먹는 걸로다가 골치를 썩진 않아도 되겠소.”
“우리 아마 백 살까지 살아도 이거 다 못 먹겠지?”
성렴과 위월은 잔뜩 싸인 양곡을 보며 행복에 젖어들었다.
“술이나 담을까?”
“아서라. 네놈이 술을 빚으면 쉰내가 나서 못 마신단 말이다.”
“이, 위월님이 빚은 술은 천하명주니라!”
“술맛도 모르는 놈이 무슨 천하명주를 담근단 말이냐?”
성렴이 도발하자 위월이 발끈해 배를 내밀었다.
“내가 무슨 술맛을 모른단 말이냐? 풍류하면 위월, 위월하면 풍류가 아니냐?”
“참내!”
성렴은 기가 차서 실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위월은 벌써 어깨춤을 춰가며 혼자서 풍류의 세계로 발을 들여 놓았다.
“좋은 술, 좋은 벗과 함께 즐기니 지금 이 순간은 왕후장상도 부럽지 않으리라.”
위월이 혼자서 대주당가를 불러대며 흥에 취했다. 그의 노랫가락에 여포는 초선을 떠올렸다.
“대형, 또 초선을 생각하오?”
“형수라고 해야지! 꼭 못 배운 것들이 티를 내요, 티를······!”
성렴이 초선의 이름을 입에 담자 위월이 성렴을 타박했다. 그러자 둘이서 또 서로 멱살을 잡고 난리를 피워댔다. 그러자 여포는 두 사람의 뒷덜미를 잡아 당겨 떨어뜨렸다.
“됐다, 됐어. 우리끼린데 뭐 어떠냐?”
그 때쯤 가후를 비롯한 현사들이 군량고를 보러 왔다. 하긴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양의 군량을 본 적이 없으니 좋은 구경거리였으리라.
“장군, 감축드립니다.”
가후가 두 손을 모아 들고서 여포에게 축하 인사를 건넸다. 유주를 병탄했기에 축하한다는 것인지 군량 일백만 석을 얻어 축하한다는 건지 알 수 없으나 어느 쪽인들 어떠랴.
“고맙소. 다 그대들 덕분이오.”
여포는 두 손을 모아 들며 수하들에게 공을 넘겼다. 잠깐의 시간이 흐르자 모두들 다시금 산처럼 쌓인 군량미에 시선을 빼앗겼다.
가후가 여포의 곁으로 다가와 속삭이듯 말했다.
“장군, 이제 이 많은 군량을 어찌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