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359
358화 무신(武神)의 부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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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우가 용음을 토해내자 주위의 몇몇 적도들은 병장기도 내던지고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했다.
하지만 관우는 고작 적도 몇 놈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게 목적이 아니었다. 그의 목적은 단 하나. 적들의 이목을 자신에게 묶어두는 것이다.
관우의 사자후에 적도들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저놈을 죽여라!”
“사지를 토막쳐버려라!”
적도들은 머릿수만 믿고선 관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상대는 관우다. 비록 의형제들의 도움을 받기는 했으나 여포와 두 번이나 겨루고도 살아남은 무예자가 아닌가.
관우를 향해 몇 명의 적도들이 동시에 창격을 뻗어왔다. 하지만 관우는 단번에 몇 개의 창대를 옆구리에 끼고 팔로 휘감았다.
그것도 부족해 그대로 창대를 들었는데 창을 쥐고 있던 적도들의 몸뚱아리가 대번에 번쩍 들렸다.
창대를 내팽개치자 그들도 던져져 신음성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적도들이 새카맣게 밀려들자 관우는 마치 이 상황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강맹한 도초를 뿌려댔다.
후웅! 후웅!
청룡언월도의 칼날이 바람을 가를 때마다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일기 시작했다.
당대제일의 도검장 진대가 운철로 만든 청룡언월도로 펼치는 절정의 도법. 일 초, 일 초가 모두 패도의 극을 달리고 있었다. 창대로 막으면 창대가 동강나고, 검으로 막으면 검신이 부러졌다.
하물며 병장기가 버텨내질 못하는데 사람의 몸뚱아리가 무슨 수로 버틸 수가 있으랴. 관우의 청룡언월도는 오랜만에 원 없이 피를 마셨다.
여포가 쓰는 방천화극이 공수에 균형이 잡힌 무기라면 관우의 청룡언월도는 그 무게 때문에 방향의 수정이 쉽지 않아 공격에 치우칠 수밖에 없었다. 대신 그 파괴력은 가히 개산대부에 버금갈 정도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관우는 앞으로 나아가며 연신 도초를 뿌려댔다. 마치 거친 파도가 몰아치듯 적도들을 참살해 나갔다.
순식간에 수십에 달하는 자들이 시체가 되어 나뒹굴 때쯤. 관우의 무위를 보고 공포에 질려버린 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쿵!
관우가 월도를 바로 세우며 수염을 적시고 있던 핏물을 훑어냈다. 월도의 밑동이 바닥을 치는 소리에 적도들은 기겁을 하며 줄행랑을 놓았다.
적도들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면서도 관우는 쫓지 않았다.
‘다수를 상대하는 것은 이 청룡언월도로 족하다. 하지만 이걸로 여포를 상대하기에는 태부족이다.’
관우는 신나게 싸워 이겨놓고선 여포를 생각하며 표정을 구겼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여포 생각으로 가득했다. 여포와 두 번에 걸친 대결을 곱씹어보며 어떻게 하면 여포와 싸워 이길 수 있을지를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결국 만인적 뿐인가?’
생각의 끝에는 결국 만인적을 다시 들어야 한다는 결론이 기다리고 있었다.
‘만인적으로 여포를 압도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았지만 관우는 답을 알고 있었다. 만인적이 아무리 대단한 보도라고 한들 이걸 들고 싸운다고 해서 여포를 압도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어쩌면 동수를 이룰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우는 여포의 기량을 온몸으로 경험해본 자였다. 무려 두 번이나 겨루고도 살아남았으니 그의 실력도 대단하다 할 것이지만 살아남은 것에 만족할 무예자가 뉘 있으랴.
목숨을 잃더라도 패배는 한 번으로 그쳤어야만 했다.
‘여포를 넘어서지 못하는 한, 내 어찌 뜻을 펼칠 수 있겠는가!’
대형인 유비는 사슴을 좇고자 하는 큰 뜻을 품었고, 장비는 삼 형제 중 유일하게 병법을 배운 자였다. 때문에 관우는 자신이 ‘무(武)’의 정점에 서야 자신의 몫을 다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가 품은 뜻은 이 땅에 협으로 의를 세워 태평성대를 여는 것이었다. 그러자면 천하의 그 어떤 무예자보다 높고 고결한 절대적인 ‘무(武)’를 지니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여포는 그가 처음으로 맞닥뜨린 큰 벽이었다. 도저히 넘을 수 없을 것 같은 높은 벽.
‘맹로‘를 얻지 못하는 한 대안은 없다. 오직 만인적만이 여포의 무예를 당해낼 도다.’
맹로(孟勞).
춘추시대 제나라의 총(蔥)검과 쌍벽을 이루는 노나라의 보도(寶刀)로 이를 상대할 수 있는 보구는 열 손가락 안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 물론 아직까지 남아있다면······.
으레 보검이나 보도라 불리는 것들 앞에 금석을 무처럼 가르느니 하는 수식어를 붙이곤 하는데 실은 이런 말들이 총, 맹로, 간장과 막야와 같은 보검과 보도에서 나온 말이었다.
관우는 자신의 역량만을 따지고 보면 여포를 넘어설 수 없다는 걸 직시하고 있었다. 아니 여포가 전력을 다해 덤벼온다면 혼자서 그의 오십여 합을 받아낼 수 있을 지도 의심스러웠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더 강력한 무기를 쓰는 것이었다.
싸움이란 권박으로 겨루지 않는 한 무기의 성능이 승패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없고, 마상이라면 말의 능력도 승패를 좌우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여포가 적토를 얻기 전에 관우와 겨루었을 때에는 승부를 가리지 못했었다.
결국 일신의 실력을 더 이상 높일 수 없다면 더 좋은 무기를 찾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관우에게 있어 만인적은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다. 그리고 결코 열고 싶지 않았던 보고의 열쇠나 다름없었다.
관우의 도법은 만인적을 버리기 전과 후로 나뉠 수 있었다. 그리고 청룡언월도보다는 만인적으로 펼치는 도법이 더욱 강맹했다. 만인적으로 펼치는 도법은 그야말로 살인도. 마치 자객이 상대의 숨줄을 끊어놓기 위해 펼치는 절정의 살인검예와 닮아있었다.
관우는 오직 상대의 목숨을 취하기 위해 자신만의 도법을 만들었는데 이는 오직 만인적으로만 펼칠 수 있는 것이었다. 무게, 크기 등 만인적에 최적화된 도법으로 여포와 다시 한 번 맞붙어 보고자 한 것이다.
“형님, 거야에 다녀와야겠소.”
관우는 그리 말하고선 발에 차이는 시체들 중 하나를 번쩍 들어올렸다.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시체를 들어 올리자 유비는 인상을 찌푸렸다.
“죽은 놈을 뭐하려고······.”
“형님, 이거 좀 보오.”
“뭘? 뭘 보라고?”
“이놈의 두건을 보시오.”
그러자 유비의 시선이 시신의 두건으로 향했다. 피에 물들기는 했으나 황색. 누런 두건을 쓰고 있었다. 이에 유비의 한쪽 입꼬리가 치켜 들렸다.
* * *
결국 관우는 만인적을 회수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
유비는 못마땅한 표정이었으나 관우를 말릴 수 없음을 알기에 차라리 그가 만인적을 되찾지 못하기를 바랐다.
“깊은 물에 던진 것을 어찌 찾는단 말이냐? 차라리 진 사부를 찾는 게 더 빠르겠다.”
그러자 장비가 곁에서 비아냥댔다.
“진 노야는 큰 형님한테 붙잡혀서 끼니도 걸러가며 쌍고검을 만들었는데 다시 보려고 하겠소? 게다가 워낙에 한 곳에 정착을 못하는 사람이니 어디가서 찾을 거요?”
“쯧쯧쯧! 멍청한 놈아. 아무리 책을 많이 읽으면 뭐하느냐?”
“혀까지 찰 건 또 뭐요?”
장비는 유비가 혀를 차자 빈정이 확 상했다. 하지만 어쩌랴. 힘으로는 당해낼 수가 없는 것을······.
“아둔한 놈아! 우리 삼형제의 창칼은 천하의 진 사부가 운철로 만든 것이다.”
“그게 뭐가 문제요?”
“에라이! 생각을 좀 해라, 생각을······! 하늘 아래 보구라 불렸던 화극이 있었더냐?”
그러자 장비는 무릎을 쳤다.
“그럼 여포의 화극도 진 노야가 만든 거란 얘기가 아니오?”
방천화극은 군문에서 쓰이는 갖가지 병장기 중에서도 가장 다루기 힘든 장병이었다.
월아가 하나 달린 것은 청룡극이라 하는데 이는 쓰는 자들이 가끔 있으나 월아가 둘 달린 방천화극 실전에서는 쓰는 자가 거의 없었다.
방천화극의 그 수많은 단점들 중에서도 가장 큰 단점은 바로 내구성이었다. 창날과 월아를 잇는 부위가 특히 약해 충격에 취약했던 것이다.
상식적으로 방천화극이 월도와 맞부딪혀 열 합을 버틸 수가 있을까? 진대가 운철로 만든 보구, 청룡언월도와 평범한 화극이라면 결코 열 합을 버틸 수 없을 것이다.
“진 사부는 여포의 곁에 있었거나, 지금도 있겠지.”
유비는 그리 말하고선 가래침을 뱉었다.
“그 썩을 놈은 무슨 복이 그리 많아서 사람들이 따르는지······.”
유비의 머리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여포가 황실의 종친도 아니고, 명망 있는 명문가의 후예도 아니다. 지닌 재물이 얼마나 되는지 헤아릴 수조차 없을 만한 거부도 아니다.
무예자로서나 남녀지간의 일이 아니라면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은 분명 그런 것들에 있을 터. 하지만 여포는 그 어느 것도 가지지 못했다.
“그래서 더 만인적을 찾아야 한다는 거요.”
관우가 대뜸 끼어들어 말했다. 그는 만인적을 다시 찾을 걸 크게 기대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유비나 장비는 그렇지가 못했다. 만인적이라는 도를 직접 본적은 없고, 그저 말로만 들었으니 당연했다.
* * *
“운장, 그 큰물이라는 게 대야택을 말하는 거였느냐?”
유비는 관우를 따라 대야택까지 오고서야 만인적을 던져버렸다는 큰물이 대야택임을 알 수 있었다.
“바다는 아니니 찾을 수 있을 거요.”
“어디서 던졌는데?”
“당장 기억은 안 나오.”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는 말을 아느냐?”
유비는 관우가 만인적을 찾을 수 없을 거라고 단정 짓고 있었다.
“한 십년 정도 지난 일이라서 당장 기억을 못하는 것일 뿐이니 잠시 기다려 보시오.”
관우는 옛 기억을 더듬어 말을 재촉했다. 눈과 귀에 옛 일이 선했다. 십 년쯤 전에 이곳에서 만인적을 들고 마지막으로 비무를 했던 그 일이 어제 일처럼 눈앞에 펼쳐졌다.
“운장 형, 내 듣기로 만인적이 천하보도라 하던데 왜 던져버렸소?”
장비가 넌지시 묻자 관우는 쓴 웃음을 머금었다.
“마지막 비무에서 이긴 후, 천하에 더 이상 내 적수가 없을 줄 알았지.”
“하긴, 나도 큰형님과 운장 형을 만난 후로 여포 같은 놈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소. 그런데 누구와 비무를 했소? 운장 형이 칼을 섞은 자가 누구기에 천하제일을 자신했단 말이오?”
“동무양의 지존도 악영.”
관우의 대답에 장비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악가 제일 고수 악영? 하북제일도 악 부의 그 악영?”
장비는 듣고도 믿기지 않아 재차 다시 물었다. 그러자 관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야! 운장 형이 대단한 사람인 줄은 알았지만 도법으로 하북제일도를 꺾었단 말이오?”
장비가 이토록 호들갑을 떠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북에서 창! 하면 상산 조 부. 도! 하면 동무양의 악 부가 먼저 나올 정도였다.
장비 정도 되는 무예자라면 모를 수가 없는 사실이었다.
“도법으로 악가 제일 고수를 꺾었으니 천하제일을 자신할 만도 하지 않느냐?”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악영을 꺾었으면 천하제일을 논할 만 하지.”
장비가 자신을 추켜세우자 관우의 미간에 주름이 접혔다.
‘그 때만 해도 천하를 오시했거늘······.’
만인적을 들고 행했던 마지막 비무. 그 비무에서 승리한 관우는 도법으로 천하의 정점에 올랐다 여기고, 만인적을 이곳 대야택에 수장시켰다.
정말로 오만의 극치를 달리던 시절에 오늘이 있음을 알았을까? 세 사람이 달려들어도 여포 하나를 어쩌지 못하고 오히려 패퇴했던 일이 일어날 줄 알았더라면 보도를 호수에 던져버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만인적을 찾고, 짓밟힌 내 자존심도 되찾을 것이다!’
관우는 다시 옛 일을 회상하며 그 당시 자신의 행적을 되짚어 갔다.
‘여기쯤이었던가?’
악영과 이백여 합을 겨룬 끝에 승리를 거머쥔 곳에 다시 섰을 때 관우는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용솟음치는 전의를 느꼈다. 그러자 관우는 곧장 웃옷을 벗어던지며 그 길로 대야택에 뛰어들었다.
“큰일 났네. 큰형님, 운장 형이 물에 뛰어 들었소!”
잠시 후.
관우는 십 년 씩이나 지난 일을 떠올려 기어이 만인적을 찾아 뭍으로 돌아왔다. 연신 어깨를 들썩이며 호흡을 고르는 와중에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낡은 도 한 자루.
유비와 장비의 시선 역시 만인적에서 떠날 줄을 몰랐다.
“운장, 고작 그런 낡은 도 한 자루 때문에 그 먼 길을 달려왔단 말이냐?”
“아~! 진짜 너무 한 거 아니오? 그게 뭐요, 그게! 그게 만인적이면 내 사모는 십만인적이오!”
그들은 관우의 손에 들린 낡은 도를 보고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관우는 보란 듯이 만인적을 치켜들었다.
타다닥!
관우는 갑자기 말도 없이 장비에게로 달려들었다. 훌쩍 몸을 날려 만인적을 휘둘러오자 장비는 깜짝 놀라 자기도 모르게 사모로 맞불을 놓았다.
캉!
수많은 전장을 경험했던 유비마저도 만인적과 사모가 부딪히는 쇳소리에 표정을 구겼다. 그만큼 강렬한 소리였단 얘기리라. 하지만 이내 유비의 표정이 풀리며 그의 입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사모와 맞부딪히며 만인적에 들러붙어 있던 녹과 이물질이 단번에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다.
“오오! 정녕 보도로다!”
“운장 형, 이름 한 번 잘 지었소. 그거면 여포와 다시 한 판 붙어도 안 밀릴 거요.”
유비와 장비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관우의 기도가 미묘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