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368
367화 친(親) 여포 세력의 대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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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 모르겠구먼.”
원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진의록의 입가에 비릿한 조소가 걸렸다.
“속량금 교섭을 누가 했습니까? 그리고 그 재물은 누구에게서 나온 것입니까? 속량금은 관동군의 재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이 공자의 능력으로 만들어낸 것이지요.”
“옳거니! 포로들을 내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습니다. 목숨을 구명해준 은혜를 작다할 수 있겠습니까? 자간 선생께 도움을 청해 포로들에게 운자를 띄워놓으라 하겠습니다.”
원희는 흡족한 미소를 머금었다. 하지만 이내 미간의 주름을 만들어내며 물었다.
“관동군 병사 중 포로로 잡힌 자들은 이만이 되지 못하는데 어찌 수만이라 한 겐가?”
“기주 호족가에서 보내온 사병들이 있잖습니까?”
“그들은 다시 주인이 있는 곳으로 돌아갈 텐데 어찌 그들까지 셈한 건가?”
“호족들 중에 분명 속량금을 마련하지 못하는 자들이 나오게 될 겁니다. 그 때는 공자께서 도와주셔야지요. 그리하시면 기주 호족들도 공자께 호의를 보이지는 않더라도 적대하지는 않을 겁니다.”
원희는 진의록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빨려 들어가는 듯했다. 무엇하나 옳지 않은 말이 없고, 되지 않을 일이 없을 듯했다.
“첫 눈이 내리기 전에 일을 마무리 하고 싶은데 가능하겠는가?”
“서두르면 가능할 겁니다. 당장 자간 선생께 보낼 전서를 쓰도록 하겠습니다.”
진의록은 그 자리에서 붓을 들었다. 여느 때 같았으면 영 씨 일족의 비밀문자로 전서를 썼을 것이나 원희가 곁에 있으니 그럴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뭔가 비밀리에 전해야 할 말은 없었다. 어차피 여포군의 방침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원소의 세 아들 사이의 균형을 맞춰야 했으니 원희의 세력을 키워주는 수밖에 없었다.
내분이 일어나더라도 움직일 병력이 있어야 싸움이 커질 테니까. 진의록의 이 같은 행동은 이를 테면 곧 불이 날 집에 던질 장작을 마련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원희는 그런 줄도 모르고 단꿈에 젖어들었다.
* * *
한단성.
선우은 신세가 처량하게 되었다. 안량과 맞붙어 대(大)자로 뻗은 것이 원인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천하의 안량을 상대로 겨루어 이길 수 있을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객관적으로 보면 선우은은 제법 선전했다고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조운이 안량을 꺾음으로써 상대적으로 선우은의 무위가 평가절하된 것이다.
이제 유우군의 무장들 중 누구도 선우은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 중에서도 미돈은 선우은을 멸시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몇 차례 그런 눈빛을 받으니 아무리 눈치 없는 선우은이라 해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결국 선우은은 형 선우보를 만나 불만을 터뜨렸다.
“흥! 제 놈이 싸웠으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형님, 뭐라 말 좀 해보오.”
“대체 왜 그러느냐?”
“미돈, 그 놈이 날 업신여기지 않겠소?”
“동료를 그리 말하면 안 되는 것이다.”
선우보는 동생이 아니라 미돈의 편을 들었다.
“형님! 형님까지 내 편을 안 들어주면 어쩌자는 말이오? 내가 천인공로할 짓을 저질러도 형님은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오? 내가 첩의 자식도 아니고, 형님이랑 같은 씨를 받아 같은 배에서 태어났는데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니오?”
선우은이 목청을 키우자 선우보는 질렸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게 왜 이기지도 못할 싸움에 나서서 망신을 당하느냔 말이다.”
“그럼 원수의 아들이 우리를 조롱하러 왔는데 가만히 있어야했단 말이오? 사람 그리 안 봤는데 실망이오.”
선우은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선우보가 답을 안 하자 선우은이 미돈을 깎아내렸다.
“미돈, 그 놈이 제일 나쁘고 비겁한 놈이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내가 나서기 전에 제 놈이 먼저 나서야 하는 거 아니오?”
유우군 무장들 중에서 최강을 꼽자면 선우 형제도 아니고, 마이도 아니었다. 최강의 무장은 미돈이었다.
미돈의 무예는 선우 형제가 합격을 펼쳐야 간신히 호각을 이룰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그런데도 안량과의 싸움에 나서지 않은 까닭은 뻔했다. 제아무리 유우군 최강의 무장이라고 해도 안량과 싸워 이길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미 장군이라고 별 수 있겠느냐?”
“충의를 안다면 목숨을 아끼지 말았어야지. 그 놈 그거 몸을 사린 거요. 이제 제 세상을 만났으니 헛되이 목숨을 버리지 않겠다는 생각이었겠지.”
“그 무슨 말이냐?”
“형님, 정말 모르겠소? 이제 우리 별 볼 일 없게 된 거요.”
선우은이 눈치가 없기는 했지만 시세를 판단하는 것은 정확했다. 하지만 선우보는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수였으나 시세를 보는 눈은 없었다.
선우보는 동생의 말 속에 담긴 진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은’아,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구나.”
“아이고! 생각 좀 해보시오. 주공께서 가셨으니 이제 대권은 소주에게로 넘어갔소. 우리는 주공을 곁에서 모셨소. 하지만 자태 선생과 미돈은 소주의 곁을 지켜온 자들이오.”
선우은의 말대로 이제 선우 형제의 신세는 닭 쫓던 개꼴이 되고 만 것이다. 위유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후로 생전의 유우는 대소사를 선우 형제와 상의했다.
말 그대로 유우의 수족과 같은 자였으며 고민을 상담했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대신 처리했다.
유우가 살아있는 한 선우 형제의 지위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굳건한 것이었을 터. 하지만 유우는 이제 죽고 없었다.
전주와 미돈은 낙양에서 유화를 보좌하던 자들이었다. 물론 유우군 거병 초기에 전주가 내놓은 군자금이 큰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고 군량 사정이 어려울 때마다 전주의 도움을 받은 것 역시 사실이었다.
하지만 미돈은? 딱히 한 일이 없었다. 그런데 이제 미돈은 유화의 곁을 오래 지켰다는 이유로 선우 형제와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편을 가르려 하지 마라. 합심하여 외적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끼리 편을 갈라 다투면 죽도 밥도 안 된다.”
“형님은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이미 상황은 변했소. 초상을 치르며 소주께서 우리를 따로 불러 상의한 일이 있소? 전부다 자태 선생과 미돈만 끼고 그들과만 상의했소.”
“그래서 너는 어쩌자는 게냐?”
“시세를 따르는 자가 준걸이라 하지 않았소? 소주께서 우리를 중용하지 않는다면 새 둥지를 찾아 떠나는 수밖에······.”
선우은은 이미 유화의 곁을 떠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모로는 전주의 상대가 될 수 없다. 재물로 도움이 될 수도 없기는 마찬가지. 형제가 동시에 달려들어야 미돈과 동수를 이룰 정도이니 무위도 내세울 수 없었다.
“설마 여포를 따를 생각을 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왜 아니겠소?”
“생각이 있는 것이냐, 없는 것이냐? 계성에서의 일로 우리는 여포에게 신용을 잃었다.”
“그거라면 걱정 마시오. 내 이미 앙금을 풀었소.”
선우보는 동생의 말이 미덥지 못했다.
“앙금을 풀어도 보통 사이보다 못한 사이일 뿐이다. 게다가 여포 휘하에 맹장과 현사들이 수두룩한데 우리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
“그거는 똑똑한 형님이 한 번 고민해보오.”
“음······! 우리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소주의 곁에서 여포 대신 목소리를 내는 것 뿐이다.”
선우보의 말에 선우은은 손뼉을 치며 좋아라했다.
“친 여포 도당을 만들자는 거요? 역시 형님! 대단하오.”
“문제는 손뼉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인데 우리만 애달파하면 뭣하느냐?”
“그거는 걱정 마오. 국양이 여포군에서 장수노릇을 하고 있소. 지난번에 상산에서 만났을 때도 국양이 도움을 많이 받았소.”
선우 형제와 전예는 깊은 친교를 나누고 있는 사이였기에 이번에도 여포와 이들 사이를 이어줄 교량 노릇을 해줄 수 있다 여겼다.
이렇게 원소에 이어 유우군에도 친 여포 세력이 싹트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이 다가 아니었다. 한조의 조정에 친 여포 세력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뜻하지 않은 곳에서 실마리가 풀리고 있었다.
* * *
“소생을 거두어 주신다면 분명 여 자사께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요동 태수 공손도가 스스로 몸을 낮춰가며 등용을 청할 때에도 번번이 고사했던 관녕이 이번에는 여포에게 스스로 몸을 낮췄다.
“노 장군께 선생이 얼마나 대단한 분의 자손인지는 들어 알고 있소. 하지만 본관은 만민무류를 천하대의로 걸고 있는 자요. 출신이 얼마나 대단하든 나와는 상관없소.”
“알고 있습니다. 여 자사께선 사람을 출신을 따져가며 쓰는 분이 아니라 능력을 따져 기회를 준다 들었습니다.”
“알고 있으면 말이 쉽겠구려. 그래, 선생은 무엇에 재주가 있소? 재주만 있다면 환영이오.”
“소생, 무예도 하찮고, 병법도 별 볼 일 없으나 학문으로 사귄 벗이 많습니다.”
관녕의 말에 여포는 인상을 찌푸렸다.
“인맥이 대단하다는 것도 재주가 될 수 있는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소.”
그러자 관녕은 기분 나쁜 기색 하나 보이지 않고 두 손을 열심히 흔들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소생은 자력으로 조정에 출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굳이 내게 기댈 필요가 없지 않겠소?”
무재로 천거하는 것은 자사의 권한이니 사인들이 자사의 휘하에 모여드는 것은 무재로 조정에 출사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관녕은 굳이 여포의 천거를 받지 않더라도 혼자 힘으로 출사할 능력이 있었다.
여포는 관녕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본관은 선생의 청을 들어드릴 수 없겠소.”
그러자 관녕이 놀라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디서든 대접받으며 출사할 수 있는 자신이 먼저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면 결코 여포 휘하에 들지 못할 리 없다 자신했던 그였다.
그런데 여포는 도리어 못 받아주겠다 말을 하고 있으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어찌 그러십니까? 소생이 그리 부족합니까?”
“부족해서가 아니오.”
“그럼 왜······?”
“거래는 서로 주고받는 것인데 나는 선생께 줄 게 없으니 거래를 안 하겠다 이거요. 나는 말이오. 거래는 공정해야한다고 생각하오. 상대를 속여서 나는 이익을 보고 상대가 손해를 보는 건 불의한 짓이오. 그래서 나는 안하겠다는 거요. 나는 불의한 자가 아니니까.”
여포는 단순한 자이기에 말을 이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태평성세라면 영웅호걸들은 천자만을 주인으로 모실 테지만 난세를 사는 영웅호걸들은 스스로 일어나거나 주인을 찾는다.
스스로 일어나는 자는 많지 않고 대부분의 영걸들은 주인을 찾는데 그 기준은 간단했다.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줄 역량과 기반이 갖춰져야 하든지, 아니면 자신이 혹할 만한 비전을 제시하는 자여야만 영웅호걸의 주인 될 자격이 있다하겠다.
관녕은 과연 여포의 어떤 점에 끌렸던 것인가? 그것은 곧 여포가 관녕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와 같은 말이리라.
여포의 말에 관녕의 표정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는 여포를 향해 두 손을 모아 들며 말했다.
“그런 것이 문제라면 자사께선 소생에게 주실 것이 있고, 소생 역시 자사께 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럼 한 번 셈을 해봅시다. 선생은 내가 무엇을 해주길 바라오?”
“소생은 무재나 효렴으로 조정에 출사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자사께선 소생이 큰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주실 수 있습니다.”
“그런 기회를 내가 무슨 수로 마련할 수 있단 말이오?”
여포는 관녕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다른 누가 이 자리에 있더라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현량방정(賢良方正). 자사께서 조정과 황실에 건의하여 현량방정을 열어주십시오. 소생은 지방관의 비위를 맞춰 관직을 얻기보다는 천자의 시험을 받아 출사하고 싶습니다.”
“현량방정······. 그걸 어찌 생각해냈단 말이오? 열리지 않은지 수십 년이 지난 것인데······.”
“자사께서 유주의 속관을 선발하실 때 그 방법으로 현량방정을 응용하신 것을 알고 있습니다.”
여포는 부정할 수 없었다. 유주에서 인재를 뽑기로 하고 이이자의 건의를 받아들여 현량방정의 방식을 도입한 것이 아닌가.
그리고 관녕은 공손도를 따라 연국까지 와서 시험이 치러지는 것을 보았으며, 언시를 보는 자들을 위해 대필하는 일도 도왔다.
이미 그 때부터 관녕의 마음은 여포에게 향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선생의 말대로 본관이 상주하여 황실과 조정이 이를 허락했다 합시다. 선생이 내게 줄 것은 무엇이오? 인맥이 상당하다는 게 내게 어떤 도움이 될지 모르겠소.”
“소생의 벗들은 뛰어난 학문을 지니고 있으나 무재와 효렴으로 출사하길 원치 않는 자들입니다. 하지만 현량방정이라면 얘기가 다르지요.”
“선생의 벗들이 출사하는 것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다는 건지 모르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