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31
430화 복숭아 두 개로 셋을 죽인다(二桃三殺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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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인은 나설 수가 없는데······.”
조충은 전면에 나설 수 없는 사람이다. 십상시 때문에 한조에 망조가 들어 지금 나라가 이 꼴이 났다고 알려져 있으니 천하대란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었다.
조충은 십상시 중에서도 장양과 함께 백중을 다투는 자였다. 그런 자가 다시금 중앙정계에 얼굴을 내비친다면 천하공적이 되어 갈기갈기 찢겨 죽고 말 터였다.
여포가 아는 사실을 가후가 모를 리 없었다.
“조 대인을 문밖에 계속 세워두실 참입니까?”
“아참! 여봐라! 조 대인을 모셔라!”
여포와 가후는 일어서서 조충을 맞이했다. 비록 지금은 이름을 감추고 여생을 즐기고 있는 자이기는 했으나 한 때는 천하를 쥐락펴락했던 자였다. 금성의 옛 주인에 대한 예우는 당연한 것이었다.
“여 장군이 무슨 일로 노부를 보자하셨소?”
조충이 묻자 가후가 그를 향해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조 대인, 소생이 말씀드리겠습니다.”
가후는 그에게 여포가 구정을 얻은 것과 이를 이용해 정적들을 도모할 계획까지 세운 것을 모두 얘기했다. 그리고 원술이 구정을 얻었다는 소문을 퍼뜨릴 방도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까지도 숨기지 않았다.
그러자 조충이 고개를 끄덕이며 가후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이도삼살사(二桃三殺死)의 책략이로군. 선생의 지모는 가히 존경스럽소.”
“아닙니다. 그 계책은 여 장군께서 내셨습니다.”
“오오! 총명! 총명!”
하지만 ‘이도삼살사(二桃三殺死)’의 책략이 무엇인지 알 리 없는 여포는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선생, 대체 그게 무슨 얘기요? 이도삼살사? 복숭아 두 개로 셋을 죽인다?”
“그렇습니다. 옛 제나라 경공 때의······.”
가후가 고사를 들고 나오자 여포는 고개를 설레설레 가로저었다.
“선생, 우리 쉽게 쉽게 갑시다. 들어서 기억도 못하는 옛일을 전부 듣고 있는 건 그야말로 시간낭비가 아니오?”
“핵심만 말씀드리자면 공을 세운 자는 셋인데 포상으로 줄 보물은 두 가지 뿐이니 이를 차지하려 서로 싸우다 죽게 한다는 계책입니다.”
“그러니까 내가 구정을 던져주고 군웅들이 서로 다투게 만든다는 게 그 계책이라는 거로구먼.”
내용을 알게 된 여포가 어깨를 피며 가슴을 내밀어 잘난 체를 했다. 하지만 마음 한켠에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 복숭아 두 개, 내게도 있으면 좋을 텐데······. 귀 큰 놈과 두 동생놈들이 서로 싸우다 죽었으면 소원이 없으련만······.’
* * *
“여 장군, 원술이 구정을 얻었다고 소문을 내는 일은 노부가 적격인 듯 하오.”
조충은 자신했지만 여포의 눈빛은 그를 염려하는 마음으로 물들어 있었다.
“아! 물론 노부가 직접 나설 수는 없소. 이 늙은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천하에 지천으로 깔렸을 테니······. 하지만 노부 대신 그 일을 맡아 잘 처리해줄 사람을 알고 있소.”
“그게 누굽니까?”
“전 중상시 조등. 내게는 부친 같은 존재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예전에는 좋은 아비였으나 지금은 술만 마시면 개처럼 변해 어디든 가서 죽어버렸으면 하는 그런 아비랄까?”
“그자가 아직 살아있습니까?”
여포는 조등이 아직 살아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나이를 생각하면 조충이나 노식보다도 한 세대 위였으니까.
“천하에 좋다는 것들을 죄다 챙겨 드셨는데 오래 살지 못하면 영약과 이초라는 것이 모두 허명이 아니겠소?”
“욕을 많이 먹어서 그런 게 아니고요?”
“내게는 조 씨 성을 주신 분이나 부정하진 않겠소.”
“그런데 어찌 그자를 이용할 수 있단 말입니까?”
여포가 묻자 조충은 기다렸다는 듯 품에서 서신들을 꺼내 들었다.
“그게 무엇입니까?”
“이것은 내 수하 중의 하나가 그분께 받은 전서요.”
가후는 엉겁결에 조충에게서 전서를 받아들며 물었다.
“휘하에 배신자가 있었습니까?”
“배포가 담대한 녀석이 있었을 뿐이오. 그분과 연락선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내게 거래를 하려 들기에 중히 쓰기로 했소.”
가후는 오히려 그의 배포에 내심 감탄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배신자라거나 자신에게 도전한 것으로 받아들여 결코 가만두지 않았을 터였다.
“우리의 기밀이 누설될까 두렵습니다.”
“그거라면 걱정할 것 없소. 그 녀석은 천하의 대세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어리석지 않으니까.”
“소생, 대인께서 어찌 이 소식을 알리실지 궁금합니다.”
“그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소. 구정은 아홉 개의 솥단지로 이루어진 것이니 이렇게 합시다.”
조충의 책략을 풀어놓자 여포와 가후의 눈이 반짝였다.
“첫째, 조등은 여 장군이 구정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것을 의심할 것이오. 여 장군이 대외적으로 어리석고 아둔한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그 휘하에 구정을 알아볼 현사 하나가 없다고는 여기지 않을 거외다.”
“조등은 의심이 과한 인물이로군요. 이, 가 모가 하마터면 일을 그르칠 뻔했습니다.”
“아니오. 그분은 누구도 믿지 않고 어떤 소문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이올시다. 노부야 말로 그분을 그분 스스로보다 더 잘 알고 있으니 이 일에 적격이 아니겠소?”
조충은 그리 말하고는 여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여 장군은 병마를 이끌고 이곳에서 얻은 구정을 낙양으로 이송하시오.”
“그리되면 곤란합니다.”
여포는 이미 유리성에서 천자에게 구정을 바치면 안 되는 이유에 대해 안 상태였다.
“낙양에 가져다 놓을 필요는 없소이다.”
“그럼 어떻게······?”
“기수를 건너야 하지 않소? 구정의 무게는 천하의 무게. 구정을 실은 배가 가라앉아도 이를 누가 의심하겠소?”
이에 가후가 무릎을 쳤다.
“소생이 크게 한 수 배웠습니다. 여 장군께선 패전의 오욕을 당할 필요가 없고, 구정의 실물을 기수에 빠뜨렸으니 군웅들이 이를 확인해도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어디 그 뿐이겠소? 명분도 챙길 수 있소. 천자께 바치려다 빠뜨린 것이니 한조의 충신이고, 이미 구정을 빠뜨렸으니 천자께선 태산에 오를 필요가 없지 않소?”
“묘(妙)······ 묘(妙)······!”
조등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조충이 낸 책략은 실로 절묘했다. 가후마저도 탄성을 터뜨리게 만든 이 계책으로 말미암아 여포는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챙기게 된 것이다.
누구에게도 의심받지 않고 누구도 구정을 못 얻게 만들면서도 한조의 충신으로 추앙받게 만드는 묘책이었다.
* * *
“조 대인, 소장이 들어봐도 묘책 중의 묘책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어찌 퍼트린단 말입니까? 조등에게 전서를 보내는 것만으로 그게 되겠습니까?”
“여 장군, 지금 황궁의 환관들은 누구의 편인 것 같소?”
“조등이 아직도 궁내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단 말입니까?”
“여 장군이 천하를 종횡무진하는 범이라면 그분은 궁인들의 맹주나 다름없소. 세상이 바뀌어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지.”
조충의 말에 여포는 허탈한 마음이 앞섰다.
“천하에 이름난 군웅들은 모두 그 가문과 집안의 위세를 등에 업고 있구먼!”
여포의 탄식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모인 다른 두 사람 역시 절감하는 일이었다.
여포의 숙적들에 비하면 사세삼공의 원가나 사세대위의 양가는 애교라 할 것이다. 유비는 비록 허울 뿐이라고는 하나 중산정왕의 후손이니 황실의 종친이라는 비빌 언덕이 있었다.
조조는 환관의 아들로 알려져 있으나 본래의 성은 하후 씨였다. 한조의 개국 공신 하후영의 후손으로 한조의 역사 상 손에 꼽히는 명문이며 권세를 휘둘렀다.
대체 몇 대에 이르는 세월동안 부를 쌓고, 권세를 누린 것인지 헤아리는 것도 귀찮을 지경이었다.
그에 반해 여포는 내세울 가문은커녕 병주 출신이라 호한잡종 취급을 받았다. 출발선부터가 다르다. 천하를 얻는 것이 백 리를 달리는 것이라면 조조는 오십 리, 유비는 이미 삼십 리는 앞서서 출발한 것과 같았다.
“여 장군은 조상의 공덕을 누리지 못함을 너무 섭섭하게 여기지 마시오. 천하를 통일한 진왕 정은 진 왕실의 사람이나 장자도 아닌 서자였고, 볼모로 육국을 전전하던 신세였소.”
조충이 여포를 위로하자 가후도 거들고 나섰다.
“그렇습니다. 고조께서도 시작은 한낱 정장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 상대는 누구였습니까?”
“항우 아니오. 그 정도야 나도 알지.”
“천하가 모두 항우의 편이었으나 결국 최후의 승자는 아니었지요. 고조께서 패업을 이루셨으니 응당 장군께서도 웅패천하 하실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여포를 달랜 후에야 비로소 다시 조충이 책략을 풀어놓았다.
“아무튼 조등 어르신에게 전서로 소식을 전하면 분명 그 진위여부를 직접 확인하려 하시지는 않으실 게요.”
“그럼 다 헛일이 아닙니까?”
“아니오. 거기에 핵심이 있소. 궁인들을 이용해 조정의 문무백관과 황실에까지 이 소식을 퍼뜨릴 거외다. 조정의 문무백관들은 대부분 천하 군웅들과 직간접적으로 연을 맺고 있으니······.”
조정의 관료들 중에 과연 몇이나 배경 없이 출사를 했겠는가. 동탁이 기용한 신진관료들조차도 따지고 보면 동탁이라는 배경을 두고 있는 것과 같았다.
물론 신진관료들은 각 부의 승(承)에 불과하니 조등이 정보를 흘려 움직이려는 자들은 각 부의 수령들일 터였다.
양표만 해도 원술과는 처남매부 사이였다. 조정의 문무백관들과 천하군웅들 사이의 혈연을 따지고 보면 족보도 이런 개족보가 따로 있을까 싶을 정도로 뒤엉켜 있었다.
거기다 양자, 양녀를 들여 혼인을 시킨 것까지 더하면 남이 없을 지경이다.
그 말인 즉, 황궁 안에는 비밀이 없다는 얘기다. 궁인들의 입을 통해 넌지시 몇 마디만 흘려놓으면 그 때부터 마른 장작에 불이 붙어 활활 타오르듯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퍼져 나갈 터였다.
“조등이 우리의 수고를 대신 해주는 셈이군요.”
“그분의 의심병을 오히려 이용하는 격이니 오직 나만이 이 일을 감당할 수 있소. 게다가 큰 수고도 필요 없는 것이니 노부에게 일임하시오. 성심을 다하리다.”
조충이 몸을 낮추고 일을 청하는 것 같지만 가후는 조충의 진짜 노림수를 간파하고 있었다. 그의 말을 들으며 가후는 그가 진정 노리는 것이 여포를 돕는 게 아니라 이 일을 빌어 궁내에 있는 조등의 세력을 일소하려는 것이다.
“군사 선생은 나를 향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구려. 심중에 칼이 있으니 그 칼끝이 노부를 향할까 두렵소.”
“그 무슨 말씀이십니까? 칼이라니요. 그럴 리가요.”
“환관들은 말이오. 눈치가 빨라야만 살아남소. 여 장군도 잘 들으시오. 권력의 정점에 선 자는 하루도 편할 날이 없소. 말 한 마디, 손짓 한 번에 오해가 생기고 적이 생길 수 있지. 천하를 웅패하는데 한 평생이 걸리건만 흥망은 순간에 갈리는 법이오.”
“소생이 심중에 품은 칼은 오직 여 장군을 위협하는 적을 향한 것입니다. 대인께서 황궁 내에 있는 조등의 세력을 견제하고 궁내에 기반을 마련하시는 일은 여 장군의 안위와는 무관하지요.”
가후의 말에 조충은 내심 혀를 내둘렀다. 몇 마디 말로 정황을 들었을 뿐인데 가후가 자신의 노림수를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후가 그리 말한 것은 일종의 경고이기도 했다. 무슨 일을 꾸미든 자유지만 그것이 여포를 위태롭게 하는 것일 때에는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얘기였다.
“인정하겠소. 하지만 한 가지 확실히 해두고 싶은 게 있소. 믿고 마음을 줄 수 있는 환관은 세상에 없소. 오직 힘에 절대적으로 굴종하는 것이 환관의 특성이외다. 그것이야말로 천하를 움직이는 수많은 섭리 중의 하나.”
“고인 물은 썩게 마련이고, 제아무리 번성한 나라도 결국 망하게 되어 있으니 환관이 득세하면 분명 나라가 망할 징조. 망국의 전주곡이라 할 수 있지요.”
가후는 그리 말하고선 우선으로 입을 가리며 고개를 살짝 숙여보였다.
“소생의 말이 도를 넘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아니오. 환관의 숙명이란 그런 것이지. 더러운 청소부 노릇을 해야 하지 않소? 천하를 망쳤다하여 욕이란 욕은 다 먹고, 새 하늘이 열리면 구왕의 죄상을 토설하고 그 왕조와 함께 명을 다하게 되는 일이 부지기수요.”
“신천자의 궁에서 명을 이어갈 수도 있지요.”
“노부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요. 천하의 대세는 여 장군에게 있으니 여 장군을 위해 적을 견제하고 큰 공을 세운다면 내 휘하의 젊은 환관들에게도 미래가 있을 터.”
조충의 말은 한 마디로 열심히 할 테니 부하들을 중용해달라 이것이다. 지금은 변방에 있으나 젊은 환관들의 야심이 불만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조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
그리된 이상 젊은 환관들을 언제까지나 변방에 머물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다시금 황궁에 진출시킬 필요가 있었고, 이를 위해서는 황궁 내에 만연한 조등의 세력을 일소할 필요도 있었다.
구정이라는 훌륭한 불쏘시개를 얻었으니 동탁이 궁내에 있는 조등의 세력을 견제할 수 있을 터.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동탁의 편에서 움직여줄 환관이 필요할 것이다. 이를 여포가 천거한다면 그야말로 만사형통이라.
가후가 여포에게 시선을 옮겼다. 여포가 어찌 결정하든 그에 따른 책략이 준비되어 있으니 뜻대로 정하라는 의미였다. 그러자 여포가 고개를 끄덕였다.
“조 대인, 좋습니다. 조 아만, 아니 조등 일가가 잘되는 꼴은 보고 싶지 않으니 내 직접 붓을 들어 동 상국께 구정의 일과 대인 휘하의 환관들을 천거하는 친서를 쓰겠습니다.”
그러자 가후가 펄쩍 뛰었다.
“장군, 전서는 소신이 쓰겠습니다.”
“아니오, 아니오. 일일이 선생에게 부담을 줘서야 되겠소? 한동안 너무 붓을 들지 않았더니 이러다가 글을 까먹을까 두렵소.”
“그냥 읽는 것에 만족하시면 안 되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