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494
493화 창업공신(創業功臣)은 토사구팽(?死狗烹)을 면키 어렵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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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술은 교유의 낯빛이 좋지 못한 것을 눈치챘다.
“중요한 일을 시키려 했는데 안 되겠군. 돌아가 쉬게.”
교유는 원술이 말하는 중요한 일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초화와 유대를 잡아들이는 일일 터였다. 다행히도 교유에게는 더러운 일을 피해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교유는 원술의 마음이 변할까 싶어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홀로 남겨진 원술은 초화와 유대를 처리할 방도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제일 쉬운 방법은 병사들을 보내 그들을 잡아들이는 거지. 하지만 내가 먼저 움직이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아.’
명문 출신들이 으레 그렇듯 원술도 명분과 체면을 중시했다. 특히나 지금과 같은 경우에는 능동적인 면모보다는 수동적인 면모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
이를 테면 원술 자신은 원래 그들을 해칠 생각이 없었는데 어쩔 수 없이 나섰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가 있었다.
문제는 원술이 역천을 하려는 입장이니 그들에게 역모죄를 뒤집어씌울 수가 없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고려할 수 있는 것은 뻔했다.
‘원소의 사주를 받고 유화를 암살하려 했다고 할까? 아니면 유표와 내통을 했다고 할까? 군량을 빼돌렸다고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원술 입장에선 즐거운 선택일지도 모른다. 셋 중 어느 것을 선택해도 초화와 유대를 처형하는 것엔 어려움이 없다.
‘사이좋게 하나씩 나눠줘야겠군!’
원술은 초화와 유대에게 오명을 뒤집어씌워 처형하려 했다. 이제 그 시기를 저울질 할 뿐이다.
초화는 청주 자사, 유대는 연주 자사였다. 천하 십삼 주 중 일 주의 주인이었던 그들의 신세가 애처롭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반전의 기회는 있었다. 그것은 바로 원술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이다.
원술이 명분과 체면을 지킬 분위기를 만드는 게 빠를 것인가? 아니면 초화가 유대를 위해 연판장을 만드는 것이 더 빠를 것인가? 그 결과에 따라 누구의 목이 떨어지느냐가 판가름 날 터였다.
하지만 병력의 규모를 떠나서 여러 사람의 마음을 한데 모아야 하는 초화와 자신만 결심하면 끝나는 원술 중 누가 더 유리한 싸움인지는 뻔했다.
제후군은 남양수복전을 앞두고 이렇게 수장의 잘못된 행동과 마음가짐으로 분열을 시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에 반해 유표군은 군민이 한 마음으로 제후군과의 일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 * *
쿵! 쿵!
요란한 도끼질 소리가 한참 울려 퍼지더니 누군가가 크게 외쳤다.
“넘어간다!”
우찌끈! 하는 소리와 함께 거목이 쓰러졌다. 벌목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유표군 병졸들이 나무를 쓰러뜨려 길을 막고 있는 것이었다.
유표군의 전법은 지공(遲攻).
이미 육수(?水)를 오가는 배들도 모조리 치워버렸다. 제후군이 완으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육수를 넘어야만 했다.
헤엄을 쳐서 건널 수는 없었다. 배가 없다면 뗏목을 만들거나 부교를 만들어야 할 터. 수만의 대군이 강을 건너기 위해서는 뗏목이든 부교든 만드는데 제법 시간이 걸릴 터였다. 배를 치워버리는 것 하나로 그 만큼의 시간을 얻게 된 것이다.
그것으로도 부족해서 서악에서 완으로 가는 길 곳곳에 이렇게 장애물을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유표군은 수군이 강세이고 보기(步騎)는 경험이 일천했다. 그래서 우선은 이렇게 지공으로 제후군의 발목을 잡으려는 전법을 취했다.
“서둘러라! 해가 떨어지기 전에 마무리해야 한다!”
채모가 솔선수범하여 웃옷을 벗은 채 도끼를 들고 다니며 병사들을 재촉했다.
유표의 오늘을 있게 만든 채 씨 가문의 종주가 바로 채모였다. 채 씨 가문으로 말하자면 형주에서는 원 가가 부럽지 않는 명문 중의 명문이었다.
한조를 개국한 자는 왈짜패 파락호에 불과한 유방이지만 그의 나라 역시 역대의 왕조들과 마찬가지로 예부터 이어져 내려온 명문들이 득세하고 있었다.
채(蔡) 씨만 해도 그렇다. 사실 가문의 역사로 따지자면 원 씨는 채 씨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그 가문이 얼마나 귀한가는 그 성씨를 이루는 글자를 보면 알 수 있다. 옛 나라의 왕족이나 공족이었던 성씨는 말할 것도 없이 귀하다. 하지만 천하의 주인이야 쉴 새 없이 바뀌는 것이고, 전 왕조의 혈통을 살려 두질 않으니 찾기 힘들다.
공손 씨나 사마 씨가 그런 자들이다.
그리고 그들보다 더 귀한 성씨들이 있으니 동물을 지칭하는 글자를 쓰는 성씨가 그랬다. 소, 말, 돼지, 개, 양 등을 지칭하는 글자를 성씨로 가진 자들은 고래로부터 권력을 주물렀던 자들이다.
천하의 주인은 바뀌어도 그들의 성세는 쉽게 끊어지지 않았다. 그런 자들 가운데서도 으뜸은 역시 채 씨다. 거북이야 말로 예부터 상서로운 동물로 여겨오지 않았던가.
지금까지도 채 씨의 성세가 이어지고 있었다. 채모의 아비 채풍의 누이는 조정의 고명대신 장온의 처이고, 채모의 누이는 유표의 후처였다.
유표군 병졸들은 따지고 보면 절반 이상이 채 씨 가문의 사병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이런 일도 채모가 나서면 일사분란하게 이루어지는 게 당연했다.
“형님!”
채모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거구의 사내가 느긋하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의 이름은 ‘장윤’. 유표의 여동생이 낳은 아들이다. 유표의 풍채를 생각한다면 그 가계의 피를 절반은 이었으니 이런 거구라해도 무리는 아니리라.
장윤은 채모를 형님이라 불렀다. 하기야 채모의 작은 누나가 유표의 후처가 되었으니 따지고 보면 그리 부르지 못할 것도 없다.
“시킨 일은 다 했느냐?”
“다했으니 이리 온 것 아니겠소? 형님네는 왜 이리 일이 더디단 말이오? 내가 좀 도우리까?”
장윤은 커다란 도끼를 장난감처럼 휘두르며 힘자랑을 해댔다.
“힘을 아껴라. 조만간 원술과 큰 싸움이 있을 것이다.”
“걱정 마시오. 이제 원술 따위는 아무것도 아니오. 기령도 없는데 무슨 수로 나를 막을 수 있겠소?”
기령은 원술 세력에 있어 무(武)의 상징과도 같은 자였다. 원술이 그를 잃은 것은 세력을 대표할만한 무장을 잃은 것과 같았다. 그러니 원술이 이토록 다른 이들에게 얕잡아 보이는 것이다.
“손견이 출병하면 어떨까?”
채모가 손견의 이름을 입에 담자 장윤은 흥이 달아나고 말았다.
“그건 좀······.”
장윤이 제아무리 혈기왕성한 젊은 호걸이라지만 손견의 이름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해질 뿐이었다. 하북에선 여포를 천하제일이라고 하지만 강남에선 손견을 최고로 치기 때문이다.
여포의 무명은 천하에 진동하는 것이지만 형주 사람들은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여포에 관한 소문을 들었을 때에는 하북 사람들이 허세나 과장이 심하다고 여겼다.
하기야 혼자서 십만 대군을 향해 돌파를 강행했다든지 하는 얘기를 듣고 이를 그대로 믿을 자가 과연 몇이나 되랴.
반면에 손견의 무명은 그저 떠도는 소문만이 아니었다. 강남은 말할 것도 없고, 형주의 사람들 중에 그의 무위를 직접 본 자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니 형주 사람들에게 여포와 손견 중 누가 더 대단한 무장이라 하겠는가.
“그리 겁이 많아서야 어찌 주공을 도와 대업을 이루겠느냐?”
“다른 사람도 아니고 손견인데 어찌 겁이 안 나겠소?”
“그래봐야 서영에게 대패하고 간신히 목숨만 건져온 놈이 아니냐? 그 놈도 사람이니 창칼에 찔리고 베이면 죽지 않고는 못 베길 것이다.”
채모는 무장으로서의 자신감이 있었다. 사실 들리는 소문 만으로도 손견과 자신은 그 실력의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 만큼이었다.
하지만 언제고 손견과는 적으로 맞서야 할 것임을 알기에 그에 대한 두려움을 애써 억누르고 있는 것이다.
여포야 전승무패의 신화를 써나가고 있다지만 손견은 서영에게 패배한 흠이 있어 채모에게는 다행이었다.
“주공께선 강동과 연수를 맺으셨는데 어찌 형님은 손견을 그리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오?”
유표와 가까운 자들은 이미 그가 손견과 동맹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기야 손견의 동생이 이미 볼모로 와있는데 그걸 어찌 모를 수가 있으랴.
“잊지 말거라. 손견은 구적(仇敵)이니라. 원술을 꺾으면 그 다음은 우리 형주군이 강동과 싸울 일만 남았다.”
“나는 모르겠소. 우리 군사 선생은 이런 장애물이나 만들라 하고, 제대로 싸울 생각도 하지 않소. 원술하고 싸우는 것도 이리 겁을 내는데 손견하고는 어찌 싸우겠소?”
“어리석은 소리 마라! 이도 선생은 우리 형주군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이런 전법을 쓰시는 것이다. 여태껏 이도 선생이 우리를 실망시킨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더냐?”
이도는 괴월의 자(字)로 괴월은 형주군의 군사였다. 유표는 괴량과 괴월을 책사로 두었는데 그 중에서도 괴월은 병법에 정통해 군략에 밝았다.
괴월은 괴량에 비해 대국을 보는 안목은 한수 떨어지지만 병진과 군략에 있어서는 괴량을 압도했다. 그래서 유표는 그를 군사로 삼은 것이다.
괴월은 비빌 언덕이 없기 때문에 정도를 지향하는 괴량과는 병략의 방향이 달랐다. 어떻게든 최소한의 피해로 상대를 이기는 수법을 내놓았기에 유표군 장졸들은 그를 경애했다.
이렇게 절대적인 지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괴월이지만 경험이 적은 군대로 백전연마의 제후군을 상대하기 위해 침식을 잊고 병략을 짜내고 있었다.
* * *
“으음······!”
괴월은 야심한 밤에도 잠을 청하지 못한 채 병략을 구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지도를 들여다보고 있어도 뾰족한 수가 나오지 않았다.
그에게 주어진 조건은 제후군의 병량이 떨어질 때까지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이었다.
‘과연 여포가 원술에게 얼마나 병량을 허락했을까? 그것이 문제로다.’
괴월은 제후군이 지닌 군량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지 못해 고심하고 있었다.
많지는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다. 여포에게 대패해 유화를 방패삼아 간신히 하내를 빠져나온 제후군이 병량을 많이 챙기지는 못했을 거라는 예상은 누구나가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제후군의 군사였다면 회남으로 방향을 잡았을 터. 보급이 없는데 남양으로 돌아오는 건 뭔가 앞뒤가 맞지 않아. 주공이 원술에게 그토록 얕잡아보였나?’
원술이 떠나고 유표는 남양에 공을 많이 쏟았다. 남양군의 호족들에게 원술이 아닌 자신을 따르도록 설득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재물을 쏟아 부었다.
호족들의 마음이 유표에게로 기울어가던 때에 원술의 귀환 소식이 모든 수고를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유표의 실력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채 씨의 군력과 괴 씨의 재물을 기반으로 유표군은 보기와 수군을 합해 십만에 이르렀다. 형주의 육군 일국 중에서 남양군의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유표의 손에 떨어지게 된 것이다.
원술이 이를 모를 리 없건만 보란 듯이 남양으로 귀환하고 있었다. 이는 원술에게 유표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얘기와 같았다.
‘크게 져서도 안 되고, 빨리 밀려서도 안 된다. 결국 그러려면 지공 뿐인데 장애물을 만드는 것 따위로 얼마나 시간을 벌 수 있을지······.’
생각 같아선 상장 황조를 앞세워 대회전을 벌이고 싶은 마음 굴뚝같았다. 원술에게 기령이 없는 지금이야말로 맹장을 앞세워 공격하기에 적기가 아닌가.
하지만 유표는 손견과 연수를 맺었다. 그가 올 때까지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해야만 했다.
‘안림에서 화공을 펼칠까? 육수(?水)를 건너오는 걸 요격할까? 매복?’
지형을 알고 적병의 행로도 안다. 그렇다면 낼 수 있는 병략은 무궁무진했다. 하지만 무엇 하나 쉽게 선택할 수 없었다. 유표군은 전력을 다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후방의 위협이었다. 형주는 경계 문제로 강동 뿐만 아니라 교주와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 유표가 대군을 일으켜 원술과 싸운다면 즉시 교주의 군세가 형남 사군을 유린할 터였다.
다른 하나는 손견이 원술을 도모하는 일에 성공한 후를 생각해서였다. 원술이 꺾인다면 유표와 손견의 연수도 이어질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유표군은 제후군과의 싸움에서 피해를 많이 입어서도 안 되고, 제후군에 많은 피해를 주어서도 안 되는 것이다.
괴월은 이기지도 말고, 지지도 말고, 피해를 많이 주지도 말고, 많이 받지도 말아야 하는 기가 막힌 결과를 내어야만 하는 처지였다.
따다닥! 따다닥!
괴월의 손가락이 지네발처럼 서탁을 연달아 두드리며 규칙적인 소리를 냈다. 몸뚱아리는 석상처럼 미동조차 없었고, 손가락만 움직이길 무려 반 시진. 결국 그는 군략을 생각해냈다.
“그렇지!”
괴월은 무릎을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우거지 죽상을 하고 있던 얼굴에는 희색이 번지고 있었다.
“여봐라! 주공께 고하라! 군사 괴 이도가 찾아뵙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