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10
509화 함진영(陷陳營)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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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후는 달진이 자신의 말을 무시하고 일점돌파를 강행하려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 여 장군이 허구한 날 일점돌파를 해대니 수하제장들이 무엇을 보고 배우겠는가.’
그러나 가후의 걱정은 과한 것이었다.
달진이 필두를 자처한 것은 여포군 기병에 대처하기 위해 백파적이 무슨 방책을 마련했을지를 가장 먼저 확인해보기 위해서였다.
수하들을 앞세워 보고 오게 하는 것보다는 직접 보아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었다.
용맹이야말로 흉노 사내들에게 있어 최고의 덕목인데 어찌 휴도왕이라는 자가 후방에 있을 수 있으랴.
그리고 또 한 가지.
연묵은 달진의 곁이 아니라 군세의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다.
연묵은 달진의 부장이니 응당 달진의 곁을 지켜야만 했다. 그가 죽음이 두려워 비난을 감수하고라도 겁쟁이가 되기로 한 것일까?
양봉은 여포군 호복기사들이 흙먼지를 일으키며 달려오는 모습을 보았다. 아끼던 장수 셋이나 잃었으니 빚을 갚아줄 때를 손꼽아 기다려왔다.
“봐라. 결국 여포 놈이 믿을 것은 기병을 앞세워 돌파하는 단순한 전법 뿐이라 하지 않았더냐?”
양봉은 자신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것을 자랑하며 적색 소기를 치켜들었다. 그러자 백파적이 여포를 상대하기 위해 준비한 비장의 수법이 드러났다.
쇠뇌를 든 노병들이 전열에 나서는 것을 본 달진은 내심 화들짝 놀랐다.
‘수노병이 저리 많다고? 이런 썩을······!’
달진은 생각지도 못한 노병 부대의 등장에 하늘이 무너지는 듯했다. 궁술이라면 흉노의 호복기사들이 단연코 앞설 것이다. 하지만 제아무리 대단한 궁술을 지니고 있어도 활이 노(弩)를 당할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노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쓰이는 쇠뇌의 경우는 사거리가 수십 보에 지나지 않는다. 백오십 보를 우습게 쏘는 흉노의 활과는 비교조차 안 될 정도인 것이다.
하지만 그런 성능의 쇠뇌도 은병 하나로는 살 수가 없다. 그럼에도 쇠뇌가 쓰이는 것은 궁술을 익히는 것만큼의 수련이 필요 없다. 게다가 가까운 거리에선 그 관통력이 갑주를 뚫을 만큼 대단했기 때문이다.
‘저놈들은 멍청한 자들이 틀림없거나······ 활보다 사거리가 높은 쇠뇌를 쓰는 게 분명하다. 후자라면······.’
불길한 예감이 달진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들었다. 아직 활의 사거리에 이르지 않았기에 공격명령을 내릴 수 없다는 것이 그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불길한 예감은 빗나가는 법이 없다고 했던가. 달진의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아직 호복기사들이 백파적을 사거리 안에 넣지 못한 시점에서 백파적 노병들이 공격이 시작되었다.
“쏴라!”
노병들이 쇠뇌로 일제히 강전을 쏘아 날렸다. 그들이 쏜 강전은 수백, 아니 그 이상이었다. 달진은 황급히 말고삐를 당기며 말을 방패삼는 절정의 기마술을 보였다. 하지만 다리에 강전 하나가 박혔다.
“큭!”
이를 꽉 깨물며 참아보았으나 새어나가는 비명소리마저 감출 수는 없었다. 그래도 그는 그나마 운이 좋은 것이었다. 그가 탄 말은 강전에 의해 고슴도치가 되고 말았으니까.
뒤따르던 호복기사들도 강전에 맞아 말과 함께 고꾸라졌다. 달진은 백파적이 쇠뇌를 쓸 거라고는 예상도 못했지만 운 좋게도 일점돌파 대형을 이룬 탓에 호복기사들의 피해는 그리 크지 않았다.
만약 일반적인 돌파 대형이나 산개해서 궁시를 쏘는 전법을 취했더라면 호복기사들은 궤멸을 면치 못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점 돌파를 위한 대형은 백파적 노병들에게 노출되는 호복기사의 수가 많지 않았다.
물론 수백에 이르는 호복기사들이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운 좋게 살아남은 자들은 말의 시체를 방패삼아 납작 엎드려 화살비를 피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퇴각하라!”
대열의 중간 정도에 머물고 있던 연묵이 다급히 퇴각명령을 내렸다. 달진의 안위를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미 승부가 기울어버린 이상 피해를 줄이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 * *
쇠뇌의 최대 단점은 역시 연사력. 다시 쇠뇌에 강전을 장전하기까지 시간이 활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렸다.
문제는 이미 강전을 쏜 노병들이 이선으로 물러나고 장전된 쇠뇌를 든 노병들이 전열에 나섰다는 점이었다. 단점인 연사력을 이런 방식으로 보완한 것이다.
연묵의 빠른 대응과 전원이 남흉노 사람들로 이루어진 호복기사들의 단결력은 노병 부대를 상대로 피해를 줄이는데 크게 한몫했다.
하지만 여포 휘하의 부대 중에서 처음으로 퇴각하는 불명예 만은 피할 수가 없었다.
여포는 호복기사들이 당하는 모습을 보며 이빨을 드러냈다.
“가 군사, 막지 마시오. 내 직접 나서야겠소.”
“안 됩니다, 장군.”
“내 보요궁은 쇠뇌보다 더 먼 곳까지 화살을 쏘아 날릴 수 있소.”
“하지만 장군의 장졸들은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여포가 출전하려는 것을 가후가 번번이 막았다. 그러자 여포의 이글거리는 안광이 가후를 향해 쏘아졌다.
“가 선생! 지금 저대로 놔둘 거요?”
“병략 없이 간다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무리 장군의 용맹이 천하제일이라고 해도 돌파하기도 전에 강전에 벌집이 되고 말 겁니다.”
가후도 이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다. 가후로서도 백파적 같은 도적의 무리가 노병들로 부대를 이루어 대항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더욱이 호복기사들의 활보다 더 사거리가 긴 쇠뇌를 쓸 것임을 어찌 짐작이나 했으랴. 그것도 하나 둘이 아니라 족히 이천은 될 법한 대부대를 이루고 있었다.
그것도 궁기의 활보다 더 긴 사거리를 가진 쇠뇌병이 무려 이천. 이를 상대해야만 하는 병법자에게는 악몽과도 같은 존재라 할 것이다.
제발 현실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것이 현실이 된 이상 여포의 출격은 막아야만 했다. 지금 이대로 여포를 출전하게 한다면 거의 스무 개에 달하는 장살대와 싸우게 하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가후는 머릿속에 가득한 생각들이 뒤엉켜 실타래가 되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천 가지 병략, 만 가지 귀계를 머릿속에 넣어두고 있다는 가후에게도 이 상황을 타계할 만한 방책이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개활지에 시야를 가리는 것도 없고, 바닥도 고르다. 기병을 운용하는데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이건만 적의 궁노대가 기병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렸구나! 정녕 재물이 썩어나는가?’
가후는 화가 났다. 자신은 여포라는 명군을 만났지만 여포의 세력은 너무나도 빈궁했다. 군량마저도 걱정해야 할 처지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그런데 상대는 호복기사들의 활보다 긴 사거리를 지닌 쇠뇌병을 무려 이천 씩이나 두고 있었다.
수십 보를 날아가는 쇠뇌도 은병 하나로 구할 수가 없는데 저들이 지닌 쇠뇌라면 대체 얼마나 많은 재물을 썼단 말인가.
그러나 화만 내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귀계나 획기적인 군략을 내놓을 수 없다면 정공법을 취하는 수밖에 없었다.
“장군, 보군을 앞세워야겠습니다.”
가후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호가 여포와 가후에게로 달려왔다.
“장군, 소장에게 출전의 기회를 주십시오.”
한호는 여포에게 출전을 청했다가 가후를 향해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여포에게 청했으나 실상은 가후에게 한 것과 같다는 의미였다.
“한 장군, 보군 방패병은 몇이나 되오?”
“군사께 아뢰오. 일천은 됩니다.”
“일천이라······. 그걸로는 힘들겠는데······.”
가후의 안색이 어두워지자 이를 본 여포는 고순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고순, 네가 나서야겠다.”
그리 말하고는 가후에게 자신의 생각을 알렸다.
“가 선생, 고순의 부대를 출전시킵시다. 다들 힘이 장사이니 큰 방패 일백 개만 있으면 이를 들게 하여 궁노병의 공세를 막으며 전진할 수 있소. 거리만 좁혀지면 백파적 놈들은 아무것도 아닐 테지. 어떻소?”
“참으로 좋은 계책입니다.”
가후는 그리 말하고선 장수들을 쓱 쓸어 보았다.
“장군들은 들으시오. 고 장군은 휘하 장졸들에게 방패를 들게 하고 선봉을 맡으시오.”
“군사의 명을 받듭니다!”
“한 장군은 중군을 맡아 고 장군의 부대를 뒤따라 전진하다가 일자진으로 적과 교전하시오.”
“존명!”
고순과 한호에게 선봉과 중군의 대임이 맡겨지자 서황, 위월, 장합 등이 애처로운 눈빛으로 가후를 바라보았다. 어떻게든 자신들도 나설 자리를 마련해 달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가후가 어찌 이를 모를까.
“서 장군은 한 장군의 중군을 도우시오. 보군끼리의 교전은 우리 기병들이 전장을 우회할 시간과 공간을 버는 것에 있으니 전선을 최대한 좌우로 길게 빼야 하오. 동시에 궁노병들을 무력화시킬 필요가 있으니 예봉을 이끌 장수가 있어야하오.”
가후는 서황에게 적진을 파고들어 궁노병을 공격할 임무를 맡겼다.
어차피 한호의 부대는 하내 호족의 사병들로 이루어진 군대이니 한호를 제외하고 나면 이렇다 할 실력 있는 무장이 없을 터. 서황이야 말로 그 일을 맡기에 적격이었다.
게다가 여포군은 보기(步騎)를 통틀어도 백파적 병력과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중군이 무너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서황과 같은 맹장의 활약이 반드시 필요했다.
“장 장군은 나와 함께 이곳을 지키고 있다가 흉노병이 복귀하면 전열을 재정비하도록 하게하고 후반을 노립시다.”
“군사! 이, 위월에게도 대임을 주십시오.”
“위 장군은 여 장군의 부장이 되어 당예기를 이끌고 출전하셔야 하오.”
가후의 말에 위월은 뛸 듯이 기뻐했다.
“궁노병 때문에 기병이 출전할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군사께서 기회를 주실 줄 몰랐습니다.”
위월은 병략에 밝지 못해 가후가 왜 하필 가장 단순한 일자진을 쓰려는지를 알지 못했다. 가후는 이를 설명해줄 시간이 없다 여기며 여포에게 말했다.
“장군, 장군께선 일단 이곳에서 기다리시지요.”
가후는 여포를 잠시 기다리도록 했다. 그리고는 백우선을 앞으로 뻗으며 소리쳤다.
“고순 장군부터 출전하시오!”
* * *
백파적의 세 두령들은 승리를 확신했다. 여포군의 주력은 기병인데 궁노병으로 기병들을 무력화 시켰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여포군의 보군이 출전하자 양봉은 이제 싸움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백파적 군세의 반의반도 안 되는 놈들이 도망갈 생각도 않고 감히 보군을 앞세워? 전멸시켜버리고, 하북의 대세가 우리 백파적임을 천하에 알려야겠다.”
양봉이 믿는 것은 이천의 궁노병과 여포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병력이었다. 백파적은 기병이 약세인 군세이지만 보군끼리의 싸움이라면 밀릴 리 없다 여겼다.
특히나 기병이 주축인 여포군이 궁노병 때문에 날뛰지 못하는 상황이니 어찌 승리를 의심할 수 있으랴.
하지만 여포군의 주력은 기병만이 아니다. 아직 이름조차 얻지 못했지만 여포가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의 세상에서 고순의 부대는 함진영군으로 이름이 높지 않았던가.
지금 함진영이라는 이름이 세상을 향해 기지개를 켜려 하고 있었다.
“공격하라!”
한호의 공격명령과 함께 하내 호족군이 달려나갔다. 그들의 선두에는 일백여 명으로 이루어진 고순의 부대가 있었다. 고순은 물론이고 장졸들 모두가 연미패를 들고 있었다.
‘연미패(燕尾牌)’는 이름 그대로 윗부분이 제비의 꼬리를 연상시키는 모양으로 되어 있는 방패다.
전신을 가릴 만큼 길쭉하지만 윗부분의 제비꼬리 모양은 시야를 확보하는데 도움이 된다.
백파적 궁노병들은 정면에서 달려오는 고순군 방패병들을 보며 열심히 쇠뇌를 쏘았다. 2열로 나누어 교대로 강전을 쏘았으나 의외로 고순군의 전진을 저지하지 못했다.
필두의 고순은 맹렬한 기세로 달려나가 자신에게로 사격이 집중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툭! 투툭!
백파적 궁노병들이 쏘아대는 강전들이 고순의 연미패를 두들겼다. 연미패는 보통 총사의 호위들이 쓸 정도로 두껍고 단단한 방패였다.
그럼에도 강전의 촉이 연미패의 뒷면까지 뚫고 나올 지경이었다.
고순은 갈 ‘지(之)’자로 연신 방향을 틀며 어떻게든 궁노병의 공세를 뚫고 전진을 거듭했다. 강전이 어찌나 계속 때려 박혔는지 연미패는 어느새 넝마처럼 변해버렸고, 몇 대의 강전이 고순의 몸에도 틀어박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