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21
520화 하동을 경략(經略)하는 법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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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존심 없는 사람이야 있을까? 하지만 하동 사람들은 그 정도가 심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특징은 다른 곳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씨족사회를 이루고 있었다.
소금의 산지인 탓에 중원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가장 오래된 촌락지가 바로 하동이다.
소금의 생산을 위해 예부터 군주들은 하동의 백성에게는 노역을 부과하지 않았다.
나라가 위태로운 상황이 아니라면 징집도 안 된다.
권력을 유지하려는 자도, 권력을 노리는 자도 하동 땅에 공을 들였다. 그러니 하동 백성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할까.
마을마다 집성촌이 아닌 곳이 없었다.
위로는 태수에서부터 아래로는 하찮은 정장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이 하동 사람이었다.
간혹 조정에서 하동 출신이 아닌 자를 지방관으로 임명해 보내기도 했었다. 하지만 강력한 군력을 지닌 자가 아니라면 대부분 허수아비로 임기만 채우고 돌아갈 뿐이었다.
“싫다는 얘기가 아니라 예부터 나라에서도 하동에는 하동 사람을 관인으로 보냈소.”
“어쨌든 잘 알겠소. 후일 다시 오겠소.”
서황은 그렇게 염방 방주와의 대담을 마쳤다. 분명 일을 다 끝낸 것이건만 서황의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이제 군리가 아니라 하동 태수를 해야겠구먼? 여 장군 휘하에 하동 사람은 나 하나 뿐이니 어쩔 수 없지.’
서황은 제멋대로 자신이 하동 태수가 될 거라 여겼다. 하지만 하동 태수도 좋지만 계속 군리로 남고 싶었다. 유주 자사부에 있는 채염 때문이었다.
‘하동 태수로 부임하기 전에 혼서를 보내야지. 화웅, 그 놈이 문젠데······. 어서 가서 보고하고 혼담도 꺼내봐야지.’
* * *
염방이 있는 해현에서 안읍까지 육십 리. 말을 타고 달리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 없는 거리였다.
서황은 쉬지 않고 말을 달려 단숨에 안읍에 당도했다.
안읍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하동 호족들이 농성했던 영채가 있었다. 여포군은 그들을 토벌하고 나서 하동의 치소가 있는 안읍에 주둔 중이었다.
여포군이 안읍에 입성했을 때 하동 태수부는 비어 있었다. 하동은 외인들을 배척하는 고장인데다가 백파적이 날뛰는 땅이기에 태수가 부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여포는 잔뜩 앉은 먼지를 털어내는 수고를 해야만 했다. 간신히 의자의 먼지를 털어낸 여포는 몸을 깊숙이 묻었다.
“가 선생, 그러니까 이 넓은 하동 땅에 쓸만한 호족이 배씨 하나 뿐이더란 말이오?”
“예, 장군. 소신이 서 군리에게 명해 알아보게 했더니 염방 방주가 하동 배씨 가문을 그리 칭찬하더랍니다.”
“하나가지고 되겠소?”
“안 되지요. 부족합니다. 최소한 세 가문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서로를 견제할 수 있겠지요.”
가후는 하동 경략에 이미 큰 그림을 그려 놓았다. 우선은 하동의 몰락한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 그것은 여포도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최소한 세 개의 가문 정도는 되어야 서로를 견제할 수 있을 터. 이것은 비리를 막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그리고 반드시 그 세 가문 중에 하나와 혼연을 맺어야만 합니다.”
“그렇소?”
여포는 이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는 잠깐 턱을 괴고 생각에 빠졌다.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누구와 맺어줄까 생각하고 있었소. 역시 서 공명이가 하동 출신이니 녀석을 장가보내야 하나? 장차 하동 태수까지 시킬 생각이니 그것도 나쁘지 않으나 마음에 걸리는 게 또 있고······.”
“그런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벌써 정해져 있소? 팔건장 중에는 장합과 장료 뿐인데 그들 중 누구요?”
여포는 가후가 장합과 장료 중 한 사람을 점찍어 놓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가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장군께서 또 장가를 가셔야겠습니다.”
“내가?”
여포는 열심히 손사래를 쳤다.
“안 그래도 저고 때문에 골치가 아프오. 초선에게 어찌 설명해야 할지 생각만해도 이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 같소. 그런데 또 부인을 얻으라니······. 가 선생, 대체 내게 왜 이러는 거요?”
“군주의 혼인은 범부의 혼인과는 다른 것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또 그 소리······.”
“싫으셔도 어쩔 수 없습니다. 다른 땅은 몰라도 하동 만큼은 어쩔 수가 없습니다.”
가후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오는 것은 서황의 말 때문이었다.
하동 사람들의 유별난 자존심과 폐쇄적인 집성촌, 그리고 외인에게 배타적인 기조를 극복하려면 달리 방도가 없었다.
“하동이 소금의 산지이니 이곳 만큼은 내가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 이말 아니오?”
“하동을 평정하는 것은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경략하는 일은 평생을 두고 하셔야 할 일입니다.”
“다른 방법은 없겠소?”
“하동을 손에 쥐는 자는 천하를 넘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신의가 바닥에 떨어진 난세라지만 그나마 믿을 것은 혈연 뿐입니다.”
가후는 여포의 답을 듣고자 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평정을 위해 장수들이 태수부 대청으로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 * *
“하동을 평정했으니 논공행상을 진행하도록 하겠소.”
평정이 시작되고 첫 번째 안건은 역시 논공행상이었다. 가후가 전공에 따라 포상을 진행한다고 말하자 다들 눈빛이 반짝였다.
“제일 전공자는 고순 장군이오.”
가후는 고순의 이름을 첫 번째로 입에 담았다. 그러자 고순이 여포의 앞으로 나와 깊이 읍했다.
고순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영채를 공성하며 강전에 맞아 부상을 당했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살아도 몇 달은 정양해야 거동이라도 할 터. 하지만 고순은 붕대를 감고 있기는 해도 자리를 보존하고 누워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고순, 잘 싸워주었다. 백파적을 토벌하고 영채를 공략하는 싸움에서 네 수하들이 많이 상했는데 경과는 어떠하냐?”
“예, 주군. 출정한 일백 명 중 절반이 넘는 수가 목숨을 잃었습니다. 부상자도 적지 않으나 비 도장의 의술이 고명하여 회복 중입니다.”
고순은 그리 말하고는 여포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수하들을 많이 잃어 주군을 볼 면목이 없습니다. 다만 전장에서 싸우다 전사한 것이니 부끄럽지는 않습니다.”
“너와 네 부대가 공이 실로 크다. 백파의 궁노부대를 견제해주지 않았다면 다른 장졸들이 얼마나 더 상했을지 상상조차 할 수 없구나.”
여포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순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네 이미 호오환교위라는 고관이나 속관 관직을 하나 더 내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 그리고 네 부대의 이름도 지어주마.”
“광영입니다.”
고순은 여포에게 읍하고는 포상을 기다렸다.
부대의 이름을 받는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영광.
고순의 부대는 예비병까지 모두 합해도 일천에 불과하며 기병도 아니다. 그런 규모의 보군 부대가 이름을 받게 되었으니 더욱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앞으로 고순군을 ‘함진영(陷陳營)’이라 부르고 그 주장(主將)을 ‘함진도위’라 한다. 오직 고순의 군대 만이 함진영의 이름을 쓸 수 있으며, 고순 만이 함진도위를 임명할 권한을 가지도록 하겠다.”
“함진영······ 함진영······.”
고순은 그 이름이 마음에 드는지 계속해서 되뇌었다.
“어떠냐? 마음에 드느냐?”
여포가 묻자 고순은 돌연 엎드려 삼고두를 행했다.
“주군께서 주신 이름을 더럽히지 않겠습니다.”
“당연하지. 패전은 허락하지 않는다!”
“주군께서 주신 이름에는 오직 승리만이 어울릴 뿐입니다. 그 어느 전장이라도 선봉에 서서 주군을 위해 승전보를 바치겠습니다.”
고순의 말에 위월이 딴지를 걸었다.
“고순형, 은근슬쩍 앞으로 죄다 선봉에 서려고 했나본데······. 그건 이, 정도종사 위월이 용납할 수가 없소. 선봉장은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해야지. 대형, 안 그렇소?”
“분위기 좋은데 끼어들어서 이게 뭐냐? 하여튼 눈치 없기는······.”
“대형, 정도종사는 해야 할 말은 해야 하는 자리 아니오? 원래 충언은 귀에 거슬린다했소. 대형이 내 말에 기분이 나쁘면 나는 충언을 잘 했다고 할 수 있지.”
위월은 엉뚱한 논리를 가져다 붙였다.
“하하하!”
“하하하!”
장내의 맹장과 현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가 잦아들 때쯤 가후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다음은 두 번째 전공자를 발표하겠소.”
가후의 말에 한호와 서황의 눈이 반짝였다. 거령검의 향방이 가후의 입에 달린 것이다.
“두 번째는 한호 장군이오. 하내 호족군을 잘 이끌어 승전에 크게 기여를 했소.”
가후가 한호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서황의 입이 툭 튀어나왔다.
“약속대로 두 번째로 높은 전공을 쌓은 한 종사에게 여 장군께서 거령검을 하사하시겠소.”
여포가 한호에게 거령검을 내밀었다.
그는 거령검이 녹로와 견줄 보검이지만 조금도 아까워하지 않았다.
“원사형, 축하하오.”
“좋겠소. 보검이 이제야 주인을 찾아가는 모양이오.”
장수들이 한호를 축하했다. 물론 서황만 빼고.
“서 공명이! 어째서 너는 축하를 해주지 않는 것이냐?”
여포는 서황만 한호를 축하해주지 않는 걸 보고 물었다. 그러자 서황은 잔뜩 불만을 토로했다.
“소장이 지금 원사형을 축하해주게 생겼습니까? 백파적을 상대할 때는 원사형보다는 내가 더 많은 적을 베었습니다. 그런데도 거령검은 원사형의 차지가 되었군요?”
“사내놈이 속이 좁기는······. 한 종사를 따라 온 하내병이 많이 상했으니 양보를 할 법도 하잖느냐?”
“결국 이렇게 출신가지고 차별할거면 만민무류의 대의는 무슨 명분으로 세운단 말입니까?”
“내가 차별을 했다고?”
여포의 미간에 주름이 접혔다.
“나는 어디서 병마를 데려올 배경도 없는 놈이고, 원사형은 하내의 명문출신이고······.”
“소생이 군사로서 한 마디 하리다.”
가후가 서황에게 두 손을 모아 들고 나섰다.
“서 장군의 말은 억지요. 서 장군에게 병마를 배속해주겠다고 내 몇 번이고 권했었잖소? 그런데도 군리 일을 계속 하겠다며 팔건장에도 끼지 않고, 병마도 받지 않았소.”
“······.”
서황도 자신이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후의 말에 반박을 하지 못했다.
“공명, 가 선생의 말이 틀렸느냐?”
“아닙니다. 선생의 말대로입니다. 소장이 팔건장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병마를 배속해준다는 것도 모두 마다했습니다.”
“사내가 어찌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느냐?”
“소장도 무장으로 살고 싶었습니다. 다만 자사부에 채 낭자가 있는데 어찌 떠날 수 있겠습니까?”
여포는 서황을 바로 보지 못하고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두들겼다. 서황과 화웅이 채염에게 연심을 품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여포에게 서황과 화웅은 모두 아끼는 무장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채옹과 혼사를 논할 처지는 아니다.
“가지 많은 나무에 바람 잘 날이 없다하더니 딱 내가 그 짝이로다.”
여포는 자식들이 속을 썩이는 듯하여 투덜거렸다. 여포가 무슨 말을 하건 서황은 답답한 자신의 마음을 토로했다.
“화웅, 그 녀석은 호인이나 소륵국의 왕족입니다. 소장의 집안은 내세울 거 하나도 없지요.”
서황은 가슴을 두들겼다.
“이, 서 공명이는 쥐뿔 아무것도 내세울 게 없습니다. 거령검 정도면 그래도 백개 선생께서 예물로 받아주시지는 않을까 해서 탐을 낸 것인데······.”
하기야 거령이 아무리 보검이라해도 부월의 명수인 서황에겐 무용지물이었다.
“아~! 이 답답한 놈아! 백개 선생은 문인이 아니냐? 거령검이 아무리 귀한들 그게 무슨 예물이 되겠느냐?”
“소장이 지닌 것 중에는 귀한 것이 없는데 어쩌겠습니까?”
여포는 생각 같아선 뭐든 다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칭얼댄다고 해서 뭔가를 주는 선례를 남기고 싶지는 않았다. 그는 손바닥을 펴보이며 말했다.
“이, 여포 봉선! 휘하를 형제처럼 자식처럼 여기고 있다. 수하들의 혼인은 수장이 챙겨야 하는 법. 하지만 백개 선생에게 강제로 딸을 내어주라 할 수는 없다.”
여포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
“혼인에 관한 얘기는 잠시 접어두자. 그것과는 별개로 서황을 하동 교위로 임명한다.”
여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가후가 나섰다.
“여 장군께서 하동을 경략하기 위해서는 하동 사람을 속관으로 삼아야만 했소. 하동 사람들은 외인을 신뢰하지 않는 자들이라 부득이한 것임을 밝혀두오.”
“가 선생의 말대로다. 우선은 하동 교위 자리를 내릴 것이나 후일 천자께 상주할 것이다. 한 종사를 하내 태수에, 서황을 하동 태수에 천거할 것이니 그리 알라. 나머지 일은 가 선생이 알아서 처리하시오.”
여포는 무거운 표정으로 그대로 대청을 나가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