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553
552화 한 잔 술로 만남을 기뻐하며, 천하의 대사를 논하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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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봐라! 밖에 무슨 일이냐?”
장초가 군막 밖의 호사에게 물었다. 그러자 호사가 휘장을 걷고 들어와 아뢰었다.
“장군, 지금 영문에서 전 장사가 싸우고 있다 합니다!”
전위가 누군가와 싸우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장초와 우금이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그들은 자신의 애병을 손에 쥐고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영문에 당도했을 때 여포와 전위의 싸움은 끝을 향해 치달아가고 있었다.
전위가 아슬아슬한 상황에 처한 것을 보고 우금이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들었다.
“포신군 상장 우금 문칙이 상대해주겠다!”
우금은 대도를 앞세워 포물선을 그리며 여포를 덮쳐갔다.
쐐애애액!
무시무시한 파공성이 여포에게 경고를 보내왔다.
여포는 우금의 난입으로 전위와의 싸움을 결판 낼 좋은 기회를 날렸다. 그는 미끄러지듯 물러나 화극의 밑동을 잡고는 몽둥이처럼 크게 휘둘렀다.
우금은 체중까지 실어 참격을 내리쳤으나 여포의 반격에 도리어 공처럼 튕겨나갔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이라니······! 전 장사는 이런 자와 겨루고 있었단 말인가?’
우금은 단 일수에 여포의 괴력을 절감해버렸다.
하지만 여포의 신력에 감탄하고만 있을 그가 아니었다. 그가 튕겨나는 순간 전위가 여포에게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금 역시 몸을 추스르자마자 전위와 합세해 여포를 공격했다.
순식간에 2대 1의 상황이 되어버렸으나 여포는 밀리지 않았다. 우금을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랐기 때문이다.
‘고아(高雅)를 목 벤 놈!’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에 여포의 수하 중에 ‘고아’라는 자가 있었다. 연주를 두고 조조와 싸울 때 조조의 장수 우금이 그의 목을 베었다.
고아 말고도 여포의 수하 중에 우금에게 목숨을 잃은 자가 적지 않았다.
여포는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기에 지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도 않은 때임을 알았다. 하지만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용솟음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후웅! 후웅! 휙휙휙휙!
방천화극이 여포의 손에서 춤을 출 때마다 섬뜩한 파공성이 일었다.
우금까지 가세했건만 여포는 전위와 우금을 상대로 맹위를 떨쳤다.
‘안 되겠다! 가만 두고 볼 수가 없구나!’
장초는 자신마저 가세하면 한 사람을 셋이서 상대해야 한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이대로 두면 전위와 우금이 패할 것만 같았다.
전위는 장막군의 상장이고, 우금은 포신군의 상장이 아닌가. 그러니 이들의 패배는 군사들의 사기를 더욱 곤두박질치게 만들 터였다.
* * *
쉴 새 없이 병장기가 부딪히며 쇳소리가 울려 퍼지고 흙먼지가 크게 읽었다.
여포 한 사람을 상대로 전위, 우금, 장초 세 사람이 불꽃 튀는 접전을 벌였다.
여포를 상대하는 세 사람 중에서 가장 무위가 낮은 장초마저도 십칠로 제후군의 선봉장이었다. 그러니 천하의 여포라고 해도 세 사람을 상대로 쉽게 승기를 잡을 수가 없었다.
간간히 여포가 밀리기도 하고, 또 여포가 세 사람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아슬아슬한 싸움은 순식간에 백여 합을 넘겼다. 아마 북소리를 듣고 장막과 진궁이 나타나지 않았다면 백여 합을 더 겨루었을지도 모른다.
“싸움을 멈춰라!”
진궁이 소리치자 궁사들이 나타나 여포를 향해 일제히 화살을 겨누었다.
그러자 여포와 나머지 세 사람은 손을 거두었다. 여포는 진궁의 목소리를 듣자 만감이 교차했다.
‘공대 선생, 오랜 만이오.’
여포는 마음으로나마 진궁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는 척을 할 수는 없었다. 여포는 진궁의 작은 버릇까지 알아도 진궁은 여포와는 초면이기 때문이다.
채옹은 또 설전의 포문을 열었다.
“장 맹탁이 군자 중의 군자라더니 다 헛소문이었구먼? 아무리 청한 적 없는 객이라지만 이렇게 문전에서 박대를 할 수 있단 말이오? 장수를 셋이나 보내고, 궁사들로 하여금 활을 겨누게 하는 것은 또 무슨 경우란 말이오? 몇 명 안 되는 우리가 급습이라도 하러 왔다는 거요?”
그러자 장막은 손을 내저어 궁사들을 물렸다.
“아! 백개 선생이 아니십니까? 소생이 크게 실례를 범했습니다. 여봐라! 귀빈들을 모셔라!”
일만의 군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장막은 연주의 사인이었다. 연주 출신인 채옹의 명망을 생각한다면 푸대접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여포, 노식, 채옹은 장막의 군막으로 초대 되었다.
“이제 보니 봉선 형이 아니오? 오랜만이외다.”
“맹탁 형, 관동군에게 패퇴했다는 소식을 듣고 의기소침해 있을 줄 알았더니 괜찮아보여서 다행이오.”
장막은 유우의 장례 때 여포와 한 번 만난 게 전부였다. 그런데도 그를 반겨주었다. 하기야 동소의 일도 있고 하니 신세를 지긴 한 셈이다.
“아! 이 사람은······.”
장막이 진궁을 소개하려 했다. 그러자 진궁이 먼저 두 손을 모아 들며 자신을 소개했다.
“진궁 공대라 하오. 중모의 현령으로 있소이다.”
“여포 봉선이라 하오. 하북에서 병마를 좀 데리고 있소.”
“용맹으로 천하제일이라는 분이 겸손이 지나치시오. 그런데 우리가 만난 적이 있었소?”
“초면이외다. 그런데 어찌 물으시오?”
“초면인데 왜 이리 친근한 기분이 드는지 모르겠소. 마치 오래 전 헤어진 벗을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외다.”
진궁은 여포를 보자마자 전에 느껴보지 못한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하하하! 이, 장 맹탁이 공대 형에게 여러 가지를 배우오. 처세도 좋지만 날 버리지는 마시구려.”
장막은 진궁이 여포와 친분을 쌓으려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한다고 여겼다.
그가 아는 진궁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
홀로 고고한 자로 학식과 지모가 높은 만큼 그 자존심이 세며, 무지한 자들을 경멸했다.
성정이 대쪽 같아 한 번 아니면 끝까지 마음을 고쳐먹는 법이 없었다. 고집이 세고, 사람 사귀기를 꺼려하여 벗이라 할 수 있는 자들이 몇 없었다.
벗이라 해도 한 번 싫어지면 다시 보지 않으니 이제와 교분을 나누는 벗이라고는 장막과 양원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여포에게만은 처음부터 호의를 보이는 게 아닌가.
“맹탁 형, 처세라니 당치도 않소. 내가 처세를 행했다면 어찌 이런 작은 땅에 머물고 있겠소?”
진궁의 말에 노식이 뒷짐을 지고 나섰다.
“자신감이 대단하구먼.”
“노객께선 뉘신지요?”
진궁은 예를 갖춰 물었다.
그는 노식과는 안면이 없었다. 그러나 그의 연배나 무관의 갑주를 볼 때 무시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름의 예를 갖추었다.
하지만 노식은 채옹은 알아보고 자신은 알아보지 못하는 것에 조금 질투를 한 모양이었다.
“젊은 사인들이 이, 노식을 모르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노식의 명망은 무장들 사이에서나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그가 경학으로 나름 일가를 이루기는 했으나 중원의 선비들은 그의 학문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노식은 동문수학한 정현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했다.
더욱이 은거한 후로 소식이 없었고, 다들 그가 죽었다고 생각하며 기억에서 그 이름을 지웠다. 다시 출사를 하기는 했으되 그 소식이 팔관 밖을 벗어나 중원 사인들에게까지 전해지기에는 시간이 너무 짧았다.
“노 중랑장이셨습니까? 알아보지 못해 송구합니다. 그런데 갑주까지 잘 차려 입고 이곳까지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말 한 번 잘했소. 노부가 이곳에 온 까닭은······.”
노식은 말을 잇지 못했다. 채옹이 만류했기 때문이다.
“노 장군, 이번 일은 여 장군에게 맡깁시다. 우리가 먼저 말을 꺼내는 것은 진의를 전하는데 이로울 게 없는 듯하오.”
“선생의 뜻이 그렇다면 그리합시다. 장 대인, 우리 두 늙은이에게 군막 하나만 내어주시오. 먼 길을 오느라 지친 노구를 좀 쉬게 하고 싶소.”
* * *
노식과 채옹이 자리를 뜨자 여포는 장막에게 두 손을 모아 들었다.
“맹탁 형, 내 이미 서신을 보내 용건을 전했으니 둘러말하지 않으리다. 조정에 투항하시오.”
탕!
여포의 투항 권고에 장막은 서탁을 후려치며 발끈했다.
“봉선 형! 투항이라니 당치도 않소.”
“일단 내 얘기를 들어보시오. 화는 그런 뒤에······.”
장막은 일어나 여포에게 감히 손가락질을 했다.
“유 종정의 장례 때 논쟁하며 봉선 형이 바른 사람임을 알고 존경하게 되었소. 동 씨 형제에 관한 일로 봉선 형에게 좋은 마음을 품고 있었소. 그런데 어찌하여 내게 이런 치욕을 안겨주는 것이오? 그런 치욕을 겪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는 게 낫소.”
“사는 것이 치욕이라 말하는 것이오? 고작 일만 군세로 동 상국의 이십만 서량병과 싸울 수 있겠소? 아니면 삼십만 관동군과 싸울 수 있겠소?”
여포의 말은 장막의 정곡을 찔렀다.
장막의 처지는 앞뒤로 적을 두고 있었다. 당장 관동군이 쳐들어온다고 해도 하등 이상할 것이 없다. 동탁의 서량병 역시 마찬가지. 장막은 진류왕 협을 옹립하려 했기에 당금의 조정과도 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막은 꺾이되 굽이지 않는 자였다.
관동군에게 크게 겁을 먹기는 했으나 반드시 싸워야 할 때가 된다면 상대가 누구라고 해도 싸움을 주저하지는 않을 터였다.
“싸울 거요. 누구와도 싸울 수 있소. 그러니 투항하라는 말은 하지 마시오. 더 이상 같은 말을 하게 한다면 봉선 형에게도 무례를 범할 수밖에 없소.”
“맹탁 형, 그 기개는 높이 평가하오. 하지만 용기와 만용은 다른 것이오. 지난 해 황충 때문에 충해를 입어 중원에서는 지금도 굶어죽는 자들이 속출한다고 알고 있소.”
그러자 장막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 얘기를 왜 꺼내는 것이오? 군량이 부족할까봐 그러오?”
“그럼 아니오? 솔직히 말해보오. 군량이 얼마나 남았소?”
여포가 남은 군량에 대해 물었다. 이에 장막은 자신의 가슴팍을 두드리며 자신 있게 말했다.
“반년은 걱정 없소.”
“거짓말!”
“석 달은 버틸 수 있소.”
“흥! 허장성세는 내게 통하지 않소! 그렇게 군량이 넉넉한데 병사들이 저리 야위었단 말이오? 길면 한 달, 짧으면 보름도 버티지 못할 거요. 내 말이 틀렸소?”
여포는 마치 군량고를 보고 오기라도 한 것처럼 장막군의 군량사정을 정확히 꿰뚫어 보았다.
정곡을 찔린 장막은 얼굴을 붉혔다.
“부끄럽소.”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라 병마를 어찌 배불리 먹일 건지를 고민해야하오.”
“좋소! 내 병마를 배불리 먹일 수만 있다면 이 한 목숨 내어드리리다. 노 중랑장께 전하시오. 이 장 맹탁의 수급을 은쟁반에 올려 천자에게 바쳐도 좋다고!”
여포는 소리를 질러대는 장막에게 손바닥을 펴보였다.
“맹탁 형은 진정하고 내 말을 들어보오. 내 언제 맹탁 형의 수급을 바치라했소?”
“이, 장 맹탁! 진류왕을 보위에 올리고자 했던 몸인데 조정에 투항하면 목이 떨어지는 건 당연한 일이오.”
“이제 보니 성격이 너무 급하오. 노 장군과 백개 선생께선 천자의 명을 받고 맹탁 형과 그 군대를 중앙군에 편입시키고자 하시오. 게다가 팔관 안으로 들어갈 필요도 없소.”
여포의 말에 먼저 반응을 보인 쪽은 장막이 아니라 진궁이었다. 그는 장막에게 두 손을 모아 들며 경하했다.
“맹탁 형, 축하드리오.”
“공대 형은 다짜고짜 그게 무슨 소리요?”
“천자와 조정은 이름뿐인 중앙군을 재건하기 위해 맹탁 형의 죄과를 묻지 않고 투항을 받아주기로 한 거요.”
“서량병 이십만이 있는데 굳이 중앙군을 재건할 까닭은 뭐란 말이오?”
장막은 아직도 이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역시 진궁에 비해서는 지모가 부족했다.
“정말 모르시겠소? 명문회는 동탁을 견제하기 위해 자신의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군대를 두고 싶은 거외다.”
진궁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명문회는 겉으로는 당금 천자에 충성하나 속으로는 진류왕으로 하여금 황통을 잇게 하고 싶은 자들이오. 동탁과 대척점에 서는 것은 당연하지.”
진궁의 말에 장막은 무릎을 쳤다.
“그래서 백개 선생과 노 중랑장께서 오셨구려?”
채옹은 연주 사람이며, 연주 학파의 거두이니 동탁보다는 명문회에 가까운 사람이라 여겼다. 노식은 무장이기는 하나 정현과 동문수학한 자이고, 채옹과 함께 온 걸 보면 명문회의 천거가 있었을 터.
“이제 군량 걱정은 덜었소. 이 일이 잘만 되면 조정으로부터 보급을 받을 수 있을 테니 군량 걱정은 안 해도 되겠소. 맹탁 형, 어서 여 대부께 감사드리시오.”
“백개 선생이 아니라 여 장군에게 말이오?”
“당연하오. 여 대부가 맹탁 형을 돕기 위해 명문회까지 움직였으니 크게 신세를 진 셈이오. 여 대부가 아니면 누가 맹탁 형을 위해 천자와 조정을 움직일 수 있겠소?”
여포는 내심 진궁을 칭찬했다.
‘공대 선생이 나서니 어렵게 설명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구나. 역시 공대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