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32
631화 여포, 가후의 귀계를 간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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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규는 손바닥을 펴 보여 배잠의 말을 끊었다.
“내 무예가 별 볼 일 없다는 것은 인정하지. 하지만 용맹과 지모는 무예와 학문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가규는 자신이 지모로는 여포 휘하의 현사들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고, 용맹으로는 구병 병졸만도 못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높은 곳을 노리고 있었다.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 함은 2인자의 자리. 지금은 가후의 것이지만 가규는 자신이 있었다. 사람이 영원히 살 수는 없는 것이니까.
“분명 내게도 기회가 오겠지.”
“화극을 들고 여 장군을 따라다니면 기회가 온다던가?”
“비아냥은 그쯤 하게. 나도 노리는 바가 있네.”
배잠은 그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오랜 세월 교분을 나눠온 동무 중의 동무가 아닌가. 배잠은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짚어 보았다.
“설마 단번에 ‘후(候)’ 벼슬을 얻으려는 것은 아니겠지?”
배잠의 말에 가규의 한쪽 입꼬리가 호를 그렸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아무런 전공도 세운 바가 없는 가규가 단번에 높은 관직을 얻어 낼 수는 없을 터였다.
여포군의 방침은 전공에 따라 포상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여포가 ‘후(候)’ 벼슬을 줄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천자가 봉지와 함께 내릴 수 있는 벼슬인데 어찌 천자의 장수인 여포가 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후(候)’라고 다 같은 ‘후(候)’가 아니다.
“‘극후(戟候)’벼슬도 후 벼슬 아닌가.”
가규는 여포 휘하에 들어오며 여포에게 중용되기 위해 칼을 갈았다. 여포의 현사와 맹장들에 관한 얘기들을 수집해 가장 빨리 관직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그것이 바로 백관에 이름을 올린 상시직이 아니라 속관 벼슬을 노리는 것이었다. 가규는 그 중에서도 극후 벼슬을 노렸다.
“그런 속관직은 없는 걸로 아는데······?”
“속관직의 이름이야 가져다 붙이면 되는 거지.”
극후는 가규가 멋대로 지은 벼슬인데 여포의 화극을 들고 다니는 속관직인 것이다.
차를 담당하는 다후 벼슬을 받은 후문, 문지기 벼슬인 문후를 얻은 화웅처럼 화극을 맡아 들고 다니는 것에 속관직을 내린다면 극후가 된다.
아예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주인의 보검이나 보도를 들고 다니는 자를 검후나 도후 등으로 부르며 연속으로 삼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이다.
“양도, 이 사람. 제법일세.”
* * *
“과거가 있는 몸이니 정규 관직을 얻으려면 어지간한 전공으로 불가할 테지. 하지만 우리 군에서 전공을 쌓기가 어디 쉬운 일인가?”
가규의 말대로다. 여포군에는 맹장과 현사들이 즐비하니 웬만한 실력으로는 전공을 쌓을 기회조차 얻을 수가 없었다.
“자네 말도 일리가 있네만 하필 극후인가? 하내종사 한 원사 장군처럼 되는 것을 노려도 되지 않은가?”
가규는 하동의 명문 무가인 가 씨 자손이다. 게다가 지난번 연판장의 일로 하동 호족들의 신임이 두터웠다.
목숨을 걸고 연판장을 지키려 했던 일로 하동 호족들 사이에서 그는 신의 있는 자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그 말인 즉, 가규가 마음만 먹으면 하동 호족들의 맹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얘기. 하지만 가규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이미 서 공명 장군이 하동 종사가 된 이상 내게 그런 기회가 올 리도 없거니와 설령 온다고 해도 그 기회는 자네의 것일세. 내가 무슨 낯으로 자네에게서 그런 기회를 빼앗겠는가?”
“정말 그게 다는 아닐 텐데······? 자네는 욕심이 많은 사람일세. 그런데 그런 기회를 마다한다는 것은 더 큰 것을 노리고 있기 때문일 테지.”
“정말 못 속이겠구먼. 내 생각은 이렇다네.”
가규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일들을 배잠에게만은 털어놓았다. 배잠은 자신을 위해 큰 위험을 감수했던 둘도 없는 벗이다. 다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것을 그에게만은 털어놓을 수가 있었다.
“여 장군 휘하에 난다 긴다는 영웅호걸들이 즐비하네. 하지만 잘 보게. 지역의 연고에서 벗어난 관직을 얻어야만 여 장군과 함께 할 수 있네.”
“하긴 그렇구먼. 연고에 발목이 붙잡혀서야 여 장군의 곁을 맴도는 것도 무리지.”
배잠은 그리 말하고선 무릎을 쳤다.
“이제 알겠네.”
“뭘 말인가?”
“자네가 굳이 그 무거운 화극을 들고 여 장군을 따라다니는 이유 말일세. 여 장군과 화극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 아닌가. 자네가 화극을 들고 있는 한 여 장군은 언제나 자네를 데리고 다녀야 하지.”
가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제 크고 바른 한 길만을 보기로 했네. 이왕에 여 장군을 따르기로 했으니 높은 곳까지 올라가 봐야 하지 않겠는가?”
“여 장군의 곁에 있어야 공을 세울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고, 여 장군의 눈에 들어야 출셋길이 열리는 것은 당연한 얘기겠지.”
가규는 자신에게도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
지금의 곽가만 봐도 그랬다. 밤에는 거의 쓸모가 없을 뿐더러, 순채와 함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서량 원정도 가후가 나선 것인지도 모른다.
이렇듯 불리한 조건들 투성이지만 곽가는 젊은 나이에 가후의 빈자리를 꿰찼다. 여포에게 사관한지 불과 수 년만에 군사의 자리를 얻을 수 있다면 가규의 목표도 결코 꿈만은 아니리라.
“여 장군은 반드시 난세를 끝내고 태평세월을 여실 분이네.”
“그 점에 대해서는 아무런 이견이 없네. 하지만 그것과 자네가 뜻을 이루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일세.”
“과연 그럴까?”
가규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렸다. 그러자 배잠은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였다.
“여전히 현사와 맹장들이 자네 위에 있다는 점에서는 다를 게 없는 듯하네.”
“우리는 그들보다 젊지. 그리고 옛일은 되풀이된다네. 토사구팽의 고사를 잊지 말게.”
이에 배잠의 눈이 튀어나올 듯 커졌다.
“설마 여 장군께서 그러실 리야 있겠는가? 그 분은 결코 의리를 저버리지 않으실 걸세. 토사구팽이라니······. 당치도 않네.”
“위 장군의 언행을 보고도 그런 말이 나오는가? 지금은 비록 천하를 제패하는 대업을 이루기 위해 한 사람이라도 더 필요한 때일세. 하지만 난세가 평정되고 태평세월이 열리고 난 후에도 과연 그 많은 현사와 맹장들이 필요하겠는가? 분란의 씨앗만 될 뿐이네.”
* * *
여포는 가규가 홀로 남아 자신을 욕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소리 없이 돌아갔다. 그 길에 여포는 가규가 배잠과 나누는 대화를 멀리서 듣고 말았다.
‘극후 벼슬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지. 천자와 조정에 상주하여 관직을 얻는 것은 쉽지가 않아.’
여포는 아직 조정에서 한호와 서황의 태수 임명 조서를 보내오지 않고 있는 것을 떠올렸다.
사실 주기 싫어서 시간을 끌고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여포에게 관직을 내릴 때에는 절차를 무시하고 서둘러 관직을 내렸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가 없다. 국정이 점차 정상을 찾아가고 있으니 이럴 때일수록 동탁도 절차를 따라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관동의 원소가 관서의 황보숭과 손잡고 팔관을 넘으려 하니 정신이 없기도 할 터.
‘검후도 하나 뽑을까?’
보검 녹로도 있으니 이를 들고 다닐 자도 하나쯤 뽑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가규가 위를 노리니 어쩌니 할 때는 쓴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다.
‘일인지하 만인지상 같은 소리하고 있네. 네놈이 재상이 되려면 나는 천자가 되어야 하는데 원술처럼 되고 싶지 않다.’
여포가 시간을 거슬러 돌아오기 전, 본래의 역사에선 원술이 먼저 나라를 세우고 천자를 참칭해 천하제후들의 공적이 되었다.
그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었던 일을 비추어 보면 어떤 경우에도 나라를 건국하고 천자를 칭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내 가규와 배잠의 대화에서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나오자 여포의 눈이 커졌다.
그들의 대화는 여포에게 많은 생각을 하도록 만들었다.
‘분란의 씨앗? 과연 난세가 끝나면 맹장과 현사들에게 할 일이 남아있지 않게 되는 걸까? 내가 아니라 천하를 위해서도 많은 일들을 할 수 있는 자들인데······.’
여포가 아무리 학문이 짧다 해도 주워들은 것들이 있는데 토사구팽의 뜻을 모를 리 없었다. 그 필요성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자신과는 상관없는 말이라 여기고 있었다.
하나 지금에 이르고 보니 의심스러운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가 선생이 즉흥적으로 위월에게 정도 종사라는 관직을 내리라 했을 리가 없는데 왜 그걸 몰랐을까? 어쩌면 가 선생은 아직까지도 나를 시험하고 있었던 건지 모르겠구나.’
가후는 자신의 안위를 최우선으로 여기는 사람이다. 하지만 이는 본래의 역사에서 그랬을 뿐이고 지금은 여포를 우선해서 지모를 냈다.
그럼에도 사람의 본성은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 그랬다. 가후는 위월을 이용해 여포를 툭툭 찔러보고 있는 것이다.
‘위월에게 정도 종사의 자리는 과한 자리다. 언제든 바른 말로 내 언행을 바로잡아야 하지만 말주변이 없으니 남들이 보기에는 종종 도를 넘는 듯 보인단 말이지. 아마 예전의 나였더라면 위월에게 장형은 가했을 터.’
간언하는 언관은 조정에 등청할 때마다 죽음을 각오해야만 했다. 그 중에서도 간의대부는 특히 더했다.
오죽하면 간의대부 벼슬을 받으면 수의(壽衣)부터 맞춘다는 말을 하겠는가.
좋은 약은 입에 쓰나 병을 다스리는데 이롭고, 충언은 귀에 거슬리나 자신에게 이롭다 했다.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입에 달고, 귀에 거슬리지 않는 것을 원한다는 점이었다.
이런 것을 볼 때 위월의 정도 종사 자리는 결코 좋은 관직이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여포가 따져보니 가후는 위월을 이용해 여포가 어디까지 참을 수 있는지를 확인하려는 듯했다.
일이 잘되면 자신도 충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만약 일이 잘못된다면 이를 이용해 훗날 장수들을 토사구팽하여 여포의 천하를 반석 위에 올려놓으려 할 터였다.
‘가 선생은 날 너무 과소평가했소. 나는 다른 사람들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경험을 했지. 최소한 몇 사람은 어떤 경우라도 믿을 수 있고, 그 중에는 위월도 포함된다오.’
* * *
다음날. 여포군에게 드디어 빈양 평정을 위한 결전의 날이 밝아 왔다.
하지만 아침부터 내리는 비에 여포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곽가 역시 마찬가지. 굵은 빗줄기를 보며 곽가는 고개를 기울였다.
“아아! 하필 오늘 비가 내리는 것이냐!”
“그러게 말입니다.”
“경노를 쓰기도 글러 버렸소.”
비가 내리면 활은 물론이고 쇠뇌도 그 탄성이 저하되어 위력이 반감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투사병기를 쓰기 글렀다는 얘기다.
하동병은 여포 휘하의 군대 중에서는 최약체. 오합지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경노를 지급해 약한 군력을 보강하려 했는데 비가 오니 글러 버렸다.
이제 믿을 것은 서하병뿐. 분명 이번 싸움은 힘 대 힘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난전에 강하다고 해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을 게 뻔했다.
“음······!”
곽가가 침음성을 터뜨리자 여포는 걱정스런 눈빛을 감추질 못했다.
“어찌 그러십니까? 설마 갑작스러운 비에 대응할 소신의 군략이 없을까봐 걱정이십니까?”
“솔직히 그렇소. 이 판국에 무슨 군략이 있을 수 있겠소?”
“빈양의 적군을 공략하는 것은 경노를 쓰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적들도 활을 못 쓰게 된 것은 마찬가지지요. 게다가 하늘을 보아하니 이 비는 사흘은 올 겁니다.”
“관서군 구원병을 치는 것도 지장이 생길 거요.”
비가 내리면 땅이 질어지고, 활의 탄성이 약해진다. 하지만 마냥 여포군에 불리한 상황은 아니다.
곽가는 생각하는 바가 따로 있었으나 아직은 입 밖에 낼 때가 아니다. 그는 척후의 보고를 기다리고 있었다.
“응 장군이 전령을 보내올 때가 되었는데······.”
곽가가 중얼거리자 거짓말처럼 빗속을 뚫고, 몇 기의 인마가 여포군 군영에 당도했다.
그들을 인솔해 온 자는 다름 아닌 응조. 그는 곧장 여포를 찾아 목청을 높였다.
“보고요!”
여포는 황급히 손을 높이 들어 응조를 불러 세웠다.
“장군, 소장 응조가 보고합니다. 중천에서 2만에 가까운 병력이 구원병으로 출전했습니다.”
응조의 보고에 여포의 눈이 커졌다.
“곽 선생, 선생의 예측이 들어맞았소.”
이에 곽가는 여포에게 두 손을 모아들어 보이고는 응조를 향해 몸을 틀었다.
“응 장군,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그래, 적군은 지금 어디쯤 당도했습니까?”
“하루에 이십 리 밖에 이동하지 않습니다. 아마 지금쯤이면 사십 리 밖에 있을 겁니다.”
그러자 곽가는 무릎을 쳤다.
“가 선생께서 그토록 서량 정벌을 서두르셨던 이유를 알겠습니다. 구원병이 그리 미적거리는 걸 보면 빈양의 군세와 구원병으로 출병한 자들의 사이가 좋지 않다고 밖에는 달리 생각할 수 없겠지요.”
“곽 선생,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소. 적이 사십 리 밖에까지 와 있다면 언제 행군 속도를 높여 들이칠지 모르오. 기병 만이라면 한나절이면 달려올 수 있는 거리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