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43
642화 관서군, 발등에 불이 떨어지다(火?眉毛)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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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은 황보숭을 향해 엄지와 검지를 펴 보이며 말했다.
“소신이 양추를 추천하는 까닭은 두 가지입니다.”
“말해 보라.”
“첫 번째는 그에게 큰 야심이 없다는 겁니다.”
황보숭은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양추는 천하를 얻고자 하는 영웅호걸은 아니다. 그의 관심사는 어쩌면 여포가 장막을 만나러 가는 길에 얻게 된 양원과 비슷한 지도 모른다.
난세에서 어떻게 하면 화를 피하고 복을 누리며 살아남을 수 있을까가 주된 관심사다. 그러니 양추도 양자의 뜻을 따르는 자라고 할 수 있으리라.
“양추, 그자는 군세도 수만이나 되고, 용맹도 관서에서 이름을 날릴 정도가 되었다. 그럼에도 내가 군대를 일으키자 누구보다 먼저 와서 내게 고개를 숙인 녀석이지.”
“그만큼 눈치가 빠르다는 얘기지요. 시세를 아는 자가 준걸이라지 않습니까?”
“양추는 내가 여포를 막으라 하면 마지못해 출병은 할 것이나 여포에게 사람을 보내 자신의 몸값을 높이려 들 테지.”
“양추가 여포의 편에 서든 말든 시간만 끌어 주면 됩니다.”
사원은 서탁 위에 놓은 지도로 손을 가져갔다. 그의 손가락은 중천에서 위수를 넘어 동관, 함곡관, 한관을 지나 낙양성까지 선을 그었다.
황보숭의 눈앞에 자신이 낙양성으로 입성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천자를 옆에 앉히고 백관들의 하례를 받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썩 좋아졌다.
“한관을 넘을 때 의부(蟻傅)를 하게 하려 했는데······. 아깝구먼.”
관중십장은 황보숭의 휘하에 있는 자들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황보숭은 그들과 부귀영화를 함께 할 생각이 조금도 없었다.
황보숭이 굳이 그들을 묶어 수중에 두고 있는 것은 팔관 공략을 위해서였다.
험관을 넘는 것은 귀계가 없는 한 막대한 희생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면 자신의 주력 말고 관중십장의 병력을 갈아 넣을 생각이었다.
“두 번째는 무엇이냐?”
“주공께서 협천자를 하신다고 해도 여포가 주공께 고개를 숙이고 들어올 리 없습니다. 결국은 여포와의 일전을 뒤로 미루는 것에 불과하지요.”
“그것과 양추를 출병시키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이냐?”
“양추는 불안의 씨앗입니다. 지금은 우리의 형세가 불리하니 여포에게 붙을지 모르나 훗날 우리가 유리하게 되면 그자는 단번에 얼굴을 바꾸고 다시 주공께 귀부하려 들 겁니다.”
이에 황보숭은 무릎을 쳤다.
“묘(妙)······! 묘(妙)······! 실로 묘책이로다.”
“결국은 주공께서 동도만 취하면 모든 것이 순리대로 해결될 거라는 점입니다. 그러니 어서 군영을 위수 너머로 옮기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허락하다마다. 한데 얼마나 걸리겠느냐?”
황보숭은 사원에게 군영을 옮기는 일을 일임하기로 했다. 문제는 위수를 넘는데 걸리는 시간이다.
“짧으면 열흘. 길면 보름이 걸릴 겁니다.”
“그렇게나 오래 걸린단 말이냐?”
“군량과 보급품을 모두 옮겨야 합니다. 게다가 주공께서 아끼시는 여인들의 짐만 해도······.”
황보숭은 더 말하지 말라는 듯 검지를 입술 앞에 세워 보였다. 사내가 여인을 탐하는 것은 자연의 섭리. 하물며 천하에 그 명성을 떨쳐 온 황보숭 같은 영웅호걸에게 어찌 삼처사첩이 흉이 될 수 있으랴.
다만 문제는 삼처사첩의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손 한번 안 잡아 본 미인들도 수십에 이르렀다. 사원은 이를 꼬집어 말한 것이다.
* * *
여포군은 잔병들이 양추군과 합류했을 때 비로소 추격을 멈추었다.
여포군의 추격으로 잃은 병력은 그리 많지 않았다. 당예기 전마들의 체력을 안배해 중천에서의 일전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빈양에서 오는 보군들과 합류하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서하병과 하동병. 그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를 듯 했다. 빈양에서 대승을 거두었고, 그곳에서 얻은 전리품이 적지 않았다.
게다가 중천으로 가는 길에 여포가 당예기만으로 장횡과 양흥군을 격파해 그들의 보급품과 군량까지 전리품으로 얻었다.
빈손으로 와서 많은 전리품에 군량마저 남아도니 관서에 유람을 온 것 같은 기분이리라.
풍익. 연작(蓮勺).
연작현은 중천에서 서쪽으로 이십여 리 떨어진 곳에 있는 현으로 그곳에는 여포에게 패퇴한 양흥군이 도망쳐 와 있었다.
장횡군은 여포군의 추격에 큰 피해를 입었지만 뒤도 안 돌아보고 중천으로 갔다. 하지만 양흥군은 중천으로 곧장 가지 않고 연작에 머물고 있었다.
양흥군의 주장(主將)이 된 진강이 동생 진립을 중천으로 보내 관서군 군영을 염탐하고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중천으로 바로 가지 않은 대가는 컸다. 어느새 여포의 군세가 연작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고작 십 리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군영을 세운 여포군의 행동은 대담함인지 광오함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여포의 군막.
“대형, 여기서 머뭇거리지 말고 곧장 중천으로 갑시다. 한바탕 휘저어 놓으면 황보숭인가 뭔가 하는 늙은이의 얼굴도 볼 수 있을 거요.”
위월은 여포를 재촉해 한 시라도 더 빨리 중천으로 가고 싶었다. 어차피 두 번의 싸움에서 관서군이 여포군의 상대가 되지 못함을 확인하지 않았던가.
“중천을 칠 거였으면 빈양에서 시간을 허비하지 말았어야지.”
“내가 죽일 놈이오. 하나 지금 승세를 탔으니 패퇴하는 잔병들을 뒤쫓아 중천을 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오.”
위월은 자신의 뜻대로 할 수 없음을 알기에 곽가를 걸고 넘어졌다.
“안 그렇습니까, 군사 선생?”
“나쁘지는 않습니다. 다만······.”
곽가가 말끝을 흐린다는 것은 뭔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는 얘기. 이제 현사들과의 대화법도 꿰고 있는 여포는 곽가가 염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곽 선생, 연작으로 도망친 잔병들이 걱정이오? 앞뒤로 적을 맞이하게 될까봐?”
“사실, 그렇습니다. 두 명의 적장 중 군세가 적었던 양흥이 이미 전사했음에도 그 잔병들은 중천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곳 연작에 남았습니다.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확실히 의심이 가오. 총사를 잃었는데 왜 연작에 머물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소.”
상개가 불쑥 끼어들었다.
“군사 선생, 소장이 한 말씀 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리하시지요.”
곽가가 손바닥을 위로 보이게 하며 발언을 허락하자 상개는 기다렸다는 듯 말을 쏟아 냈다.
“소장이 잔병들을 추격했을 때 말입니다. 장가군과는 달리 양흥군은 퇴각하는 중에도 진세를 이루어 병력을 보존하려 했습니다.”
“상개 장군은 양흥군 잔병들의 수장이 제법 병략에 재주가 있다고 보시는 거지요?”
“예, 선생. 한데 연작에서 걸음을 멈춘 것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장가군보다 뒤처지면 우리의 표적이 된다는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상개의 말이 끝나자 곽가는 여포에게 두 손을 모아들었다.
“소생의 생각도 같습니다. 분명 뭔가가 있습니다.”
곽가가 우려를 표하자 위월이 손사래를 쳤다.
“에헤이! 그 수가 암만 많다고 해도 이미 사기가 꺾인 패잔병들이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연작의 현부를 보아 하니 성벽이라 할 것도 없는 수준입니다. 쳐들어가서 박살을 내버리면 그뿐입니다.”
위월의 말도 일리가 있었다.
게다가 도망치며 아무리 질서 있게 진세를 유지했다고 한들 이미 병장기를 버린 자들이 수두룩했다. 더욱이 여포군은 서하병과 하동병까지 합류하지 않았는가. 여포가 말 한마디만 하면 연작은 하룻밤에 시체굴이 될 터였다.
이제 공은 여포에게로 넘어갔다. 그가 어떤 결정을 내릴 건지에 좌중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런데 그 때, 응조가 급보를 전해 왔다.
응조는 군막의 휘장을 걷고는 그대로 여포에게 달려와 부복했다.
“장군, 중천에서 대군이 몰려오고 있습니다!”
응조의 보고에 곽가는 고개를 기울였다.
“아아! 이거였나? 장군, 아무래도 관서군은 연작과 중천에 병력을 두어 기각지세(?角之勢)로 장군의 군세를 막으려는 것 같습니다.”
“선생, 그래서 이제 어찌해야겠소? 기껏 승기를 탔는데 병마를 물리기도 뭣하고······.”
“소신이 생각하건대 연작의 잔병들은 수비에 전념할 뿐 나서지 않을 겁니다.”
이미 여포군에게 호되게 당했으니 양흥군이 다시 싸우려 하지는 않을 터. 물론 어디까지나 곽가의 예상일 뿐이다. 게다가 단서도 하나가 따라붙었다.
“중천에서 새로 출병한 군대와 합류하지 않는다면 연작의 잔병들은 움직이지 못할 거요.”
“여 장군, 총명! 우리 군이 최우선적으로 할 일은 두 군세가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은 중천에서 출병한 군세가 되겠구먼. 자! 모두들 준비해라. 비도 그쳤겠다, 신나게 싸워 보자.”
* * *
중천의 관서군 군영에서 출병한 양추는 대군을 이끌고 있음에도 표정이 어두웠다.
‘무예가 대단해 염행과 성공영도 함부로 대하지 못했던 조청룡이도 당했다. 2만 군세를 이끌고 나선 장횡과 양흥도 패전했다. 그런데 날더러 무슨 수로 여포를 막으란 말이냐?’
양추는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도 관중십장에 이름을 올린 영웅호걸이다.
관서에서 한가락 한다는 그였지만 연이은 패전 소식에 여포를 상대하기가 꺼려졌다.
여포군의 연전연승이 그저 병력의 우위에 기댄 것이라면 양추가 이렇게까지 걱정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니 3만의 군세를 이끌면서도 승리를 자신하지 못했다.
‘주공도 다급했겠지. 주공의 주력부대인 적사기와 강이단이 위수를 건넜으니 여포와 싸우기보다는 중천을 버리려 할 터. 결국 나는 퇴각을 위한 제물에 불과하다는 얘긴데······.’
양추는 눈치가 빠른 자였다. 그는 황보숭이 자신으로 하여금 여포를 막도록 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금세 알아차렸다.
하기야 이를 모르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다. 황보숭이 내어 준 군사들은 하나같이 쓸모없는 노병들뿐이었다. 지금 양추군의 군세가 3만에 이르지만 그 중 실질적으로 싸울 수 있는 병력은 양추의 보기(步騎) 1만에 불과했던 것이다.
“총사! 여포군이 보입니다!”
부장 양소가 말하자 양추는 창대를 쥐고 있던 손에 자기도 모르게 힘이 들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이토록 긴장하다니······.’
관중십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그는 자신의 꼴이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오는 것을 척후들이 보았을 것인데 아직도 군막을 그대로 두다니 대단한 자신감이다. 마치 우리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하구나.”
양추는 뭔가 단단히 오해하고 있었다.
여포군이 군막을 그대로 둔 것은 어디까지나 치울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양추군과 싸우다가 여차하면 물러나겠다는 생각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실제로 중천과 연작은 지척이다. 여포군 척후가 중천의 관서군 군영을 지켜보고 있다가 양추군의 출병을 알고 이를 알렸다고 해도 치울 시간이 없었을 터.
“총사, 정말 여포와 맞서 싸우실 요량이십니까?”
부장 양소는 양추의 종제다. 염행이나 성공영 같은 용맹을 갖춘 것은 아니지만 제법 그럴듯한 언변을 가진 자였다. 장수에게 언변이란 결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양추에게는 쓸모가 많았다.
“모르겠다. 싸워서 이길 것 같지는 않으나 싸우지 않는다면 주공의 처벌이 두렵구나.”
“어차피 중천에 적사기도, 강이단도 없습니다. 주공은 중천을 버릴 생각으로 총사를 출전하게 한 겁니다. 우리가 싸우는 사이 위수를 넘을 요량으로······.”
“실은 나도 그리 생각하고 있다. 아아! 사면초가는 지금의 나를 두고 하는 말이로다.”
“총사께 굳이 주공을 위해 목숨 바쳐 싸울 의리가 있습니까?”
그러자 양추는 고개를 기울였다.
“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냐?”
“지금은 난세입니다.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강자의 그늘 아래 자리를 얻는 것이 결코 흠이 되지 않는 세상입니다.”
“여포에게 귀부하자고?”
“못할 것이 무엇입니까?”
양소는 투항을 권했다. 여포와 싸워 이길 수 없다면 여포에게 고개를 숙이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아닌가.
하지만 양추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포에게는 팔건장이 있다.”
양추는 자기 입으로 차마 자신의 용맹이 그들만 못하다는 말을 할 수 없어 뒷말을 생략했다. 하지만 이를 양소가 알아차리지 못할 리 없었다.
“지금 총사께서는 여포에게 내줄 것이 없음을 고민하시는 것 같습니다. 소장의 말이 틀렸습니까?”
“아니다. 네 말대로다. 말이야 바른 말이지 내가 무엇을 가지고 여포와 거래를 할 수 있겠느냐?”
양추가 말하는 거래란 여포에게 중용 받기 위해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그런 것이 아니다. 자칫 사항계(詐降計)로 의심 받는다면 귀부고 뭐고 여포군의 맹공을 받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만약 귀부를 한다면 자신의 진심을 보일 수 있는 뭔가를 준비해야만 했다.
“총사, 소장에게 맡겨 주십시오. 적진에 다녀 오겠습니다.”
“가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죽고 사는 것은 하늘에 달린 일. 소장이 살아서 돌아오지 못한다면 하규로 퇴각하십시오. 여포가 바보가 아닌 이상 중천을 쳤으면 쳤지, 하규부터 치지는 않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