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659
658화 여포의 반간계(反間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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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희는 중천 태수부에 짐을 풀었다.
여포는 장희, 안희, 진희를 특별히 한 전각에 지내도록 배려했다. 물론 정말로 배려를 해 준 것이 아니다. 실은 흩어 놓으면 감시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게 주된 이유였다.
장희는 기분이 묘했다.
“여기다가 짐을 푸니까 기분이 묘하네.”
“안 그래도 언니가 옷 갈아입고 나오기 전에 진희가 그러더라. 중희의 처소였던 이곳에 우리가 짐을 풀게 될 줄은 몰랐다고······.”
안희의 말에 진희가 고개를 기울였다.
“태수부에서 이 전각이 제일로 좋은데 어째서 정처가 아니라 우리를 이곳에 묵게 했을까? 언니, 궁금하지 않소?”
중희의 처소를 이번에는 장희 일행이 차지하게 된 것이다. 중희는 황보숭의 총애를 한 몸에 받던 미희가 아닌가. 태수부에서도 가장 크고 좋은 전각이 중희의 차지가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렇다면 여포가 중천의 주인이 되었으니 응당 그의 정처가 이 전각을 차지해야만 했다.
그러나 이 전각은 여포의 정처가 아닌 자신들에게 배정되었다. 뭔가 이상하긴 이상한데 장희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우리는 세 사람이니까. 게다가 관서군의 예물로 바쳐진 꽃들이니 사내들이 득실거리는 군영에 둘 수 없었을 테지.”
장희의 입고리가 씰룩거렸다. 여포가 당장에 자신들을 부르지는 않고 있지만 어쨌든 다른 사내의 손을 타는 것은 싫어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녀들의 수다는 초선에 대한 것으로 옮겨갔다.
“안희야, 진희야. 여포의 곁에 있던 어린 계집이 정처겠지? 어떻게 봤어?”
“예쁘더라. 여포가 정처 하나만 둔 것도 이해가 되던데? 안 그래, 진희?”
“여포가 동녀를 좋아하는 거 아니야? 으~! 그렇게 안 봤는데······.”
장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동녀를 탐하는 자였으면 진작 소문이 났겠지. 좋은 얘기는 빨리 퍼지지 않지만 안 좋은 얘기는 순식간에 퍼져.”
장희의 말대로 여포가 동녀를 탐하는 자였다면 그녀들이 여포에게로 보내지는 일은 없었을 터였다.
“언니, 여포가 우리를 언제 부를 것 같소?”
“안희, 우리가 아니라 언니를 부르겠지.”
“그거야 모르지. 매일 밤마다 여러 계집을 끼고 자는 자들도 있잖소?”
안희와 진희는 여포가 언제 자신들을 부를 지가 궁금했다.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조바심을 숨기지는 못했다.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
“늙어 죽을 때까지 안 찾으면 어쩌려고······.”
장희의 말에 안희는 그녀의 옆구리를 간지럽혔다. 그러자 장희가 고개를 젖히고 꺄르르 웃어댔다. 그녀의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자 귀면탈의 고석 용사 하나가 슬며시 모습을 감추었다.
* * *
“아주 잘들 노는구나. 괘씸한 것들······.”
장희의 전각을 살피다 온 수하의 보고를 듣고 저고가 분개했다. 그녀는 고석왕이다. 여러 사내를 거느릴 수 있음은 물론이고, 한 사내를 나누어 가지는 일은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녀가 아무리 한인의 일에 무지하다고 해도 황보숭이 보내온 여악들이 여포를 홀리려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녀는 어찌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여포에게로 가서 따져 묻기라도 하겠다는 걸까? 아니다. 그녀가 향한 곳은 여포의 처소가 아니라 초선의 처소였다. 그녀의 걸음걸이에는 사뭇 비장함이 서려 있었다.
초선의 처소.
여포는 초선을 찾지 않았다. 그간의 일을 사과하며 그녀의 화를 풀어 줄 만도 한데 어제도 오늘도 여포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물론 이 정도는 기분은 나쁘지만 참고 넘길 수 있다. 하지만 그냥 참고 넘길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장희를 바라보는 여포의 눈빛이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상공이 그러실 분이 아닌데······.’
초선은 여포가 변했다고 생각했다. 초선 하나면 된다며 혼인동맹조차도 한사코 거절했던 여포가 아니던가. 그런데 이제와 음심이 가득한 눈길로 여인을 바라보다니 믿을 수 없었다.
‘울면서 매달렸어야 했나?’
초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것은 자존심이 용납하질 않았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그녀였지만 그럴수록 더 자존심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법이다.
‘차라리 떠날까?’
이번에도 초선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연심이란 것이 무엇이건대 여인의 자존심마저도 짓밟아 버리는 걸까.
‘아아! 이제 어떻게 하면 좋지? 이럴 땐 누구에게 물어봐야 하나?’
초선은 채염의 얼굴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것도 무리. 그녀는 자신을 사모하는 두 명의 사내들 사이에서 행복에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때 문밖에서 소란이 벌어졌다.
“비켜라!”
“대형이 두 사람을 만나지 못하게 하라는 명을 내렸소. 미안하지만 처소로 돌아가 주셔야겠소.”
“비키지 않으면 죽는다.”
저고는 초선의 처소를 지키는 구병 하나와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흥! 좋은 말로 할 때 돌아가시오. 대형의 아이를 가진 몸이니 다치게 하고 싶지 않소.”
“웃기지도 않는구나. 하찮은 네놈 따위가 내 앞길을 막겠다고? 여포의 수하라는 걸 감안해서 참고 있는 것을 잊지 말라.”
저고의 무예라면 여포의 구병이라고 해도 상대가 되지 못할 터. 하지만 저고도 구병 병사도 서로를 어찌할 수가 없었다. 여포라는 존재 때문이다.
그러나 언제까지 이렇게 실랑이만 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아마 저고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낸다면 사단이 날 게 뻔했다.
그러나 끔찍한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초선이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녀는 방상시 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물었다.
“이 밤에 무슨 소란이오?”
“소란이라니?”
“우리가 밤중에 만날 사이는 아니잖아요?”
초선의 말에 저고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자 초선이 안으로 들어오라는 듯 고갯짓을 했다.
“아아! 이러면 안 되는데······.”
“장군, 이번만 모른 척해 주시면 안 될까요?”
초선은 구병의 얼굴을 올려다보며 그렁그렁한 눈망울을 보였다.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치명적인 공세에도 구병 병사는 선뜻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러자 초선은 안 되겠다 싶었는지 그와 시선을 맞추며 제법 강단 있는 면모를 보여 주었다.
“장군, 소녀는 여 장군의 정처에요. 앞으로 제 일을 도와주세요. 그러면 반드시 응분의 보상을 하겠어요.”
“초 부인,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장가 좀 보내 주십시오. 대형을 따라다니다가는 늙어 죽을 때까지 혼자 살겠습니다.”
* * *
초선은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술은 많이 마셔요?”
“어휴! 예전에 병주에 있을 때 말입니다. 술에 진탕 취했는데 대형이 날 길바닥에 버리고 갔지 뭡니까. 얼어 죽을 뻔 했는데 그 때 이후로는 절대로 정신을 잃을 때까지 마시지 않습니다.”
“봉록 받은 건 어쨌어요?”
“처자만 만나게 해 주십시오. 준비는 다 되어 있습니다. 몸만 오면 됩니다. 집도 있고, 땅도 있고, 염소도 열 마리가 넘게 있습니다.”
초선이 돌연 그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안 그래도 소녀가 여 장군의 구병들을 위해 병주와 유주에 많은 혼처를 알아봐 놓았어요. 소녀가 책임지고 빙상인 노릇을 할 테니 도와주세요, 예?”
“소인의 이름은 설깁니다, 설기. 다른 녀석이랑 헷갈리면 안 됩니다. 약속 꼭 지키시는 겁니다.”
중매를 서 주겠다는 약속을 재차 하고서야 초선은 저고와 방안에 단 둘이 서게 되었다.
한참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기 싫었다. 하지만 지금은 공동의 적을 두게 되었으니 적을 물리칠 때까지 오월동주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먼저 말문을 연 것은 초선이었다.
“본 부인은 초선. 울료의 후예이며, 천자를 위해 천문을 살피는 세 가문 중 하나인 하동 임 가 사람이에요.”
“본 왕은 고석흉노부의 주인이자, 연제 씨의 고귀한 혈통을 이었으며 대 흉노의 36왕 중 고석왕의 자리에 있는 연제 저고다.”
초선과 저고가 통성명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로가 자신의 신분이 대단하다는 것을 읊어 신경전을 벌이는 것. 이는 마치 고양이가 털을 바짝 세워 자신의 몸집이 크게 보이도록 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두 사람은 지금 자신들에게 닥친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민 것 역시 초선이었다.
“탈을 벗어 보실래요?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어요.”
초선이 청하자 저고는 두 말 않고 방상시 탈을 벗었다. 한인과는 다른 생김새. 하지만 분명한 것은 저고의 미색은 같은 여인이 봐도 대단한 것이었다.
“한 번 보고 싶었어요. 얼마나 대단한 미색을 가지고 있기에 상공께서 흠뻑 빠져 저와의 약조도 어기고 동침까지 했는지······.”
“본 왕도 보고 싶었다. 본 왕이 그토록 여포를 원했는데 번번이 날 피했던 이유가 너였으니까.”
“보니 어때요?”
“그럴 만 했겠다 싶다. 너는 내가 밉지?”
“당연히 밉죠. 그럴 힘이 있다면 갈기갈기 찢어 죽이고 싶어요.”
초선답지 않게 과격한 언사가 튀어나왔다. 하지만 그 점이 저고의 마음에 들었다.
“한인 계집들은 겉과 속이 다른 고석 사내들처럼 행동한다던데 너는 다르구나. 나도 실은 너를 찢어발기고 싶으나 지금은 그럴 때가 아니다.”
“같은 생각이에요. 우리 싸움은 잠시 접어 두고 상공을 홀리려는 여악들을 함께 쳐내요.”
* * *
초선과 저고가 모종의 밀약을 맺을 때쯤. 여포는 황보숭이 보내온 미인들을 어찌 처리할지 곽가와 논담하고 있었다.
“처첩을 늘리는 것은 결단코 사양하겠소. 처첩을 많이 거느린다고 해서 결코 좋은 게 아니오. 저고와 동침한 덕분에 초선이를 볼 면목이 없소. 그런데 여기서 또 여인을 취한다면 초선이가 날 떠날지도 모르오.”
“자고로 영웅은 삼처사첩이 흉이 아니라 했습니다.”
“그 말은 내가 싫어하는 말이오. 어찌 삼처사첩이 흉이 안 된다는 말이오? 그게 다 허물을 감추려 지어낸 말이지.”
그러자 곽가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장군께서도 사내대장부인데 어찌 여인에 관심을 두지 않으십니까?”
“그래서 선생은 지금 날 더러 여악들이 기거하는 전각으로 뛰어 들어가서 풍류나 즐기라는 말이오?”
“아직은 안 됩니다.”
곽가가 손바닥을 펴 보이며 만류하자 여포는 기가 찼다.
“아직은······? 언제고 그리 하란 얘기로구먼? 선생, 황보숭이 내게 여악들을 보낸 까닭이 설마 정말로 나와 화친을 하기 위함이겠소?”
“물론 아니겠지요. 분명 미인들을 보내 장군의 총기를 흐리게 하기 위함일 겁니다. 명분은 좋지요. 화친 말입니다. 그리만 되면 후방의 걱정을 덜 수 있으니까요.”
“그걸 알면서 여악들을 품으란 말이오?”
곽가는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포는 화들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
“정말 품으라고? 선생, 대체 왜 이러는 거요?”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황보숭이 마음을 놓고 덫 안으로 들어가게 해야 하니까요.”
곽가는 넘치는 사명감을 주체하지 못해 열변을 토했다.
“가 군사께서 오래 준비하신 일입니다. 소신은 가 선생을 대신해 잠시 군사직을 맡았으니 일을 잘 진행시켜 가 선생의 명성에 흠을 남기지 않으려 합니다.”
“가 선생의 책략을 완성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내가 급하오. 이러다가는 초선을 잃겠소. 그러면 이리 합시다. 초선에게 다 털어놔야겠소.”
이에 곽가는 여포를 향해 손바닥을 펴 보였다.
“그건 안 될 말씀입니다.”
“왜? 대체 왜 안 된다는 거요? 미리 언질을 해 둬야 나중에 할 말이 있을 거 아니오?”
“그 역시 안되겠습니다.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이라 하지 않습니까?”
“그러다가 내가 초선을 잃으면 모두가 허사요.”
여포가 계속 초선에 대한 얘기만 하자 곽가는 내심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그는 본심을 숨기지 못했다.
“장군, 지금은 천하의 대사를 논할 때입니다. 대업을 논하면서 어찌 집안의 일을 걱정하신단 말입니까?”
여포도 지지 않고 말했다.
“천하를 다 준다고 해도 정처와 바꾸진 않을 거요.”
곽가는 여포를 설득하는 방법을 바꾸기로 했다.
“이번에 황보숭을 잡지 못한다면 장군과 초 부인의 행복한 미래도 없습니다.”
“그 무슨 소리요?”
“황보숭이 협천자한다면 자신에게 맞섰던 장군을 어찌하겠습니까? 천자의 이름으로 장군을 천하 공적으로 만들 것입니다. 천하가 넓다 한들 장군과 초 부인이 마음 놓고 살 곳은 없게 될 테지요.”
“내가 역적이 된다?”
여포는 곰곰이 생각했다. 지금의 자신이 이렇게 활개를 치고 다닐 수 있는 이유 말이다. 그것은 천자의 군대임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천자의 어명이 팔관을 넘지 못했지만 아직도 천자의 이름이 가지는 무게는 여전했다.
곽가는 여포가 반응을 보이자 거세게 몰아붙였다.
“관서의 황보숭이 관동의 원소와 손을 잡는다면······. 거기에 천자의 조서를 받고 몰려드는 제후들까지 합세한다면······. 그래도 우리가 싸워 이길 수 있을까요? 이긴다고 한들 모든 전선에서 적들을 막아 낼 수는 없을 겁니다.”
여포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털었다.
“좋소. 어찌하면 되겠소? 지금이라도 가서 여악을 보며 얼빠진 얼굴이라도 하면 되오?”
“지금은 아닙니다. 오늘은 말할 것도 없고, 내일과 모레도 여악들을 찾지 마십시오.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