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758
757화 견초 대 악진 (2) > >
견초는 수백에 이르는 기병들을 이끌고 후방을 평정하려 나섰다.
새벽녘의 암흑도 박릉성을 태우고 있는 큰 불길 때문에 힘을 쓰지 못할 시간. 모두가 지칠대로 지쳤으나 싸움은 좀처럼 승패의 향방을 짐작하기 어렵게 돌아가고 있었다.
“잡졸들에게 우리 견 씨군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주자! 단숨에 까부숴라!”
견초가 소리치자 그를 따라 달리던 기병들이 창칼을 높이 치켜들었다.
“오오!”
견초는 전장을 우회하여 서막군의 뒤를 잡으려 했다.
악진이 소수의 기병으로 하간왕군의 후미를 친 것과 그 궤를 같이 하는 수법이었다.
견초군의 움직임은 전장을 종횡무진하던 악진에게도 포착되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악진은 처음부터 적의 진세를 완전히 관통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씩 말머리를 우측으로 틀었던 것인데 마침 그 방향으로 견초군이 치달리고 있었다.
‘후방을 평정하려 기병을 부리는 모양이로구나. 경산 선생의 주력부대는 전투경험이 많지 않으니 뒤를 물리면 쉽게 진세가 와해될 터. 내가 놈들을 물어야 한다!’
악진은 슬쩍 뒤로 시선을 던졌다. 자신을 따라 일점돌파에 나섰던 기병들을 보기 위함이었다.
‘절반도 안 남았구나.’
제아무리 악진이 필두의 자리를 꿰찼다고 해도 피해 없이 일점돌파를 할 수는 없는 것이다.
기병 전술 중에 위험하지 않은 전술이 과연 몇 개나 되겠는가. 결국 기병을 쓰는 것은 기병을 희생시켜 더 많은 적병들을 해치우기 위함이었다.
악진은 기병 수십과 적병 수백을 맞바꾼 셈이었다.
마음이 불편한 것은 피할 수 없을 터. 하나 패전하면 이보다 몇 배는 더 많은 피해를 보게 될 테니 알면서도 휘하 장졸들을 죽음의 문턱으로 내몰 수밖에 없었다.
“우측으로 돌파! 적기의 후미를 치러 간다!”
악진은 고삐를 더 당겨 말머리를 우측으로 잔뜩 틀었다. 속도가 줄면 희생은 더 커질 것이나 지금은 이 방법뿐이었다.
* * *
악진의 군세가 적진을 뚫고 나와 견초군의 측면을 파고들었다. 갑작스레 아군들 사이에서 뛰쳐나온 악진군의 공격에 견초군은 크게 당황했다.
기세 좋게 달리다가 불시에 옆을 얻어맞은 격이니 어찌 당황하지 않을 수 있으랴.
선두에서 치달리던 견초는 이를 빨리 알아채지 못했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는데만 급급했기 때문이었다.
“장군! 적기가 우리의 측면을 파고들었습니다!”
뒤에서 부하 장수 하나가 소리치자 그제야 견초는 말의 속도를 조금 늦췄다. 부장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때쯤 그가 소리쳤다.
“너는 이대로 달려 적의 후미를 쳐라!”
견초는 수하 장수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황급히 고삐를 당겨 말머리를 돌렸다. 그를 따라 수십여 에 이르는 기병들이 본대와 떨어져 전장을 크게 선회했다.
적기를 뒤따라 달리며 한 기씩 베어넘기던 악진은 수십여 기의 적기가 자신들을 요격하려 온 것을 보고선 소리 질렀다.
“추격을 멈추고, 나를 따르라!”
악진 역시 말머리를 틀어 견초군과 마주 달렸다.
“챠하! 챠하!”
이미 지칠대로 지친 말을 재촉해 속력을 높였다. 순식간에 견초와 악진이 지척에 이르렀다.
‘하간왕의 휘하에 저런 자가 있었단 말인가?’
‘누군지 몰라도 고작 수십 기로 적진 한복판에 뛰어 들어와 내 발목까지 잡은 걸 보면 범상치 않은 자임이 틀림없다.’
두 사람은 서로를 알아보았다. 물론 일면식이 있는 사이는 아니다. 다만 고수는 고수를 알아볼 뿐.
견초는 악진에게 검극을 겨누며 치달렸다. 악진 역시 대도를 고쳐 쥐며 합을 나눈 준비를 했다.
“차하합!”
“으라아아아!”
정면으로 충돌할 것처럼 달려왔다가 두 사람은 아슬아슬하게 서로를 스쳐 지나쳤다. 그 와중에 한 합을 겨루었지만 승부를 가르지는 못했다.
양군은 두 사람의 격돌을 시작으로 교전을 시작했다. 두 무리가 서로를 지나치며 창칼에 맞아 낙마하는 자들이 속출했다.
악진은 한참 달리다가 말을 돌려 세웠다.
“좌우로 정렬!”
그를 중심으로 살아남은 기병들이 좌우로 길게 늘어섰다. 견초군 측도 견초를 중심으로 전열을 정비했다. 두 무리 사이의 거리는 고작 반 마장.
“돌격!”
견초군이 먼저 달리기 시작하자 악진군도 박차를 가했다. 땅거죽을 파헤치며 말발굽이 신나게 대지를 두들겼다.
고작 수십여 기 간의 싸움이지만 이 싸움에 많은 것들이 걸려 있었다.
‘저들을 물고 늘어지기만 해도 된다!’
견초는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본대는 지금쯤 서막군의 후미를 치고 있을 터였다. 후방의 근심거리만 없다면 병력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하간왕군이 상산의 군세를 집어삼킬 수 있으리라.
반대로 악진은 마음이 급했다.
‘한 시라도 빨리 저들을 뿌리치고 경산 선생을 구원해야 하는데…….’
지금의 전황은 누가 봐도 악진이 불리했다. 병력의 수와 질, 거기에 버티기만 하면 되는 견초와 무조건 빨리 견초를 넘어서야 하는 악진. 모든 조건이 악진을 몰아세웠다.
거기에 또 한 가지.
악진의 악가 도법은 기마한 상태에서는 그 위력을 모두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기마한 상태로는 승부를 빨리 결정지을 수 없는 상대다. 결국은 그 방법뿐인가?’
악진은 견초와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짐을 느끼며 나름의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말의 목 언저리를 부드럽게 쓰다듬고는 미리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해 맹렬히 달려나갔다.
이번에도 아슬아슬하게 비껴가며 합을 겨룰 듯했으나 웬 걸. 악진은 고삐를 당겨 자신의 말로 견초의 말을 들이받아버렸다.
견초를 태운 말은 충돌 직전에 어떻게든 피해보려 고개를 틀었다.
하지만 충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순식간에 악진과 견초가 나가 떨어지며, 두 사람의 말들이 뒤엉켜 흙먼지를 크게 일으켰다.
바닥을 나뒹굴던 악진과 견초는 금세 중심을 잡고 일어나 서로를 향해 칼끝을 겨누었다.
“멍청한 놈아! 내 발목을 더 잡고 늘어져봤자 승패는 변하지 않는다. 지금쯤이면 내 기병들이 네놈 군세의 후미를 휘젓고 있을 것이니라!”
* * *
‘조 장군만 제 때에 와주었어도 일이 이리 어렵게 돌아가지는 않을 것을…….’
악진은 조운이 원망스러웠다.
조운의 임무는 태항의 호걸들을 소집해 박릉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기한이 한정되어 있었기에 성렴은 조운에게 시한의 정함을 두었다.
하지만 약속된 날보다 벌써 이틀이나 지나버린 시점. 아직도 태항의 군세가 당도하지 않았으니 박릉성 밖의 싸움은 여포군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지금만 해도 그렇다. 악진에게 조금이라도 여유가 있었다면 견초 정도를 상대하며 말까지 버릴 생각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
그러나 원망은 나중에라도 실컷 할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견초를 빨리 해치우는 일이리라.
‘경산 선생이 오래 버텨주길 바랄 뿐……. 나는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에만 전념하겠다!’
악진은 빨리 승부를 볼 요량으로 마구잡이로 도초를 뻗어댔다. 견초 역시 승부를 피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우명의 일로 실책이 하나 있으니 빨리 악진을 정리하고 전공을 높일 심산이었으리라.
쩡! 카캉!
악진의 대도와 견초의 검이 쉴 새 없이 맞부딪히며 불똥과 함께 쇳소리가 터져 나왔다. 순식간에 십여 합이 훌쩍 넘어가버리고, 견초는 수세에 몰렸다.
‘이, 힘! 속도! 기량! 말을 타고 싸우던 자가 아니라 다른 자와 칼을 섞고 있는 것 같구나!’
견초는 합이 거듭될수록 강해지는 악진의 실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하나 그것은 악진의 도법이 마상에서 기량을 마음껏 드러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제 지면에 두 발을 딛고 있는 이상 견초의 실력으로는 악진의 도초를 받아낼 방도가 없었다.
신경질이 났다. 분명 기마전에서는 호각을 이루지 않았던가. 하나 마상이 아닌 싸움에서는 수세에 몰리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으리라.
“짜리몽땅한 놈아! 팔다리가 짧은 놈이 제법이로구나! 이제야 싸울 맛이 난다! 계속해 보거라!”
견초는 신경질적으로 악진의 대도를 받아쳐가며 허세 잔뜩 섞인 도발을 했다. 그런데 그것이 하필이면 악진의 민감한 부분을 건들고 말았다.
“뭐라? 짜리몽땅? 키가 크다고 싸움을 잘 하냐? 덩치가 커야 맹장인가?”
악진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견초는 자신의 도발이 먹혔다 여겼다. 도발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그 도발은 계속되어야만 했다. 그것이 견초의 판단이었다.
“땅바닥에 붙어 다니는 난쟁이 주제에 발끈하기는……! 윗 공기는 맑은데 아래 공기는 어떠냐?”
견초의 도발에 악진은 눈이 뒤집혔다. 그의 발놀림은 잔상이 남을 정도였고, 그의 도초에 실린 힘은 배가 되어 견초는 한 합 한 합을 받아낼 때마다 손아귀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하지만 고통을 느끼는 견초보다 악진의 표정이 더 구겨져 있었다.
그의 머릿속에 상개의 말이 메아리치듯 울려퍼졌다.
악진은 뭔가에 홀리기라도 한 듯 상개에게 들었던 말을 중얼거리며 거듭 살초를 뿌렸다.
수비를 위한 도초 따위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의 도초는 오직 공격 일변도일 뿐 일신의 안위 따위는 그의 머릿속에는 없었다.
* * *
‘이 녀석, 완전히 맛이 가버렸구나. 위험해. 더 이상 이놈과 싸우면 위험해.’
본능과 이성이 모두 이 싸움을 피하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리를 벌리려 하면 할수록 악진이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땅!
악진의 대도와 쉴 새 없이 몸을 때려 박았던 견초의 검이 결국 동강나고 말았다. 검만 부러지고 끝났으면 좋았을 것을 대도의 칼끝이 견초의 왼쪽 눈두덩이를 세로로 긋고 말았다.
“으으-!”
비명을 지르는 건, 아니 신음성이 조금이라도 세어 나가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견초는 이를 깨물며 뒤로 훌쩍 날아올랐다.
하지만 악진은 그를 살려보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의 손에 들린 대도가 파공성과 함께 칼바람을 흩뿌렸다.
후웅~!
매서운 파공성과 함께 날아든 참격에 견초는 한쪽 무릎을 세우고 두 팔을 교차해 막아보려 했다.
맨살이면 미친 짓일 터. 하나 견초도 믿는 구석이 있었다. 팔뚝과 정강이를 보호하는 두꺼운 쇠갑주를 말이다.
‘두 번은 무리일지라도……. 한 번은 막을 수 있을 터. 그 다음은…… 그 다음은…….’
다음 일까지 걱정할 겨를이 없었다. 우선은 이 한 합에서 살아남을 뿐…….
그으응!
악진의 대도가 눈 깜짝할 사이에 우측에서 갈 수 있는 만큼 좌측으로 자리를 옮겼다. 견초는 악진의 대도가 지나가는 방향으로 마치 바람이 부는 듯, 아니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이내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렸다. 무르팍의 쇠갑주마저 무처럼 잘려나가고 견초의 무릎이 피투성이가 되었다.
‘주저앉으면 다시 못 일어설 것 같구나!’
한 눈을 잃었을 때에도 지르지 않았던 비명을 지금 지를 리 없었다. 하나 절망이 차오르는 것만큼은 막지 못했다. 이대로 끝이라 여기던 그 때. 한 무리의 인마가 악진을 향해 쇄도해갔다.
이미 뚜껑이 열려버린 악진을 상대하기에는 무리일지라도 잠깐동안 그의 발목을 붙잡아줄 수는 있을 터. 후미에서 달려온 기병 하나가 견초를 향해 손을 뻗었다.
견초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손을 맞잡고는 그대로 그의 말등에 올라탔다.
“관진의 견초 자경이 이 빚은 반드시 돌려받으러 오겠다!”
악에 바친 견초가 멀어져가는 악진을 향해 소리쳤다.
“동무양의 악 문겸이 빗장을 풀어놓고 기다리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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