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Follicle Exhibition RAW novel - Chapter 98
97화 정원의 유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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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포는 마읍에 머물며 병사들을 쉬게 하고 전후 처리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휘부를 위해 세워진 커다란 군막 안에는 여포와 장양의 지휘부가 회동했다.
가후가 먼저 일어나 두 손을 모아들며 말했다.
“군사 가후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은 선비병 포로의 처결에 관한 것에 대해 방침을 정해야만 합니다.”
이번 싸움에서 수천에 이르는 선비병들을 포로로 잡아들였기 때문에 이들을 어찌 처리할 것인지 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자 북적에게 적개심을 가지고 있는 장료가 나섰다. 그는 여포에게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그들을 모두 목 베어 그 수급을 선비병들의 근거지로 보내십시오. 그렇게 한다면 놈들은 장군이 두려워 장성을 넘지 않게 될 것입니다.”
장료는 선비병 포로들을 모두 참하여 본보기로 삼으라는 강경책을 주장했다.
분명 일리 있는 말이었다.
완패의 결과를 선비족에게 보여준다면 여포가 두려워 다시는 장성을 넘지 않으려 들 터였다.
“소장, 골도후 호만이 아룁니다.”
장료와는 만나면 티격태격하는 호만이 나섰다. 그는 여포에게 포권을 해보이면서도 장료와 눈싸움을 계속하고 있었다.
“소장의 생각으로는 선비병 포로들을 참해서는 아니된다 봅니다. 수급을 모아 그들의 근거지로 보낸다면 그 원한이 산처럼 높고, 바다처럼 깊게 되어 반드시 그 후환이 있을 것입니다.”
“호만! 어찌 얼토당토않은 말로 장군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단 말이냐? 그까짓 선비놈들이 원한을 가지면 가지라 하고! 쳐들어오고 싶으면 쳐들어오라 그래라! 내, 놈들의 피로 군마의 목을 축이게 할 것이며, 그 시체로 장성을 쌓을 것이다!”
장료는 자신의 호방한 기개를 알리는데 성공했지만 여포의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만 했다.
“이곳이 무슨 장바닥이더냐? 함부로 언성을 높이지 말라.”
여포가 그리 말하고 앉으라는 듯 손을 털자 장료와 호만은 입을 꾹 다문 채 순한 양이 되었다.
다들 여포의 눈치를 살피며 군막 안의 분위기가 냉랭해 졌다. 하지만 할 말은 하고 살아야겠다는 굳은 심지를 지닌 서황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좌중의 인사들에게 두 손을 모아 들며 말했다.
“군리 서황이 아룁니다. 장료와 호만의 말은 모두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우리 군의 단 한 사람 뿐인 군리로서 말씀드립니다. 선비병 포로들을 계속 붙잡아 둘 수는 없습니다.”
그러자 여포가 턱짓을 하며 물었다.
“군리로서 하는 말이 확실하더냐?”
“그렇습니다. 우리 군의 군량 사정을 생각하면 수천이나 되는 선비병 포로들을 먹일 수 없습니다.”
여포군의 식량사정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지금은 간신히 엄상의 조력을 받아 군량을 충당하고 있는 처지였다. 수천에 이르는 선비병 포로들을 굶겨 죽일 생각이 아니라면 군량이 남아나질 않을 게 뻔했다.
여포는 슬쩍 장양을 바라보았다. 그에게 있어 장양은 정신적으로 기댈 수 있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혹시나 해서 본 것이다. 장양 역시 여포의 속내를 꿰뚫고 있는 모양인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북대영의 군량 사정도 좋지가 않다. 이대로 가다가는 도적떼가 되어 약탈을 하러 나갈지도 모르겠구나.”
농담 삼아 말했지만 장양은 자신이 말하고도 농담이 아니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만큼 정양영의 식량사정도 여의치 않았다.
장양은 여포처럼 엄상의 도움을 받은 것도 아니고, 관직이 있어 봉록을 받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단목영과 같은 군상을 곁에 둔 것도 아니니 장양은 군량을 조달할 방법이 없었다.
그 동안 버틸 수 있었던 것은 북대영의 군량고에 군량이 일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장양의 인망은 병주 전역에 이르나 특히 북사군 사람들에게 흠모를 받았기 때문에 몇 안 되는 토호들이 식량을 바쳤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도 한계에 이르렀다. 장양은 당장이라도 여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장양이 고민하고 있던 그 때. 가후는 장양을 경계하고 있었다.
‘장양의 인망은 병주 전역을 아우를 정도로 대단한데다가 북대영 출신의 병사들은 모두 그에게 훈련을 받았으니······. 음······! 장양이 딴 마음을 먹는다면 정원을 상대할 때보다 더 힘들어 질 텐데······.’
장양이 권세에 욕심을 부리고 딴 생각을 한다면 가후의 생각처럼 정원보다 훨씬 더 힘든 상대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 * *
‘휘하에 사람이 없으니 몰래 장양을 도모하기는 힘들다. 조충? 그래. 그라면 방법이 있을 터. 장양의 의중을 한번 확인해보고 난 후에 다시 생각해보자.’
장양에 관해 생각을 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후를 여포가 수차례 부르고 있었다.
“가 선생, 가 선생.”
“예? 예, 장군. 말씀하시지요.”
“뭘 그리 넋을 잃고 있소?”
“송구합니다. 헌데 소생을 어찌 찾으셨습니까?”
“선생의 생각을 한번 듣고 싶소. 선생께선 선비병 포로들을 어찌해야 한다 보시오?”
여포는 가후라면 분명 명쾌한 해답을 내놓을 거라 믿었다. 아니나 다를까, 가후는 여포를 만족시킬만한 대답을 내놓았다.
“선비병이 장성을 넘는 까닭은 식량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납치해 노예로 팔기 위함이라 알고 있습니다.”
“그렇소. 나도 그리 알고 있소. 그런데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요?”
“소생의 의견은 이겁니다. 선비병이 대 한나라의 백성을 잡아다 노예로 판다면 우리는 선비병 포로를······.”
가후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여포가 발끈하며 그의 말을 끊었다.
“그건 아니 될 말이오! 백개 선생께서 말씀하시길 남의 나쁜 본을 받지 말라 하셨소. 무고한 사람을 잡아다 노예로 파는 것은 선비놈들의 나쁜 습속인데 어찌 날 더러 같은 짓을 하라는 것이오?”
여포의 말에 가후는 골치가 아팠다.
‘백개 선생이 당대의 명사요, 현인이긴 하나 장군께 너무 바른 것만을 가르치려 하는 구나. 쉬운 길을 두고 굳이 돌아가려 하는가.’
채옹의 영향력으로 인해 여포가 너무 바른 사람이 되려 하니 가후는 실리를 취하는 책략을 구가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빨이 없으면 잇몸으로 대신하면 되는 법. 가후에게는 달리 생각한 것이 있었다.
“장군, 노여움을 푸십시오. 소생의 말은 그런 것이 아닙니다.”
“그럼 무엇이오?”
“우리는 선비병 포로를 잡고 있으니 그들을 이용할 방법이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그들이 싸움에서 패배하여 포로로 잡힌 것이니 그들의 고향에 일러 몸값을 지불하면 풀어주는 것입니다.”
가후가 내놓은 첫 번째 안은 여포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지만 그럭저럭 참고 넘길 만한 정도는 되었다.
“두 번째 방법은 무엇이오?”
“선비병들에게 납치된 우리 병주의 백성들과 맞교환하는 것입니다. 자초 선생의 도움을 받는다면 포로 한 사람과 우리 백성 둘 셋은 맞바꿀 수 있을 겁니다. 사람 목숨에 값을 매길 수는 없다하나 단 한사람이라도 더 우리 한나라의 백성을 구할 수만 있다면 흥정을 한다고 해도 흉을 볼 자는 없을 겁니다.”
가후의 말에 여포는 무릎을 치며 일어나 그에게 읍을 했다.
“정녕 묘책이오. 이, 여 모는 선비병에게 부모형제를 잃은 병주 백성들을 대신해 선생께 감사의 예를 표하오.”
여포는 묘안을 내놓은 가후가 고맙기 짝이 없었다.
여포 자신부터가 선비병에게 부모형제를 잃었다. 선비병들은 늙거나 어리면 베고 젊은이들을 잡아다가 노예로 삼았다. 때문에 생이별하여 생사를 알지 못하는 처지의 집들이 한 두 곳이 아니었다.
그런데 이 수천의 포로들과 납치되었던 백성들을 맞바꿀 수 있게 되었으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자초 선생, 이 일을 맡아주시겠습니까?”
여포가 묻자 단목영이 일어나 두 손을 모아 들었다.
“기꺼이 맡겠습니다.”
“고순.”
단목영의 승낙이 떨어지자 여포는 고순을 찾았다.
“예, 주군. 하명하십시오.”
“선비족과 오환족은 그 말과 습속이 거의 같다 들었다.”
“예, 주군. 그들은 뿌리가 하나인 자들입니다.”
“좋다. 네가 자초 선생을 도와 이 일을 처리하라.”
“명을 받듭니다.”
* * *
병주 최남단 천정관.
천정관의 학소는 동탁의 대군을 목전에 두고 있었다.
“음······!”
학소는 이각이 이끄는 삼만의 대군을 보며 침음성을 흘렸다.
“장군, 어찌 그러십니까?”
부장 하나가 학소를 걱정스런 표정으로 보며 물었다. 그러자 학소는 긴 한숨을 쉬며 손으로 이각의 대군을 가리켰다.
“적의 대군을 맞이하여 대승을 거둬 내 이름을 만방에 알리려 했거늘 고작 수만이라니······. 적어도 적병이 십만은 되어야 내 이름이 두고두고 회자되지 않겠느냐?”
‘미쳐도 곱게 미쳐야지······. 천정관의 삼천병력을 죄다 지옥 아가리에 꽂아 넣어야 직성이 풀리겠느냐?’
학소의 말에 부장은 속으로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다.
천정관의 병력은 고작 삼천. 아무리 천정관이 난공불락의 요새라고는 하나 상대는 열배가 넘는 대군이었다.
지금의 상황도 극악이라 할 만한데 십만이라니······.
“적군의 총사가 누구라 하더냐?”
“이각이라 합니다.”
“이각이라······. 곽사는 어디가고 혼자 왔단 말인가. 동탁, 이 학소를 너무 쉽게 보았다. 고작 이각 혼자 보내서 이 천정관을 넘겠다고? 후후후!”
이각과 곽사는 동탁 휘하의 장수들 중 수위를 다투는 맹장들로 여포군에 비하자면 성렴과 위월 같은 존재였다.
뿌우우-! 뿌우우-! 둥-! 둥-! 둥-! 둥-!
뿔피리 소리와 함께 개전을 준비하는 북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제야 움직일 모양이군.”
학소는 수만 대군을 맞이하고도 초연하게 칼을 뽑아들었다.
“전투를 준비하라.”
학소의 나지막한 말을 부장들은 목이 터져라 전파했다.
“전군, 전투를 준비하라!”
학소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천정관의 성벽 위로는 화살부터 돌덩어리, 기름 등 무기로 쓸 것들이 놓여졌다.
둥! 둥! 둥! 둥!
개전을 알리는 북소리와 함께 이각의 삼만 대군이 천정관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검은 연기를 꼬리처럼 달고 날아드는 불붙은 기름 단지가 하늘을 수놓았다.
그리고 함성을 지르며 이각의 병사들이 사다리를 들고 치달리기 시작했다.
학소는 이 모습을 보며 검을 고쳐 쥐었다.
‘와라, 얼마든지 상대해주마!’
* * *
늦은 밤.
가후와 저수가 여포의 군막을 찾았다.
“형님은 그러실 분이 아니오!”
여포가 불같이 화를 내는 것은 가후와 저수가 장양의 의중을 확실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가후도 지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장 총령이 딴 마음을 품게 되면 돌이킬 수 없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장 총령에게 정양영의 인수를 달라 하십시오. 만일 순순히 내어 준다면 모르겠어나 딴 마음을 품고 있다면 인수를 내주려 하지 않을 겁니다.”
“가 선생, 어찌 그리 형님을 의심한단 말이오? 형님은 내게 아비 같은 존재라 몇 번을 얘기했소?”
“지금은 난세입니다. 이는 몇 번을 의심해도 과하지 않습니다.”
저수도 가후의 의견에 동조했다.
“소생 역시 장 총령의 의중이 의심스럽습니다. 만약 장 총령에게 다른 생각이 없다면 어찌 아직까지 장군께 인수를 바치고 귀부하지 않는단 말입니까?”
여포는 이들의 걱정이 다 부질없는 것이라 여겼다. 그는 장양을 마음 속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천하가 내게서 등을 돌린 때에도 오직 장양 형님만은 나를 구하기 위해 오다가 변을 당하셨다. 아······! 이걸 말해줄 수도 없고, 말을 해줘도 믿지 않을 텐데······.’
여포는 죽음의 순간에서 시간을 거슬러 돌아왔기 때문에 장양의 진심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여포의 신뢰에 화답이라도 하듯 장양이 이 밤 중에 찾아왔다.
“봉선아, 안에 있느냐?”
“들어오십시오.”
여포가 친히 군막의 휘장을 걷고 그를 맞이했다.
장양은 군막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돌연 품속에 손을 넣었다. 그러자 저수의 날카로운 시선이 장양의 손을 주시했다. 혹시나 비수라도 품고 있다가 여포가 방심한 틈을 타 찌르려 할까 걱정했던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장양이 품속에서 꺼낸 것은 정양영의 인수였다. 장양은 이를 두 손으로 조심스럽게 들어 여포에게 바쳤다.
“형님, 이게 뭡니까?”
“북대영의 인수다.”
“이걸 왜······?”
“군량도 보급도 이제는 유지할 능력이 없으니 더는 북대영을 이끌 수가 없구나. 내 휘하의 병사들에게 밥 한 끼 제대로 먹일 수 없으니 북대영을 이끌 자격이 없다.”
장양의 말에 여포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여포에게 있어 장양은 무예를 가르쳐 준 스승이며, 군문으로 이끈 선배이자 동시에 그의 정신적 버팀목이었다. 언제까지나 당당한 모습으로 남아있을 줄 알았다.
마치 사랑하는 연인이 지금의 꽃다운 모습 그대로 변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내의 마음처럼······.
“인수를 제게 주시면 형님은 어찌 합니까?”
“내 나이도 이제 쉰이 넘었다. 떠나야지. 군문에 너무 오래 남아 있었어. 군문에 들어 그 수많은 전장을 겪고도 아직 살아남았으니 하늘이 마음 변하기 전에 떠나야 하지 않겠느냐?”
“안됩니다. 형님은 아직 은퇴하시면 안 됩니다.”
“안 되기는 뭐가 안 되느냐?”
“제가 못 보내드립니다. 제 곁에 계십시오. 재물을 원하시면 재물을 산처럼 쌓아 드릴 것이고, 관직을 원하시면 천자께 상주하여 관직을 청해보겠습니다.”
“알겠다. 네 그리 청하니 네 패업을 위해 북방을 지키겠다. 허나 앞으로는 지금처럼 나를 대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나 역시 공석에서는 널 주공의 예로 대할 것이니라.”
* * *
여포군은 정원군에 속했던 병사들을 대부분 받아들여 병력을 크게 불렸다. 오천에 불과했던 여포군에 삼만에 가까운 병력이 더해진 것이다.
게다가 장양이 일만 군사와 함께 여포에게 귀부했으니 사만 오천의 대군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군량이었다.
가후는 온서를 심문하여 정원이 소점에 군량을 쌓아두고 송익으로 하여금 지키게 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고민할 것도 없이 여포는 소점을 쳐서 군량을 확보하기 위해 남하했다.
가후는 노병들을 이용해 병주 전역에 정원의 죽음을 알리고, 여포가 진정으로 병주의 주인이 되었음을 전했다.
이 소식은 진중(晉中)에 은거하고 있던 등고를 깨우게 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