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Peace Biography RAW novel - Chapter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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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만두가게 아가씨
도겸은 친히 전군을 지휘하고, 상장 조표(曹豹)를 선봉으로 삼아 노국을 점령했다. 노국은 빈 땅이었으므로 저항하는 이가 아무도 없었다. 도겸은 손쉽게 노국에 자신의 깃발을 꽂고 웅거했다. 곧장 서주로 돌아가지 않는 것은, 조조가 원술에 의해 치명타를 입으면 연주의 동부를 침공해 손에 넣겠다는 야심만만한 포석이었다.
우리로서는 그의 노국 점령이 그다지 반갑지 않았는데, 우리의 서쪽인 노국까지 그가 통할하면서 우리는 도겸에 의해 포위된 형세가 된 까닭이었다. 노구를 비롯한 이들이 이를 크게 걱정했는데, 어차피 도겸은 조조를 이기지 못할 것이므로 나는 개의치 않았다.
장연과 어부라는 연합하여 연주의 북쪽을 공격했는데, 조조는 별부사마(別部司馬) 하후연(夏候淵)으로 하여금 1만의 군사로 요격하게 했다. 그 소식이 들린 지 약 열흘쯤 후에 조숭이 소를 한 마리 잡아 산채를 찾아왔는데, 그는 헤벌쭉 웃으며 장연과 어부라가 하후연에 의해 격퇴되었다고 했다.
“장연과 어부라는 적지 않은 군세였을 텐데… 대단하군요.”
조숭은 소고기를 씹으며 대답했다.
“하후묘재(妙才, 하후연의 자)는 출중한 녀석이거든.”
그는 나에게 술을 가득 따라주었다.
“맹덕의 휘하에는 제법 솜씨가 좋은 혈족들이 있지. 세간에서는 그들을 묶어 조가사준(曹家四俊)이라고 하는 모양이야.”
그가 꼽은 사준은 하후돈 원양, 하후연 묘재, 조인 자효, 조홍 자렴이었다. 삼국지를 탐독한 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이다.
“장연과 어부라가 격퇴되었다면 원술도 시간문제지.”
조숭은 전황을 낙관하고 있었다.
대규모의 연합군은 처음에는 그 위세가 대단하지만, 불의의 일격을 당했을 때는 정신을 못 차리는 법이다. 애초에 결속이 굳지도 않고 명분도 희미하기 때문에 쉽게 전의를 상실한다. 하후연이 장연과 어부라를 북방으로 내쫓자 전황은 의외로 쉽게 풀렸다. 시시각각 들려오는 전황은 족족 조조에게 유리한 것이었다.
원술의 상장인 기령(紀靈)이 조가사준의 하나인 의랑(議郞) 조인(曹仁)에 의해 크게 패배하여 예봉이 꺾였다고 했다. 제법 야심찼던 원술의 연주공략은 조조의 승리가 유력해졌다. 노군에 웅거하며 주판알을 튕기던 도겸도 우선은 조표만 노국에 주둔시키고 자신은 다시 서주로 돌아갔다.
“찬아, 네 말대로 조조가 이겼어.”
영자는 대체 어떻게 짐작했냐며 자꾸 이유를 캐물었지만 마땅히 돌려줄 말이 없어 나는 만두나 먹으러 가자고 했다.
전쟁의 여파는 컸다. 남양태수 원술은 전쟁의 실패와 시시각각으로 육박해오는 유표의 존재를 거북하게 여겨 근거지를 버렸다. 그가 웅거한 곳은 장강을 끼고 있는 양주(楊州)였다. 당시 양주에 근거하던 양주자사 진우였는데, 그는 원술이 세운 괴뢰였다. 그럼에도 진우가 원술에 항거하니 원술은 간단히 그를 제압했다. 원술은 이 일대를 장악하고 군벌인 교유(橋蕤)와 장훈(張勳)을 포섭하여 재기를 노렸다.
원술을 꺾은 조조는 쉬지 않고 동쪽으로 질주했다. 나는 춘추좌씨전을 읽고 있었는데, 노구가 급히 나를 찾는 관계로 나는 그의 집무실로 출두했다. 그의 집무실에는 첨병이 경과를 아뢰고 있었다.
“장군! 조조가 장군 조홍(曹洪)과 군가사마 악진(樂進)에게 군사 1만을 맡겨 선봉으로 삼고 자신이 친히 중군을 이끌고 사마(司馬) 순욱(荀彧)으로 하여금 후군을 맡게 하니 위세가 자못 강합니다.”
“노국을 친다더냐.”
“그러합니다.”
노구는 나를 바라봤다.
“조조가 도겸을 공격하기 시작했어. 우리도 조조를 도와 도겸을 공격해야 하나?”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조조는 우리의 지원을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을 거야, 대장. 서주를 독차지할 심산인데 우리가 숟가락을 얹으면 껄끄러워할 걸. 일이 끝나면 영지분할 과정에서 우릴 칠 수도 있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우선 조조에게 밉보일 필요는 없지. 잠시만 기다려줘.”
나는 시종에게 지필묵을 대령하게 하고 한 자 한 자 정성스레 글을 내려썼다. 나는 서예에 젬병인데 제법 또박또박한 글씨로 잘 써졌다. 신기한데? 이것도 관우의 도움인가.
소장 도위 장패는 본디 서주자사 도겸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러나 소장이 태산의 웅거하여 멀리서 그의 정치를 보니 패악이 심합니다. 악인을 등용하고 어진 선비를 내치니 어찌 올바른 정사라 하겠습니까.
또한 그가 이번에 도적의 수괴인 궐선과 짜고 낭야를 약탈하려 하기에 소장이 태산태수 응소, 낭야상 소건과 함께 그를 물리쳤습니다. 또한 명공께서 원술의 무리와 겨루시는 틈을 타 비겁하게 노국을 점유하고 명공을 압박하니, 과연 그에게 도리가 있습니까. 이제 명공이 군사를 휘몰아쳐 도겸을 벌하려 하니, 저희의 뿌리는 도겸에 있으나 그를 돕지 않으려 합니다. 낭야에 거하시는 명공의 춘부이신 조숭 님을 잘 보필할 터이니 명공께서는 오로지 악인을 벌하는 데 주력하십시오.
노구는 내가 쓴 글을 정독하더니 혀를 내둘렀다.
“알랑방귀 한번 참 잘 뀌는군, 화평자.”
“대장, 알랑방귀라니. 우리 군의 명운을 짊어진 무거운 책임감으로 쓴 명문이지.”
“어쨌든 확실히 의사표시를 해두면 조연주가 우리를 치지는 않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공손찬은 자신의 심복인 청주자사 전해를 움직여 도겸을 돕게 할 거야. 그러면 우리는 빈집인 청주를 털어버리면 돼. 아니면.”
“아니면?”
“이 글을 당장 불태워버리고 서주로 가도록 해.”
“왜지.”
“명운이 그렇거든. 조조는 연전연승하며 도겸을 사지로 몰아넣을 거야. 그런데 연주의 호족인 진궁(陳宮)과 조맹덕의 옛 동료인 진류태수 장막(張邈)이 방랑자 여포(呂布)를 끌어들여 조조의 뒤통수를 칠거야. 조조는 도겸의 목을 눈앞에 두고 철군하게 되지. 대장이 위험을 무릅쓰고 도겸을 구하고자 하는 태도를 확실히 하면, 서주의 민심은 자연히 대장에게로 쏠리고 서주의 호족들을 잘 구슬리면 차기 서주자사는 대장이 되는 거야.”
사실 원래대로라면 장패는 이 과정에서 여포에게 붙지만, 나는 구태여 그 말은 얹지 않았다. 노구는 어안이 벙벙하다는 표정이었다.
“대체 그 말도 안 되는 예상의 근거가 뭐야.”
“전체 상황을 보면……”
“집어 치워!”
나는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나는 조언을 할 뿐이야. 선택은 대장이 하라고.”
노구는 잠시 고심하다가 나를 불렀다.
“화평자.”
“결정하셨습니까, 대장?”
그는 나에게 내가 쓴 글을 두루마리에 엮어 건네주었다.
“조연주에게 다녀와.”
“청주를 집어삼키기로 하셨군.”
나는 흔쾌히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조표는 노국에서 조홍에게 크게 패해 서주로 퇴각했다. 조조는 노국에 진지를 마련하고 조홍과 악진에게 계속해서 진격하라고 명했다.
나는 노구의 사자가 되어 영자의 호위를 받아 노국으로 향했다. 워낙 사자는 파리 목숨이라 잔뜩 겁을 먹긴 했는데, 숱하게 이름을 접했던 조조를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뜨기도 했다. 설마 자기한테 호의를 품은 사자를 죽이기야 하겠어?
“장패의 휘하에 있는 제갈찬이라고 하오. 조연주를 뵈려고 왔소.”
나는 군문을 지키는 장교에게 공손히 청했고, 그는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주었다. 그러자 말쑥한 차림의 청년이 나를 맞았다. 수염은 짧았고 표정은 온화했으며 눈빛은 착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척 봐도 나보다 연상이었는데, 그는 나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제갈 공, 잘 오셨습니다. 조연주를 섬기는 순문약(文若, 순욱의 자)이라고 하오.”
이 자가 순욱이구나. 나는 나도 모르게 허리를 접었다.
“제갈찬입니다. 문명이 높은 명공을 뵈니 가슴이 들뜨는군요.”
순욱은 편하게 웃었다.
“과찬이십니다…… 자, 주공께서 기다리시니 안으로 드시지요.”
조조의 집무실은 소박했다. 별 다른 장식 없이 칼만 세 자루 걸려 있었다. 그는 평소에도 갑옷을 벗지 않고 있었다. 수염은 풍성하게 나 있었고 몸집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눈은 작은 편이었는데 아래로 깔보는 듯한 시선에 나도 모르게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목이 길고 귀가 커서 기품이 넘쳐 보였다. 그의 좌우를 기골이 장대한 이 두 명이 지키고 있었는데, 나중에 들으니 그들이 하후돈과 하후연이라고 했다. 나는 침을 꼴깍 삼켰다. 내가 조조의 앞에서 절을 올리니, 조조는 중후한 목소리로 나에게 물었다.
“그대는 장패의 수하라고 했지. 무슨 일인가.”
나는 엎드린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장 공께서 시생에게 분부하기를, 조 공께서 노국에 당도하셨다니 마땅히 인사를 드려야 한다, 이 서신을 전하라 했습니다. 그 명을 받잡아 지금 조연주를 뵙습니다.”
조조는 웃지 않았다.
“고마운 말이로군.”
그는 좌측의 하후돈에게 눈짓했다. 하후돈은 나에게 터벅터벅 걸어와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의 두터운 손아귀에 서신을 쥐여 주었다. 하후돈이 조조에게 서신을 전달하고, 조조는 가느다란 눈을 움직이며 서신을 읽었다. 조조가 내 글을 읽고 있어! 나는 전율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