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04
돌아가자는 말에 좋아하는 이도 있었지만 싫어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돌아가기로 결정했는데 어쩌겠나.
짐을 꾸린 이들이 준비를 마쳤을 때 난 찾아 온 마차에 가족들을 태웠다.
“이거 아쉽습니다. 더 계셨으면 좋았을 것을.”
“뭐 어쩔 수 없지.”
진군이 웃으며 배웅을 해 주었다.
그는 며칠 더 머문다고 했다.
그냥 노는 것보다는 태원장의 공사 현장을 좀 더 지켜보기 위해서였다.
“거중기의 활용법에 대한 정리를 해서 보내줬으면 하는데. 괜찮겠나?”
“그러지요.”
진군도 거중기에 대해서는 꽤 관심이 많은 듯 보였다.
어쨌든 그도 정치가다.
저런 장비들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생길 수 있는 이득에 대해서는 나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고 있었다.
그러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휘야. 너도 가자.”
“어… 저는 좀 더 머물렀으면 합니다만.”
“흠…”
함께 돌아가자는 말에 휘는 거절했다.
난 순선을 보았고 순선은 움찔했다.
“사위!!”
“예, 예.”
“난 자네를 믿네.”
“하하…”
식은땀을 흘린다.
내가 의심 가득한 눈으로 바라보자 휘가 내 품에 안겼다.
“아버지. 걱정마세요.”
“…너도 걱정된다.”
이쯤되니 휘가 나서서 덥친게 아닌가 싶다.
으.
그런거면 오히려 순선을 갈구기 힘든데.
난 순선을 응시했고 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거, 걱정마십시요. 아버님.”
“그래. 걱정 안해도 괜찮지? 응?”
“물론입니다.”
순선이 웃으며 말하자 난 성이와 모현에게 시선을 돌렸다.
얘들은 상황이 다르다.
일단 결혼을 했으니 말이다.
난 모현의 손을 잡았다.
“아가야.”
“예. 아버님.”
“너무 조급해하지 말렴.”
“알겠습니다.”
모현은 희미하게 웃었다.
그녀의 손을 잡아 준 후 난 성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도 한 가정의 아비가 될 몸인 만큼 내 더 이상 말하지는 않으마. 알아서 잘 하리라 믿는다.”
“이년 안에 태학을 졸업하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훌륭하구나.”
성이가 밝게 웃으며 답하자 난 그의 머리를 다시 한번 쓰다듬어주었다.
“율아. 가자.”
“예.”
“저!! 율 누님!!”
“응?”
작게 주먹을 말아쥔 진태가 한걸음 나선다.
그의 행동에 우리는 다들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저…”
뭔 얘기를 하려는거지?
머뭇거리던 진태는 율이에게 다가가 율이의 손을 잡았다.
“어머~”
“태원장에서 같이 있는 시간이 길더니. 조숙하네. 후훗.”
“오~ 그래. 진 도련님! 그렇게 하는거유!!”
다들 감탄하며 환호한다.
율이가 웃으며 바라보자 진태는 율이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오년!!”
“오년…?”
진태의 당돌한 외침에 우리는 전부 의아해했다.
많은 시선을 받으면서도 진태는 당당했다.
“오년 안에 누님을 데리러 가겠습니다!”
“와우~!”
“오오~ 멋진데!”
여기저기서 휘파람을 불며 난리가 났다.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인 진태가 단호한 어조로 말하는 것에 진군은 난감해했다.
“승상복야?”
“흠…”
“어라?”
다들 날 쳐다본다.
아니 왜?
“열심히 해봐라.”
“예!! 승상복야!”
“엑!? 어째서!?”
순선은 굉장히 억울해하며 날 보았다.
아니 너랑 얘랑 같냐.
“하지만 쉽지 않을거다. 일단 넘어야 할 산이 많거든.”
“…알고 있습니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진태는 다부지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단 성이, 그리고 관평과 식이, 충이와 하후상을 넘고 그 다음에는…”
율이와 관계된 이들의 이름을 전부 말해주었다.
진태는 진지한 표정으로 나를 응시했고 순선은 떨떠름해했다.
순선이야 이미 다른 이들의 호감을 사서 인정을 받았으니 내가 강경하게 나왔을 뿐이다.
하지만 진태는 다르지.
아직 일단계인 성이도 넘지 못했다.
“그리고 마지막에 나를 설득해야 한다. 가능하겠냐?”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진군은 아들의 성장에 기뻐해야 할지, 아니면 내 눈치를 살펴야 할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뭘 그러냐?
“높은 절벽 위의 꽃은 용기있는 자만이 얻는 법이지. 그 용기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어.”
물론 갈굴 생각은 많지만.
“예!!”
진태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것을 지그시 응시하던 순선이 다가왔다.
“저도 높은 절벽 위의…”
“그래. 인정하니까 이렇게 나오는 거 아니냐.”
난 순선을 싫어하는 거 아니다.
딸 가진 애비로서 이러는 것 뿐이지.
그래도 결혼을 부정한 건 아니잖아?
순선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진태에게 다가갔다.
“태야. 내 말 잘 들어라.”
“예. 형님.”
“정말 고생 많을거다…”
순선의 말에 다들 피식 웃었다.
뭐 됐지.
율이도 딱히 진태를 거절하거나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아직까지는 남녀관계보다는 노는 것에 더 관심이 많은 듯한 율이다.
차차 커가면서도 진태도, 율이도 이래저래 생각하겠지.
그리고 율이를 얻으려면 나 말고도 넘을 큰 산이 있다.
바로 조조.
조조를 어떻게 넘을지가 의문이군.
“승상복야. 저…”
“어렸을 때는 다 저런 법이지. 좀 더 크고 나면 그때 자세한 이야기를 해보세.”
진태는 율이를 처음부터 마음에 들어했지만 그게 진심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지금 당장 경계를 하니 마니를 할 필요는 없는거다.
내 말에 진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잘 키워보게. 그래도 배짱하나는 끝내주는 것 같으니까.”
이렇게 많은 이들 앞에서 저렇게 당당할 수 있다면 떡잎이 아주 좋다는 거다.
장래가 기대되는구만.
진군은 그제서야 아들의 모습에 뿌듯해했다.
“그럼 돌아가자.”
산양군에 복귀하기 전 나는 요화만 데리고 따로 빠졌다.
복귀하는 길에 내 봉지에 들려 연구소에 가보기 위해서였다.
걱정하는 아내들을 아버지가 가는 길에 딸려 보낸 후 적은 수의 인원만 이끌었다.
“굳이 자네까지 올 필요는 없는데.”
“그래도 겨울이잖습니까. 주제파악 못하는 도적들이 덤벼들 수 있습니다.”
만약을 위해 태사자가 나를 호위하기로 했다.
아버지의 호위야 서황이 있으니 걱정은 없었다.
그의 호의를 감사히 받아들이고 팽성군에서 북쪽으로 올라간 나는 꽤나 번화한 도시에 들어갔다.
“봉지는 받아놓고 잘 오지도 못하는구만.”
진가윤.
내가 받은 봉지의 이름이다.
호수로는 약 사천여호.
거의 하나의 현 수준이다.
“봉지에서 나오는 수입이 꽤 됩니다. 물론 대부분은 연구소에 들어가기는 하지만. 그 성과로 다시 수익을 올리니 괜찮은 편입니다.”
“그러겠지.”
대부분의 농경 기술을 진가윤에서 먼저 시험해보니까.
다른 곳보다 한두단계 정도 더 발전된 곳이 바로 진가윤이다.
진가윤의 성벽을 지나 안으로 들어간 나는 겨울 보리가 자라고 있는 것에 감탄했다.
길가에 나 있는 보리를 뜯어 입에 넣어보았다.
쌉싸름한게 괜찮다.
“요새 보리 농사는 어떻지?”
“큰 문제는 없습니다. 땅을 깊게 판데다가… 그 뭐시냐.”
“이앙법?”
“예. 따로 종자를 길러 쭉정이나 약한 놈들을 배제하는 것으로도 꽤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습니다.”
“그렇군…”
휴경지의 활용, 그리고 순무와 콩의 재배.
가끔씩은 구하기 힘든 석회도 뿌려가며 지력을 안정화시켜나가며 수입을 올린다.
봉지는 적은 세금만 내면 나머지는 전부 봉주의 것이다.
이천여호나 되는 커다란 봉지에서 매년 풍작이 일어나는만큼 짭짤한 수입을 올릴 수 있었다.
“목장의 상태는?”
“좋은 말과 양, 소를 키우기 쉬워졌습니다. 그것으로 퇴비도 만들어 주변에 팔고 있어서 손실도 적고.”
“훌륭하구만.”
요화의 보고에 고개를 끄덕였다.
길가를 다니는 백성들의 표정은 꽤 좋아보였다.
혈색도 좋아보이고 체형도 괜찮다.
진가윤의 백성 중에는 소작농으로 왔다가 윤의 백성에 아예 자리를 잡은 이들이 많았다.
윤의 백성이라고 해서 따로 뭔가 더 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어지간한 현에 있는 것보다 세금을 덜 내는 편인만큼 대부분 백성들은 이곳에 들어오기를 원하고 있었다.
“철제 농기구가 부족하지는 않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몇몇 마을에서 윤에 봉속되기를 원하던데…”
“신원검사부터 제대로 해놓고 합류하라고 해.”
내 봉지를 마땅히 관리할 만한 사람이 없었다.
덕분에 요화가 임시 봉주 역할을 하며 이래저래 인망을 얻었다.
그의 보고를 받으며 난 봉지 끝에 있는 넓은 성으로 향했다.
윤의 성보다 이 내성을 지키는 병사들이 더 강해보인다.
“정지.”
성의 입구에 있던 병사들이 창을 들이댄다.
요화가 신분패를 보이자 병사는 확인한 후 창을 걷었다.
“봉주를 뵙습니다.”
흑귀대 중에서도 실력이 강하고, 신중한 녀석들 중 일부가 전력으로 지키는 곳이 바로 이 연구소다.
원래는 농법이나 이유하의 지식 중 쓸만한 것을 연구하는 곳이었는데 순선과 모가를 보낸 이후로 좀 더 넓어져 여러가지 기술을 연구하게 되었다.
전에 왔을 때보다 더 넓어진 안으로 들어간 나는 성벽 근처에 있는 사격장을 보고 감탄했다.
“오… 이건 연노인가?”
“봉주!! 오셨습니까!”
연구원 중 하나가 나를 발견하고 웃으며 달려왔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연노를 보여주었다.
“보 군승의 도움을 받아 이번에 새롭게 개량한 연노입니다.”
“흠…”
전에 노숙이 썼던 것과 별 차이는 없어보이는데?
내가 그것을 들고 탄창을 장착하자 연구원은 웃으며 말했다.
“전에 봉주께서 보내주신 연노보다 조금 더 개량되었습니다.”
“어느 부분에서?”
“한번에 쏠 수 있는 탄의 수는 줄었지만 사거리와 위력이 늘어났습니다. 음. 연사 속도도 조금 줄기는 했지만.”
그의 말에 난 연습용 사격장 앞에 섰다.
천천히 손잡이를 움직이자 십장 정도 바깥에 있던 과녁에 화살이 꽂힌다.
“물론 그 탄성을 계속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전에 흑귀대의 요원들의 보고처럼 몇번 쏘고 나면 시위를 교체하거나 다른 부품을 교체해야 합니다만…”
“흠…”
“전시는 힘들겠지만 도시에서 사용하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그렇겠군.”
전장에서는 매번 탄창의 교체와 시위, 그 외 다른 부품의 교체가 쉽지 않다.
하지만 도시에서 치안 유지를 위해 사용한다면 나쁘지는 않을거다.
어쨌든 보급을 받기 쉬울테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인 후 그것을 돌려주자 연구원은 환하게 웃었다.
“그리고…”
“어? 오셨습니까!”
긴 머리를 풀어헤친 채 터덜터덜 걸어오던 회의의 사내는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이 연구소의 주요 인물 중 하나인 이전이다.
제대로 씻지도 않은건지 그는 황급히 머리를 틀어 묶고 내 앞에서 애써 단정한 모습을 보였다.
“하하. 오래간만입니다. 승상복야.”
“그래. 오래간만이네. 그런데 자네는 어째 서주에 있을 때보다 더 폐인이 된 듯 싶구만.”
“하하하… 연구가 재미있어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태원장에 가셨다고… 순 소장은 만나보셨습니까?”
“음. 거중기를 보았네. 꽤 좋던데?”
“아직 세부적인 조정이라든가 다른 것들이 필요합니다. 자. 어서 들어오십시요.”
“이 소장님. 아직 설명이 끝나지 않았습니다만.”
“음?”
“이 연노의 개량과 더불어 앞으로의…”
“아. 그거.”
연구원을 향해 이전은 싱긋 웃었다.
“그 연구는 처음부터 다시해야 할 걸세. 도저히 탄성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거든. 처음부터 시작하세.”
“으아아아아악!!”
이전이 아무렇지 않게 말하자 연구원은 비명을 내지르며 도망갔다.
그가 구석에서 엉엉 울자 난 떨떠름히 물었다.
“괜찮은가?”
“뭐 저런 일이 한두번도 아닙니다. 적당히 쉬게 해두면 되겠지요.”
이거 어째 공돌이가 갈리는 소리가 들리는군.
지원이라도 더 해줘야 하나…
“자. 들어오십시요. 보여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 그래.”
안으로 들어갈수록 폐인들이 많았다.
그들을 지나치며 안쪽의 방에 들어간 나는 담담한 어조로 말하고 있는 보연사를 발견했다.
그녀를 중심으로 많은 인부들과 학자들이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문제는 연료의 화력을 더 올리는 방법입니다. 곽 대부께서 이 연료를 발견하셨지만…”
“하지만 화력을 더 높이면 가마가 버티지 못할거요.”
“내화성이 높은 재료를 찾을 수는 없는 겁니까?”
“이래저래 고민은 하고 있지만…”
고구려의 선인으로 보이는 이가 떨떠름히 답했다.
“고구려에서도 이 이상의 화력은 필요로 하지 않소. 그렇다면 더 이상은 의미가 없는 것 아닌가?”
“하지만 유리의 제조까지 함께 하려면 좀 더 강력한 화력이 필요합니다. 내화성이 강한 재료를 찾는 것이 우선이겠군요. 그것으로 벽돌을 만들어 가마를 만들지 않는다면 유리 제조는 시도조차 할 수 없습니다.”
벌써 유리에 대한 제조를 시작하려는 건가?
그들의 이야기에 난 웃으며 말했다.
“내화성이 좋은 재료라면 좌풍익에 좀 있던 것 같던데. 그쪽에 문의해보는 것은 어때?”
내가 목욕탕을 만들 때 썼던 돌.
일년을 넘게 불을 피워가며 열을 가했지만 꽤나 버티던 것을 보면 괜찮을거다.
그것을 이용하는게 낫지 않을까?
내 말에 사람들이 고개를 돌렸다.
“승상복야!”
“오셨습니까.”
다들 당황하며 허리를 숙였다.
그들에게 가볍게 말해 준 후 난 보연사를 보았다.
“잠깐 얘기 좀 하지.”
“예. 그럼 여러분. 일다경만 쉬었다가 하시죠.”
이전이나 다른 연구원들과는 다르게 보연사는 꽤 멀쩡해보였다.
쉽게 말해 여전히 예쁘다.
그녀는 나를 향해 빙긋 웃으며 물었다.
“태원장에 다녀오셨다 들었습니다.”
“음. 갔다가 오는 길에 들린거다.”
“좋으셨습니까? 힘은 많이 쓰셨고?”
영이에게 이야기는 들은건가?
보연사의 흥미 가득한 시선에 난 어깨를 으쓱였다.
“내 나름대로 최선은 다했지. 그보다 이쪽의 생활이 즐거운가보군? 오에 있을 때보다 더 표정이 좋은 것 같은데.”
“예. 뭐… 스승님과 있을 때는 이런 식으로 활발하게 연구를 할 수는 없었으니까요.”
보연사는 싱긋 웃었다.
그녀의 반응에 난 한숨을 내쉬었다.
“뭐 필요한 것 있으면 말해.”
“아까 말씀하셨던 그 내화성이 좋은 재료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불가능할 수 있으니 다른 돌들도 있었으면 싶고. 무궁무진한 재료들 중에서 결국 하나를 찾아내야 하는 겁니다.”
“유리를 만들려면?”
“유리 뿐만이 아니라 더 좋은 철을 만들기 위해서도.”
유리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더 좋은 철이 필요할까?
내 시선에 보연사는 쓰게 웃었다.
“다른 장비들을 만들때도 좋은 철은 필수입니다. 지금 곽 대부가 만든 정도의 철도 나쁜 것은 아니지만…”
운철만은 못하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보연사는 희미하게 웃었다.
“생각보다 좋군요.”
“뭐가?”
“든든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이. 노 스승님이 계실때는 좀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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