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11
“견가에 가신다구요?”
“응. 유주에 황충이 출현했다고 해서. 견가도 걱정되는 만큼 올라가보려고.”
아내들이 머무는 방에서 난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영이와 청이가 임신한 지금 움직이는 것이 조금 불안하기는 했다.
“유주면… 자렴 숙부님이 계신 곳인데.”
“응. 그래서 더 가보고 싶어. 다행히 견가쪽에는 큰 피해가 없다고 하지만.”
견희의 표정에 안도감이 서린다.
하지만 황충이 등장했다는 것 때문에 다들 걱정을 하고 있었다.
“황충이 내려오지는 않겠죠?”
“글쎄. 하지만 사람들 얘기로는 서쪽으로 갔다고 하니까… 일단은 안심해도 좋지 않을까 싶어.”
말 그대로 일단은 이다.
황충은 자연재해다.
그것도 지진이나 가뭄에 버금갈 정도의 커다란 재해.
한번 황충이 뜨면 그 지역은 완전히 쑥대밭이 되어버린다.
이번에 피해가 적다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었다.
뭔가 대책을 세우기는 해야 하는 것이다.
그 대책을 이야기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었다.
직접 봐야 뭐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알지.
“다녀와요. 이쪽의 걱정은 말고.”
“음…”
영이가 상냥히 웃으며 말하자 완이는 나에게 다가왔다.
내 손을 잡은 그녀는 베시시 웃었다.
“언니들은 제가 돌볼게요.”
“너도 임신했을 수도 있잖아. 그런 소리 말어.”
“헤헤… 기대되기는 하네요.”
완이의 머리를 쓰다듬어 준 나는 희아에게 다가갔다.
희아의 손을 꼭 잡으며 속삭였다.
“견가에는 내가 들려볼테니까 너무 걱정말고.”
희아 역시도 임신했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
그런만큼 그녀도 쓸데없는 걱정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녀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황충이라는 말에 희아도 걱정이 큰 모양이었다.
“네…”
“그럼… 서황과 장합은 두고 갈거야.”
“어? 그럼…”
“뭐 북방이 그렇게 위험한 곳도 아니고, 하후상이 복귀했으니까 그 녀석과 허 장군이 함께 갈거야.”
허저와 하후상 정도라면 충분하다.
전쟁을 치루러 가는 것도 아닌데다가 유주에도 병사들이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겠지.
다들 불안해했지만 서황과 장합 둘 다 데리고 가기에는 내가 더 불안했다.
주령이나 관평이라도 있으면 좋겠지만 둘 다 지금 다른 곳에 가 있으니까.
내가 웃으며 말하자 그녀들을 고개를 끄덕였다.
“몸 조심해요.”
“알았어. 내일 바로 출발할거니까… 배웅은 하지마. 아침 일찍 갈거야. 뭐 준비 안해도 되고. 푹 쉬어.”
배웅 하지 말고 준비하지 말라고 했지만 영이는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했다.
가면서 먹을 주먹밥과 간단한 보존식, 그리고 입가심을 위한 육포와 어포까지.
바리바리 싸서 가방에 넣어 준 영이는 내가 빤히 바라보자 히죽 웃었다.
“왜요?”
“참나. 무리하지 말라니까.”
“응. 무리 한거 아니니까.”
이만큼 준비하려면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난 것 같은데.
영이가 웃으며 말하자 뒤에 있던 완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즐겁게 준비한건데요.”
“그래. 그래.”
“이것도 가져가세요.”
희가 준비한 두툼한 털옷이다.
북방은 추울지도 모른다고 만들던 옷을 벌써 완성시켰다.
며칠은 걸릴 것 같다고 하더니만.
털옷을 가볍게 챙긴 후 난 청이를 보았다.
“청아. 그럼 다녀올게.”
“알겠어요.”
지금 제일 걱정되는게 청이다.
당지가 말했던 것처럼 청이의 나이가 나이다보니 더 그런다.
난 그녀를 한번 안아 준 후 입맞췄다.
다른 아내들에게도 작별인사를 한 후 밖으로 나오자 기다리고 있던 이들이 무기를 들었다.
“병영까지 가는거유?”
“응.”
“그럼 갑시다.”
장삼이나 다른 흑귀대 최고참들도 이번에는 같이 안간다.
진가장을 지켜달라는 내 말에 다들 수긍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북쪽이 전쟁터라면 이들도 어떻게든 머리를 굴려가며 조를 나누겠지만.
황충에 의해 피해를 입었을 뿐이지 전쟁이 난 것은 아니었다.
당장 기주 북부나 유주에도 병사들은 있었다.
그런만큼 흑귀대까지 데려갈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병영에 도착하자 장삼은 웃으며 말했다.
“잘 다녀오슈. 한달 정도 걸리려나?”
“아마 그쯤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 야. 잘 지키고 있어.”
“알겠수.”
씩 웃은 장삼이 흑귀대원들과 물러나고 잠시 후 병영에서 하후상이 걸어나왔다.
“축하드립니다! 승상복야! 이야기 들었습니다!”
“뭘. 어제 온거냐? 오자마자 바로 떠나서 어떡하냐?”
“하하… 뭐 어쩔 수 없지요. 자렴 숙부님이 걱정되기도 하고.”
“준비는?”
“다 끝났습니다. 이번에는 허 장군만 함께 간다고 하더군요.”
“됐어. 그정도면.”
허저와 하후상이면 됐지.
병력은 기동성을 중시해 기병 천여명만 함께 간다고 했다.
하후상이 준 보고서를 확인하고 병영에 들어가니 병사들을 챙기고 있는 허저가 있었다.
“승상복야. 하하. 함께 임무를 수행한 것은 참 오래간만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허저와는 오래 알고 지냈지만 같이 일한 것은 무척이나 드물었다.
전에 여포 잡을 때 말고는 없었던 것 같은데.
허저는 흑마 한필을 가져와 내 앞에 보여주었다.
“좋은 말을 준비했습니다. 타고 가시지요.”
“그럽시다.”
말에 오르고 몇번 움직여본다.
꽤 명마인 모양이다.
말이 순해서 타기 편했다.
내가 이리 저리 움직이는 것을 본 허저는 하후상과 함께 병사들을 통솔했다.
이미 준비는 모두 마친 듯 보였다.
누구 만날 사람도 없으니 바로 올라가면 되겠다 싶다.
“시혜를 위한 군량미는 어디서 받기로 했지?”
“중산군의 노노현에서 받기로 했습니다. 남피에서 중산군으로 식량을 보낸다고 했으니 그곳에서 받아 바로 유주로 올라가면 될겁니다.”
“음. 그럼 됐군.”
업에서 올라가 유주와 인접한 중산군의 노노현에 들러 그곳에서 보급과 함께 식량을 받는다.
그리고 거기서 병사를 더 보급받아 식량을 호위하며 유주로 가는 것이 이번 계획의 주요 골자다.
“그럼 우리는 이동만 신경쓰면 되는 건가?”
“예.”
황충의 피해로 식량이 부족하게 된 것이라면 시혜를 위해 움직이는 식량을 건드릴 소지는 충분히 있었다.
거기에 그럴 가능성은 낮겠지만 간이 배밖으로 튀어나와 중산군에서 개념없이 시혜를 위한 식량을 탈세하는 놈도 있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함께 가는 관리도 중요한데.
“중산군수가 누구더라.”
“황문시랑직을 제수한 양습입니다. 현명한 이며 농업과 목축에 관심이 많은 이라 여기저기서 눈독들이던 인재죠.”
“오. 그가 중산군수가 되었어?”
“예. 승상복야께서 오 정벌을 위한 원정을 가시고 며칠 후에 양 승상께 추천받았다고 합니다.”
하후상의 답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양습에 대해서는 나도 들은 적이 있다.
강족들과 친해서 그들에게 양마산출법에 대해 배웠고, 또 서주에서 퍼트린 농법과 목축법을 익혀 그가 맡은 현은 대부분 풍작을 이뤄냈다고.
그 능력을 인정받아 조조에 의해서 상서부에 발탁, 황문시랑직을 역임했다고 한다.
“안타깝네.”
기주와 유주의 발전을 위해서 그곳으로 보내진 것일텐데.
황충에게 습격을 받아 그게 다 엎어져버리다니.
“뭐 따로 주의할 사항이 있나?”
내가 쓴웃음을 짓자 허저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에 황충이 발생한 것을 가지고 별에 별 소문이 다 돈다고 합니다.”
“어디서 그렇답니까?”
“유주에서. 개중에는 위왕이 부덕한 탓에 이런 일이 생겼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흠… 그렇군요.”
원래 이런 자연재해가 생기면 대놓고 왕을 갈구는 놈들이 있다.
인정은 한다.
다만 용서는 못할 뿐이지.
“숙부님도 고생이 많으시겠군.”
유주쪽은 아직까지 괴력난신을 숭배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었다.
어쨌든 유목민들이나 이민족들이 많이 드나들다보니 제대로 된 교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곳이다.
그런만큼 이번 기회에 그런 쓸데없는 소리 하는 놈들도 싹다 쓸어버려야겠다.
“그럼 가시지요.”
내가 생각을 하는 사이 준비가 다 되었다.
천천히 성문 근처로 간 나는 성문에서 팔짱을 끼고 서 있는 양 사형을 발견했다.
승상이라는 자리가 저리도 한가한 자리였단 말인가?
승상이 직접 나오게?
내가 당황하자 양 사형은 웃으며 말했다.
“먼길 가는데 뭐 해줄 건 없고. 옛다.”
“이게 뭡니까?”
그가 던져 준 것은 하나의 옥패였다..
장군부의 패였다.
거기장군 하후돈의 이름이 적혀 있는 패를 만지며 내가 묻자 양 사형은 무덤덤히 말했다.
“장군부에도 협력을 요청해놨다. 필요시 북방 통제군을 써도 된다는 허락도 받았고.”
“설마 북방 통제군 쓸 일이 있겠습니까?”
“모르는 일이지. 분노한 민중은?”
“끙. 황충보다 무섭다.”
“잘 아네. 가끔씩은 버려야 할 때도 있는 법이야.”
백성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양 사형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그가 이런 패를 준다는 것은 만약의 사태가 생길 수 있고, 그 사태가 발생하면 백성들을 제거하는 것도 각오하라는 이야기다.
“그런 위험한 곳에 휴가중인 사람을 보내다니.”
“네가 가지 않으면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보내는거다. 기껏 정리 다한 유주에서 문제 터지면 죽도 밥도 안되는 거 알지?”
양 사형은 씩 웃은 후 돈주머니까지 던져주었다.
꽤 묵직하다.
안을 보니 금이 잔뜩 들어 있었다.
“간 김에 이것저것 좀 사먹고 그래라. 굶지 말고.”
“하… 알겠습니다.”
“일단 전하께 말씀은 드려놨어. 네가 하고 싶은대로 다 해봐.”
“뭐든 상관없습니까?”
“일단은. 네가 가서 해야 할 일은 유주의 백성들을 달래고 위왕의 이름을 드높이는 거지만…”
날 걱정스레 바라보던 양사형은 작은 기대감을 품었다.
“황충을 억제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도 알아봐봐. 모든 일에는…”
“원인이 있는 법… 황충도 발생한 원인이 있다는 것인가요?”
“그래. 나는 자연재해라고 하더라도 신의 분노가 아니라고 생각해. 뭔가 이유가 있을거다. 아, 물론 이건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주 임무는 유주를 다독이는 정도야. 굳이 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라고 말하지만 양 사형도 은근히 기대는 하고 있을거다.
그리고 나도 생각은 하고 있고.
그의 말대로 모든 자연재해는 그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원인을 제거한다면 결과 또한 없다.
황충이 또다시 발생할 수 있을 원인을 찾아 그것을 제거할 방법을 생각해야한다는 것에는 나도 동의한다.
황충은 이유하의 시대에서도 답이 없었다고 하는 재해다.
예방 정도라면 모를까 한번 뜨면 난리가 나는데.
막거나, 최소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으면 어떻게든 찾아봐야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양 사형은 내 허벅지를 찰싹 때렸다.
“이놈 이거 허벅지에 살 오른 거 보소. 이번 기회에 살 좀 빼고 와라.”
“하하. 알겠습니다.”
“허 장군. 못난 사제를 부탁드리겠소.”
“못난 사제라니요… 하하.”
“승상복야를 이렇게 다루실 수 있는 분은 승상뿐일겁니다.”
허저와 하후상은 허리까지 숙이는 양 사형에게 웃으며 답했다.
“그럼 갑니다.”
“잘 다녀와라.”
양 사형의 배웅을 받으며 성문에서 나갔다.
성 밖에 있던 이들이 우리의 움직임에 허리를 숙이거나 절을 한다.
그것을 받으며 난 생각했다.
황충을 막을 방법이 과연 있을까?
이유하의 시대에도 황충에 대한 문제는 있었고, 그것을 방제하는 방법 정도는 있었다고 한다.
“하아…”
뭔가 방법이 있을 것 같기는 한데.
아무리 황충의 위세가 대단하다고 하더라도.
이유하의 시대에서 그 수가 줄었다면 분명히 대응할 방법은 있을거다.
“젠장. 이건 또 왜 뜬금없이 튀어나와서 사람 복잡하게 만드는건지.”
익주만 잡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는데 정말 뜬금없이 나와서 환장하겠다.
가끔씩 이런 예측 못할 상황이 발생하는게 인생의 즐거움이라는 사람이 있다.
때려버리고 싶다.
오년, 십년을 봐야 하는 정치가에게 있어서 이런 예상 못한 재해는 그저 재앙에 불과했다.
내가 짜증 섞인 어조로 투덜거리자 허저가 차분히 말했다.
“승상복야.”
“음? 왜 그러십니까?”
“너무 혼자 짊어지시려고 하시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아까 승상의 말씀 때문에 그렇습니다. 무를 수행하다보면 항상 듣는 말이 있지요.”
“뭡니까 그게?”
“인간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자연은 이길 수 없다… 순리를 따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순리요…”
“물은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기 마련이지요. 그것을 억지로 바꾸려고 하다간…”
난 고개를 저었다.
허저가 의아해하자 난 천천히 말했다.
“가끔씩은 물이 위로 솟구치는 때도 있어야 합니다.”
특히 이런 자연재해같은 경우에는 말이지.
그냥 굴복하고 싶지는 않았다.
“저는 발버둥 칠 수 있을 때까지 발버둥 칠 겁니다.”
메뚜기에게 식량을 빼앗겼다면 최소한 메뚜기라도 튀겨먹어서 피해를 줄여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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