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12
중산군까지는 큰 피해가 없는 듯 보였다.
하지만 중산군 바로 위의 상산군에도 황충의 피해가 있었다는 말 때문인지 겨울농사를 준비하는 농부들의 표정은 심각해보였다.
“보리농사를 지으며 좋아 해야 할 판국에…”
“어쩔 수 없지요.”
각인된 두려움은 움직임을 둔하게 한다.
지금이야 농사를 시작하는 정도이니 괜찮지만, 추수를 할 때가 되어서 황충에게 털리게 된다면 그만큼 허탈한 일은 없을거다.
특히나 겨울 보리 같은 경우는 아직도 수확량에 대한 시험재배에 가까운지라 수확의 대부분을 농민들이 가져간다.
세금으로 뺏기는 것이 아닌 자기들이 먹는 것인만큼 더더욱 불안해하고 잇었다.
“어서 오십시요. 중산군수 양습입니다.”
“그래. 승상복야 진유하다.”
중산군 노노현 인근에 도착하자 중산군수인 양습이 마중을 나왔다.
그는 우리를 보자마자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승상복야. 그럼 바로 가시겠습니까?”
“오. 연회 준비는 안했나보지?”
“승상복야께서는 연회를 좋아하지 않는다 들었는데… 준비합니까?”
“아니. 그럴 필요는 없지.”
양습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연회를 준비할 생각도 못했습니다. 지금 상황이… 웃고 즐길만한 것은 아니라서.”
“알고 있어. 중산군에서도 여유 식량을 차출했다고 들었으니까.”
중산군 뿐만 아니라 기주의 몇몇 군에서도 유주를 돕기 위해 식량을 보냈다고 들었다.
양습 정도 되는 사람이라면 빼돌리지는 않았겠지.
“청주에서 물자의 지원이 며칠 전 도착했습니다. 확인해봤는데 제대로 된 물자들이었습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청주 역시 서주의 농법과 목축업을 그대로 받아들인 지역이다.
옛날에는 도적들이 많은 곳이었지만 이제는 도적보다는 농민들이나 목축업자들, 그리고 어부들이 많다.
서주와 더불어 많은 곡식을 생산하는 곳이 된 만큼 식량의 여유는 꽤 있을 것이다.
“중산군수는 봤소?”
“으음… 예.”
내가 봤냐는 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도 알고 있었다.
작게 고개를 끄덕인 양습은 머뭇거리며 천천히 말했다.
“끔찍했습니다.”
“솔직히 나는 황충을 한번도 본 적이 없는지라…”
“어? 그러십니까?”
말로만 들었지 황충을 만난 적이 없었다.
황충은 매년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운이 나쁘면 1년에 두어번도 더 볼 수 있고, 운이 좋으면 평생 살면서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나도 살면서 황충을 직접 볼 일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양습은 내 말에 크게 놀랬다.
“셀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메뚜기라는 것은 아는데.”
“예. 저도 황충을 본 것은 이게 세번째에 불과합니다. 옛날 황건적이 창궐하던 시기에 두어번 나타났다고는 들었습니다만…”
“그런가?”
“예. 하지만 저는 그때 본 것이 아니고 양주와 삭주에서 본 것입니다.”
서량과 북방이라.
내가 떨떠름해하자 양습은 시무룩한 어조로 말했다.
“아주 끔찍했습니다. 모든 풀과 나무, 심지어는 나무로 만들어진 집들에도 갈색의 메뚜기가 달라붙어 갉아먹는 것이… 불교에 나오는 아귀와 같더군요.”
“그렇겠군.”
으.
상상만해도 징그럽다.
“허 장군은 본 적이 있소?”
“저도 한번 봤습니다.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솔직히 공포심까지 느껴졌습니다.”
다들 질려 하는 표정이다.
하후상은 나와 마찬가지로 황충을 직접 본 적이 없는 듯 의아해하고 있었다.
“가봅시다.”
중산군의 군수인 그가 자리를 비우는 것이지만 양습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후임자가 괜찮은 모양이지?
“식량창고에서 식량을 빼고 있습니다. 중산군의 병사도 합류할테니 잠시 기다려주셨으면 합니다.”
“그러지. 아. 물자가 어떻게 됐나 나도 좀 보고 싶은데.”
“그럼 함께 가시겠습니까?”
“그러세.”
하루라도 빨리 유주에 올라가보는 것이 낫다.
그는 고개를 끄덕인 후 바로 식량이 있는 창고로 향했다.
품질이 적어도 중등급 이상은 되는 곡식들이다.
껍질을 까지 않은 곡식들을 확인한 후 어포나 다른 물자들의 상태를 보았다.
이정도면 괜찮겠네.
식량창고에서 이동시킬 식량들을 챙겼다.
“군수님!! 병사들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식량창고 주변으로 도위로 보이는 이가 와 외쳤다.
양습의 안내에 따라 내가 데려 온 병사들을 그들과 합류시켰다.
중산군에서 지원하는 병력이 사천.
내가 데려 온 병사 천.
총 오천 정도지만 그저 식량의 수송 정도라면 괜찮은 수였다.
“혹시 도적이 공격하지는 않겠지?”
지금 우리가 가지고 가는 물자를 생각한다면 한탕 할 생각을 할 놈이 없다고는 보장 못했다.
내가 웃으며 묻자 양습은 고개를 저었다.
“어지간한 큰 도적떼들은 이미 처리가 끝났습니다. 남은 것은 이민족이나 유목민들인데… 그들의 수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그렇다면 됐군.”
우리가 다른 준비를 하는 사이 소가 이끄는 수레에 식량들이 가득 채워진다.
“일차는 이정도로 되려나…”
“보리농사가 망했을 뿐이지 다행히 벼는 큰 피해가 없다고 합니다. 그쪽도 어느정도는 숨구멍이 트였겠지요.”
“정말 그나마 다행이군.”
그럼 식량의 지원과 함께 세금의 감면 정도면 혼란을 다스릴 수 있겠다.
서주와 연주의 지원 정도면 되겠는데?
선두에서 걷던 나를 향해 양습은 조심스레 말했다.
“저. 승상복야.”
“음?”
“이번 일을 어찌 생각하십니까?”
“무슨 소린가?”
“저는… 뭐라고 해야하나. 농법과 목축업에 관심이 많습니다. 그래서 서주에서 공부를 했지요.”
“아아. 들었다네.”
“그 중에서 제가 관심을 가진 것이 바로 유해한 벌레들의 퇴치법입니다.”
“호오?”
이건 또 처음 듣는 소리다.
내가 흥미를 갖자 양습은 빠르게 설명했다.
“은행잎, 은행 열매, 그리고 그 외에 다른 풀들을 달인 물을 뿌리면 병충해가 줄어듭니다.”
“아. 그건 나도 보고받은 적이 있어서 알고는 있는데.”
진가윤에서도 병충해를 예방하거나 박멸시키는 연구는 지속적으로 하고 있었다.
다만 문제는 효과가 그리 크지 않고, 또 손이 많이 간다는거다.
이것만큼은 이유하의 지식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특히 황충 같은 경우는 좀… 강족들 같은 경우는 먹기도 합니다만.”
“기근이 심했을 때는 벌레도 먹어갔다고 하지만… 최근 몇년동안 여유가 생기면서 벌레까지 먹는 일은 없어지지 않았나?”
“음. 그렇긴 합니다.”
메뚜기를 찐 후 기름에 튀기면 바삭바삭하고 고소해서 먹을만하다고 하지만 그거 먹을 바에는 그냥 다른거 먹고 말거다.
양습도 동감했는지 떨떠름해했다.
“비상식으로 쓰는 것이 아니면… 결국 메뚜기는 제거해야 할 대상이라는 건데.”
“문제는 쉽지가 않다는 것이지요.”
이때만큼은 이유하의 시대가 부럽다.
적어도 이런 황충에 대한 걱정은 크게 줄일 수 있을테니까.
농약이라는 것을 정말 가져오고 싶을 정도다.
“아무튼 일단 가보자고. 이런 문제는 일개 군에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적은 규모의 병충해라면 모르겠지만 황충 정도면 국가 재난 수준이다.
승상부와 상서부가 머리를 맞대고 굴려가며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 일이다.
양습이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허저는 작게 투덜거렸다.
“이거 참. 그냥 도적이라면 아예 본거지까지 박살내버리면 끝나는데. 벌레라서 어떻게 할 수도 없고.”
“하하하… 그야말로 무관다운 말씀이구려.”
“아쉽습니다. 정말로.”
진심으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허저는 투덜거렸고 하후상은 그를 향해 쓴웃음을 지었다.
상산군에 도착하니 진짜 감탄이 나왔다.
나무로 만들어진 오두막이 반쯤 없어져 있질 않나.
길 군데군데에는 아직도 황충의 흔적으로 보이는 메뚜기 시체들이 남아 있었다.
“이게 황충인가.”
땅바닥에 있는 죽은 황색 메뚜기를 들어보았다.
내 손가락 두마디 정도 크기의 메뚜기다.
이런게 수천만마리 쯤 있으면 진짜 난리가 나겠군.
바닥에 떨군 황충을 짓밟았다.
말라 있는 황충이 짓이겨지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양습과 허저에게 말했다.
“오늘은 상산군에서 쉬었다가 가도록 합시다.”
“그러시지요. 견가에 가시려는 겁니까?”
“예.”
허저에게 답해준 후 하후상만 데리고 견가로 향했다.
허저와 양습은 오늘 군수의 치소에서 머문다고 했다.
나도 견가에서 자며 피해 상황을 알아야겠다 싶었다.
견가 앞에 도착한 나는 견가 앞에서 구휼미를 받아가는 백성들을 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황충의 두려움과 피해 때문인지 반쯤 죽어 있었다.
“자자! 차례차례 줄을 서게나!!”
“아직 곡식은 많이 있으니까!!”
예전에 들었던 일이 떠올랐다.
예전 중산군에 전란과 기근이 겹쳐 많은 백성들이 패물을 팔아 곡식을 구매했는데, 그때 견가에서는 곡식을 비싸게 팔아 패물을 구매했다고 한다.
그것을 희아가 막았고 그 일 이후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견가에서 나서 스스로 구휼미를 베풀었다고 한다.
아직도 그 전통이 이어지고 있는건가?
백성들에게 구휼미를 베풀어주던 하인은 바쁘게 움직이다가 나를 힐끗 보며 말했다.
“지금 견 가주께서는 바쁘시니 만나뵈려면 다음에… 헉!?”
나와 안면이 있는 하인이다.
예전 견가에 갔을 때 내 얼굴을 봤었던 그는 대경하며 외쳤다.
“승상복야 아니십니까!!”
“뭐!?”
“승상복야!?”
구휼미를 받기 위해 서 있던 이들이 황급히 엎드렸다.
그들에게 가볍게 손을 저어 준 후 난 하인에게 물었다.
“가주께서는 계신가?”
“예? 예에. 그, 그렇습니다.”
“들어가겠네.”
“예!”
견가 안으로 들어가니 내부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여기저기에 있는 견가의 땅에서 난 농작물을 베풀려고 하는 듯 보였다.
“중산군에서 상산군으로 이사를 왔다고 하더니만. 쯧… 괜히 피해만 더 늘어난 것이 아닌가 싶군.”
견가가 상산군으로 온 이유의 반정도는 나 때문이었다.
상산군은 유주와 맞닿아 있는 곳.
만약 유주에서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일차적으로 막아주겠다는 것이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데도 나서서 하겠다니.
내가 어찌 말리겠나.
일이 이렇게 된 것을 보면 그냥 그때 말릴 것을 그랬다.
나를 본 하인들이 황급히 인사를 건네자 난 대충 답해주고 내원에 들어갔다.
“허허!? 이게 누구신가!”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어서 오시게나.”
관리로 보이는 이와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던 견엄은 나를 보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이 친구는 상산군의 군승이네. 예전부터 나와 연이 있던 이라서… 이번 일에 내가 도움을 주기 위해서 불렀지. 인사하게.”
“스, 승상복야를 뵙습니다! 그럼 견 가주님. 내일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는 황급히 절을 한 후 견엄에게 인사하고 나갔다.
그가 나가자 견엄은 쓴웃음을 지었다.
“상산군에 황충에 의한 피해가 발생해서… 기주에 있는 견가의 땅에서 난 식량을 구휼미로 쓰고 있었네. 그 문제 때문에 부른 것이니 오해 말게나.”
“오해고 자시고 있겠습니까.”
견가 정도 되면 어지간한 군수정도는 가볍게 짓누를 수 있었다.
아무리 내가 처가나 다른 곳에 힘을 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쨌든 내 친인척이다.
그런만큼 군수라고 하더라도 쉽게 볼 수 없는거다.
“그래. 승상복야께서 이렇게 직접 찾아주다니. 영광이구만. 무슨 일인가?”
“황충에 대한 일로 중앙에서도 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유주쪽에?”
“예.”
견엄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지. 만약 시기가 조금만 더 빨랐어도 큰일이 났을거야.”
그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천운이 따랐다.
만약 한 두달만 더 빨리 황충이 발생했다면 가을 추수때 피해를 입었을테니까.
“요 몇년간 잠잠하더니 결국 이렇게 되었군.”
“왜 생긴 걸까요?”
“글쎄. 유주 쪽의 몇몇 이민족 부락에서는…”
견엄은 잠시 내 눈치를 살폈다.
내가 궁금해하자 그는 한숨을 푹 내뱉었다.
“전하와 자네가 원인이라는 말을 하더군.”
“제가 뭘 어쨌길래?”
“유주 토벌을 할 때 죽은 이들의 원혼이 황충이 되어 돌아 온 것이라고 하더구만.”
“흠… 그렇습니까?”
“물론 나는, 그리고 많은 이들은 그리 생각하지 않아. 공손강이 있을 때에 비해서 백성들은 많이 살기 좋아졌으니까. 하지만…”
안다.
원래 이런 일이 생기면 나라를 욕하기 마련이니까.
내가 대수롭지 않게 말하자 견엄은 쓴웃음을 지었다.
“어리석은 백성들 중에는 그들의 말에 솔깃하여 얼마 없는 식량을 내어주고 제사를 지내는 이들도 있을 정도야. 하지만 그들을 원망하지는 말아주게나.”
“원망 안 합니다. 백성들이 어리석은 거야 하루이틀도 아니고.”
이미 예상했던 일이고, 또 보고도 받았던거다.
이번에 북방에 올라가면 치안유지 업무도 도와야 하는 판국이다.
그런 상황이면 그렇게 떠들어대는 혹세무민하는 놈들은 오히려 치안 유지에 도움이 되겠지.
그런 놈들 처형해가며 국법의 무서움을 알게 해주면 되니까.
일벌 백계의 용도로 쓰면 된다.
내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견엄은 작게 웃었다.
“아무튼 견가에 온 것을 환영하네. 유주에 갈 것이라면 오래 머무르지는 못하겠군?”
“예. 인사 겸 해서 온 것이니…”
“그래. 푹 쉬고 가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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