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26
양동 공격은 어떻게든 막아냈다.
상곡군에 들어 온 놈들을 잡아내고 주변 정리를 시작했다.
대부분이 독이 오른 유목민들이다.
황충이라도 생으로 씹어먹은 듯 보인다.
“눈 깔렴.”
나를 죽일 듯 노려보는 포박된 사내를 걷어찼다.
그가 욕설을 내뱉자 흑귀대 중 하나가 무덤덤히 그의 머리를 잘라내었다.
“건방진 새끼들이. 감히 누구에게 눈을 부라리는거냐!!”
적당히 기세를 꺽어 둘 필요가 있었다.
몽둥이를 든 흉족들이 신나게 포로들을 두들겨 패고 있을 때 저수가 여건과 함께 돌아왔다.
상곡군 주변에 벌어진 난장판을 보며 저수는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거 참. 이런 어처구니 없는 양동을 시도하다니. 저희가 이런 수에 당할 이유가 없는데.”
양동 공격은 기초 중의 기초인 전법이었다.
이런 수에 당할 정도로 우리가 허접하지 않았다.
“그나저나 이쪽은 막아냈지만 다른 쪽은 걱정이군요. 슬슬 적들도 똥줄이 타들어가는 듯 한데…”
여건의 중얼거림에 난 고개를 돌렸다.
장료와 함께 주변 정리를 돕던 하후상이 나에게 다가왔다.
“병주목께서 보내시는 서찰입니다.”
“어디보자…”
가 사형은 어떻게 움직이려나.
펼쳐진 서찰에는 단 한글자만 적혀 있을 뿐 이었다.
“파(破)라…”
“깨트린다? 뭘 깨트린다는 겁니까?”
“탁발부를 부순다는 거겠지.”
병력이 부족하지 않으니 결국 삭주로 진입하겠다는 거다.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하지만 마냥 좋은 선택이라고 보기는 어렵군.
“한번 당했으니까 공격을 해주는 것이 맞기는 한데…”
아무리 생각해도 아쉽다.
굳이 원정까지 나가서 싸워야 할까?
다른 지역과 다르게 삭주는 쳐도 뭐 얻을 것이 없었다.
그런만큼 진짜 내키지 않는다.
“슬슬 포기할 때도 되지 않으셨습니까.”
“끙.”
어떻게든 쥐어짜내 얻을 수 있는 것을 생각해봤자 결국 북방의 안정 외에는 없엇다.
하지만 지금까지 탁발부를 통해 안정을 유지하고 있던 상태였었다.
그 안정을 되찾기 위해 병력과 물자의 소비를 하는 것이 아까웠다.
“쯧.”
탁발부가 이렇게 나올 것이라면 좀 미리미리 대비를 할 것이지.
난 아쉬움에 연신 입맛을 다셨다.
내가 떨떠름해하자 저수는 웃으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전장의 정리를 끝내도록.”
“예!”
흉족병들이 시체들과 포로들을 나르는 동안 장료가 다가왔다.
“연노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어? 어어… 꽤 괜찮은데. 너는 어땠냐?”
장료의 질문에 난 솔직한 감상을 전했다.
확실히 도움이 되기는 했다.
다만 아쉬운 것이 사거리, 그리고 모자란 위력이었다.
“십장 내로 적들을 끌어들여야 하는 것이 부담스럽군. 거기에 철갑을 입은 놈들에게는 큰 효과가 없다는것도.”
물론 철갑으로 몸을 두른 놈들이 적기는 했다.
그래도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는 만큼 준비는 해놓는 것이 좋았다.
익주에서 철갑기마병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지 않은가.
“결국은 개량을 해야 하는 문제잖습니까. 어쩔 수 없지요.”
장료도 나와 비슷한 판단을 내린 듯 싶었다.
각궁은 좋지만 연노를 제대로 써먹으려면 더 연구를 해야 했다.
“각궁의 위력만큼 연노의 위력이 나왔으면 더할나위 없을텐데.”
“그러려면 각궁을 만드는 법을 좀 더 연구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장료가 각궁을 들어 올렸다.
각궁의 시위를 푼 후 몇 부분을 가리켰다.
“필요 없는 부분을 줄여가면서 연노의 활대와 비슷하게 만들어나간다면 어떻게든 위력은 올라갈 것 같지만.”
“그럼 내구도가 줄어들지 않을까? 지금 크기도 단궁 수준인데 더 줄이면…”
각궁을 연노에 끼워넣는 형태로 만들면 위력은 강해지겠지만 당연히 내구도, 그리고 관리법에 문제가 생긴다.
하나를 챙기려면 하나를 잃어야 하는 건 여기서도 적용되는 진리였다.
“결국 재료에 대한 연구가 시급하다는 결론이 나오는군요.”
“하. 젠장. 진짜 아깝네.”
아까 연노를 써보고 안 건데.
연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었다.
그런만큼 위력만 좀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면 좋을텐데.
내가 아쉬워하는 사이 정리를 마친 하후상과 관평이 다가왔다.
“일단 상곡군으로 복귀합니까?”
“그래야지. 병주목이 탁발부의 공략을 염두하고 있으니 그에 따른 준비도 하자고.”
일정, 그리고 공격 방향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그렇다면 다음 지령이 올 때까지는 기다려야 한다.
“이제 곧 겨울입니다. 겨울이 되면 삭주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을겁니다.”
“알아.”
대평원인 만큼 눈을 피할 곳이 없다.
그리고 탁발부는 유주보다 더 북쪽에 있다.
겨울의 추위는 유주 이상이다.
그런만큼 겨울에 삭주의 대초원에 준비 없이 들어가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장료와 함께 온 호주천도 그의 의견에 동의했다.
“털옷을 잔뜩 껴입어도 동사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알어.”
“공격을 하려면 빨리 하는 것이 좋을텐데…”
“그렇긴 하지만 탁발부 놈들 역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일거야. 기억해두라고.”
나를 바라보는 모두를 향해 난 천천히 말했다.
“시간은 우리에게 유리해.”
이번에 공격한 이들을 사로잡아 정보를 얻어 냈다.
얻어낸 정보는 중구난방이었지만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삭주 탁발부에 많은 이들이 모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도 식량과 건초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이었다.
또한 다른 지역과의 거래가 모두 막혀버려 올해 겨울은 탁발부에서 보관하던 것만으로 버틸 수 밖에 없다.
또 탁발부와 함께 삭주에 있던 독발부가 서량에 투신했다는 것도 알아냈다.
“독발부면…”
“저번에 서량 공략할때 우리에게 도움을 준 이들이지. 역시 탁발부도 시간적인 압박을 받고 있군.”
겨울이 되면 대초원에서는 함부로 움직일 수 없어진다.
가뜩이나 추운 곳에서 식량도 부족하다.
아무리 삭주에서 오래 살아 온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겨울에는 어디 안나가고 파오에서 겨울을 난다고 한다.
그런데 군대가 움직인다?
그러다가 다 죽는다.
이건 삭주에서 살던 유목민들에게도 적용되는 사항이었다.
“즉. 한파가 몰아치기 전에 적들도 움직일거라는 거지.”
“시간적으로는 약 한달 반정도 남았군요.”
삭주에서 한파가 몰아치는 것은 1월 말에서 2월 말까지.
지금이 12월 중순이니 대략적으로본다면 전쟁을 할 수 있는 기간은 한달 정도 뿐 이었다.
“이왕이면 꽃피는 봄에 싸우면 좋겠는데 말이지.”
그때쯤 되면 탁발부의 전사가 절반 이상 줄어들텐데.
“삭주 놈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그러겠지. 그리고 병주목은 출정을 생각하고 있고…”
그렇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뭘까?
“일단… 이런 일이 또 없다는 보장은 없으니 함정이나 만들어두자고.”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혹시 모를 양동을 대비한 함정 설치 뿐이군.
내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하자 호주천이 기대감을 품었다.
“천신의 신역은 어떻습니까?”
“어… 그거 함부로 못써.”
“하지만 합비에서는 쓰셨잖습니까.”
장료에게 합비에서 있었던 일을 들었는지 호주천은 굉장한 기대감을 품고 있었다.
신역을 지키는 천신의 군이라도 되고 싶은건가?
호주천도 흉노족을 이끄는 이었다.
나중에 흉족이 나서게 된다면 그런 신화 한두개 정도는 가지고 싶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자기도 거기에 참가하고 싶었는지 그는 무척이나 기대감을 품었다.
“상황, 때, 그리고 하늘의 허락. 이래저래 준비할 것이 많아. 신역 선포가 그렇게 쉬웠다면 예전에 업에 선포했겠지.”
“으음…”
“네가 왜 신역이니 뭐니에 관심을 가지는 지는 알고 있으니까 걱정마라. 적당하게 하나 만들어 줄테니까.”
“감사합니다!”
유목민은 과할 정도로 괴력난신을 선호한다.
그런만큼 제대로 된 전설 하나만 만들어두면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었다.
호주천이 기뻐하자 하후상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럼 적들이 들어올 만한 경로에 함정을 설치하고 대기하면 되는 겁니까?”
“일단은. 다만 병주목이 탁발군을 깨부술 책을 세우고 있다면 그것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할 것 같은데… 마땅히 그쪽의 보고가 없으니 출정준비와 상곡군의 보호를 위한 준비만 해두자고.”
“알겠습니다.”
장료와 하후상, 그리고 호주천과 여건이 나가자 저수는 가후가 보낸 서찰을 펼쳐보았다.
“병주목도 전투 준비를 하고 있습니까?”
“어제 온 전서구에 의하면. 거기도 출정의 준비를 하고 있는 듯 보이던데.”
마구를 수선하고, 또 마차를 정비.
출정을 위한 준비들을 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삭주와 병주가 인급한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그곳에 있는 유목민들에게 항복을 권고 한다.
그런 식으로 출정할 것을 널리 알리고 있었다.
“흐음…”
“뭔가 의문이라도 있나?”
“글쎄요. 다만 조금 이해가 가지 않아서.”
“…하긴 그렇지?”
저수의 말대로 나도 조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가 사형도 북방 이민족들과 꽤 연이 있는 사람이다.
그가 한파가 몰아치는 삭주가 얼마나 위험한 곳인지 모를리 없었다.
그런데도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출정 준비를 해?
자칫 잘못하면 아군 병사들이 삭주의 한파에 떼죽음을 당할 수도 있는데 너무 안이한 태도다.
“어쩌면 이것으로 탁발부를 속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출정을 할 것이라는 소문을 퍼트리고, 준비를 하며 적들이 오히려 삭주에서 대기하게 만든다는 것?”
“예.”
시간은 우리에게 유리했다.
버티기만 해도 우리가 이길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공격해들어간다는 태세를 보인다.
그렇다면 탁발부에서는 어떻게 생각할까?
자신들 역시 버티기를 시전할 것이다.
어쨌든 탁발부는 작게나마 도시 형태를 이루고 있다.
바깥에서 공격을 해야 하는 데다가 삭주의 추위에 익숙하지 않은 위군이 추위에 의해 쓰러지게.
그렇게 상황을 만들려고 할 것이다.
“거기에 지금 탁발부는 식량과 목초가 부족한 상황. 그런만큼 대군이 움직이는데 따를 치중을 무엇보다 원하겠지.”
치중만 얻어낼 수 있다면 삭주에서 고립된 위국을 치는 일은 한파가 해준다.
그리고 탁발부는 살아남을 수 있다.
이러한 계산을 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저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병주목이 생각하는 것은 그것일 겁니다. 대대적으로 삭주 공략을 한다고 선포한 후… 공략을 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유하의 시대에도 이런 식으로 사람을 엿먹이는 경우가 있었다.
노쇼 라고 하던가?
음식점에 예약을 해놓고 나타나지 않아 음식점에 큰 피해를 입히는거다.
아주 치졸하지만, 당하는 상대로서는 엄청 열받는다.
역시 책사군.
남 싫어하는 짓은 진짜 잘 골라서 해.
지금 삭주는 황충에 의해서 피해를 입고, 겨울을 날 건초와 식량을 모으지 못한 상황이다.
이번 겨울을 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을터.
그렇다면 이 또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맘 놓고 있을 수는 없겠지.”
가만히 있으면 분명 얼어 죽을 것이 뻔하다.
그렇다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탁발부의 병사들이 공격해 들어 올 것이다.
“흐음… 그럼…”
“역시 함정이나 만들고 있어야겠군요.”
저수가 쓰게 웃으며 말하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가… 그것 말고도 나름대로 준비는 해둬야겠군.”
전쟁이 추운 겨울에 벌어진다면 그에 따른 전투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함정을 만드는 일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었다.
특히나 병주 같은 경우는, 그 중에서도 상곡군은 탁 트인 초원과 맞닿은 곳이다.
뭐 숨길 구석이 있어야 좋은 함정을 만들지.
“야야! 제대로 파!”
“으쌰!!”
만들 수 있는 함정은 구덩이 함정 뿐이다.
적들이 올 만한 길 주변에 함정들을 만든다.
“함정을 만드는 것은 좋은데 이거 남은 흙으로는 뭘 해야 하나…”
“일단 모아놔.”
“엥?”
만약 가 사형의 생각대로 일이 흘러간다면 결국 탁발부가 공격해 들어 올 것이다.
그렇다면 내부에서 막아내는 수 밖에 없다는 거다.
“안정적인 싸움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지. 함정 파면서 얻은 흙은 상곡군 근처로 쌓아두도록.
“뭐 하시려고?”
석회라도 많으면 혼응토로 성벽을 만들겠지만.
석회가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뿐이다.
“뭐 하긴. 겨울에만 쓸 수 있는 벽이라도 만들어놔야지.”
난 추워진 날씨 때문에 웅덩이에 생긴 살얼음을 보며 말했다.
“이건 나도 좀 도박에 가까운 것이라서 하고 싶지 않았는데… 뭐. 자기들이 죽으러 온다는 거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최대한 성의를 들여 막을 수 밖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할 수 없다.
내 명령을 받은 흑귀대원은 떨떠름해하면서도 군소리없이 명령을 수행했다.
“야!! 흙은 전부 상곡군으로 날라!! 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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