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33
“하지만 그리하면 다들…”
상곡군에 가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며 이곳까지 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토벽에 막혀버렸다.
첫 전투가 실패로 흘러가자 실망한 전사들을 어찌 달래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탁발정은 고민을 하다가 상곡군 쪽을 보았다.
밥이라도 짓는 것인지 여기저기서 연기가 흘러나온다.
“빌어먹을!!”
치밀어 오른 화를 억누르지 못하고 크게 발을 굴렀다.
아까 그 토벽 위에 있던 놈을 떠올렸다.
오리고기를 먹으며 여유를 즐기던 놈.
그 뺀질거리는 얼굴을 생각하니 더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제기랄.”
욕설 외에는 할 말이 없었다.
탁발정은 파오 바깥으로 나갔다.
다들 허기진 표정으로 얼마 안되는 육포를 우적거리고 있었다.
“전투를 준비하도록.”
“이제 밤입니다만.”
비록 상곡군이 탁발부에 비해 남쪽에 있다고 하지만 밤은 낮보다 몇배나 더 춥다.
잘못하면 싸우다가 얼어 죽을 수도 있었다.
“이정도 날씨는 괜찮아.”
“으음…”
“저곳을 봐라!! 저들은 저렇게 따뜻한 밥을 먹고 있다!! 저 토벽만 넘으면 우리도 제대로 먹고 쉴 수 있는 것이다!! 아쉽지 않나!? 부럽지 않나!!”
탁발정의 외침에 온기를 원하는 이들이 눈을 번뜩였다.
그들을 둘러보며 탁발정은 거칠게 외쳤다.
“한번만 넘으면 된다!! 한번만!! 토벽의 높이도 그리 높지 않다!!”
자신들의 키보다는 훨씬 높지만 낙양이나 다른 곳의 성벽에 비하면 정말 낮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럼 한번만 넘으면 된다.
한번만 넘는다면 상곡군에 들어가 시가전을 벌일 수 있다.
다수가 기병인데다가 약탈에 특화된 자신들이니만큼 전장을 평지로 바꾼다면 승리의 확률은 높아진다.
“우리는 굶는데 저들은 배불리 먹는다!!”
“큭…”
“참아라!! 저곳에 먹을 것이 있다!! 저곳을 얻으면!!”
탁발정은 까득 이를 갈았다.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다.”
간신히 전사들을 달래고 야간전을 시도했지만 이렇다 할 소득은 없었다.
적들은 낮과 비교해서 전혀 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더욱 편안히 자신들을 대할 뿐.
그것에 절망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정찰병은?”
“복귀했습니다. 들라 하지요.”
정찰병이 들어오자 탁발정은 다급히 물었다.
상곡군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을 확인해야 했다.
그의 간절한 시선에 정찰을 나갔던 전사는 고개를 저었다.
“모두 막혔습니다.”
“젠장…!!”
“길이 있기는 하지만 그곳은 강이라서… 위험합니다.”
“얼음이 얼마나 얼었지?”
“모두가 통과할 정도는 안됩니다만…”
탁발부를 지나는 강은 이미 꽁꽁 얼어붙어 대군이 걸어 건널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이곳의 강은 아직까지 그정도로 얼지는 않았다.
좀 더 버텨야 하는 걸까?
하지만 강이 그정도로 얼 정도의 한파가 온다면 이곳에서 버티고 있는 자신들도 위험했다.
“…연료로 쓸 나무들은?”
“얼마 없습니다.”
“크…”
“최악의 경우 말을 잡아먹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야겠지.”
말 한마리를 잡으면 적어도 수십이 한끼는 해결할 수 있었다.
대다수가 기마병인만큼 며칠 정도의 시간은 더 벌 수 있다.
유목민들에게 있어서 말은 중요한 재산이며, 가족이고, 무기였다.
하지만 죽는 것보다는 낫다.
이곳에서 얼어죽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탁발정은 까득 이를 갈며 상곡군을 노려보았다.
“그래… 그렇게 편히 쉬고 있어라… 곧 우리의 것이 될테니까.”
*****
목욕을 마친 이들이 숙소로 들어가 쉬는 것을 보며 난 추위에 몸을 떨었다.
밤이 되니 더 춥다.
“저 놈들은 잘 자려나.”
나도 파오에서 묵은 적이 몇번 있으니 안다.
잘 만들어진 고급 파오는 바람 한점 통과하기 힘들어 꽤 쾌적하다.
하지만 그건 고급 파오나 그렇지 전시에 전사들이 가지고 다니는 파오는 생각보다 그리 따뜻하지는 않았다.
예전에 저유의 부족 전사들이 쓰는 파오에서 한번 자봤는데 자다가 입 돌아갈 뻔 했었다.
탁발부 전사들의 파오도 그정도 수준이라면 밤을 버티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난 멀리 보이는 적의 진형을 보며 중얼거렸다.
“적들의 식량이 얼마나 있을까?”
“글쎄요… 그리 많지는 않을 겁니다. 기껏해야 십일에서 이십일분정도 겠지요.”
“탁발힐분은 없는 것으로 보아 그는 안문군 쪽으로 갔나보군.”
그쪽에서도 다들 절망하고 있겠지?
난 팔짱을 끼며 적들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으억. 추워.”
살을 에는 칼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토끼의 털가죽으로 만든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후 난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보다 더 추운 것 같다. 오늘이나 내일은 눈이 올 것 같은데.”
“눈이 오면 적들도 신나하겠군요.”
하후상 역시 적이 있는 쪽을 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무지하게 신나겠지.
아주 사기가 곤두박질칠거다.
“뭔가 걱정되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한파가 몰아치면 강이 얼어붙을 것이고, 그 강을 통해서 들어올 것을 생각해야 할 것 같은데.”
“강이라…”
“여건에게 물어보니 매년 1월 중순에서 말 사이에 강을 걸어서 건널 수 있을 정도로 언다고 하더군.”
“그 대비는 해놓으셨잖습니까.”
물론 해놨다.
그곳에도 토벽을 만들기는 했으니까.
하지만 토벽은 다른 성벽에 비하면 높이가 낮다.
방어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뚫릴 가능성은 무척 높았다.
“그쪽으로도 병사들을 보내놔야겠네.”
난 하후상을 지그시 바라보았고 하후상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웃었다.
“제가 갑니까?”
“그럼 내가 가리?”
하후상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 혼자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버티는 정도라면 하후상과 흑귀대 정도면 어렵지 않게 버틸 수 있을거다.
난감해하던 그가 밑으로 내려가자 잠시 후 저수가 다가왔다.
“승상부주. 날이 춥습니다. 이제 들어가시지요.”
“알았어.”
옷을 껴 입었는데도 춥다.
토벽 위에 있는 병사들도 다들 추워하며 덜덜 떨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주무시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응. 그래야지. 아까 전투에서 참전했던 이들은 다 쉬고 있나?”
“예. 야식까지 먹고 푹 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막 써도 됩니까?”
“괜찮아. 이정도는.”
야식이라고 해봤자 물에 불린 쌀죽 정도에 불과했다.
쌀과 콩, 그리고 조와 벼 등의 곡식과 육포를 조금 넣은 죽.
양을 불리기 위해서 물을 많이 넣은 것이지만 빈 속에 자는 것보다는 낫다.
“추위는 사기를 낮춰. 원래는 술을 먹어서 몸에서 열이 나게 해야하는데… 그게 힘드니 배라도 부르게 해줘야지.”
전시에는 가급적 술을 먹어서는 안된다.
물론 특별한 경우, 혹은 너무 낮아진 사기를 올리려는 경우, 그리고 위험한 전투를 앞둔 상황에서는 술을 먹인다.
하지만 지금은 그 세가지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았다.
그런만큼 술을 먹이기는 힘들었다.
추운데 고생을 했으니 그냥 속풀이나 하라는 의미로 죽을 나눠주라 한 것이었다.
“상황이 허락한다면 최대한 베푸는 것이 낫지.”
전투에 있어서 사기를, 그리고 전의를 유지하게 하는 것은 지휘관의 중요한 임무였다.
이거 못하면 다 이긴 전투도 망하고, 또 자칫 잘못하면 병사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경우도 생긴다.
난 그저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할 뿐이다.
아직 식량에는 여유가 있다.
거기에 유주, 그리고 상산군과 중산군에서도 며칠만 있으면 지원이 올거다.
그걸 생각한다면 적당히 군량을 소모하는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전시 자원으로 챙겨 둔 식량은 그냥 전시에 소모해야지 삥땅치든, 아니면 아낄 필요는 없었다.
이 소모분은 여름에 얼음으로 어떻게든 메꿔야지.
“알겠습니다. 승상부주. 내일도 전투가 있을지 모르는데 어서 내려가서 쉬십시요. 여기는 제가 남겠습니다.”
“음… 알았어.”
토벽 아래로 내려 온 나는 조금 떨어진 곳의 모닥불에 몸을 좀 녹였다.
온기 하나 없는 얼음벽 위에 서 있다 온 것이나 마찬가지다.
조금 불을 쬐는 것만으로도 몸이 녹아드는 것 같았다.
“부주께서도 목욕을 하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그래야지. 야. 다들 발이랑 손가락 제대로 말리라고 전해.”
신발을 신고, 또 가죽으로 만든 장갑까지 끼고들 있지만 동상은 주의해야 했다.
이유하의 시대에서도 군생활을 할 때 손가락과 발가락의 동상은 꽤나 치명적인 것이었다.
땀이 추위로 얼어붙어버리는 경우가 생기면 진짜 골치아프다.
손가락과 발가락을 쓸 수 없는 것만으로도 전력이 오할 이상 확 깍여버리니 말이다.
근무를 마친 병사들이 손발을 녹이게 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목욕탕으로 들어가 씻고 나왔다.
뜨거운 물로 몸을 녹이니 피로가 몰려온다.
겨우 걸어 장교들이 머무는 오두막에 들어간 나는 침상에 바로 누웠다.
“어이구 죽겠다…”
“오셨습니까.”
“안자고 뭐하냐?”
“무기를 손질하고 있습니다.”
참마도의 날을 이리저리 살피며 닦고 있던 관평은 쓴웃음을 지었다.
“왜?”
“아무것도 아닙니다.”
“불만이냐? 토벽을 방패로 거북이처럼 이렇게 싸우는게?”
“불만이 있겠습니까… 만은 아무래도 조금 시원찮다는 평가를 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러겠지.
토벽 위에서 죽어라 화살만 쏘고 돌만 던지고 있으니까.
관평은 내가 왜 이러는지 이해를 하겠지만 나와 전쟁을 함께 하는 것이 처음인 병사들은 아닐 것이다.
그래도 조금이라도 사망자를 줄이려면 이렇게 해야한다.
“괜한 짓 하지 말라고 해둬.”
“예.”
가뜩이나 이득 없는 전투에서 병력 손실로 손해보고 싶지 않다.
내가 침상에 눕자 관평도 정리를 한 후 몸을 눕혔다.
“안녕히 주무십시요.”
“오냐.”
꽤 피곤했는지 나도 눈을 감자마자 잠들어버렸다.
아침이 되자마자 밖으로 나갔다.
구름이 잔뜩 낀 하늘 덕분인지 날씨가 우중충하다.
“으… 적의 상황은 어때?”
찌뿌둥한 몸을 이끌고 나오며 모닥불 주변에 앉은 나는 하품을 하며 물었다.
죽을 끓이던 여건은 웃으며 답했다.
“아직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
아침 공격은 없어서 다행이군.
주변을 둘러보니 다들 아침 식사 준비를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여기저기 모닥불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그리고 죽이 끓는 향이 좋다.
“야. 나도 죽 한그릇만 줘봐.”
“여기 있습니다.”
먼저 만들어진 죽을 퍼먹던 나는 정찰을 다녀 온 것으로 보이는 장료와 호주천이 오자 손짓해 불렀다.
“적의 상황은 어때?”
“이렇다할 움직임은 없습니다. 다만…”
“적진에서 벗어나는 이들이 있나?”
“예. 가끔가다가 적 진형에서 병사들이 나와 돌아다니기는 합니다만…”
아마 약탈, 혹은 사냥이나 풀을 구하러 가는 것이겠지.
하지만 있을리가 있나.
이미 다 털었는데.
내가 웃자 장료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렇게 며칠만 있으면 뭔가 일이 나겠군요. 반란이 일어나든…”
아니면 다들 굶어 죽든.
그것도 아니면 목숨걸고 돌진해서 성문을 뚫으려 하든.
하지만 굶어 죽는 일은 없을거다.
인간이라는게 참으로 간사해서 사흘 굶으면 위 아래도 없어지니까.
어쩌면 저들이 저들 손으로 탁발정을 잡아 우리에게 던져 줄지도 몰랐다.
그게 안된다면… 죽음을 각오하고 성문을 공격해서 토벽을 넘으려 하겠지.
“어?”
내가 죽을 한입 먹었을 때 하얀 무언가가 죽 그릇 안으로 떨어졌다.
하늘을 본다.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난 천천히 말했다.
“어쩌면 싸움이 금방 끝날지도 모르겠군.”
내가 중얼거렸을 때 토벽 쪽에서 외침이 들렸다.
“적이 공격해옵니다!!”
눈이 내리고, 또 눈이 쌓이게 된다면 그때부터 하얀 지옥이 펼쳐질거다.
난 죽을 빠르게 입에 털어 넣고 말했다.
“전투 준비해.”
========== 작품 후기 ==========
안녕하셔요 레뎀다.
으아
비온다!
비!
끄앙
비가 오니까 몸이 안좋네요 헉헉
언능 자야겠슴다ㅠ
아 나이 먹어서 그런지 비만오면 온 몸이 쑤시네요 ㄷㄷ
대댓글 갈게용
리수진 // 감사합니다~
JangSEE // 닭값도 그렇고 한번 먹고 버려야 되는 것도 그렇고… 기름 뿐만 아니라 이래저래 걸리는 요리죠 ㅋㅋ 돈 많으면 먹을 수 있는!
banana // 치멘~
곰횽 // 병사들 다 먹을 정도는 안됩니다 ㅋㅋ 나중에 저거 먹겠다고 바짝 일하겠…죠?
트릭스타 // ㅋㅋ 오버 테크놀로지 ㅋㅋㅋ
신지영 // ㅋㅋㅋㅋㅋ다른 마약은 허용 안하니 ㅋㅋㅋ
커피는막심 // 위국은 물량빨로 승부하는 나라죠 ㅋㅋ
Annaka // 그러고 싶은데 빨리 엔딩… 헉헉 엔딩내고 딴거 쓰고 싶드앜ㅋㅋ
바람혹바람별 // 평화의 치킨이죵 ㅎ
일반사람 // 치느치느~
요괴신랑 // 헉헉 고생하셨네요 ㅎㅎ
UnioN18 // 왘ㅋㅋ 감사합니다~ 치킨 맛나게 드셔유~
Guaaaaaak // 종교 불문! 대부분 종교에서 닭고기를 못먹게 하지는 않죠 ㅋㅋㅋ
백발마인 // 감사합니다~
칵테일3 // ㅋㅋ진리의 치킨!
암천회류 // 감사합니다~
마리오넷 // 승상부계 혹은 표하계 ㅋㅋㅋ
우중월야 // 더 개량해야되죠 ㅋㅋ 아직 완성품이 아님다 ㅋㅋ
윤하 // 치멘~
ppk12 // 돌리지마옄ㅋㅋㅋ 무섭
인페르니우스 // 좀 아시는군요 ㅎㅎ
cruel_pilot // 다들 치킨에 중독…
Dunkel // 승상부계든 표하계든 유하는 신경 안쓰지만 어떻게 불릴지는 모르는거죠 ㅋㅋ 아직 완성품이 아닌지라 ㅋㅋ
Bobbylow // 응딩이는 안되고 ㅋㅋㅋ
chjh881121 // 이게 토벽을 쌓아야 하는 범위가 넓은지라 하루만에 하기는 좀 힘들죠ㅠㅠ 일단 상곡군을 삥 두르며 벽을 쌓아야 하는거라서… ㄷㄷ
슈비듀비 // 맥주는 홉이 없어서 ㅋㅋㅋ
사람살려줰 // 진리의 칰힌!
Pandemonic // ㅎㅎ 감사합니다~
바이러스 // 치멘~
Flyback // 와우 ㅎ 맛나게 드셔유~!!
휴리어벨 // 웃으며 기다립시다. 냠냠 쩝쩝
천공의행검 // 그건 모르겠어요 그 얘기는 안하든디…
허니앙쥬 // ㅋㅋㅋㅋ 치킨 자체가 그리 어려운 요리는 아니죠… 다만 양념이… 양념이!!
Mr.Smith // 동파육과 함께 전설이 될 요리가…ㄷㄷ
ㅎㅎ
그럼 내일 봅시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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