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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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감옥에 들어간 나는 포박되어 있는 탁발정을 바라보았다.
거칠게 숨을 내쉬며 날 노려보는 그를 향해 웃었다.
“도대체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위국에 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래… 이제 만족하나?”
“큭…!! 닥쳐!!”
“일단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한대만 좀 맞자.
재갈이 풀린 그에게 다가가 뺨을 후려갈겼다.
찰진 소리가 감옥에 울린다.
“윽…”
너무 세게 때렸더니 손바닥이 아팠다.
“역시 폭력은 안좋군.”
괜히 때려봤자 내 손만 아프네.
속도 딱히 풀리지 않고.
내가 인상을 쓰며 뒤로 물러나자 흑귀대원은 쓰게 웃었다.
“부주께서 손을 쓰실 필요는 없으시잖습니까. 말씀만 하시면 저희가 할텐데.”
“그러게. 역시 이런 건 나답지 않군.”
폭력으로 분풀이 하는 것은 역시 나에게 맞지 않다.
그냥 목 자르는게 제일 속편하군.
난 의자에 앉은 후 탁발정의 옆에 놓인 밥그릇을 가리켰다.
기껏 가져다 준 음식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제대로 먹지 못했을 텐데.
의지력이 대단하구만.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다.
“배 안고프냐? 왜 안먹어?”
“닥쳐!! 차라리 굶어 죽겠다!”
“그게 가능할지는 모르겠다만… 뭐. 응원은 할게.”
인간의 삼대 욕망을 무시하는군.
식욕.
수면욕.
그리고 성욕.
이 중 성욕은 어느정도 억제가 된다고 치더라도 식욕과 수면욕은 인간이 쉽게 통제할 수 없다.
사람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자게 만들어져 있다.
그런만큼 저놈이 얼마나 버틸지는 의문이다.
난 의자에 앉은 채 다리를 편히 꼬며 그를 바라보았다.
“네가 굶든 말든 솔직히 관심이 없는데… 자결은 관두라고. 굳이 네가 힘써서 죽을 필요 없어. 어차피 업에서 죽일거니까.”
“개자식…”
“개는 저기 밖에 있는 놈들이고. 난 엄밀히 말하면 개주인이지.”
초원의 늑대라 불리는 유목민들을 길들여 개로 만들었으니.
개 조련사, 아니면 개 주인이라고 불리는게 맞겠지.
난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주인 노릇하는 것도 상당히 귀찮은 일이란 말이지. 사냥개들이 적절히 움직여 줄 정도로 먹이를 주는 일도 보통이 아니야. 그리고 그들의 전의와 광기를 돌리는 것도.”
말없이 날 노려보는 그를 향해 웃었다.
“그걸 너희가 해내지 못한 것은 너희의 역량 부족이다. 참나. 아비만한 아들 없다더니… 탁발인이 차라리 낫군.”
최소한 그는 자신과 상대의 힘을 가늠하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는데.
“닥쳐!”
“싫다.”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뺨을 때리려다가 흑귀대원을 보았다.
흑귀대원들이 장갑을 낀 손으로 나 대신 탁발정의 뺨을 후려쳤다.
짜악.
경쾌한 소리가 감옥 안에 울려퍼졌다.
역시 고기도 먹어 본 놈이 안다고.
내가 때린 것보다 더 찰진 소리가 난다.
입가에서 주륵 피를 흘린 탁발정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날 노려본다.
그를 향해 웃으며 난 말을 이어나갔다.
“너희들 때문에 입은 손해가 만만치 않아. 이왕이면 너희 형제들 뿐만 아니라 탁발가와 관련된 이들을 전부 사창굴에 던져 놓고 싶지만…”
“….”
“탁발힐분은 모르겠지만 너는… 거기 던져놔도 손님이나 올지 모르겠군.”
사창굴에서 인기가 있는 것은 저런 털복숭이가 아니라 미남들이다.
그것도 곱상한 귀공자들이 잘 팔린다고 한다.
즉 나같은 미남들이 인기가 많지 탁발정 같은 놈은 팔리지 않았다.
이글거리는 눈으로 날 노려보는 그를 마주하며 난 볼을 긁적거렸다.
“돈 많은 미망인들이 너 같은 놈들을 찾기는 하지만… 뭐 너 같은 놈들은 널렸으니까. 굳이 사창굴에 던져봤자 본전 뽑기도 그렇고.”
“까드득…”
어금니가 부서져라 갈며 날 노려보는 그를 향해 웃었다.
“너 정말 쓸데가 없구나?”
“카아아악!!”
이성을 잃은 그가 난동을 피우려 하자 옆의 흑귀대원들이 주먹을 뻗었다.
복부와 얼굴을 몇대 맞은 그가 씩씩거리자 난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어휴. 주제파악 못하는 놈들은 이래서 재밌다니까.”
“죽여버린다!!”
“지금까지 나 죽인다는 놈들은 많았지만 성공한 놈은 한명도 없었지. 제일 무서웠던 놈도 잡았는데 너희따위가 뭐가 무섭겠냐.”
난 팔짱을 끼고 생각하다가 말했다.
“탁발인은 살아 있냐?”
“…죽었을 것이다.”
“그런가? 뭐 어차피 탁발부는 지워버릴 생각이었으니까. 죽든 살든 관계 없어.”
탁발인이 탁발힐분과 탁발정에게 당해서 갇혀 있다고 하더라도.
그리고 그를 다시 구해낸다고 하더라도 그를 다시 밀어 줄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를 대체할 수 있는 젊은 피는 이미 모았다.
모용호발이 탁발부와 삭주에 있는 이들을 데리고 온다면.
그리고 겨울이 지난다면 탁발부의 흔적들을 하나씩 하나씩 지워나가게 할 것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깨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야. 그걸 성공한 자들은 역사적으로도 영웅이라 불렸지만…”
난 탁발정의 머리를 다시 쓰다듬어주었다.
“내가 보기에 너희들은 영웅이 아닌 것 같군.”
“으윽…!!”
“아가야. 살아남기 위한 방법에도 여러가지가 있단다. 강자의 아량을 너무 기대하지 말렴.”
가끔씩 약자들이 약자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아주 그냥 다 죽여버리고 싶다.
약자가 권리를 주장하려면 그에 걸맞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지금까지 나에게 패배한 이들 중에는 약자의 권리, 그리고 약자의 명분을 들이미는 놈들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황제가 있지.
아주 그냥 마음 같아서는 오체분시를 해버리고 싶은데 그놈의 명분과 약자의 권리 때문에 함부로 못 건드렸다.
지금이야 얌전하지만 예전에 황제가 까불었던것만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
“뭐 아무튼.”
이놈들이 내세울 약자의 권리 따위는 없다.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백성의 시선이다.
하지만 탁발부의, 그리고 삭주의 유목민은 위국의 백성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을 핍박하고 괴롭히며 지워나간다고 하더라도 나에게 따질 이들은 없다.
“너희 덕분에 날려먹은 손실은… 너희들의 목으로 받아주지.”
위국에 개념없이 개긴 놈들의 목을 베고, 그들을 철저하게 지워나감으로써 위국의 위엄을 보인다.
위국이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위국 뿐.
위국이 아닌 이들은 철저하게 짓밟는다.
그것을 보여주고 알림으로써 익주 뿐만 아니라 위국에 포함되지 않은 부여, 고구려, 그리고 북부 유목민들.
더 나아가 세계 전체에 알릴 준비를 하자.
난 웃으며 탁발정의 머리를 마구 헝크러트렸다.
“네놈들 덕분에 삭주에 피가 흐르겠군.”
“크…!!”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위국은 더 강해지겠지. 그나마 이것으로 네놈들이 만들어낸 이 빚을 청산할 수 밖에 없겠다.”
이제 가진 것이라곤 몸뚱아리 밖에 없는 놈들에게 받을 것이 뭐가 있나 싶다.
“잘 지켜. 죽게 하지 말고. 국가는 공개처형을 원하니까.”
“예!”
탁발정에게 더 볼 일은 없다.
이놈들이 익주와 관련되었다고 보기도 힘들고.
괜히 이놈이랑 드잡이질 하느라 시간 날려먹느니 내 일이나 하는게 맞겠다.
“그냥 이걸로 끝입니까?”
“몇대 때리면 속이 좀 나아질까 싶었는데 딱히 그렇지도 않네. 그냥 법대로 처리하자고.”
저수의 질문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난 아까 그의 뺨을 때린 것 때문에 붉어져 있는 손바닥을 문지르며 지하감옥에서 나왔다
일단 모용호발은 이곳에 남기로 했다.
그리고 그를 따르는 몇몇을 돌려보낸 후 우리의 입장을 전달했다.
병주 상곡군에 거점을 둔다.
그리고 전사들은 위군 소속의 전사가 되어 상곡군 일대에 있는 위국에 저항하는 이들을 친다.
즉 위국의 명을 받는 전사가 되는 것이다.
조건 자체는 예전에 저족과 다른 유목민을 흡수할 때보다 좀 더 안 좋은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도 그럭저럭 만족한 듯 보였다.
이만여의 적병 중 오천 가량이 한정된 식량을 가지고 북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남은 이들이 버틸 수 있게 식량을 보급한다.
하지만 그냥 보급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무기, 그리고 말을 압류해 상곡군에 둔다.
파오는 그대로 두었고 식량과 겨울을 버틸 수 있을 땔감을 나눠주었다.
하루에 한번씩 사용될 만한 분량을 내어주어 탈주와 반발을 막는다.
이정도면 안정도 취할 수 있고 저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도 대략적이나마 예측할 수 있었다.
“후우…”
다행히 큰 전투 없이 삭주 인근의 문제가 마무리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손해가 없지는 않았다.
“돈 더럽게 많이 썼네.”
이번 전쟁때 인적 피해를 최소화시키기 위해서 쓴 비용은 꽤 많았다.
“그래도 전사자들 보상해주는 것보다는 싸게 먹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하아… 적자다. 적자.”
이번에 소모된 물자를 정리한 나는 죽간을 접었다.
이걸 만회하려면 정말 쉽지 않겠군.
상곡군 일대에 목장을 제대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기는 하지만…”
삭주의 유목민들이 약탈을 하는 것을 배제할 수 있는데다가 따로 아군의 병력을 이용하지 않아도 유주 북방, 그리고 부여를 견제할 수 있으니 이득이기는 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말이지.
하지만 단기적인 입장에서보면 큰 손해가 아닐 수 없었다.
“정치가들은 십년 후를 봐야 한다지만 이거 나도 사람이다보니 당장 내년이 걱정이군.”
“그래도 위국이 흔들리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길어지면 다들 힘들어져.”
지금은 전시에 대비한 긴축재정을 실시하고 있지만 이걸 유지하면 불만은 쌓인다.
적어도 이년에서 삼년 안에 이 피해를 메워야 한다.
“그리고 익주가 남았다고. 그 놈들 잡을 거 생각하면, 거기에 부여 놈들이 까부는 것 막는 거 생각하면 간당간당해.”
“결국 뭔가 새로운 물건을 만들든… 아니면 다른 쪽과 교역을 하든 해야 한다는 것이군요.”
“그렇지. 뭘 교역하는게 좋으려나…”
“교주와 거래를 한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 품목을 고구려와 거래를 하면서 이득을 좀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아… 지금은 그것 밖에 없겠군.”
그리고 논농사를 활성화시키고 상곡군 일대에 목장이 만들어지게 하는 정도가 다다.
이번 일로 소모된 국력을 채울 방법을 생각해보는 것이 급선무겠다.
내가 저수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들어 온 것은 교사원의 요원이었다.
그는 나와 저수에게 인사를 한 후 서찰을 들었다.
“뭐야?”
“허창의 연주목이 보내는 서찰입니다.”
이제 뭐 서찰만 오면 하면 무섭다.
떨떠름해하며 서찰을 펼쳤다.
“음…”
“뭡니까?”
“별 거 아니야.”
난 서찰을 내려 놓았다.
정말 별거 아니다.
한중으로 군이 움직였다는 정보다.
황충이 있는 한중으로 익주에서 군을 보냈다는 정보.약 이만여의 군세가 상용을 향해 공격한다는 첩보였다.
“이거 어째 좀 찝찝하군.”
“연주목이 보냈다는 것은… 연주목도 이번 전투에 참전할 수 있다는 겁니까?”
“일단은 그렇지. 하지만 쉽게 움직이지는 않을 것 같은데…”
상용을 빼앗기게 되면 허창도 위험해지니까.
그런만큼 허창에 있는 연주목인 서복도 출정을 준비해야 할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바로 움직이지는 않을거다.
올해 위국은 더 이상 전쟁을 하지 않을 계획이었다.
익주에서 대놓고 도발하며 달려들지 않는 이상 익주 정벌은 없다.
허창에 있는 서복이 군을 이끌고 내려간다면 그 위협에 대비해 한중 역시도 군을 더 올려보낼거다.
그리고 그런 대치 상태가 된다면 결국 전쟁이 벌어지겠지.
“지금까지는 국지전 수준의 작은 전투 뿐이었지만…”
“익주 입장에서는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할테니까요.”
“그렇겠지. 그것을 대비하기 위해서 군을 데려다 놓겠지만 움직이지는 않을거야. 어쨌든 올해는 가급적 전쟁 없이 넘어가려고 하니까.”
탁발부의 문제와 황충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를 어느정도 메우기 전까지는 전쟁을 피하는 것이 좋다.
그 방침을 상서령이 각 주목들에게 전달했을테니 알아서 판단하겠지.
“그나저나…”
장기가 내 서찰은 잘 전달했겠지?
조금씩 피어오르는 불안감을 애써 억누르며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거 계속 여기 있을 수는 없겠군.”
너무 오랫동안 북쪽에 있었다.
슬슬 업으로 내려가서 전체적인 상황을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저수. 안문군에 서찰을 보내. 그쪽은 어떻게 됐는지 알아보도록.”
“그건 이제 떠나시려는 것을 생각하시는 겁니까?”
“아니. 뭐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 어느정도 정리만 되면 나도 내려가봐야지.”
“흐음… 그렇군요. 그럼 상곡군의 관리는 어떻게 합니까.”
난 저수의 양 팔을 잡았다.
“아니!? 여기 훌륭한 관리자가!?”
“윽… 아니 저는 대군의 관리도 해야 합니다만…”
아직도 대군의 군수직을 맡고 있던 저수다.
그에게 부담을 더 늘리는 것 같긴 하지만 뭐 어떤가.
지금은 전시다.물자도 그렇지만 인력도 아껴야 할 때.
“에이~ 유능한 자네가 해줘야지 그럼 내가 누굴 믿고 맡기겠나. 어휴. 선견지명까지 있으신 분이 이러시면 쓰나.”
“…저번의 내기를 마음에 담아 두고 계시는 겁니까?”
저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바라보았고 난 당당히 고개를 저었다.
“그럴리가. 나 그렇게 뒤끝있는 사람 아니야. 날 뭘로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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