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40
상곡군 쪽의 일은 저수에게 맡기기로 하고 정리를 시작했다.
해야 할 일, 그리고 할 일.
정리해야 할 것들.
그외의 부분에 대해서 저수와 상의를 한 후 필요 인력들을 추려냈다.
“하하. 이거 참. 만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가시는 것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거지. 여 군수. 뒷일을 잘 부탁하지. 당분간은 저수의 명을 따라주도록.”
“알겠습니다.”
상곡군의 군수는 여건이지만 이번 전쟁을 승리하였으니 다른 군의 군수직을 맡길 생각이다.
그리고 상곡군은 다른 몇개의 작은 군들과 합쳐서 하나의 군으로 만들고.
“너도 잘해.”
“예!”
여건과 호주천, 거기에 장료까지 두고가니 뒷일은 할 수 있겠지.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고. 응? 아. 그리고 여름에 얼음 좀 보내줘. 다른 곳보다 나한테 먼저 보내야 하는 거 알지?”
“아. 예. 하지만 아직 안문군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는데… 그것이라도 확인하고 가시는게 낫지 않게습니까?”
“뭐… 병주목이 밀릴 것 같지는 않으니까. 여차하면 구원병 노릇이라도 할 수 있겠지. 지금 가두는게 나을거야.”
별일 없으면 방향 틀어서 바로 업으로 빠지고.
어차피 거리상으로 따진다면 기주를 통하나 병주를 통하나 큰 차이는 없었다.
말에 오르며 저수에게 말하자 그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날 보았다.
“아. 왜.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
사실 불만일거다.
대군 군수직이라도 다른 이에게 넘겨주면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니까.
저수의 아들인 저곡이 대군과 이곳을 왔다갔다하며 고생하고 있었다.
나중에 저곡에게도 보상을 해줘야겠군.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안문군으로 내려가시는 겁니까?”
“음. 그래야지.”
안문군에 들렀다가 바로 업으로 간다.
내 말에 저수는 쓰게 웃었다.
“안문군에서 전투가 벌어질지도 모르니 병사들을 더 데려가시지요.”
지금 내가 데려가는 것은 흑귀대 팔천여 뿐이다.
나머지는 이쪽에 둔 후 모용호발을 도와 삭주의 정리를 돕게 해야 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행여나 안문군이 뚫리거나, 탁발힐분의 잔존 병력이 상곡군으로 오게 되면 그걸 감당하는 것도 일이다.
“그럴 것 없어. 어차피 우리는 기껏해야 구원군 노릇 밖에 못할테니까. 이쪽이 오히려 병사가 더 필요할지도 몰라.”
“하지만…”
“걱정말라고. 위기시 바로 도망갈거니까. 관평과 하후상도 있으니까 걱정 없고.”
“끙… 알겠습니다.”
저수가 물러나자 난 이번에는 남기로 한 장료에게 눈을 돌렸다.
장료는 나를 물끄러미 응시하다가 천천히 말했다.
“무운이 있기를 빌겠습니다.”
“싸우러 가는 거 아닌데.”
“산다는 것 자체가 싸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안문군 일대는 지금도 눈이 내리고 있을 겁니다.”
“그걸 어떻게 알어?”
“그야 안문군이 제 고향이니…”
“어? 그래? 혹시 가문은…?”
장호 수준의 인재가 있는 것 아닐까 싶어 물었지만 장료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가문에 사람은 없을겁니다. 동탁의 일 이후로 멸문이 되어버린지라…”
“그, 그러냐…”
괜한 걸 물었군.
무뚝뚝한 표정으로 나를 배웅하는 그를 보다가 난 그의 어깨를 잡았다.
“장 성주는… 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는 이쪽에 활약을 해줬으면 좋겠네.”
“그거야 어렵지 않습니다만… 익주를 공략할 때는 참전하고 싶군요.”
“그때 부르도록 하지.”
이제 남은 것은 익주 뿐이다.
최소한만 남겨 두고 우리가 가진 최정예들만을 쏟아부어 단번에 쳐내야 한다.
하지만 당장 공격할 생각은 없었다.
장료는 그제서야 안심했는지 빙긋 웃었다.
“그럼 그때까지 이곳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을 하지요.”
“그래.”
장료가 해야 할 일.
북방 유목민들을 제압하고 이곳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다.
합비에서 성주 노릇도 해봤으니 관리 자체가 불가능하지는 않을 거다.
그리 생각한 나는 저수를 보았다.
졸지에 두개의 군을 맡게 된 저수다.
일이 늘어난 것에 떨떠름해하고 있지만 어쩌겠나.
원래 이런 관리자들이 해야 할 일은 많다.
“그럼 우리는 이만 가도록 하지. 아. 그리고…”
난 저수와 장료의 손을 잡았다.
“둘이 싸우지 말고 잘 있어라. 응?”
저수가 군수로서 일을 잘 했지만 그의 본질은 책사다.
책사와 장수가.
그것도 둘의 직급이 비슷한 상황이라면 서로 마찰을 일으킬 수 있었다.
지금이야 내가 있으니 괜찮지만 장료도 장수로서의 자부심이 강한 사람이다.
저수 역시도 마찬가지.
둘의 의견차이는 있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괜히 자존심 싸움하다가 문제를 일으킬 수도 있었다.
“특히 장료. 너는 조금 고지식한 부분이 있으니까.”
“하하…”
머쓱해하는 장료의 어깨를 가볍게 쳐 준 후 저수를 보았다.
그는 가볍게 웃을 뿐 이었다.
“너도 이상한 짓 하지 말고.”
“안합니다. 그런 짓.”
“그래.”
한때 서로 적이었던 만큼 서로를 견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렇게 제대로 박아주고 가는 편이 안심이 된다.
“그럼 다음에 보자고. 나중에 업으로 부를테니까 와라.”
“예.”
상곡군에 남는 이들의 배웅을 받으며 걸었다.
겨울에 이렇게 행군을 하는 것이 문제가 되지만 병주가 삭주는 아니다.
그리고 관도를 통하는 것이니만큼 문제 될 것도 없었다.
흑귀대 일만여를 이끌고 관도에 도착하자 난 털옷을 만지작거렸다.
“상곡군까지 얼마나 걸리지?”
“길이 잘 정비되어 있다면 십일 정도 걸릴 것 같습니다.”
“그정도면 날씨가 좀 풀어지려나?”
“글쎄요…”
안문군은 상곡군보다 남쪽에 있는 군이다.
그런만큼 날씨가 좀 따뜻해졌으면 좋겠는데 말이지.
내가 중얼거리자 관평은 잠시 생각하다 답했다.
“추위는 계속될 것 같습니다.”
“아. 그러냐.”
기대감을 완전히 내리는 답변 고맙다.
내가 짧게 혀를 차자 하후상은 말 고삐를 가볍게 잡았다.
“속도를 더 낼 수 있습니다만… 달릴까요?”
전사들의 말을 빼앗아 흑귀대 전원이 괜찮은 말을 얻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보급품이나 추위 문제를 생각한다면 쉽게 달려갈 수는 없었다.
“그냥 천천히 가자.”
안문군까지 가는 길에 눈이 두번 더 왔다.
덕분에 시간이 꽤나 지체되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오일 정도 늦어졌다.
안문군 음관현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이월의 말이 다가오고 있었다.
“승상부주!!”
“오우. 이거 오래간만이군.”
우리를 마중 나온 것은 견초였다.
그는 나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한 후 웃으며 말했다.
“예까지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아. 전황이 어떻게 됐는지도 궁금하고…”
“다행스럽게도 사흘 전에 끝났습니다. 지금은 정리 작업 중이지요.”
그거 다행이군.
사실 이곳까지 오면서 전쟁이 끝난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오다가 정찰을 하는 병사들을 만났고 그들에게 대략적이나마 들은 덕분이다.
견초도 그 사실을 알고 있는지 그저 싱글거릴 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탁발힐분은?”
“잡았습니다. 그를 잡고 전쟁이 끝나게 되었지요. 항복한 이들도 많았고.”
“그래? 그런데…저게 뭐지?”
“하하… 치열한 전투의 흔적이지요.”
수레들이 시체를 나르고 있었다.
시체는 적은 수가 아니었다.
수레 가득 실려진 시체들이 커다란 구덩이에 쏟아지고 있었고 포로로 보이는 이들이 처형당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떨떠름한 기분을 감추지 못했다.
“포로들을 전부 죽이는 건가?”
“뭐… 그들에게까지 굳이 식량을 소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상곡군에서와 다르다.
안문군에서는 끝까지 전투를 치룬 모양이었다.
그리고 항복한 이들도 죽인다.
이정도면 거의 학살 수준 아닌가.
커다란 구덩이들에 시체들이 들어가는 것을 보며 내가 묻자 견초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포로는 약 일만… 전투에 죽은 이들이 이만 정도. 거기에 굶주리거나 동사한 이들이 오천여 정도 됩니다.”
대충 계산을 해보니 안문군에 들어왔다는 적병의 수와 들어맞았다.
다 때려잡은 모양이군.
탁발힐분이 이끌었던 병력 대부분이 죽은 모양이다.
난 구덩이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몇만이나 되는 이들을… 하.”
뭐라고 해야할까.
저들이 안타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어쨌든 저들은 적이다.
목숨을 걸고 공격을 한 이들이 죽은 것에 대해서 내가 뭐라고 하겠는가.
결국 그것은 그들의 선택이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저 많은 인력이 허무하게 죽었다는 것 뿐이다.
저걸 노동력으로 전환한다면 큰 도움이 되었을텐데.
“승상부주께서는 병주목의 방식이 잘못되었다 생각하십니까?”
“아니. 뭐 병주목도 생각이 있으니 저리 한 것이겠지. 그것을 나무랄 이유는 없다고 보네.”
“저 역시 그리 생각합니다. 감히 주제도 모르고 덤벼든 놈들을 가엾게 여길 필요는 없지요.”
수레에 실려 오는 얼어붙은 시체들을 구덩이에 던지는 것을 본 견초는 밝은 표정으로 말했다.
“관청으로 가시지요. 병주목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관청에 도착해 흑귀대를 쉬게 한 후 곧장 가 사형을 만나러 갔다.
병주목의 집무실에 들어가자 그는 여유로운 얼굴로 죽간을 보고 있었다.
“어서오게나. 마중나가지 못해 미안하네. 이쪽의 일을 마무리하는 것이 시급한지라.”
“아닙니다. 그보다 무슨 일이 그리 많으시길래…?”
“사망자에 대한 보상 문제라든가, 그리고 삭주의 문제라든가.”
우리와 다르게 마지막에는 전투를 치룬 모양이다.
오면서 견초에게 들었는데 우리의 피해도 어느정도는 있었다고 한다.
내가 떨떠름해하자 가 사형은 빙긋 웃으며 다른 죽간을 들었다.
“자네가 보낸 서찰은 받았네. 탁발부를 삭주에서 지우고 모용부를 밀겠다고?”
“예.”
병주는 삭주와 인접한 곳.
그런만큼 모용부를 키우기 위해서는 병주의 도움이 절실했다.
병주목인 가 사형은 보던 죽간을 내려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앉게나. 그것과 관련해서 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니.”
화로를 뒤적거려 불을 피운 후 물을 끓인다.
보글거리던 뜨거운 물로 차를 탄 그는 나에게 차를 따라주며 말했다.
“자네가 직접 다스릴 생각은 없나보군.”
“예. 뭐 딱히 거기 다스릴 여유는 없습니다만. 다스려봤자 좋은게 있습니까?”
가 사형도 내가 다른 일로 바쁘다는 것 쯤은 알텐데?
고작 일개 군 하나 다스릴 여유는 없었다.
내가 떨떠름해하며 묻자 가 사형은 뜨끈한 차를 한모금 마셨다.
“후… 사실 자네가 관심가질만한 품목이 있어서 그러네만. 나중에 업에 가면 주려고 했는데 마침 잘됐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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