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60
“일이라면…”
“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그냥 출장 정도지요.”
그래.
출장이다.
난 화흠을 굉장히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화흠이 조조의 밑에 들어 온 것은 꽤나 오래 전의 일이다.
옛날 내가 임시 서주목일 때 화흠이 임관을 했었지.
그때는 아마 회계의 왕랑 밑에 있었을 때다.
방통이 회계를 쳤고, 그때 회계의 군수인 왕랑은 얼씨구나 하며 조조의 밑으로 들어왔었다.
그때 함께 들어 온 것이 바로 화흠이다.
시간으로 따진다면 거의 이십년 정도 되었다.
그 이십년동안 꾸준히 성과를 내며 시중의 자리에 오른 것이 화흠이다.
아무리 조조군이 인재난에 시달렸지만 그건 다스리는 지역이 많았기 때문이다.
소속된 관리의 수는 다른 어떤 세력보다 많았다.
그런 이들을 제치고 시중의 자리까지 오른다는 것.
그 수완과 지략, 거기에 정치력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거다.
그런만큼 그라면 충분히 잘 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
화흠은 머뭇거렸다.
그도 머리가 돌아가는 사람인만큼 지금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그리고 내가 하자는 일이 뭔지 정도는 알거다.
“이번 일이… 혹 익주놈들의 짓입니까?”
“그건 모르지요.”
지금까지 위국의 영역 내에서 퍼진 유언비어 정도는 화흠도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 일도 익주의 짓이라는 것 쯤은 증거가 없지만 그도 예상할 수 있을거다.
내 대답에 화흠은 눈을 감고 곰곰히 생각을 했다.
그리고 조심스레 물었다.
“…제가 익주로 가야 하는 겁니까?”
역시 현명하군.
“뭐… 가주시면 감사할 따름이겠지요.”
난 화흠의 어깨를 잡았다.
그리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조사를 해봐야 정확하겠지만… 이번 일이 익주에서 꾸민 일이라면 저희 입장에서도 상당히 짜증나는 일 아닙니까.”
“그, 그렇습니다만…”
“거기에. 시중부의 행사에 그들이 재를 뿌린 것입니다. 시중으로서도 화가 나시겠지요?”
“…그렇긴 합니다.”
“화 시중. 저는 화 시중을 아주 높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화흠의 안색이 딱딱히 굳었다.
내가 지금 화흠에게 요청하는 것은 익주에 가서 그곳에 대한 정략을 지휘해달라는 것이다.
젊었던 시절의 화흠이라면 딱히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도 젊었을 때는 유언비어를 퍼트리거나, 혹은 첩보를 받아오는 일 정도는 했었다.
하지만 지금 화흠은 현장직에서 거의 물러났다.
맡고 있는 것은 시중직.
위험한 현장직이 아닌 사무직에 가까운 것이다.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그에게 있어서 현장직으로 돌아가라는 것.
그리고 그 현장직이 목숨을 걸어야 할 험지라는 것.
그것은 굉장히 고민이 될 만한 일이었다.
“뭐. 익주가 싫으시다면 교주도 상관없습니다만. 아니면 승상대리를 맡는 것도 나쁘지 않고.”
솔직히 아내들 일만 아니라면 내가 직접 가서 익주놈들의 면상을 짓밟고 싶을 정도다.
하지만 지금 움직일 수는 없었다.
승상대리의 일 때문이 아니었다.
익주에 잠입하여 그곳에서 지휘하여 익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일은 적어도 일년은 잡아야 하는 것이다.
지금 내 아내들은 모두 임신하여 여름 말미쯤이 출산 예정일이다.
그런데 자리를 비우라고?
갈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닌데?
“승상대리는 좀…”
화흠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교주도 가고 싶지 않겠지.
또한 익주 역시도 만만치 않을 것이고.
화흠이 고민하자 난 웃으며 말했다.
“물론 강요는 아닙니다. 화 시중께서 싫어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그렇지만 그리 되면 승상부주께서 저와 잡고 있던 손을 놓으려 하시는 것… 아닙니까?”
“뭐. 그렇지 않겠습니까? 저로서도 시중을 지킬 명분이 필요하니 말입니다. 시중.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시중부의 행사에서 이렇게 일이 터진 것입니다.”
아무리 시중인 화흠이 잘못이 없다하더라도.
그도 책임을 져야 했다.
그리고 그 책임에서 벗어나려면 합당한 공을 세워야 했고.
이것은 내가 화흠에게 주는 협조 요청이자 기회였다.
만약 화흠이 거절한다면 강요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책임을 지고 시중의 자리에서 좌천되는 정도는 각오해야 할거다.
그리 좌천되고나면 화흠에게 다음 기회따위는 없을거다.
영원히 권력과 멀어지고, 결국은 평안한 삶을 살겠지.
아무런 부담없이.
…이거 부러운데?
화흠은 눈을 감았다.
“…익주로 가지요.”
“역시 현명하시군요. 교주를 택하지 않으시다니.”
“거길 택해봤자 오히려 골치아픈 일이 많아지겠지요. 그리고… 승상부주께서는 이미 저를 익주에 보내는 것으로 생각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교주에서 보내진 공물이 보화라는 것은 이미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들이 교주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은 이번 일을 양 사형이 직접 담당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양 사형 쯤 되는 위치이니 여기저기서 찝적대지 않을 뿐이다.
거기에 양가는 명가 중 하나다.
그러니 다른 명가에서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한다.
하지만 화흠은 가문도 그리 좋지 않았다.
화가는 이렇다 할 명가가 아닌만큼 건드리기도 쉬웠다.
승상부에서 막아준다고 하더라도 그 압박까지 견뎌내며 교주에서 버티려면 골치가 이만 저만이 아닐거다.
승상부의 일은 아예 논외로 치자.
그건 쉽게 맡을 만한 부분이 아니니까.
결국 그가 택할 수 있는 것은 익주행 뿐이다.
차라리 익주가 나을거다.
익주에 의해서 이런 일에 휘말리게 된 것이니까.
“잘 생각해주셨소.”
“허나 한가지만 약속해주셨으면 합니다. 승상부주.”
“무슨 약속을?”
“제가 성공하여 돌아온다면. 그 보상으로 얻는 것은 무엇입니까?”
“하하하!! 이런 상황에서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화흠의 말에 난 크게 웃었다.
만약 화흠이 익주에서 지휘를 하여 거슬리는 놈들의 제거에 성공한다면?
그럼 위국의 입장에서는 훌륭하다.
뛰어난 인물 한명이 제거될 수록 국력은 크게 감소한다.
전투 한번 치루지 않고 적국의 국력을 감소시킨 이라면 그 성과는 인정해줘야지.”
“무엇을 원하십니까?
그는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사예교위직을 약속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난 또.
재상 급 직위라도 달라고 할 줄 알았네.
사예교위직은 사예주를 전부 다스릴 수 있는데다가 다른 주목들보다 훨씬 위의 위치인 만큼 탐내는 이들은 많았다.
하지만 화흠이 거길 노릴 줄은 몰랐는데?
“그거야 어렵지 않겠지만… 사예교위는 시중보다 밑의 직위 아닙니까.”
“뭐. 나이 먹고 계속 엎드려 사는 것은 좀. 그리고 말년에는 용 꼬리보다는 뱀 머리가 낫지 않겠습니까?”
“허… 그리하시지요.”
화흠은 그제서야 만족한 듯 웃었다.
“후우… 어떻게보면 위기를 기회로 바꾸게 되었군요.”
“그나저나 시중직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습니까? 화 시중께서 만족하고 계시는 줄 알았는데.”
“지금이야 만족하고 있지만… 뭐랄까…”
화흠은 내 눈치를 살폈다.
말을 아끼려는 듯한 그를 향해 웃었다.
“말씀하시지요. 화 안낼터이니.”
“전하께서는 한을 치워버리실 생각을 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흠…”
정확히 봤다.
천하를 통일하고 나면 몇년 안에 한은 치워버릴거다.
지금이라면 모를까 천하가 완전히 통일되고나면 한은 그저 쓸모없고 다른 이들이 가지면 위험한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그런 것을 굳이 놔둘 이유가 없잖은가.
“역사에 기록되고 싶지 않습니다. 시중이라는 직위에 있으면서도 왕실을 막지 못한 무능한 이로 남고 싶지 않군요.”
“나름대로 명예까지 챙기시겠다는 겁니까?”
“잘못되었습니까?”
“그럴리가요…”
아무리 시중부를 그대로 승계하겠다고 하더라도 시중부는 황실의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화흠이 아무리 조가를 따르고, 위국의 신하라고 하나 그의 임무는 황실을 지키는 것이다.
우리가 황실을 끌어내릴때 시중은 당연히 우리를 막아서야 했고, 혹은 관직을 내려 놓거나, 아니면 죽음으로서 한의 충신임을 보여야 했다.
화흠은 그게 싫은 것이었다.
“나중에 때가 되면 어떻게 물러날까 생각했는데. 차라리 이게 나은 것 같군요.”
과연.
한때 일룡이라 불리며 상황을 읽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던 자 같군.
그래.
차라리 이게 낫다.
복수심 뿐만 아니라 성공시 자신이 얻을 포상이 달콤한 것이라면 더욱 노력할테니까.
화흠의 의지를 생각하면 적어도 위험한 놈들 넷 중 하나는 잡을 수 있겠군.
법정, 비의, 장완, 동윤.
이 네 놈 중 한놈이라도 잡아준다면 사예교위직따위 얼마든지 줄 수 있다.
“그럼 제가 뭘 해야 합니까?”
“일단 화 시중께서는 교사원에 계속 갇혀 계신 것으로 해주셔야겠습니다. 그리고… 교사원에서 신분을 마련해드리지요. 교사원 요원들을 이용하여 익주로 잠입해주셔야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음…”
“왜 그러십니까?”
“제 가족들은 어찌 됩니까?”
“물론 그들의 안전은, 그리고 생활은 보장됩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그렇다면 승상부주를 믿고… 이 일을 맡겠습니다.”
“현명하신 선택입니다.”
다행이다.
화흠이 익주에서 움직여 준다면 당분간은 익주에서도 함부로 까불지는 못하겠군.
“익주에서 시중께서 해주실 일은 간단합니다. 암살, 그리고 그들이 정략을 쓰지 못하게 익주 자체를 흔들어 놓는 것. 그 정도면 됩니다.”
“시간이 저희 편이라는 겁니까?”
“예. 일년, 길어봤자 일년 반. 그정도면 저희는 지금까지의 손실을 메우고…”
난 이를 드러내었다.
“익주 정벌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때까지 국력을 모을 시간을 벌게 해주시면 됩니다.”
“최선을 다하지요.”
난 그의 손을 꽉 잡았다.
화흠이 고개를 끄덕이자 난 바깥에서 포충을 불렀다.
그가 들어오자 난 포충에게 화흠과의 거래에 대해서 말해주었다.
“알겠습니다. 시중.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화흠이 익주로 가준다고 했으니 일단은 안심이다.
그라면 잘 해낼 수 있겠지.
그럼 나머지는 이쪽 일을 확인하는 건가?
난 포충을 잡고 물었다.
“잘 조사해보게나. 알겠지만 이번 일은 빠르게 처리해야 하는 것 정도는 알겠지?”
“예.”
“우리가 저들을 잡아낸 것으로… 아마 흉수는 이미 업에서 떠났을지도 몰라.”
“…알겠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흉수에 대한 정보를 얻어내고 그것을 통해서 적의 꼬리를 잡아내는 것이 중요하네. 그래야 다른 곳에 협조를 해서 잡아낼 방법이라도 찾지.”
“알겠습니다.”
“적어도 사흘 안에 해내야 할 것이야.”
업에서 아무리 남쪽으로 이동한다고 치더라도 결국은 항구를 통해야 한다.
업에서 전서구를 보낸다는 가정을 한다면 항구까지는 사흘에서 오일 정도 걸린다.
그것을 생각한다면 이곳에서 흉수를 잡아낼 시간은 사흘 정도 뿐.
시간이 촉박하다는 것에 포충은 눈쌀을 찌푸렸다.
“잘 부탁하겠네. 이번에 잡아낸다면 우리도 꽤나 편해질테니까.”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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