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59
만약 화흠이 뒤통수를 쳤다면 이런 식으로 치지 않겠지.
시중이라는 위치를 이용해서 황제를 빼돌리고 위국에 대해 지탄하는 방법을 쓸 것이다.
그게 가장 우리에게 타격이 크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암살을 시도해봤자 얻는 것 따위는 아무것도 없었다.
거기에 그는 오랜 시간 위국의 신료로 일하면서 많은 이들과 협력해오던 사람이다.
그런 이가 이제와서 배신을 한다?
배신을 한다는 것도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특히나 지금까지 일군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한 방법.
화흠이 그런 미친 짓을 할 정도로 멍청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고 이 생각은 조앙과 양 사형 역시 동감하는 듯 보였다.
“화 시중은 현명한 사람이야.”
“내가 봐도 화흠이 이런 일을 꾸밀 것 같지는 않군. 만약 그가 일을 꾸몄다면 시중의 이름으로 황제를 빼돌렸지 어사주에 독을 타는 미친 짓은 안해.”
그래.
그는 똑똑한 사람이다.
조앙이 장군으로서 일해 어지간한 독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는 것 쯤은 안다.
그런데 그에게 독주를 보내?
뻔히 자신이 걸릴 것임을 아는데?
그렇다면 이번 일에 화흠이 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그런데도 내가 화흠을 잡아오라고 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어사주를 보내 준 부서는?”
“시중부지.”
“그렇다면 첩자가 시중부에도 속해 있을 수 있군요.”
“황실의 하인, 그리고 왕실의 하인에도 속해 있을 수 있어.”
“어쨌든 적들이 노린 것이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내부적으로 흔드는 것.
시중이라면 비록 실권은 그리 없다고 하더라도 상당히 높은 위치에 있는 관직이다.
그런 이에게 누명을 씌우게 한다면 그 조사를 아무나 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 역시 업무적 소요가 발생한다.
가뜩이나 일이 많은 상황에서 승상, 아니면 위왕이 직접 그를 심문해야 한다.
결국 내정의 발전이 한걸음 늦춰지는 것이다.
“그런가…”
“적들의 눈을 속이려면 잡아두는 것이 좋지요. 그리고 맡겨 보고 싶은 일도 있습니다.”
“괜한 짓을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조앙의 걱정이 담긴 질문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괜한 짓 할 여력따위는 없다.
“그렇다면 시중도 포함시키도록 하세.”
“예.”
나와 양 사형은 승상부에.
조앙은 왕부에 들어갔다.
지금쯤이면 종요도 상서부에 들어갔겠지?
이제부터 시작이다.
“바로 장군부에 연락해서 통제를 실시하도록. 또한 이 일과 관련된 이들을 모두 잡아내고.”
“알겠습니다.”
승상부에 돌아가 기다리는 사이 종요가 들어왔다.
“승상부주. 이것을.”
“음?”
“현재 업에 있는 관리 중 의심가는 인원의 명단입니다.”
먼저 상서부로 돌아가 장군부와 협력해 명단을 정리한다더니.
생각보다 빠르게 가져다 주었다.
“출신이 익주였던 이들도 있고… 익주에서 올라왔던 이들도 있군.”
“하지만 큰 의미는 없을텐데.”
출신이 다른 지역이라고 하더라도 충분히 첩자짓을 할 수 있다.
양 사형이 고개를 젓자 종요는 담담히 말했다.
“물론 그것만으로 생각하는 것은 아닙니다. 전체적으로 의심이 가는 인원들을 조사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확인해보도록 해야지. 상서령께서도 움직여주십시요.”
“예. 승상.”
종요가 나가자 양 사형은 심각한 표정으로 얼굴을 감싸쥐었다.
작게 신음하던 그는 한숨을 토해낸 후 말했다.
“진짜 마음 편히 갈 수는 없구만.”
“하하.”
이렇게 계속 일이 터진다면 양 사형도 쉽게 떠나지 못할텐데.
내가 작게 웃자 양 사형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뭐하는 놈들인지는 모르지만 대단하군.”
“황실에 잠입해서 어사주에 독을 탄 것?”
“그것도 그렇고. 아무리 우리가 바빴다지만 이런 식으로 꾸준히 작업을 해내는 것도 그렇고.”
대단하긴 했다.
황충, 그리고 탁발부의 반란으로 이래저래 다들 정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위국 자체의 기본이 있는데 이런 짓을 성공해내다니.
놀라운 일이다.
적만 아니었다면 동경할 수준일 것이다.
“누굴까?”
“글쎄요…”
“네 말대로 그 세놈들일 수도 있겠지만 아예 새로운 인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
“양 사형은 내부에서 배신을 한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 것 같군요.”
“응.”
그는 인명부를 내려 놓으며 대답했다.
“이제와서? 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아. 전에 말했지? 배신하여 움직일 놈들은 다 움직였어. 이제 남아 있는 것은 온건적으로 불만을 가지고 있는 이들 정도야.”
“그들이 움직였을 수도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이제와서? 라는 거지. 자기들과 손을 잡고 있던 이들이 움직일때도 얌전히 있던 이들이다. 그런데 이제 익주가 나선다고 해서 갑자기 움직일까?”
양 사형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보기엔 아니야.”
“흠…”
과연 그럴까?
“너는 어떻게 생각하냐?”
“글쎄요. 저도 익주 놈들 외에는 의심가는 놈들은 없습니다만…”
“황제가 나선 것일까?”
“설마~”
황제가 미쳤다고 그런 짓을 하겠는가.
이미 황제는 내 손아귀에 있는 허수아비나 마찬가지였다.
전에 지죽위송 이후로 완전히 풀이 죽어 신하들도 잘 만나지 않는 자다.
거기에 가 사형이 교사원주가 된 이후 시행한 일 중 하나가 황실의 감시였다.
그의 주변에는 내관과 하인으로 위장한 교사원의 내관들까지 있었다.
궁녀들 중 일부 역시 교사원의 요원이었고.
그들의 보고에 의하면 황제가 딱히 일을 벌일 것 같지는 않았다.
그에게 교사원 요원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고.
만약 그정도의 능력이 있었다면 이미 황제는 한을 재건했을거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황제를 치워버릴까도 생각중인데.”
“괜한 짓 하지 마라. 그래봤자 업무적 소요만 늘어날 뿐이다.”
“하하… 그렇겠죠?”
“황실을 치우는 것은 적어도 천하 전체에 대한 안정이 있고 몇년이 지나야 해. 갑작스럽게 그리 해봤자다.”
오를 정벌했지만 강남에 대한 영향력은 완전하다고 할 수 없었다.
각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올리고, 위국의 힘을 인식시켜 준 후가 아니라면.
익주가 남아서 그 틈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져 있다면 한 황실을 끌어내려봤자 틈만 내어주는 것에 불과했다.
“그나저나 업에서 이런 수를 쓸 수 있다니.”
어느새 종요가 가져다 준 명단을 다 본 양 사형은 명단을 내려 놓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누군가가 업에 들어와 있을 수도 있겠군. 확실히 내부에서 움직이며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인물이 있고 없고가… 중요하지.”
“그 말씀은?”
“여차하면 익주로 사람을 보내야 할지도 모르겠다.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성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겠어.”
내부에서 주도하여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는 건가.
내가 입맛을 다시자 양 사형은 볼을 긁적거렸다.
“일복 터졌네? 기본 업무에 추가로 익주의 견제까지 해야하다니.”
“하하… 과연 그럴까요?”
이것 때문에 내가 화흠까지 데리고 오라고 한 것이었다.
새벽이 되자 교사원에서 사람이 왔다.
의심가는 인물들을 전부 교사원의 특등실에 잡아 뒀다는 보고다.
난 감녕만 데리고 곧장 교사원으로 향했다.
기다리고 있던 포충은 꾸벅 허리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그래. 잡아 온 인원은 모두 몇이지?”
“예. 총 백팔십사명입니다. 그들 중 천석관 이상의 관직을 가진 이들이 오십이명입니다만… 태반이 시중부입니다. 물론 다른 부서의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많기도 하네.
그들의 명단을 확인한 나는 인상를 썼다.
“화 시중도 잡아 온 건가?”
“예.”
“그렇군…”
화흠 뿐만이 아니다.
꽤 높은 관직에 있는 이들은 거의 전부 잡아놓았다.
황실의 술과 조금이라도 관련되어 있는 이들은 전부 잡은 것 같군.
“저항은 없었나?”
“몇몇이 저항을 하기는 했지만…”
시중도 잡아왔는데 다른 사람들은 뭐 거칠게 있나 싶었다.
“반항은 없었나?”
“몇몇이 격렬하게 저항하기는 했습니다만…”
교사원에서 잡아간다면 저항해봤자 의미가 없었다.
괜히 감찰부라는 것이 아니다.
“사병을 이용해 막으려는 이들까지 있었습니다만. 저희도 전력으로 움직이는지라.”
이번 일로 교사원의 위상이 크게 낮춰질 수 있었다.
포충에게도, 그리고 교사원에게도 더 이상 물러날 곳은 없었다.
그렇기에 무력을 써서 그들을 쓰러트리고 잡아 온 듯 싶었다.
“잘했어.”
그들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의 홍두깨겠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 화 시중 부터 만나봐야겠군. 안내하게.”
“예.”
지하감옥에 들어가자 많은 이들이 불안해하며 덜덜 떨고 있었다.
그들을 지나쳐 가장 안쪽에 들어간 나는 불안한 얼굴로 얌전히 앉아 있는 화흠을 발견했다.
“화 시중.”
“스, 승상부주!!”
내가 들어가자마자 화흠은 벌떡 일어나 나에게 다가왔다.
그는 안절부절 못하며 내 팔을 꽉 잡았다.
그리고 빠르게 외쳤다.
“승상부주.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교사원에서 왜 저를…?”
나를 보자마자 화흠은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의 말에 나는 쓰게 웃으며 자리에 앉았다.
“진정하고 앉으시지요.”
“제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교, 교사원에서 왜 저를…”
“오늘 휘의 결혼식이라는 것은 알고 계셨소?”
“압니다. 아니 설마. 오늘 제가 참석하지 못한 것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어처구니 없어하던 화흠은 책상을 가볍게 내리쳤다.
“승상부주! 실망입니다. 이런 식으로 파벌을 가르시는 분이셨습니까?”
“그게 아닙니다.”
“그럼 뭐 때문에 그렇습니까!? 저 화 자어. 지금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점 부끄럼없이 살아왔습니다.”
“그런 문제가 아닙니다.”
“그럼 선물이 마음에 들지 않으셨습니까? 제 나름대로 가치 있는 것을 보냈는데. 그리고 오늘 어사주가 가지 않았습니까! 그것은 제가 황제 폐하께 말씀드려보내진 것입니다!”
“그것도 들었습니다.”
“그럼 도대체 왜!”
굉장히 억울해하는 화흠을 향해 난 담담히 말했다.
“그 어사주에 독이 들었습니다.”
화흠의 얼굴이 딱딱히 굳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나를 바라보던 그의 눈이 떨렸다.
난 그를 응시하며 천천히 말했다.
“전하께서 직접 확인하신 것이니까. 그리고 그 어사주에 진짜 독이 타진 것인지는 당지가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 그럴리가. 그럴리가 없는데…?”
만약 화흠이 이 일을 주도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난 화흠의 연기에 감탄할 것이다.
진심이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 정도로 그는 놀라고 있었으니까.
화흠은 머뭇거리다가 다급히 외쳤다.
“승상부주!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아. 물론 아니시겠지요.”
내 말이 빈정거림으로 들린 걸까?
화흠은 나를 꽉 잡으며 더욱 더 간절히 외쳤다.
“내 비록 시중부에서 시중으로서 일하고 있지만, 그 충심은 오로지 위왕 전하께 있다는 것은 승상부주께서 더 잘 아시지 않습니까. 승상부주. 이 자어를 버리시려는 것입니까?”
“하하…”
“부주. 부주. 제발 믿어주십시요. 저는 아닙니다. 저는…”
“압니다. 시중. 너무 그렇게 당황하지 마십시요.”
난 자리에서 일어나 화흠의 어깨를 잡았다.
화흠이 이 일을 벌였다고는 우리 모두 생각하지 않았다.
배신이라는 것도 뭔가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화흠이 권력에 대한 욕심이 있기는 하지만 황실의 시중이다.
비록 황실이 지금 유명무실해져 있지만 시중의 가치는 상당히 높았다.
나중에 한 황실이 없어진다고 하더라도 위 황실이 생길 터.
그렇다면 그 황실을 돌보는 것도 시중부의 일이다.
잘만 버티면 몇년 안에 그 위상이 높아질텐데 화흠이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잖은가.
거기에 그의 가족들도 모두 업에 있다.
익주와는 관련조차도 없고.
교사원의 조사에 의하면 화흠과 친분이 있는 이들도 대부분 위국에 있고, 위의 영역에 있는 이들 뿐 이었다.
“승상부주…”
“지금 조사 중입니다. 상서부와 장군부, 교사원. 왕부까지도 나서서 이번 일에 대한 흉수를 찾아내고 있으니 너무 걱정마십시요.”
“하, 하지만…”
시중부에서 보낸 황실의 어사주에 독이 타져 있다.
만약 이 일에 시중부의 인원이 관련되어 있다면 시중인 화흠도 책임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만큼 화흠의 표정은 무척이나 안좋았다.
그가 걱정하자 난 웃으며 말했다.
“시중께서 항상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시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가, 감사합니다.”
“저도 한때 시중이었던 바. 시중의 노고가 얼마나 대단한지 정도는 압니다. 화 시중께서 매일 고생하시는 것도 알고.”
“알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그저 조사의 의례일 뿐입니다.”
“하지만 교사원의 조사는…”
“걱정 마십시요. 화 시중께서 배신을 하실 이유가 없다는 것 정도는 저희 모두 알고 있으니까. 그런 분께 교사원의 방식을 강요할 수는 없지요.”
“아아…”
화흠이 안도하자 난 팔짱을 끼고 그를 응시했다.
내 시선에 화흠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리 보십니까?”
“화 시중.”
“예?”
“아무튼 일은 이렇게 되었는데… 저와 일 하나만 같이 하시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