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066
내성에서 나와 아까의 건물로 돌아왔다.
보즐은 꽤나 속이 복잡해보였다.
그가 연신 한숨을 내쉬는 동안 나는 그가 마음을 잡기를 기다렸다.
근 한시진동안 그는 말없이 고민을 했다.
나도 딸을 시집보낸 입장이다.
그러니 저렇게 고민하는 보즐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다.
“후우… 알겠습니다.”
보연사가 진가윤에서 높은 위치에 있고, 많은 이들에게 신뢰와 존중을 받고 있다.
그녀가 자신의 재능을 펼치며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보즐은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그것과 승상부주와 연결되는 것이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음.
예리하군.
충격적인 광경을 봐서 그냥 넘어갈 줄 알았는데.
이런 상황에서도 본질을 바라보려는 보즐이다.
마음에 든다.
자신의 소중한 것이 관련되었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냉정하게 나올 수 있다면…
다른 일을 시켜도 잘하겠군.
그럼 이제부터 본격적인 설득을 시작한다.
난 나를 똑바로 응시하는 그를 마주했다.
흔들려서는 곤란하다.
“관계가 있소.”
“무슨 관계요?”
“일단 첫번째. 그녀를 지키기 위함이오.”
“무슨…?”
“보 가주. 생각해보시오. 이미 보연사는 보가의 보옥이라 불리며 많은 이들의 존경과 흠모을 받고 있소. 아직 장가를 가지 않은 명가나 호족의 자식 중에도 그녀를 원하는 이가 많고.”
보가에 전해지는 정혼장, 그리고 강동에서 그녀를 찬양하는 이야기에 대해서는 이미 유명했다.
보연사를 얻으면 보가의 힘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을 떠나서 그녀가 가진 미모, 재지만으로도 많은 남자들이 탐을 낸다.
개중에는 보가보다 강하거나 큰 가문도 있었다.
내 말을 들은 보즐의 낯빛이 흐려졌다.
“그녀가 단순히 매력적인 재녀라면 나도 이렇게까지는 하지 않겠지. 하지만 보연사가 가진 재능은 대단하며, 또한 위험하오.”
“…그것은…”
“그런만큼, 그녀에게 다른 이들이 관심을 가지게 하면 아니되오.”
“허나 그렇다 하여 승상부주의 아내로 받아들일 이유는 없지 않습니까. 승상부주께서 신뢰하는 다른 이들은 많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처럼 예하 제장으로…”
“두번째는 보가를 지키기 위함이니까.”
“무슨… 말씀이십니까?”
난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부터가 중요하다.
난 보즐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지금까지 나는 내 적들을 철저히 제거해나갔소. 나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또한 소의를 따르며, 이기적인 사람이오.”
“그, 그렇게 말씀하실 것 까지야.”
“아니. 사실이니까. 사실만 가지고 이야기하자는거요. 보 가주. 나는 나를 거슬리게 한 이들을 용서하지 않았고 항상 합당한 벌을 내렸지. 또한 내 것을 탐하는 이들을 철저하게 짓밟았소. 이것은 위국 내에서도 아주 유명한 것이지.”
예전에 위연이 내 집에 쳐들어 온 적이 있었다.
그리고 그 놈은 결국 내 손에 의해서 죽었다.
그것 말고도 손상향의 일이 있다.
다른 무관들은 청이와 손상향의 문제를 대무만으로 끝내려 했었다.
하지만 나는 손상향에게 냉정하게 벌을 내렸다.
그녀를 교주로 유배 보낸 것에 대해서는 보즐도 잘 알거다.
“보연사를 내 아내로 받겠다고 알림으로써, 그것만으로도 보가와 보연사에 대한 위협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소.”
이미 내가 침발라 놓은 보가에 손대지마라.
그것을 알리는 것이다.
물론 보연사를 내 부하 중 괜찮은 이와 엮어 줄 수는 있었다.
보연사는 당연히 거절하겠지만.
아무튼 그런 식으로라도 선포 자체는 가능하지만 가끔씩 미친 놈들이 있었다.
일단 한번 깔아뭉개고 나면 알게 뭐냐. 라는 생각을 하는 놈들이 말이다.
옛날 채 사저를 탐내던 놈이 떠오른다.
이름도 기억 안나는군.
그놈의 성향이 그랬다.
여자는 일단 눌러놓고 보면 말을 듣는다.
그런 생각을 가진 놈이 없다고 보장할 수는 없었다.
아무리 보가가 명가라지만 강남의 명가는 상대적으로 강북의 명가들에 비해 그 위상이 낮다.
만약 보가가 내 직접적인 보호의 바깥에 있다면 그것을 깔아뭉개고 보연사를 억지로 취하려고 할 수도 있었다.
보즐의 표정이 어두워지자 난 천천히 말했다.
“과거 오가 있을 때와는 다르오. 이제 강남은 위국의 영역에 있는 바. 위국에 있는 많은 가문들이 강남으로 진출하게 될거요.”
“…그러겠지요.”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는 강남에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 몇몇 호족들이 강남에 갔다는 보고는 있었다.
자체적으로 그곳을 개발해서 영향력을 넓히고, 또 가문의 부를 늘리려 한다.
위국은 법을 중시하는 나라다.
법적으로 문제만 없다면 크게 간섭할 수 없었다.
거기에 그들이 지원하는 것을 바탕으로 강남의 발전도 할 수 있다.
관의 입장에서는 막을 이유가 없다.
“그들이 과연 보가보다 작을까? 보가의 위세를 넘지 못할까? 보가는 관인이 아니잖소. 또 명문가라 하나 오랜 기간 관직에 오르지 못했고.”
“그렇긴 합니다만…”
“만약 그들이 위세를 등에 업고 보가를 압박하여 보연사와의 혼인을 말한다면? 결국 보가도, 보연사도, 또한 나 역시 위험해지는 일이오.”
“으음…”
“그 외에도 이유는 얼마든지 있소.”
“방법은… 그 뿐입니까?”
“물론 다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오. 다만…”
보즐이 고개를 숙이자 난 한숨을 쉬었다.
그래.
끌어들이지 않고 다른 방법을 택해도 된다.
과연 보즐은 내가 생각하는 다른 방법에 대해서 눈치를 챘을까?
고민하던 그가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눈치챘나보군.
그의 안색이 딱딱히 굳은 것을 보자 난 씁쓸히 말했다.
“보 가주.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보연사를 아주 좋게 생각하고 있소. 아, 물론 여인으로서 뿐만이 아니오. 그녀가 가진 재능, 그리고 능력. 또 열정까지.”
“…하아.”
“그것을 버리고 싶지 않소.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와서 버리는 것도 문제가 있을 것 같고. 그녀가 맡은 일은 많은데, 그것을 대체할 수 있는 이는 많지 않소.”
“그렇군요…”
그녀를 내 사람으로 끌어들이지 않고 내가 속편히 있을 수 있는 방법.
간단하다.
보가와 보연사의 제거다.
내가 갖지 못하면 남도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은 많은 이들이 시행하는 방법 중 하나다.
보연사를 갖는다면 노숙의 유산과 더불어 보가의 힘을 얻는 것이니까.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나는 그 꼴 못 본다.
단순히 기술적인 문제를 떠나서 그녀가 가지고 있는 아주 위험한 지식.
앵속에 대한 것 때문이다.
예전에는 한중에서 길러 여기저기 퍼져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사부님이 한중의 앵속밭에 불을 질러 그것을 전부 태워버렸다.
그 이후로 앵속에 대한 것은 거의 사라졌다.
익주 또한 앵속에 대해서 알지 못하거나, 차마 쓰지 못하고 있는 것이겠지.
만약 그들이 앵속을 기르고, 그것을 쓸 수 있는 여력이 되었다면 이미 썼을 거다.
지금 익주는 완전히 궁지에 몰린 것이나 다름없으니까.
그런 상황에서 보연사를 빼앗기면 우리 입장에서는 큰 위험을 마주해야 한다.
그럴바에는 그냥 초기에 그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낫지.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정도는 보즐도 대충은 눈치챘을거다.
“보 가주. 내 마음을 이해해주시오. 나는 관인으로서, 그리고 나라를 운영하는 입장으로서 이럴 수 밖에 없소.”
“대의를 위해서 희생해달라는 겁니까?”
“글쎄. 이걸 희생이라고 봐야하는지 모르겠군. 보 가주. 솔직히 말씀드려도 되겠소?”
“그러시지요.”
“보연사는 나를 좋아하오. 이것은 억지도 아니고, 강요도 아니지. 그녀가 그녀 나름대로 나에게 존경심을 가지며 그것을 호의로 생각하고 있다오.”
“…그건 압니다.”
“만약 내가 대의를 위해 희생해달라고 했다면, 보연사와 보가 자체를 전부 제거했을거요. 왜? 차라리 그게 더 안전하니까.”
잠시 숨을 멈춘 후 난 강하게 말했다.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오. 보연사가 나를 진지하게 마주보고 있다면 나 역시 그리 마주할 수 밖에 없지. 진심에는 진심으로 대할 뿐이오.”
“…..”
보즐은 입을 다물었다.
나 역시 입을 다문 채 그가 머릿 속으로 정리하기를 기다렸다.
“저는… 모르겠습니다. 어찌 해야 할지.”
“뭐가 그리 고민이 되는 것이오?”
“저희 보가의 역사를 보면, 관직에 계셨던 분들은 전부 안 좋은 최후를 맞이하셨습니다. 저희의 가훈은… 관의 일에 개입하지 말자. 그것입니다.”
“그렇소?”
“예. 저희는…”
“우습구려. 보 가주. 보 가주의 선조들께서 말씀하신 관의 일이 정말 관의 일을 말하는 것이오?”
난 그를 지그시 응시했다.
내 시선을 정면으로 받으며 보즐은 무거운 한숨을 토했다.
“그렇겠지요.”
관의 일이 아니다.
결국은 권력 다툼이다.
안 좋은 결말을 맞이하는 관인들의 대부분은 권력, 혹은 부에 대한 갈등으로 인해 그런 결말을 맞이하는 것 뿐이다.
가끔가다가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술이 웬수다.
죄가 나쁘지 사람이 왜 나쁘냐.
말도 안되는 소리.
술은 술이고 죄는 죄다.
결국 그것을 어기고 스스로를 타락과 멸망의 길로 이끄는 것은 결국 사람일 뿐이다.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가지고, 그 가치와 자신의 신념대로 살아가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소. 또한…”
난 천천히 양 팔을 벌렸다.
“위국은 스스로 세운 정의, 그 가치를 인정하는 나라. 법과 질서 아래 만백성을 평안히 하여 천하를 안정케 하는 것을 그 목표에 두고 있소.”
“…승상부주.”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모르겠구려. 보 가주. 권력이 무섭소? 힘이 무섭소? 하지만 그것의 본질을 모르기에 하는 말일 뿐이오.”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손을 꽉 잡았다.
“두려워하지 마시오. 그것을 직시하여 본질을 깨닫는다면 보 가주의 걱정은 아무것도 아닐테니.”
보즐은 눈을 감았다.
그를 향해 난 천천히 말했다.
“그리 걱정이 되시오? 나와 연결된 연사가 그리도 걱정되고, 안타까우시오?”
“…아니라고 할 수 없습니다. 화무십일홍이라. 이리 말씀드리면 기분나쁘실지 모르겠지만… 영원히 만개한 꽃은 없는 법입니다. 지금이야 부주께서 승승장구하시지만, 만약 잘못된다면 어찌합니까? 그럼 저희 연사도…”
“그럼 이리하면 되겠구려.”
걸렸구나.
난 웃으며 말했다.
“보 가주. 그대가 직접 나서는 것은 어떻겠소?”
“그 말씀은…”
“내가 지키는 것이, 내가 하는 행동이 불안하다면. 그대가 직접 관직에 나서시오. 그리고 내 옆에서 나를 보좌하며 내가 탈선하지 않게 잡아주시면 되는 것 아니오. 내가 실각하지 않게 지원해주면 되는 것 아니오.”
“….”
“보 가주. 나는 연사 뿐만 아니라 당신 역시도 높게 평가하고 있소.”
“그…”
“함께 합시다. 보 가주. 내가 못 미더우면 옆에서 보시오. 그리고 흔들린다면 잡아주시오. 내가 아닌, 당신의 딸이나 다름없는 연사를 위해서.”
보즐의 눈이 떨린다.
그도 남자다.
권력에 대한 생각이 없을리가 없다.
특히나 권력을, 힘을 가지지 않는다면 위험해지는 경우라면 더욱 그러겠지.
내 시선을 마주하던 보즐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승상부주. 승상부주의 말씀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겠습니다.”
“그거 다행이구려.”
거의 다 넘어왔구나.
보즐은 잠시 생각하다가 천천히 말했다.
“한가지 여쭤볼 것이 있습니다.”
“뭐요?”
“저에게 맹세하셨지요?”
“…응?”
뭔 맹세를 했더라?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보즐은 쓴웃음을 지었다.
“위왕 전하의 명예를 걸고 연사에게 손을 대지 않겠다고 하셨던 것 같은데.”
“아… 그거.”
그러고보니 그런 맹세를 했었지.
속내야 어쨌든 나는 보즐에게 사기를 친 셈이 된다.
보즐이 빤히 바라보자 난 웃었다.
“아하하… 그거야.”
쳇.
조앙의 명예따위 내가 알게 뭐람.
“뭐… 살다보면 명예가 떨어지는 일도 있는 법 아니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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