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0
00110 속이는 자와 속아주는 자 =========================
“차 맛이 아주 좋군.”
“좋은 차를 구하길 잘했군요. 연주목께서 마음에 들어하시니 다행입니다.”
“이깟 차가 무슨…”
새롭게 군에 합류한 젊은 청년이 궁시렁거리자 순욱은 한숨을 내쉬었다.
곽가.
그 재능은 뛰어나지만 입이 험하고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기분 나쁨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청년.
그렇기에 조조는 그가 더욱 마음에 들었다.
그정도 기개는 있어야 이 난세를 살아가지 않겠는가.
“아무튼… 자네가 와줘서 아주 고맙네.”
“하하. 연주목을 돕기 위해서라면 뭘 못하겠는가. 우린 친우지 않은가. 어린 시절부터 함께했던 동무. 본초가 그렇게 된 것이 아쉬울 뿐이지.”
쓴웃음을 지으며 장막은 차를 홀짝였다.
그런 그를 유심히 바라보던 곽가는 단번에 차를 들이마신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저는 일이나 마저 하러 가겠습니다. 이런 친목도모는 영 저랑 어울리지 않는군요.”
“이보게! 봉효!”
“나중에 봅시다. 집무실에 가 있겠소.”
“허허… 저 친구. 연주목. 장 선생. 이거 죄송할 따름입니다.”
자신이 천거한 이인만큼 그의 태도에 순욱은 불안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황급히 사죄하자 조조는 가볍게 손을 들어 올렸고 장막은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쓸 것 없네.”
“그러나 자네 같은 사람과 저런 괴짜가 알고 있는 것이 신기하구만.”
“끙…”
“하하하…”
“너무 그리 생각치 말게. 이 장막. 고작 저런 일로 화를 낼 정도로 속이 좁은 사람이 아니니 말이야. 그보다 요새 본초의 행동이 심상치 않더군. 자네도 알고 있던가?”
“음… 기주를 어느정도 차지한 것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라면 알고 있네. 본격적으로 사람을 모으고 있다지?”
“그렇다네. 이미 꽤 많은 이들이 그의 곁으로 가고 있다고 하더군. 자네도 사람을 모으고 있지 않던가? 괜찮다면 나도 몇명 추천하고 싶은데.”
“하하하… 자네의 추천이라면 믿을만 하지. 어디 한번 해보게나.”
“내가 추천하고 싶은 이는 모두 다섯이네. 위속, 송헌, 후성, 조성, 학맹. 이들 모두 꽤나 실력이 있는 사람들이지만 워낙 공직에 나서는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이라…”
“다섯이나!? 이 친구. 본초에게서 기밀을 가져 온 것 뿐만 아니라 인재들까지 훔쳐왔나보군. 자네 소질이 꽤 있는 것 같네!”
인재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
장막이 인정한 인재라면 괜찮겠지.
조조는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네의 추천을 믿겠네. 자네가 바보도 아니고 어중간한 이를 추천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니까 말이야.”
“하하하! 그럼 일단 그들은 내 휘하의 무관으로써 움직이게 하겠네.”
“음. 어디 한번 잘 해보게나.”
장막이 만족하며 웃자 조조는 싱글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들을 지켜보던 순욱은 장막의 잔이 비자 그의 잔에 차를 다시 따라주었다.
“형님!”
“오? 자렴아닌가.”
“엇? 맹탁 형님도 계셨소?”
문을 열고 들어 온 사내. 조홍을 보며 장막은 빙긋 웃었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 형님 형님하고 따르던 녀석이 벌써 이렇게 큰 것에 장막은 미소지었다.
“무슨 일이냐.”
“앙이 녀석에게 서찰이 왔소. 태위님을 무사히 서주에서 모셨다고 하더구만. 지금 제음군을 지나고 있다고 하는구만! 칠일 정도만 지나면 동군에 도착할 것 같소.”
“그래?”
조홍이 건넨 서신을 받은 조조는 서신을 펼쳐 천천히 읽은 후 쓴웃음을 지었다.
“알았다. 나가보거라. 다른 녀석들에게도 말해두고. 아버님께서 오신다면 그에 걸맞는 자리를 마련해야 하니까.”
“알겠수다!”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거친 걸음으로 그가 나가자 장막은 피식 웃었다.
“자렴은 여전하군.”
“그러게…”
“표정이 왜 그러는가?”
서신을 읽은 조조의 표정이 좋지 않자 순욱과 장막은 궁금해하며 그를 보았다.
참다 못한 장막이 묻자 조조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이거 진유하에게 또 도움을 받았군.”
“무슨…?”
“이번에 조앙과 사마의에게 임무를 내렸는데 둘의 불화 때문에 사마의 대신 그가 간 모양이야. 그리고 아버님을 모시는 와중에 아버님이 공격당했다고 하더군.”
“뭣이!? 조 어르신이 공격당해!? 어디! 나도 좀 읽어보세!”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낸 친구인지라 조숭에 대해서는 장막 역시 알고 있었다.
늘 인자하면서도 성격이 온후하며, 냉정함을 가르쳐 주신 은인과도 같은 분이다.
그런 분이 공격당했다는 것은 확실히 그에게 있어서 분노할 만한 일이다.
장막의 얼굴이 붉어지자 조조는 어깨를 으쓱이고 그에게 서신을 주었다.
서신을 받은 장막은 모두 읽은 후 이를 갈며 외쳤다.
“빌어먹을! 서주목은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길래 그런 것도 방비하질 못하는 거지!?”
“아마 그 녀석이라면 일부러 지원을 받지 않았을 걸세. 신중한 녀석이니 말이야.”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서찰에 보면 진유하가 나서서 공격을 막았다고 하지 않는가. 진정하게.”
“그래도 이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닐세. 만약 그 화살에 어르신께서 맞기라도 하셨다면 어쩌려고 그랬는가!”
“하하하. 은혜를 입었어. 또다시 그에게 도움을 받았으니 무슨 상을 줘야 할지 이제는 감도 잡히지 않는구만.”
조조가 웃으며 말하자 장막은 어이없다는 듯 그를 보았다.
지금 아버지가 공격당했다는데 팔자 좋게 저런 소리가 나올까 싶었던 것이다.
장막이 놓은 서신을 받아 차분히 읽은 순욱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확실히 동평군의 일과 이번 일로 그에게 큰 빚을 졌습니다. 합리적인 논공행상은 군내 사기를 높여줄 뿐만 아니라 다른 제장들의 충성심도 높여주지요. 비록 연주목 휘하의 장수들이 혈연으로 이어진 이들이 많으나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습니다. 태위님을 구한 상과 동평군에서의 일에 대한 상을 내리는 것이 합당하다고 생각합니다.”
“나도 그래서 고민이네.”
“아니! 자네들은 뭐 이리 태평한가! 화도 나지 않는가!?”
“화? 이보게. 맹탁. 그리 흥분할 일이 아닐세. 화가 나지 않느냐라… 당연히 화가 나지. 제대로 서주를 관리하지 못해 그런 자들이 활개치게 놔두다니.”
“그런데 왜 그렇게 무덤덤한 것인가!”
씩씩거리는 장막과 냉정한 조조.
남들이 본다면 조숭이 아닌 장막의 아비가 당한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자자. 장 선생. 그리 화내실 일이 아닙니다. 화가 난다 한들 어쩌겠습니까. 진유하가 조 태위님을 구했으니 말입니다. 고작 그런 일로 화를 내실 필요는 없으십니다.”
“고작? 고오오작? 자네 지금 말 다했나? 태위님께서 암살자에게 죽을 뻔 했는데 고작이라고!?”
“쯧쯧. 자네는 늘 그렇게 화만 내서 문제네. 자. 차라도 한잔 마시고 진정하게나.”
“지금 차가 넘어가나!? 맹덕! 자네에게는 실망했네! 어찌 그리 냉정한가!”
“그럼 어찌하라고?”
조조의 질문에 장막은 당연하다는 듯 이를 드러내며 싸늘히 말했다.
“서주목에게 당장 가서 따져야지! 내 비록 군사가 없으나 자네가 하지 않는다면 내가 혼자 가서라도 그의 멱살을 잡겠네. 어찌 한 황실의 충실된 신하로서 그런 험악한 일들이 일어나게 내버려 둘 수 있는가!”
“자네처럼 흥분 잘하는 사람이 갔다간 될 일도 안되겠네. 흠… 문약.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확실히 장 선생의 말씀대로 그냥 넘어갈 수는 없는 일이지요. 정식으로 항의 공문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공문으로 될 일인가!?”
“그럼 자네는 어찌 했으면 좋겠는가?”
“힘으로 보여주어야지! 내가 알기로 서주목은 속이 좁고 식견이 짧아 제대로 된 힘을 보여주지 않으면 굽히지 않을 걸세. 병사들을 이끌고 서주로 가세나!”
“서주라…”
“장 선생의 말씀도 틀린 것은 아닙니다. 도겸에게 항의공문을 보내보았자 도겸은 그저 시큰둥한 반응만 보일 것이 분명하긴 합니다. 허나 지금은 갈 사람도 없을 뿐더러…”
“내가 가겠네!”
장막이 씩씩거리며 말하자 조조는 쓰게 웃었다.
“이 친구야. 아까도 말했지만 자네처럼 흥분 잘 하는 사람이 가면 갈 일도 잘 안될 걸세. 그러지 말고 좀 진정하게나. 자네는 흥분하면 늘 실수를 한단 말이지. 옛날부터 그래서 자주 혼났지 않은가.”
“천성이 이런 것을 어쩌겠는가.”
장막은 생각보다는 행동이 앞섰고 의리에 살며 의리에 죽었다.
그런 그였기에 사람들은 늘 장막을 좋아했었다.
호탕하고, 감정대로 살면서도 의를 알기에.
“뭐… 자세한 것은 상의를 해봐야겠군. 자네 말이 맞네. 문약. 자네는?”
“연주목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알겠네. 다른 이들도 많이 바쁜 모양이니… 내가 직접 가보는 수 밖에 없겠군. 마침 잘 됐네. 산양군수와 산양군 도위에게 줄 선물도 직접 가져다 주는 것이 좋을테니 말이야.”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자네는 지금 그런 말이 나오는가?”
여전히 냉정한 조조를 향해 장막은 어이없다는 듯 투덜거렸다.
******
동군 복양성에 있는 자택으로 돌아 온 장막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오늘도 힘든 하루였다.
넓은 장원의 안채로 들어간 그는 자리에 앉으며 상석에 있는 이에게 말했다.
“성공한 듯 싶소이다.”
“…..”
상석에 앉아 있는 사내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내키지 않은 모양이다.
그런 그를 향해 장막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언제까지 이리 살 생각이오? 차라리 우리와 함께 합시다. 하루를 살아도 제대로 살아야 하지 않겠소?”
“허나…”
묵직한 저음이 나오는 것을 장막은 끊어버렸다.
“여 장군께서 동참하지 않겠다면 나라도 하겠소이다. 나라고 마음이 편한 줄 아시오!? 허나… 이대로 있다간 우리 모두 다 죽소!”
“장 선생. 당신은 이런 사람이 아니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남자.
생각이 아닌 마음으로 움직이는 남자.
그것이 장막이었다.
그런 그가 이리 말하고 있었다.
“동군을 빼앗을 수 있는 기회는! 조조를 이길 수 있는 기회는 이것 뿐이오!!”
“언제부터… 당신은 이런 기회주의자가 된 것이오?”
여포의 질문에 장막은 피식 웃었다.
“언제부터?”
그의 웃음을 본 여포는 입을 다물었다.
절망, 회한, 후회.
동탁을 베었을 때 자신이 느꼈던 감정을 그가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창천이 황천으로 물들었을 때부터요. 살기 위해서 황건의 버러지들에게 무릎을 꿇고, 그들의 다리 사이를 기었을 때부터!! 그리고 그자와 손을 잡아 세상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을 때부터!!”
“…허나 이것은 잘못된 방법이요. 나 역시 살기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따르던 이를 배신했던 몸. 그것을 감당할 수 있겠소?”
“황건의 잡졸의 발 밑에 엎드린 날부터 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었다오. 그대는 강하지. 스스로의 힘으로 살 수 있겠지. 그러나 나같은 이는 다르오. 나처럼 약한 이는, 그저 남들에게 웃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는 이는 다르다오. 이제 그렇게 살지 않을 것이오.”
“실수하는거요.”
“그래서 하기 싫다는거요!? 현상금을 노리던 무사들에게 쫓기던 당신을 구해 준 나를 버리고 자신의 양심대로 살겠다는거요!?”
장막의 외침에 여포는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모든 시작은 병주목의 목을 베었을 때부터일 것이다.
딸을 호시탐탐 노리던 그자의 목을 베었을 때부터… 자신의 창천은 무너졌을 것이다.
“하겠소. 허나.”
“또 뭐가 불만이요?”
“필요한 것이 있소.”
“무엇이?”
“우리에게는 책략가가 없소. 당신이 인기있다는 것은 알고 있소. 나의 힘이 강한 것도 알고 있지. 허나 우리는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방법을 모르오. 그건 어찌 할 것이오?”
장안에서 동탁을 벤 후 기존 동탁을 따르던 병사들의 기묘한 움직임에 말려들어갔던 것을 떠올리며 여포는 떨떠름히 물었다.
하지만 장막은 그가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다는 듯 씩 웃었다.
“그래서 모셨소이다.”
“…당신은.”
여포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의 놀란 눈을 마주하며 문을 열고 들어 온 사내는 살짝 허리를 숙였다.
“오래간만입니다. 여 장군.”
“…심배. 당신이 어째서 여기에.”
“장 선생을 돕기 위해서 원공께서 보내셨습니다. 다시 여 장군과 함께 일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비릿하게 웃는 그를 보며 여포는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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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보아하니 자네도 눈치챈 듯 하군.”
“네.”
아까의 서신을 보고 장막이 말한 것에 두가지 의문이 있었다.
첫번째.
어떻게 화살인 줄 알았는가.
두번째.
어떻게 암살자인 줄 알았는가.
서신에는 그저 조숭의 위기를 조숭에게 방패를 하사받은 진유하가 막아내었다. 라는 이야기만 있었고 정체를 알 수 없는 흉수라는 이야기만 있었다.
그런데도 장막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그 이야기를 꺼내었다.
그렇기에 의심할 수 밖에 없었다.
“원소가 기밀을 쉽게 내어 준 것 부터 의심스럽습니다.”
“그렇지… 본초가 그렇게 허술한 놈은 아니거든. 쯧… 이거 참.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더니.”
씁쓸한 입맛이 가시지 않는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였던 이들이 결국은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는 것은 조조로서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었다.
“그래서… 어찌하시겠습니까?”
“원소와 장막이 손을 잡고 날 공격하기 위한 것이라면… 받아줘야지 어쩌겠는가.”
잠시 침울해하던 조조는 곧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가 웃으며 말하자 순욱은 깊숙히 고개를 숙인 후 밖으로 나갔고 조조는 타오르는 향초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보게… 왜 그랬나. 아무리 그래도 친구의 목을 내 손으로 베고 싶지는 않았거늘…”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함께 웃고 떠들며 술을 마시고 미래에 대해 푸른 꿈만 꾸던 어린 시절이 조조는 너무나 그리워졌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드에이어입니다.
오늘은 제가 일이 있어서ㅠㅠ 대댓글이 없네요
즐거운 금요일밤되세요.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