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1
00111 속이는 자와 속아주는 자 =========================
조숭이 동군으로 귀환했다가 고향인 패국으로 돌아가고 이틀이 지났다.
융숭한 대접을 받은 그가 떠나갔을 때 조조는 제장들을 불렀다.
다들 분기탱천한 모습이었다.
“서주에서 조 태위님이 당하신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
“당연하지! 그건 우리를 무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천하에 사죄해야 할 일이라고!”
“그래. 그렇기에 우리는 도겸에게 벌을 줌과 동시에 이 보상을 받으러 간다.”
공식적인 공문은 이미 보내놓았지만 순욱의 예측대로 그냥 유감스럽다는 답변만이 올 뿐 이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이다.
그렇기에 조조는 당당히 외쳤다.
“이번 서주 원정에는 나와 순욱, 그리고 하후돈과 하후연, 전위, 우금, 악진, 조홍, 조인이 참가하기로 했다. 그 뿐만 아니라 동군의 병력을 절반 데려갈 것이다.”
“허나 그리 한다면 동군의 방비는 어찌 합니까?”
“그것은 내 친우인 장막에게 맡기기로 했다.”
“맹탁 형님이라면 맡길만 하지!”
“형님! 동군을 잘 부탁드리겠수!”
조조를 따르는 맹장들이 함께하는 원정이다.
후방은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길 수 밖에 없었고 장막은 확실히 조가에 있어서 신뢰할 만한 사람이었다.
어린 시절부터 조조와 어울렸던 그다.
그런 그가 뒤를 지켜준다니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나머지 편제는 공식적인 명령서를 하달하겠다. 원정은 사흘 후 시작된다.”
“예!!”
회의를 끝내고 방으로 돌아 온 조조는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장막의 배신을 알고 있는 것은 자신과 순욱 뿐 이었다.
형제들마저도 속이고 장막을 쳐야 한다는 사실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았다.
그것이 원소에 대한 공격을 할 명분이 된다고 하더라도.
“주군.”
벌컥 문이 열리며 곽가가 안으로 들어오자 조조는 쓰게 웃었다.
저 친구에게 예의를 기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지.
주군의 방에 들어 올 때도 문을 벌컥벌컥 열어버리는 것은 상당한 실례이지만 저 청년은 그런 것 따위에는 안중에도 없는 듯 보였다.
“절반의 병력으로는 모자랍니다. 더 데려가시지요.”
“고작 서주목에게 무력시위를 하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가져갈 필요가 있을까?”
“고작 서주목에게 무력시위를 하는 것이면 말씀하신 병력의 반만 데려가도 됩니다. 동평군과 산양군의 지원을 받으면 되니까. 허나 그것만이 아니잖습니까.”
“허…”
곽가는 서찰조차 읽지 않았고 장막이 실수를 할 때 그 자리에 있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이미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내가 서주에 가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는 것인가?”
“장막을 치고 그 뒤에 있는 원소를 공략하기 위해서가 아닙니까?”
“대단하군.”
얼굴 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채 곽가는 심드렁히 대꾸했다.
그런 그를 향해 조조는 피식 웃었다.
“맞네. 맞아. 친우를 베려고 하고 있지.”
“난세를 살아가는 영웅께서 무엇을 두려워하십니까. 친우? 필요하다면 가족도 베어야 하는 것이 난세의 영웅이 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렇긴 하지만 마음이 쓰린 것은 어쩔 수 없구만.”
“참으십시요. 그리고 병력을 더 데려가십시요.”
“왜?”
“원소가 뒤에 있다면 장막이 이끄는 이들은 보통 놈들이 아닐 겁니다. 현재 안량과 문추는 기주에서 도적 소탕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한 전 기주목 한복의 부하였던 장합은 하야하여 산양군에 있지요.”
“장막에게 어떤 장수가 있을지 모른다?”
“어떤 장수가 있을지는 예상할 수 있습니다. 아마 여포, 그리고 여포를 따르는 부장인 장료와 고순이 있을 것입니다.”
“그건 어찌 알았는가?”
“저는 처음부터 장막따위가 원소의 기밀을 훔쳐낼 수 있을 만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친우를, 친우였던 이를 깔아뭉개는 발언에도 조조는 쓴웃음만 지었다.
“또한 천하에 현상수배가 걸려 있는 여포가 사라진 것이 장막이 살던 현 근처입니다. 그곳에서부터 여포에 대한 행적이 묘연해졌지요. 만약 누군가가 그를 잡았다면 이각에게 보고해 큰 상을 받았을 것입니다. 아니, 그걸 떠나서 천하최강이라 불리는 여포를 꺽었으니 오히려 자신이 천하최강이라며 떠들고 다니겠지요. 허나 그러한 소문따위는 없었습니다.”
“단순한 예측 아닌가?”
“그럴 수도 있겠지요. 허나 유비무환. 준비를 한다 하여 나쁠 것은 없습니다.”
“과한 준비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건가?”
“그래서. 안하시겠다는 겁니까?”
“하하하!! 자네는 표정을 관리하는 법 부터 배워야겠군.”
자신의 의견을 무시하는 듯한 조조의 행동에 곽가의 얼굴이 썩어들어갔다.
그를 향해 껄껄 웃은 조조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네. 자네 말이. 준비해서 나쁠 것은 없지.”
“그리고 편제는 제가 짰으면 합니다.”
“왜?”
“상대가 아주 재수없는 놈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요…”
곽가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드러났다.
심배.
신평과 곽도에게 추천을 받아 원소를 만나던 날 자신을 비웃었던 자.
만약 자신의 생각대로 장막이 원소와 짜고 동군에서 반란을 일으키려는 것이면 그 뒤에는 반드시 원소의 책사가 있을 것이다.
허나 지금 원소군에서 움직일 수 있는 책사는 단 둘 뿐.
전풍과 심배.
나머지는 모두 각자의 임무를 맡고 있었다.
‘전풍은 아니야.’
전풍과 심배를 비교한다면 확실히 전풍이 앞선다.
그렇기에 이런 위험한 일에 그가 나설리 없지.
이런 일은 지략보다는 원소에 대한 충성심이 더욱 중요한 사안이다.
그렇기에 곽가는 이번 일에 전풍이 아닌 심배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누구길래 그러는 건가?”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허… 참나. 무섭구만. 알았네. 순욱과 순유와 함께 알아서 편제를 만들어보게나.”
“감사합니다. 주군.”
*****
“차라리 날 죽여라!”
“소원대로 해줘라. 업무에 깔려 죽게 해주지.”
사마의는 정말 대단했다.
인력을 갈아넣는다는 것이 무엇인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방통도 보통 놈은 아니었다.
사마의가 오기 전까지는 제대로 일을 한게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으니까.
저렇게 할 수 있으면서 엄살피웠던 거였어?
“어이. 쟤 저러다가 쓰러지겠다.”
“넌 너무 과보호 하는 경향이 많아.”
내 말에 사마의는 시큰둥해하며 손을 움직였고 그의 명을 따른 하인들은 방통의 자리에 어마어마한 양의 죽간을 가져다 놓았다.
그것을 본 방통이 똥씹은 표정으로 이를 갈자 사마의는 무덤덤히 자신의 죽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하기 싫다면 쉬어도 좋다. 나는 서찰 한통만 보내면 되니까. 방덕공께서도 네가 많이 걱정되시는 모양이더군.”
“개새끼!”
“칭찬 고맙다.”
와… 저 방통을 이렇게 잘 다루는 사람이 있다니.
난 붓을 놓은 채 감탄했다.
그런 나를 향해 다가 온 방통은 씩씩거리며 물었다.
“쟤 언제 간다냐?”
“언제 갈거야?”
나도 모른다.
원래 일정은 조숭이 갈때 같이 돌아가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조앙은 조숭만 데리고 휙 가버렸고 사마의는 그가 가는 것에 신경도 쓰지 않았다.
더 이상 조앙에게 잘보여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듯 보였다.
“아직은 아니야. 그보다 이거나 받아라. 동군에 있는 협력자가 보낸 서찰이다.”
“너 진짜 협력자가 몇명이냐?”
전국에 협력자가 있는 것은 아니겠지?
사마의가 준 서찰을 받으며 묻자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 것은 나중에 신경써. 중요한 것은 그 내용이다.”
“뭔데.”
“나도 보자.”
사마의가 준 서찰을 읽었다.
조조가 병력을 대거 이끌고 산양군을 향해 출발한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
설마 서주대학살은 아니겠지.
만약을 대비해서 감녕, 장합, 서황, 그리고 요화까지 아버지의 호위를 담당하게 해 놓았다.
이 넷이 함께 한다면 여포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조조가 온다고? 허… 이 인간 간이 배밖으로 튀어나왔나. 원소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데…”
“원소는 지금 못 움직여.”
“왜?”
“청주의 황건 잔당 때문이지. 청주는 땅이 험한데다가 오랜 시간 도적들의 수탈에 견디다 못해 백성들이 도망치고 있는 곳이야. 이대로 가다간 청주에 식량이 바닥날 터. 그들이 기주를 노릴 가능성이 높은 이상 원소는 자리를 지켜야 해. 기껏 얻은 기주를 도적들에게 빼앗기고 싶지는 않을테니까. 기껏해야 제정 몇, 군사 몇천 정도만 움직일 수 있겠지.”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순욱, 순유, 그리고 곽가가 옆에 있는데 조조가 이런 미친 짓을 왜 할까.
아무리 서주에서 조숭이 공격당했다고 하나 조숭은 살아남았다.
그렇다면 굳이 그가 움직이지 않고 아버지나 동평군수의 병력을 모아 움직이면 될 일이다.
굳이 동군에서 병력을 뺄 이유가…
“아.”
“그래.”
이미 사마의는 눈치챈 듯 보였다.
“원소가 무언가 작업을 했고… 조조는 그것을 끌어들이려는 건가?”
심각한 얼굴로 서찰을 읽던 방통이 말하자 사마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러지 않고서야 그 작자들이 이렇게 쉽게 엉덩이를 뗄리 없지. 본진의 중요성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동군을… 그것도 현재 막대한 수입이 나오는 동군을 위험에 처하게 할 리 없지.”
“그렇다면 우리도 준비해야겠군.”
조조가 움직이는 이유는 동군에서 원소가 보낸 이. 아마 장막이겠지.
그가 반란을 일으키게 할 틈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많은 병력을 데리고 가는 것도 아마 책략에 불과할거다.
그 병력들을 조금씩 동군 주변의 군에 나누고 제장들을 몰래 파견하여 그가 반란을 일으킨 순간 바로 치기 위해서.
아마 동군에도 양민으로 위장한 병력들을 꽤 놔두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동군을 제압하는 동안 조조는 서주에 대한 무력시위를 한다. 조조가 데려 올 병력은 많을 필요도 없어. 산양군 내의 병력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할테니까. 요새 새롭게 들어 오는 병력들이 아주 대단하다고 하더군. 강병들만 모이고 있는 것 같아. 물론 어중이 떠중이도 있지만 그들은 훈련에 따라 골라낼 수 있으니까.”
선종외시
이런 고사가 있다.
전국시대 연나라의 소왕이 있었다.
그가 왕이 되기 전 연나라에 내전이 일어났고 그 틈을 타 제나라가 연나라를 침공해 개박살이 났다.
간신히 국력을 회복한 소왕은 제나라에 이를 갈았지만 내전과 제나라의 침공을 막기 위해 많은 장수들이 죽어버렸다.
마땅히 쓸만한 인재가 없었는데 그때 소왕의 스승인 곽외가 이렇게 말했다.
소왕은 곽외를 중하게 여기며 몇배의 월급과 저택을 지어주었고 곽외 따위가 저런 대접을 받는다면 자신이 가면 더 좋은 대접을 받을 거라 생각하며 천하의 명장들이 소왕에게 낚여 연나라로 몰려들었다.
사마의가 방통을 갈구며 일을 시키고, 내가 농법을 더욱 발달시키고, 소를 키우고 쥐를 잡아 병을 없앴다.
산지가 많은 산양군에 화전을 허가하여 개간하고 동평군과 협력해 군 사이에 있는 황무지를 전답화 해 군의 수입을 늘려나갔다.
뿐만 아니라 조숭이 준 보물들을 팔아 재정을 마련했을 때 사마의와 나, 방통은 하나가 되어 같은 의견을 아버지에게 건의했다.
병사들의 처우를 개선하자는 것.
강한 병사는 그들이 무엇을 먹고, 무엇을 입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예산이 확보되었으니 그것을 쟁여두지 말고 투자하자고 말이다.
아버지는 허가하셨고 우리는 현재 산양군에 소속되어 있는 병사들의 월봉을 올려주며 그들의 장비를 교체해주었다.
다른 군에서는 쉽게 할 수 없는 정책을 냅다 시도해버린 순간 입대 희망자가 늘었다.
먹고 살 길이 없어 부랑자가 되거나 유민이 된 이들이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 군에 입대한 것이다.
그들 중에서 괜찮은 이를 선발하여 흑귀대, 그리고 장합이 만든 백귀대에 넣고나니 군의 병력은 무려 일만이나 되었다.
별다른 전투나 전쟁 없이 일만이나 되는 병력을 유지하는 것은 아무리 돈이 많다고 해도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해 준 것이 바로 사마의의 옆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이였다.
“이게 다 한 공조사 당신 덕분이야.”
“하하하. 별 거 아닙니다.”
사마의의 부관 겸 한때 원술 휘하의 장수였던 한호.
그 자가 산양군으로 온 것이다.
어떻게 꼬셨는지는 모르겠다.
사마의가 서찰 하나를 보냈을 뿐인데 그가 와버렸으니.
산양군에 와서 병력이 많은 것을 본 그는 몇가지 계획서를 가지고 왔고 그 계획서 중 하나를 채택했다.
“둔전이라…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흑귀대나 백귀대처럼 정예병들은 힘들겠지만 그 외의 병사들 같은 경우는 대부분 농민들입니다. 그들이 아무리 창을 잡았다고 하나 농사를 짓던 경험은 남아 있지요. 그것을 버리기 아까웠을 뿐입니다.”
흑귀대 이천 백귀대 천.
나머지는 일반 병사.
한호는 일반 병사들도 다른 곳에 비해 높은 녹봉을 받는데 그들이 훈련이 끝나고 여유롭게 쉬는 것을 보며 둔전을 제안했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그의 제안에 우리 모두 동의했고 병사들은 투덜거렸지만 둔전을 통해 나오는 식량의 일부를 가족들에게 보내준다는 말에 군소리없이 둔전 일을 시작했다.
이정도면 아주 좋은 거지.
“그럼 다음 일을 시작해볼까… 이지만 조조가 온다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 없겠군. 그냥 하던 일이나 마저 할까?”
다음 농사를 대비해서 땅은 개간해가고 있고 오줌액비의 마련과 지렁이 양식도 순조롭게 되어가고 있었다.
새롭게 개간한 밭에 순무와 콩을 심어 지력을 팍팍 올려나갔으니 내년 농사가 기대된다.
“산양군에서 예상한 수준의 식량을 생산할 수 있으면…”
난 씩 웃었고 사마의 역시 싸늘히 웃었다.
“언제든지 서주를 공격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