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24
전홍성에서 양양현까지는 관도가 잘 다져져 있었다.
그런만큼 내일이나 내일 모레쯤이면 만총이 올 수 있을거다.
그럼 어떤 것을 보급하느냐가 문젠데.
지금쯤이면 방통도 화용현 정도는 복구했겠지?
필요한게 뭘까?
그쪽에서도 마땅히 뭐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안하니 뭘 가지고 가야 할지가 고민이다.
지도를 보며 생각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누구냐.”
“접니다.”
“음? 어. 그래. 들어와.”
하후상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가 꾸벅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 나도 그의 앞에 앉았다.
“뭔 일이냐? 이 늦은 시간에?”
“승상부주. 관평과 손상향에 대해서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아까 회의때의 일을 생각해보면 하후상은 관평과 손상향을 엮어주고 싶은 듯 보였다.
괜한 짓을 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난 그를 뚱한 눈으로 응시했다.
“교주목도 그 얘기하던데. 왜 남 연애사에 껴들려고 하냐?”
“예? 아니 사 교주목께서도 그 말씀을 하셨습니까?”
“음. 뭐 그렇지.”
사섭과 나눴던 이야기를 해주자 하후상의 얼굴에 웃음이 떠올랐다.
그를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미지근한 차를 한모금 마셨다.
“둘이 연애질을 하든 꽁냥거리든 그건 내 알바가 아닌데.”
“의외군요. 승상부주께서 그리 말씀하실 줄은 몰랐는데.”
당황한 하후상이 말하자 난 고개를 저었다.
결혼이나 연애 같은 것은 내가 함부로 손댈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특히나 내 부하들 같은 경우는 더욱 그렇다.
“내가 영이 빼고 나머지는 다 정략결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결혼생활이라는게 개인의 삶에 있어서 무척이나 중요한거라고. 그걸 내가 손대는 것은 문제가 있지.”
“으음…”
하후상은 작게 신음했고 난 웃었다.
“왜? 손상향이 관평의 짝으로 어울릴 것 같냐?”
“그렇다기보다는. 그 돌같은 놈이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을 처음 봐서.”
“그래?”
“지금까지 관평의 머릿속에는 싸움. 그리고 전쟁과 임무만 있었잖습니까.”
“그렇긴 하지.”
관평 정도면 인물도 괜찮다.
물론 가문 자체가 좋은 것은 아니다.
그의 아버지인 관우는 가문도 없고 재산도 없다.
거기에 지금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를 후원하는 것도 나인데다가 다른 명가나 높은 관직에 있는 이들에게도 관평은 큰 신뢰를 받고 있었다.
거기에 좌풍익에 있을 때 진창성에서 목숨을 걸고 싸워 적을 막아냈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나서 그를 흠모하는 무인들은 많았다.
명가의 여식 중에서도 관평의 그 무뚝뚝함이 오히려 진중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렇기에 관평에게 연서를 보내는 이도 있을 정도다.
물론 다른 가문들 역시 마찬가지.
관평에게 관심을 가지고 그에게 정혼장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내가 받은 정혼장만해도 꽤 된다. 물론 나이가 꽉 찼는데도 결혼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관평의 아버지는 관 운장이라고 했지요? 그 분은 아직도 소식이 없는겁니까?”
“몰라. 알아서 잘 살겠지.”
관우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 수 없으니 다들 나에게 정혼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것 때문에 그와 이야기를 해보았지만 관평은 늘 정중히 거절만 할 뿐 이었다.
지금 자신에게 여자를 만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은 사치라는 말만 하면서 말이다.
관평은 자기가 원해서 계속 도위직에 있는거지 경력과 공적만 생각하면 벌써 중랑장, 좀 밀어주면 교위직에도 올라갈 수 있었다.
그런만큼 재산이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는 포상으로 주어진 봉지까지 다 진가에 떠넘기고 자유로운 영혼 흉내를 내고 있었다.
마치 제 아비 관우처럼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관평이 결혼을 해서 자리를 잡았으면 싶었다.
“남자의 삶이 결혼을 하고 안하고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결혼을 하고 아내와 자식을 가지면 책임을 져야 하는 일이 생기니까 쓸데없이 목숨걸고 싸우는 일은 없지 않겠습니까? 가끔씩 보면 그 놈은 너무 무모해서.”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그 녀석. 그러다가 언젠가는 죽을지도 모릅니다.”
하후상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동의한다.
관평 그 놈.
그냥 내버려두면 조만간 죽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싸우려고 떠나든가.
“아니 뭐… 관평은 그렇다고 치고. 손상향은?”
“어. 그게.”
“물어봤냐?”
“그건 아닙니다만.”
“그럼 내버려둬.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남의 연애사에 함부로 끼어드는 거 아니다.”
지들이 알아서 하겠지.
내가 심드렁히 말하자 하후상은 더 놀란 듯 보였다.
“어? 진짜 그냥 내버려둡니까?”
“말했잖아. 남의 연애사에는 끼어드는 거 아니라고. 지들이 하고 싶으면 하고. 말면 마는 거지.”
내가 아무리 관평이 결혼하기를 원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에 끼어들 생각은 없었다.
솔직히 관평은 내 명령을 거의 칼같이 따르고 있었다
.
내가 개입할 것이었다면 업에 들어 온 정혼장 중 아무거나 잡고 던져주면서 결혼하라고 한마디만 하면된다.
그럼 관평은 군소리 없이 결혼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자기가 애착을 가져야하는 거다.
“일단 둘이 함께 있게 둬보자. 그게 연애감정으로 가면 좋지만 동료의 감정으로 가버린다면 손 대기도 애매하니까.”
“으음…”
“야. 쓸데없는 소리 말고. 그보다 휘아가 사랑 정혼하기로 했다면서?”
“아하하. 그거요?”
하후상은 볼을 긁적거렸다.
하후상의 딸인 하후휘는 사마의의 장남인 사마사와 태중혼약을 맺었다.
사마랑의 중재 속에서 하후가와 사마가가 연결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휘가 꽤 예쁘장하고 착하기는 한데. 과연 사마사랑 잘 어울리려나. 애가 너무 순박해서.”
예전에 한번 사마사를 본 적이 있었다.
그리고 본 순간 떠올렸다.
아. 이거 사마의구나.
내가 어렸을 때 처음 만났던 사마의의 모습과 완전히 닮아 있었다.
어린 놈이 참으로 싸가지가 없었다.
그런 주제에 머리는 팽팽 돌아가서 순수한 하후휘가 그와 잘 지낼지가 의문이다.
거기에 삼국지에 따르면 하후휘는 사마가문의 야욕 때문에 암살까지 당하지 않는가.
그것을 생각한다면 솔직히 내키지는 않았다.
내가 떨떠름해하자 하후상은 빙긋 웃었다.
“사마사가 생각보다 좀 날카롭기는 하지만. 남아라면 그런 모습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을 뿐입니다.”
“뭐 그렇기는 하지만…”
“영특하고. 자신감 넘치고. 장래에 위국의 뛰어난 인재가 되어 줄 녀석같은지라. 걱정은 없습니다.”
“부디 그랬으면 좋겠네.”
하긴.
사마의가 이제와서 정변을 일으킬 것 같지는 않다.
내가 있으니 그가 뻘짓을 할 필요가 있겠나.
난 지도를 접어 옆에 놓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튼 관평에 대한 쓸데없는 짓은 관두도록 해라.”
“으음… 그건 명령이십니까?”
싫다는 티를 팍팍 내는군.
하긴 목석같은 관평이나 뭔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손상향이나.
그냥 내버려두면 동료애 이상은 생기지 않을거다.
“솔직히 관평이 주군께 그런 말씀을 드린 것 부터가 조금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렇긴 해.”
아까 회의때의 일을 떠올렸다.
관평이 꽤나 흥분해서 손가를 비호하던 모습을 보면 신기하기는 했다.
지금까지는 이런 일에 그냥 얌전히 입 다물고 있었는데.
하후상은 그것을 언급하며 계속 나에게 뭔가 하자고 말했지만 나는 그저 시큰둥할 뿐 이었다.
“상아. 이런 일은 괜히 제 삼자가 끼면 골치아파져요. 괜히 나서서 재 뿌리지 말고 좀 얌전히 있으렴.”
“으으음… 그렇긴 합니다만.”
“그리고. 우리가 나섰다가 잘 안되면? 그 원망은 어떻게 받으려고 하냐?”
“너무 소극적이십니다. 승상부주 답지 않게.”
“우리가 할 짓은 그냥 옆에서 지켜보다가 그들 사이가 진전된다 싶으면 몇가지 도움만 좀 주면 되는거야. 괜히 나서지 말자. 응?”
“끄응… 알겠습니다.”
하후상은 아쉬워했지만 더 이상 반항하지 않았다.
그의 반응에 난 웃었다.
“아무튼 관평은 팔자도 좋지. 이 시국에 친구가 이렇게 연애 생활에 대한 도움도 주려고 하고.”
“그야… 저를 그렇게 생각해주는 녀석인데. 저도 이제 관평을 그냥 친구가 아니라 가족이라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그 유언장 때문에 참 많은 이들이 신경을 쓰는구만.
장합도 은근히 관평을 배려하고.
역시 명문이라니까…
딱히 별다를 것은 없었다.
늘 하던 업무를 하는 거니까.
나는 부손, 사섭과 함께 내부에서 일.
그리고 하후상은 양양현의 순찰과 문제가 생길 경우 그것을 막아내는 일.
관평은 손상향을 데리고 양양과 강하 일대를 돌며 도적을 토벌하는 임무를 맡았다.
적당히 어느정도 마무리가 되고 저녁의 회의를 끝냈을 때 만총이 찾아왔다.
회의장에 들어 온 그를 향해 나는 웃으며 반겼다.
“어서 오십시요.”
“이야~ 이야기는 들었네. 우리의 영웅 승상부주께서 결국 역병마저도 짓밟으셨다면서?”
내 인사에 만총은 웃으며 날 꽉 안아주었다.
가만 내버려두면 여기저기 입도 맞추려는 듯 보인다.
“아. 거. 뭐하십니까.”
“흐흐. 이뻐서 그런 걸세. 이뻐서. 어휴~ 이 위국의 복덩이.”
“뭘 그리 좋아하시는지.”
“어떻게 한건지 보고서는 보내놨나? 솔직히 지방관으로서 그런 역병이 발생하면 정말 난감하기 그지 없는데.”
“화타 의방에 보내놨으니까 연구 끝내고 바로 각 지역으로 대처법에 대한 것이 내려올겁니다.”
“하하하!! 그래! 그래!”
만총은 크게 기뻐하며 내 엉덩이까지 쳐주었다.
진짜 좋은가보군.
싱글벙글 웃던 그는 하후상을 보자마자 씩 웃었다.
“오래간만이구나.”
“예. 만 군수님.”
만총은 조조가 거병할 때부터 함께하던 창업공신 중 하나다.
당연히 하후돈이나 하후연과도 친하며 호형호제를 하는 사이이기에 하후상보다 훨씬 웃어른이었다.
관직의 문제가 아니었다.
조조에게도, 그리고 조앙에게도 듬뿍 신뢰를 받는데 관직의 높낮이가 뭐가 중요하겠나.
“장하다. 녀석. 난 네가 큰 일을 할 줄 알았지.”
“하하하… 제가 한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저는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어? 그래? 아무튼 승상부주를 돕고 지원한 것만으로도 큰 일을 한 것이야. 고생했다.”
그의 어깨를 두들겨 준 만총은 여유있게 웃은 후 사섭에게 다가갔다.
이미 몇번 안면을 튼 사이인가보다.
만총은 그에게 가볍게 인사를 한 후 나에게 말했다.
“연주, 기주, 청주에서 보낸 식량들일세. 그리고 업과 복양에서 보낸 혼응토도 있어.”
“어? 혼응토도 보내셨습니까?”
“그렇다네. 필요할 것 같다고 보내주셨지.”
혼응토는 전쟁을 할 때 여기저기서 많이 쓰는 물품이다.
외벽을 만들거나 임시 성채를 만들때 보강제로도 쓰이는 것인데.
저렇게 많이 형주에 보내주다니.
만총이 이끌고 온 보급대의 수가 많다.
“이거 감사드려야겠군요.”
“자네들이 형주에서 역병을 막아 준 덕분에 큰 소요가 줄어들었지. 그것을 치하하기 위함이라고 하더군. 아. 그리고 태상전하의 서찰도 가지고 왔네.”
조조의?
내가 서찰을 펼쳐 읽어보자 조조가 치하하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역병때문에 재산과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지원금을 하사하고… 역병지대에 들어가 목숨걸고 일했던 이들의 신분을 한단계 상승시켜주신다고 하는군요.”
“부하들이 기뻐하겠네요.”
“그러게 말이다.”
적절한 포상이라고 할 수 있는건가?
내가 웃으며 서찰을 품에 넣었을 때 만총은 걸어오고 있는 관평을 발견했다.
“만 군수님. 오래간만입니다.”
“오? 오오오오!! 관 도위 아닌가. 이거 참 오래간만이군.”
관평과도 예전에 몇번 본 적이 있었기에 만총은 조금 어색해했지만 그 특유의 활기찬 어조로 다가갔다.
그가 가볍게 어깨를 두들겨주자 관평은 쓰게 웃었다.
“만 군수께서 오셨으니…”
“순 대부와 전 군수도 지금 강하에 계시다고 하니… 슬슬 떠날 준비를 해야겠군. 하후상. 관평. 출정준비해라.”
관평과 하후상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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