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42
익주는 산지가 많다.
험난한 협곡은 물론이고 가파른 산이나 절벽도 많았다.
그런만큼 사람의 손을 타지 않아 기화요초나 산짐승이 많았고, 그것을 이용해 살아가는 약초꾼이나 사냥꾼이 많았다.
유언은 그때부터 생각했었다.
약초꾼과 사냥꾼들에게 무장을 시키고, 그들에게 전투기술을 가르치자고.
오랫동안 산을 타 산에서의 움직임이 강해진 이들이다.
그들에게 전투기술을 가르치고 산에 있는 산적들과 도적들을 퇴치해가며 점점 그들은 유가의 사병이 되어갔다.
그리고 유장의 대에 이르러서 산악병이 구성되었다.
남만의 등갑을 이용해 몸을 가볍게 하고 빠른 몸놀림과 산을 탈 수 있는 기술들을 몸에 익혔다.
후대의 병사들도 그들에게 배우고, 또 전수받으며 산을 타는 법과 산에서 싸우는 법을 익혀나간다.
그렇게 산악병들은 점점 익주의 특수병으로 자리잡았다.
험난한 가맹관이나 검각, 양평관 일대의 산들을 타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산악병들.
그들은 익주의 자랑이었다.
하지만 그들이 강하다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산을 잘 타고 체력이 좋을 뿐이다.
방통은 이런 상황에서도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쳐!!”
산을 타기 위해서는 장병을 들 수 없다.
대부분이 소검.
잘해야 장검 정도만을 패용할 뿐이다.
등갑을 이용한 방패를 쓴다고 하더라도 한 손이 자유로워야 산을 잘 탈 수 있는 그들인 만큼 방패술에 그리 능숙해보이지 않았다.
보병들은 달려 내려오는 산악병들에게 창을 내질렀다.
내려오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창에 꿰뚫리는 산악병이 부지기수다.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이들.
등갑으로 막아내는 이들.
뛰어올라 창병을 공격하는 이들.
계속해서 내려오는 이들을 보며 방통은 이를 갈았다.
‘방심했다. 법정이 이정도로 미친 놈인 줄은 몰랐는데.’
아니.
법정 뿐이 아니다.
이 산악병들도 제정신이 아니다.
이곳의 산에 대해서는 방통도 잘 알고 있었다.
저 언덕 위로 올라가는 것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요철이 많지만 땅이 물러서 올라가다가 떨어지는 이들도 많을 것이다.
우회한다 하여도 상당히 험한 산세를 타야 하는데.
그곳을 타고 이리로 내려오다니.
죽음을 각오하고 이렇게 덤벼드는 것이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젠장!”
창병을 뚫고 자신에게 달려 온 이를 향해 검을 휘두른다.
등갑으로 막아낸 그가 소검을 쭉 내밀어 공격하려 하자 고개를 비틀어 피해낸 방통은 한 손을 잡아 그대로 그를 끌어당긴 후 발로 걷어차버렸다.
무리에 휩쓸린 산악병의 몸에 창날이 꽂힌다.
가볍게 그를 잡아낸 방통은 상황을 살폈다.
적들의 수가 생각보다 많다.
도대체 얼마나 온 것이란 말인가.
첩자의 보고에 의하면 익주의 산악병의 총 수는 약 삼만여.
그 삼만의 병사들 중 절반 이상이 이곳에 온 듯 싶었다.
계속해서 밀려드는 이들에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다.
“길을 뚫어!”
이곳은 전장으로서 상당히 불리한 곳이다.
차라리 수적으로 열세이더라도 제대로 진형을 꾸려 움직일 수 있는 안정적인 장소가 더 유리했다.
이곳은 그냥 밀리면 그대로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다.
“죽엿!!”
방통의 외침에 병사들은 더욱 힘을 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공격들에 보병들 역시 지쳐있었다.
이곳까지 오기 전에 있었던 전투에서도 체력 소모가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산행까지 있었다.
아무리 질적으로 유리하다고 하더라도 병사들은 자연스레 밀릴 수 밖에 없게 되었다.
“빠진다!! 전열!! 어떻게든 버텨!!”
방어선을 넓혀가며 길을 만들어야 한다.
창병들이 퇴로를 준비하는 사이 방통은 입술을 깨물었다.
산 아래에서는 기병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저들이 지원을 할 수 있을까?
‘기병이라고 하더라도 보병의 전술은 익혔다. 그리고 그들도 창술이 가능해. 버티면 승산은 있다. 최대한 퇴로를…’
“같이 가자!!”
“놔, 놔랏!! 으아아아!!”
복부에 구멍이 난 산악병 하나가 핏발선 눈으로 창병 하나를 잡았다.
그리고 그와 함께 절벽 아래로 떨어진다.
그것을 본 방통과 보병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런 미친…”
동반 자살까지?
방통이 입술을 꽉 깨물었을 때 적의 공세가 바뀌었다.
죽은 시체들을 들고 밀어내기 시작하는 것이다.
동료의 시체마저도 방패로 이용해서 자신들을 떨어트려 죽이려는 놈들의 모습에 방통은 섬뜩함을 느꼈다.
“밀엇!!”
힘으로 승부하는 것이라면 해볼만 하다.
병사들도 밀리면 떨어져 죽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다들 필사적이다.
“형주목!! 퇴로를 열겠습니다! 형주목만이라도 도망을…!”
“웃기는 소리 말고 버텨!! 감녕이 오면 상황이 나아질거다!”
“적들의 수가 너무 많아서 버티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힘에서 밀린 이들이 산악병들과 함께 밀려 떨어진다.
그들을 본 방통은 이를 갈았다.
“후열! 창으로 찔러!! 어떻게든 버틴다!!”
“형주목!!”
상황이 급박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냉정을 잃을 수는 없었다.
방통이 거칠게 외치는 사이 절벽 위에서 또다시 산악병들이 떨어졌다.
그들을 보며 방통은 까득 이를 갈았다.
“도대체 얼마나 숨어 있었던 거야!?”
점점 아군이 밀린다.
여기저기에서 비명 소리가 들린다.
방통도 검을 빼들고 전투에 합류해야 할 정도로.
순식간에 아군의 수가 삼분의 일이나 줄었다.
어떻게든 퇴로를 만들려 방통이 발악하는 사이 시체들의 사이에서 소검이 삐쭉 밀려나왔다.
“큭!!”
어깨를 찔린 병사가 비틀거린다.
그 사이 우루루 산악병들이 안으로 침입했다.
“저 놈을 잡앗!!”
산악병들이 희번뜩한 눈으로 방통을 노려본다.
그들을 향해 방통을 지키는 장교들은 창을 놓고 검을 들었다.
“형주목을 지켜랏!!”
장교들과 산악병의 전투가 이어진다.
방통 역시 전투에 참가해야 할 정도로 위급한 상황이다.
급박한 상황이 계속되어 이어지는 가운데 복부에 검이 찔린 산악병은 히죽 웃었다.
그리고 자신을 찌른 장교를 잡은 후 몸을 날렸다.
“으아아악!!”
고급 지휘관 하나와 함께 산악병이 밑으로 떨어진다.
고급 지휘관 하나 양성하는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얼만데.
이렇게 허무하게 잃게 되다니.
“개새끼들!!”
분노한 방통이 검을 휘둘러 산악병들의 목을 날렸다.
그가 일격 일격을 날리는 사이 장교들은 필사적으로 외쳤다.
“형주목!! 피하십시요!!”
“이곳은 저희가 어떻게든 막겠습니다! 어서!!”
밀려드는 이들이 많다.
그들을 보며 방통이 입술을 꽉 깨물었을 때 또다른 산악병 무리들이 틈을 비집고 안으로 들어왔다.
수에서 밀린다.
방통이 검을 꽉 잡은 순간 세명의 산악병들이 방통에게 달려들었다.
“제길!!”
한놈은 잡았다.
하지만 두명은 방통의 몸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머리를 고정시키기 위한 비녀를 뽑아 자신의 몸을 잡고 있는 산악병의 귀에 쑤셔 넣어 그를 죽이고 겨우 풀어냈지만 나머지 하나는 풀지 못했다.
그는 온 힘을 다해 방통을 밀었다.
“놧!!”
“흐흐… 같이 가자.”
광기에 물들어 있는 그의 목소리에 방통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다.
팔꿈치로 그의 머리를 강하게 후려친다.
뾰족한 완갑에 맞아 머리가 깨지고 피가 터져나오는 와중에도 그는 힘을 주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제길!! 놔!!”
“같이 가자!!”
또다른 산악병 하나가 자신에게 달려오자 방통은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
*****
방천화극을 잡은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제발 늦지 않기를.
제발.
제발.
여영기가 출산할 때를 제외하고는 하늘에 기도따위 한 적 없었던 감녕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하늘에 빌 수 밖에 없었다.
제발 방통이 무사하기를.
다른 병사들도 무사해주기를.
하지만 산길을 타고 올라갈 수록 들려오는 끔찍한 비명 소리는 감녕의 심장을 크게 흔들고 있었다.
산길의 중간 쯤 도착했을 때부터 비명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그것에 불안감을 느끼던 감녕은 온 몸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꼈다.
“…하…하하…”
없다.
있는 것이라고는 등갑을 입은 적병들 뿐.
위국의 흑갑을 입은 병사들은 아무도 없었다.
저주받아 마땅할 등갑을 입은 놈들만이 우글거릴 뿐 이었다.
위국병들의 시체를 짓밟고 칼로 난도질하는 그들이 자신들을 향해 히죽 웃자 감녕은 고개를 숙였다.
“하하…하하하…하…”
방통.
오랜 시간 함께 알고 지낸 사람이다.
어쩌면 진유하보다 더 연이 깊은 것이 방통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의 웃음이 떠오른다.
그의 한심한 모습이 떠오른다.
“다른 사람을 때릴 수 있는 사람은 맞을 자격이 있는 사람 뿐이라고 했지. 그래. 알고 있었어. 전장에 발을 들인 이상… 각오는 해야했었지.”
뒤따른 그의 부하들도 참상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천천히 분노했다.
“비 종사의 원수!”
“망할 위국 새끼들!! 전부 죽여버릴테다!!”
복수는 복수를 부르고.
원한은 항상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위국과 익주.
서로에게 깊은 원한이 있는 이들이다.
감녕도 익주의 병사들과 장수를 꽤나 죽였다.
방통의 책략에 상당한 익주병들이 죽었다.
위국의 정략으로 꽤 많은 이들이 암살당했다.
그러니 방통이 이렇게 죽는 것도.
저들이 원한을 갖는 것도.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다.
“이해는 한다. 그리고 너희들을 용서하고…”
“너희도 죽엇!!”
달려드는 이들을 힘없이 노려보던 감녕은 방천화극을 꽉 잡았다.
“하지만 내 방천화극도 용서할까!?”
네가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낭만이라고?
그렇게 비웃을 생각이라면 얼마든지 비웃어라.
내가 남을 죽였으니 남도 나를 죽이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여 순순이 죽어주는 것은 선인(善人)들이나 생각할 일이다.
“애초에 난 좋은 놈이 아니야!!”
분노한 감녕.
그리고 그와 마찬가지로 분노한 기병들은 달려드는 산악병들을 향해 분노를 토해내었다.
******
하후상과 교대하고 방통의 지원을 하기 위해 산 입구까지 온 나는 감녕의 보고에 할 말을 잃었다.
“다시 말해봐. 누가 뭘 어째?”
“…방 도련님이 죽은 것 같아.”
“…닥치고 다시 말해. 누가 뭐 어쨌다고?”
“익주의 산악병이… 방 도련님이 있던 곳을 기습했어. 지금 부하들이 추락 지점을 찾고 있는데… 아마.”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는 감녕의 팔을 꽉 잡았다.
내가 너무 달려서 머리가 안돌아가나?
지금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맞아?
“다시… 말해봐.”
“방 도련님이…”
“다시 말해!! 그 새끼가 왜 죽어! 왜!!”
방통이?
방통이 죽었다고?
불과 몇시진 전까지만 해도 펄펄 날아다니던 놈이?
다리에 힘이 풀린다.
난 천천히 허물어져 감녕의 다리를 잡았다.
“…찾아봐. 그럴리 없어. 그 새끼가 그렇게 갈 놈이 아니라고.”
“차, 찾고 있어. 하지만… 저 높이에서 떨어졌다면…”
난 뒤를 보았다.
하얗게 질려 있는 장합이 분노로 부들부들 떨고 있는 것을 본 나는 힘겹게 말했다.
“방통… 찾아와.”
“예!!”
“하하… 그 놈이 죽었다고? 산악병이…? 왜 여기 산악병이 있는걸까?”
내게 물어보았다.
산악병이 있는 이유?
간단하다.
이 모든 것이 법정의 책략이다.
산약병마저도 희생양으로 삼아서 우리 장수를 잡으려는 계책.
어떻게든 최대한 아군의 수를 줄여나가려는 그의 개같은 계책.
그것에 휘말린거다.
난 부들부들 떨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바둑 한판 더 둘걸.
이렇게 허망하게 보낼 줄 알았더라면.
한판 더 두고 그냥 져 줄걸.
그거 한판 이겨서 좋았냐?
그렇게 아득바득 이기고 싶었냐?
내 자신에 대한 극심한 혐오감에 구역질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내가… 잘못했어… 내가… 왜… 왜 그때 이겨서… 차라리 내가 질 것을… 평소대로 져주고. 그가 만족하게나 할 것을…”
내가 힘없이 중얼거리자 뒤쪽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알면 됐다. 이따가 바둑 한판 더 두자고. 제대로 밟아줄테니까.”
“히익!?”
“귀, 귀신이다!”
“방 도련님!?”
뭐?
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기겁해서 말도 못하고 있는 병사들 사이로 터덜터덜 걸어 온 방통은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
“아. 이번에는 진짜 죽는 줄 알았네. 조 사제.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이거 참. 내가 매일 조사제를 업고 다녀야겠군.”
“별 말씀을. 사제가 사형을 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닙니까.”
빙긋 웃은 사내는 나에게 꾸벅 허리를 숙였다.
“오래간만입니다. 진 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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