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43
지금 내가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방통은 왜 살아 있고 조 사제는 왜 여기서 나타나?
난 자리에서 일어나 방통에게 다가갔다.
그는 고개숙인 나를 향해 웃었다.
“뭐야? 너 우냐? 야. 얘 운다.”
“…..”
“뭔 말 좀 해… 크억!”
난 방통의 복부에 냅다 주먹을 날렸다.
주먹에 감각이 있는 것을 보니 귀신은 아니구나.
아파하는 방통의 멱살을 잡았다.
“야. 이 새끼야. 너 왜 살아 있냐? 응?”
“아야야… 그럼 죽기를 바랬냐?”
“그건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조 사제는 쓰게 웃으며 방통의 멱살을 잡고 있는 내 손을 풀어주었다.
그가 설명을 하려 하자 감녕은 빠르게 뿔피리를 불었다.
생존자의 수색은 어떻게든 하겠지만 이쪽에 계속 있는 것은 위험했다.
언제 또 적들이 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잖은가.
장합과 감녕에게 수색을 맡긴 후 나와 조 사제, 방통은 일단 이 자리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후방으로 빠지자 난 일단 조 사제에게 물었다.
“사제. 분명 내가 수소문을 냈는데. 듣지 못했나?”
“예.”
“어? 진짜?”
그럴리 없는데?
내가 의아해하자 조 사제는 볼을 긁적거렸다.
“그게… 저 낙봉산에서 계속 머무르고 있었습니다.”
“낙봉산?”
“산의 이름을 모르십니까? 옛날 봉황이 떨어져 죽은 곳이라 하여 낙봉산이라 하는 곳인데. 그곳에서 살고 있었지요. 워낙 험한 곳이라 사람들이 오지 않아서… 수소문도 듣지 못했습니다.”
아니 왜 양양에 멀쩡한 집 내버려두고 거기서 살어?
“그럼 사부님도 거기 계신 건가?”
잘 됐다.
이참에 사부님을 모셔야겠군.
순간 조 사제의 얼굴이 흐려졌다.
“어. 음. 사실…”
“사실 뭐?”
“방 사형께는 말씀드렸습니다만…”
“유하야. 놀라지 말고 잘 들어.”
죽은 줄 알았던 방통이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놀랄만큼 놀랐다.
그런데 또 놀랄 거리가 있나?
내가 입을 꾹 다물자 조 사제는 천천히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
“…응?”
내가 지금 뭔 소리를 들은거지?
조 사제의 말에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말 그대로입니다. 사부님께서는 돌아가셨습니다.”
“…진짜?”
“예.”
조 사제가 거짓말을 할 것 같지는 않았다.
난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부님이 돌아가셨다라.
지금 사부님의 나이를 생각하면 언제 돌아가실지 모르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마음의 준비도 항상 하고 있었고.
“왜 그걸 지금 이야기하는거지? 언제 돌아가신 건데?”
“약 십일 정도 되었습니다. 사부님의 유언장이 있습니다. 낙봉산 중턱에 있습니다만. 길이 험한데 한번 가보시겠습니까?”
“…가보지.”
재수없는 이름을 가진데다가 올라가는 길도 무지하게 험한 산을 낑낑대며 올랐다.
중간쯤 가니 작게나마 있던 오솔길마저도 사라졌다.
그런데도 조 사제는 아무렇지 않게 산을 탔고 우리는 겨우겨우 그의 뒤를 쫓았다.
“거기 조심하십시요. 미끄럽습니다.”
“으… 왜 이런 곳에 머무른거냐?”
“사부님의 명이었습니다.”
노인네 힘도 좋지.
조 사제의 도움을 받아가며 산에 올랐다.
예전 노숙의 연구실이 있던 것처럼 여기저기 막혀 있는 위치에 오두막 하나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여긴가?”
“예. 그리고 사부님은…”
조 사제는 씁쓸한 목소리로 우리를 오두막 옆으로 데리고 갔다.
그곳에 있는 작고 허름한 봉분을 발견한 나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봉분 앞에 있는 석판에는 칼로 새긴 듯한 글씨가 있었다.
봉분에 있는 묘비를 본 내가 주먹을 꽉 쥐자 조 사제는 나와 방통을 데리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갔다.
오두막 안에는 사부님의 위패와 작은 향로가 있었다.
“이거… 진짜냐? 사부님이 또 여행가시려고 사기치는 건… 아니겠지?”
“예.”
위패 앞에 있는 죽간을 본 나는 떨리는 손으로 죽간을 잡으려 했다.
그런 나를 방통이 말렸다.
“일단 향부터 올리자.”
“어. 어어.”
죽여도 죽지 않을 것 같던 사부님이다.
그런 사부님의 임종조차 지키지 못했다는 사실 때문인지 무척이나 혼란스럽다.
내가 향을 잡고 절을 한 후 향을 올리자 조 사제는 공손히 죽간을 들어 올린 후 나에게 주었다.
“사실 유언장도… 원래는 전쟁이 끝나면 전해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돌아가신거지? 아니, 사부님은 왜 여기에 오신 것이지?”
“도적들에게 잡혀 있던 피난민을 돕고, 그들을 치료해주신 후 성도에서 온 이의 이야기를 들으셨습니다.”
“이야기?”
“예. 성도의 비의가 죽고 전쟁이 시작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거기에 역병이 터지기 시작했고 영안성이 비어버리자 사부님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뭐라고?”
“위국의 군대가 익주군과 싸우게 될 경우, 아마 익주는 역병이 퍼진 영안을 버릴 것이고 그에 따른 전투는 분명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되면 이 낙봉산에서 익주군이 위국의 군대를 기습할테니 제가 대기하다가 그들을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쟤가 살아난건가?”
“예. 저도 설마 방 사형을 구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만. 사부님의 혜안에는 정말 감탄 밖에 나오지 않는군요.”
조운은 볼을 긁적거렸고 나와 방통은 할 말을 잃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읽으신거야?
익주와 위국의 정보를 동시에 잡아 이만큼 상황을 예측한 것만도 진짜 대단하다.
역시 우리 머리 꼭대기에 앉아 계셨던 분 답다.
“사부님은 그 말씀을 하시고 며칠 후에 주무시듯 돌아가셨습니다.”
“…가실때 고통스러워하시지는 않으셨지?”
“예. 말 그대로 주무시듯 돌아가신 것이라서…”
내가 입술을 꽉 깨물자 방통은 내 손에 들려져 있는 유언장을 가리켰다.
“열어봐. 사부님이 무슨 생각을 하셨는지는 나도 대충은 알 것 같다.”
난 천천히 죽간을 묶고 있던 끈을 풀었다.
펼쳐진 죽간을 보며 난 한숨을 내쉬었다.
뛰어난 필체다.
한글자 한글자에 현기가 가득 담겨 있는 훌륭한 필체.
서체에 대해서 잘 모르는 나도 감탄할 정도의 필체를 본 나는 눈을 감았다.
사부님의 글씨가 맞다.
그럼 진짜 이게 사부님의 유언장이 맞구나.
[제자들에게] [너희들이 이 유언장을 봤을 때 쯤에는 난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그러니 본론만 말하마. 일년상같은 것은 하지 마라.]“…이게 뭔.”
처음부터 괴팍한 말이다.
유가의 도리상 스승이 죽으면 제자들은 세상과 연을 끊고 일년간 상을 지내야 한다.
그런데 그것부터 하지 말라니.
내가 어처구니 없어하자 방통은 한숨을 쉬었다.
“사부님답구만…”
한숨을 내쉰 후 다시 글을 읽었다.
[영안성을 도적에게 내어 준 이유는 아마 낙봉산에서 기습을 하기 위함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나의 생각에 불과했다. 야인인 내가 정책에 관여할 수는 없는 법.]관여해도 되는데.
사부님의 의견이라면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는데.
난 한숨을 내쉬었다.
사부님의 생각대로다.
이미 많은 준비를 한 상황.
익주 점령 자체는 큰 문제 없이 진행될 것이다.
우리가 죽어라 익주와 싸우는 사이 사부님은 이미 전체를 읽고 있었던 것 같다.
익주 그리고 위국.
이제 불구대천지 원수가 된 사이다.
그런만큼 익주에서 어떤 수를 쓸지.
그리고 우리가 어떤 대응을 할지.
사부님은 결국 모든 것을 읽고 있었던 거다.
유언장에 적혀 있는 글을 읽으면 읽을 수록 감탄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수경원에서 사부님은 우리에게 항상 주지시킨 것이 있었다.
전쟁이든 정치든.
그것은 결국 사람이 하는 것.
절대 이상적인 선인은 없고 절대적인 악인은 없다.
이득과 사람의 마음에 따라 전쟁과 전투가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항상 말씀하셨다.
불민한 제자인 우리가 예측하지 못한 것을 사부님은 이미 예측하고 조 사제를 둔 것이다.
“하…”
난 방통과 조 사제를 번갈아 보았다.
도대체 몇수 앞을 읽은거야?
아무리 내가 위국의 승상부주이고 천신장이라고 떠들어댔지만.
그리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는 정치가의 삶을 살고 있었지만.
결국은 사부님의 손바닥 안에서 까부는 애송이에 불과했다.
“사부님께서는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하셨습니다. 낙봉산에 사람들이 몰리게 된다면 그때가 자신의 생각대로 되는 날이니 주의하고 있으라고. 이 험한 산에 설마 누가 올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사부님이 왜 나에게 직접 말씀하지 않으신 걸까?”
“사부님께서는 항상 스스로를 야인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라의 일에 당신의 뜻이 개입될 이유도 없고, 개입되어서도 안된다고…”
사부님 답다.
옛날 수경원에는 많은 관리들이 찾아왔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사부님은 관리들에게 조언만을 해줄 뿐 이었다.
수경원의 인맥을 이용하지도 않았고 자신의 명성을 자랑하지도 않았다.
사부님은 항상 바깥에서 서 있는 자로서 모든 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 이었다.
너무하시네.
제자들이 남도 아니고.
난 다시 유언장을 읽었다.
마지막 글귀를 나는 천천히 읽었다.
“하늘을 열어 천하를 구하라.”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새로운 제국을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겠지.”
“한을 없애라… 뭐 그런 이야기입니까?”
“음.”
한 황실을 끌어내리고 나라 이름을 바꾸는 것만으로 새로운 제국이 만들어질까?
그래봤자 전한을 무너트린 신나라 꼴 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한가지.
익주를 제압한 후 백성들이 한에 대한 관심을 끊게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위국의 정책을 천하에 퍼트려 백성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그야말로 요, 순 시대를 만들어야 한다.
“지금 하고 있는대로 계속 하면 된다는 거구만. 쯧. 노인네. 어렵게 얘기하고 있어.”
방통이 콧물을 훌쩍 들이삼킨 후 퉁명스레 중얼거렸다.
사부님은 오랫동안 한의 관직에 나서지 않았다.
그 이유는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한에 크게 실망했기 때문이었다.
큰 이상을 가지고 있지만 그 이상을 실현시킬 수 없는 나라이기에 사부님은 임관하지 않았던 것이다.
“사부님께 따로 들은 이야기는 없나?”
“처음에 적혀 있던 말 그대로입니다. 사형들께 알리지 말라는 것도 그것 때문입니다.”
원래 사부님이 돌아가시면 제자 중 하나가 사부님의 묘를 일년동안 지키며 세상과 관심을 끊어야 했다.
그것이 예이며 도리다.
하지만 지금은 전쟁중이다.
나나 방통, 서복.
그리고 가 사형이나 양 사형.
그 외 다른 사형들까지.
다들 자리에서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년상을 위해 자리를 비운다면 큰 문제가 생긴다.
사부님은 그것을 유언을 통해 막은 것이다.
“사부님의 뜻이라고는 하지만… 만약 사부님의 묘를 지키지 않는다면 분명 말이 나올 터. 그것을 원천 봉쇄하시려고 한 것이군.”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조 사제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자 난 얼굴을 감싸쥐었다.
어떻게 해야 하나.
방통은 내 어깨를 잡았다.
“사부님의 뜻을 어길 생각 마라.”
“으음…”
사문의 사형제들이 내 형제자매 같은 이들이라면.
사부님은 내 마음의 지주이며 두번째 아버지와 같은 분이다.
그런 분이 돌아가셨는데 상을 지내지 말라는 것은 나에게 있어서 꽤나 고통스러운 일.
내가 머뭇거리자 조 사제는 내 손을 잡았다.
“사부님께서는 진 사형을 제일 걱정하셨습니다.”
“왜?”
“그야. 사형께서는 쓸데없이 정이 많은 분이라 자신의 죽음에 고통스러워 할 것이니. 그래서 알리지 말라 하셨습니다.”
…진짜 못 당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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