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87
세개의 문을 완전히 개방한 채 사마의를 비롯한 가맹관 점령전에 참가한 장군들은 자리를 지켰다.
조앙이 본대를 이끌고 들어온다.
가맹관에 들어와 주변을 둘러보단 조앙은 떨떠름히 중얼거렸다.
“…잘도 이런 곳을 함락시켰군.”
“운이 좋았습니다.”
말 그대로다.
엄안을 비롯한 다른 장수들의 수가 적었다.
거기에 사전에 알려져 있던 것보다 병사들의 수도 적었다.
그들이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빠르게 가맹관을 점령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운 또한 실력이지.”
“그렇습니까…”
사마의가 정중히 답하자 조앙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의 옆에 서 있던 호표기가 깃발을 내민다.
푸른색 비단에 금으로 새겨진 위국의 문양.
그것을 사마의가 받자 사마의는 깃발을 조앙에게 진상했다.
“가맹관은 이제 위국의 관문입니다.”
“음.”
그것을 받은 조앙이 가맹관의 성벽 위로 올라간다.
너덜너덜해져 있는 익주의 깃발을 뽑아 바닥에 던진다.
먼지와 피로 더럽혀진 깃발을 버리고 그 자리에 위국의 깃발을 꽂아 놓았다.
“위국은 기억할 것이다!!”
아무리 가맹관 공략이 생각보다 쉬었다지만 피해가 아예 없을 수는 없었다.
특히 세번째 성벽.
성벽을 기어오르는 동안 많은 이들이 죽거나 다쳤다.
이번 전투에만 죽거나 다쳐 더 이상 전투를 할 수 없게 된 이들이 이만이 넘는다.
만약 가맹관에서 본격적으로 적들이 막고자 했다면 그 세배에서 네배는 더 죽었을지도 모른다.
“이 가맹관을 점령하기 위해 희생된 영령들을 기억할 것이다!! 그 모두를 기억하고!! 그 모두에게 위국의 뜻이 깃들게 하겠다!!”
“와아아!!”
전쟁에서 죽거나 다친 병사들에게는 보상금이 지급된다.
그 보상금을 절대 잊지 않겠다며 위왕이 직접 선언한 것이다.
수많은 병사들이 무기를 들어 올리며 환호성을 터트린다.
그들을 천천히 흝어 본 조앙은 강하게 외쳤다.
“전투에 참여했던 용사들이여! 오늘만큼은 편히 먹고 마시며 쉬어라!! 그것이 너희들에게 주어지는 위왕의 뜻이니!”
“와아아아아!!!”
“전군!! 승리를 축하한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조앙의 외침에 병사들은 가맹관이 떠나가라 환호성을 터트렸다.
승전에 대한 기쁨으로 모두가 좋아하고 있었지만 지휘부는 좋아할 수 없었다.
이번 승리의 이유가 단순한 운이 아니라는 것을 포로의 심문을 통해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맹관을 관리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간 조앙은 얼굴을 감싸쥐었다.
“그게 사실인가?”
“포로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렇습니다. 저희가 무현에서 대기하고 있을 때… 황권과 엄안, 그리고 동윤. 그 외 몇몇 장수들이 가맹관에 있던 병력의 절반을 이끌고 성도로 복귀했다고 합니다.”
“…왜?”
제정신인가?
아무리 가맹관이라고 하지만 위국은 만반의 준비를 한 상태였다.
그런 위군을 앞에 두고 그들이 왜 빠진단 말인가.
보통 일이 아니고서야 그들이 움직일 이유는 없었다.
가맹관 남쪽으로는 아직까지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한 상황.
파견나온 교사원 요원에게 문의를 해놨으니 며칠 안에 답이 올 것이다.
하지만 그 며칠의 시간 안에 결정을 내리지 못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원인을 알아야 대책을 세울 수 있었다.
사마의는 입맛을 다셨다.
“장수급은 전부 죽어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었습니다.”
“아쉽구만.”
혹시 지금이라도 마음을 고쳐먹고 유장을 잡아 바쳐 항복하려는 것일까?
조앙이 긍정적인 생각을 하며 고개를 들자 사마의는 씁쓸한 표정이 되었다.
“생각하시는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표정을 보아하니 아닌 것 같습니다.”
“내가 무슨 생각을 한 줄 알고?”
“그들이 현재의 상황에 절망을 느끼고 배신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하신 것 아닙니까?”
“…귀신 같은 놈. 그럼?”
“제 생각에는… 양 승상, 혹은 진 승상부주 쪽으로 움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양수나 진유하…”
양수는 남만, 진유하는 형주.
둘 모두 쉽지 않은 곳을 지키며 싸우고 있었다.
“그들을 공략해서 역습을 하려는 걸까?”
“그럴 수도 있지요. 양평관과 검각이 뚫렸습니다. 거기에 한중을 빼앗겼다면 저희의 움직임을 막는 것은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쪽 길은 공격도, 방어도 쉽지 않은 곳.”
“그렇긴 하지.”
가맹관의 좁은 문을 생각하면, 그리고 검각 일대를 지내가야 하는 좁은 길을 생각한다면.
북진은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어쩌면 가맹관이 버텨주는 사이 병력을 돌려 그들을 치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성도에 있는 유장을 구원한 후 움직인다면, 오히려 승부를 낼지도 모르니까.
조앙의 표정이 일그러지자 잠자코 듣던 장합은 고개를 저었다.
“다른 가설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사실 그쪽에 더 무게를 두고 있기는 한데.”
“다른 가설?”
“양 승상, 혹은 진 승상부주가 성도를 공격하려는 것입니다. 성도를 잃고 유장을 잃게 된다면 남은 장수들로서는 더 이상 싸울 여력을 잃게 됩니다. 유장은 그들의 구심점. 구심점이 없어지고 성도에 있는 장수들의 가족과 친지를 빼앗기게 되면 익주군의 사기는 떨어질 겁니다. 가맹관을 이용해서 시간을 벌고, 그 사이 어떻게든 성도의 위기를 구원하러 움직였다고 볼 수 있겠지요.”
“그럴 수도 있겠군… 하긴 성도를 잃게 되면 그들로서도 답이 없어질테니. 그렇다면 여기서 이렇게 여유롭게 있을 수는 없겠구만. 어쩔 생각인가?”
현재 상황을 알 수 없으니 어떻게 대응하기 어렵다.
사마의가 쓴웃음을 짓자 조앙은 곰곰히 생각을 했다.
그리고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일단 자네는 움직이도록 하게.”
“예?”
“가맹관에 이만의 병력만 남기도록 하지. 그리고 한중에 연락하여 연주목이 이곳으로 오게 하겠네. 지금 교사원 요원들이 있으니 바삐 보낸다면 연주목이 와주겠지.”
“하지만 그리 된다면.”
“성도 공략따위 누가하든 상관없어.”
성도 공략을 위왕인 조앙과 경조윤인 사마의, 그리고 장군부의 장군들이 하려는 이유는 중앙, 특히 승상부에 과하게 쏠린 정치적 무게에 균형을 맞추기 위함이다.
그런만큼 조앙과 사마의가 성도를 함께 공략해야하는 상황인데 여기서 조앙이 남겠다니.
사마의가 인상을 쓰자 조앙은 웃었다.
“그런 정치적 무게는 뭐… 나중에 맞춰도 되겠지.”
“이후의 일을 생각하면 그리 쉽게 말씀하실 수 있는 것이 아닐텐데요.”
“내가 잘 할게~”
조앙이 능글맞게 웃으며 엉덩이를 두들겨주자 사마의는 인상을 왕창 찌푸렸다.
아까 전에 공손한 신하의 태도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는지 조앙은 여유있게 웃었다.
“자. 그럼 출발. 잘 싸우고 오라고.”
“하아…”
하지만 조앙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었다.
만약 엄안을 비롯한 익주군의 정병들이 양수나 진유하를 공격한다면?
지금 진유하나 양수 모두 각자 맡은 적을 잡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가맹관을 지키던 익주군의 정예들이 나선다면 그들도 상대하는 것이 만만치 않아질 것이다.
최악의 경우 전사할 수도 있다.
그들을 잃게 된다면 정치적 균형따위를 신경 쓸 수 는 없었다.
양수와 진유하.
둘 모두 위국에는 없어서는 안될 인재들.
특히 지금 진유하가 있는 영안 쪽에는 그 뿐만 아니라 형주목 방통까지 있었다.
“쯧… 괜한 일을.”
“그 괜한 일 덕분에 우리가 편해지지 않았나. 군소리 말고 어여 가게.”
사마의가 투덜거리며 나가자 조앙은 자리에 남아 있는 장합을 보았다.
“자네는 안 가나?”
“뭐… 저까지 갈 필요가 있겠습니까.”
장합은 남으려는 모양이다.
그것에 조앙이 오히려 놀랬다.
“의외구만. 유하가 위험할 수도 있는데 자네가…”
“승상부주가 그런 곳에서 당하실 분도 아니고… 거기에 흥패도 있고 관평도 있으니까요.”
“그런가?”
“그리고 전하께서도 아시잖습니까.”
“응? 뭘?”
“형주목이라면 모르겠지만 승상부주는 위험하다 싶으면 바로 영안을 버리고 형주로 도망가실 분입니다.”
진유하가 얼마나 영악한데.
오랫동안 진유하를 모셔왔던 장합이기에 알 수 있는 것이었다.
그에게 무술을 가르쳤고, 또 전술이나 전략도 가르쳐 준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진유하는 이길 수 있는 전투는 항상 이겨왔다.
패배의 기미가 있는 전투에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돌아가 이길 수 있는 판을 만들어 다시 싸웠다.
철저하게 손익을 계산하고 아니다 싶으면 그냥 싸우는 것 자체를 회피해버린다.
그때 장합은 깨달았다.
진유하는 죽었다 깨어나도 명장은 되지 못하겠다는 것을.
진유하도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오로지 이길 수 있다 확신하는 전투만 하는 자다.
그러니 만약 가맹관에서 빠진 익주군이 법정을 지원한다면 바로 영안을 버리고 형주로 갈 것이다.
그리고 형주의 방어시설과 다른 군의 전력을 끌어와 이길 수 있는 판을 만들 것이다.
장합의 말에 조앙은 뚱한 표정이 되었다.
“거 참. 원래는 그런 식으로 후퇴를 하면…”
배신자, 혹은 용기없는 자라 찍혀 정적들에게 공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진유하가 그런 수를 쓸 수 있는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승상부주는 위왕 전하를 믿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하긴. 내가 고작 그런 일 따위로 그 녀석을 버릴 일은 없겠지.”
까짓거 후퇴 좀 하면 어떤가.
전투에서 패배하든, 후퇴하든.
결국 전쟁에서 이기면 되는 것 아닌가.
조앙이 안심하자 장합은 씁쓸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제가 제일 걱정되는 것은 양 승상입니다.”
“음… 그렇겠지.”
장합과 조앙의 표정은 양수에 대한 걱정으로 어두워졌다.
조앙, 장합, 전위.
그리고 호표기 오천과 창기대 오천은 가맹관에 남는다.
나머지 병력과 장비, 물자를 전부 챙겨 남하한다.
“이정도면 성도까지는 문제 없이 갈 수 있으려나…”
주군은 장료와 마초가 이끈다.
그리고 나머지 예하 장수들은 사마의와 장료, 마초 셋이 나눠서 가져가고.
처절한 전투가 있었지만 사마의는 한숨도 자지 못한 채 편제를 재배치했다.
피곤할 만도 하건만 사마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마차에 올랐다.
“지금부터 자동까지 바로 달려간다.”
“중간 중간 거점이 있습니다만. 그것은 어찌합니까?”
“최대한 빠르게 거점을 점령한다. 가맹관을 이렇게 무너트릴 수 있었으니 문제는 없겠지.”
가맹관에서 성도까지 가는 길에는 부성이 있지만 그건 작은 성이다.
성을 얻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그리고 다음은 자동성.
자동성 공략이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것은 다른 장수들에게 맡기면 된다.
“부수관과 면죽관은?”
“우회로가 있으니 우회한다. 굳이 싸울 필요 없어. 2군 군단장인 학소가 자동을 얻으면 나머지 관문을 공략하는 것으로 한다.”
“우회로를 이용한다라… 알겠습니다.”
“그러니 이군은 자동성을 치는 것만 일단 생각하도록.”
“알겠습니다.”
이군 군단장 직을 맡은 학소가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젊은 그였지만 좌풍익을 훌륭히 다스렸던 그라면 충분히 군단장 직에 오를 자격이 있었다.
그가 진지한 표정으로 답하자 사마의는 다른 장수들을 보았다.
“경조윤께선 익주군이 누구를 칠 것이라 생각하십니까?”
‘진유하 그놈은 절대 무리를 하지 않을테니까.’
“아마 양 승상의 군이겠지.”
원래 작전대로 그는 오로지 법정이 어디 못가게만 잡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맹관에 있었던 이들이 상대하려는 군은 양수의 군일 가능성이 높았다.
양수는 진유하와 다르다.
그는 뛰어난 정치가이기도 했지만 자신과 같은 책사.
승리를 하기 위해 무모한 짓 따위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남만을 어떻게든 빠르게 공략하고, 성도를 공격한다는 소문을 내어 가맹관에 있을 적이 성도로 움직이게 했을 것이다.
이유?
그것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기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가맹관을 한번 상대해보니 알 수 있었다.
괜히 최후의 보루라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그들이 빠지지 않았다면 가맹관을 이렇게 빨리, 그리고 쉽게 공략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걱정이군. 이번 수로 적들은 가맹관을 잃을 것을 감안했을텐데… 양수를 잡은 후 곧장 법정과 연계할테고. 그럼…”
“결국 시간 승부다.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해. 아무리 양 승상의 군이 강하다지만 그들 전부를 상대할 수는 없을 거다.”
사마의의 냉정한 말에 다들 흉폭하게 이를 드러내었다.
“전군 전진. 일차 목표는 자동성이다. 그리고 다음은…”
익주 공략의 종착점.
익주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성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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