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186
성벽을 점령한 장료와 마초가 날뛴다.
장벽을 세워 장합이 이끄는 강노병의 공격을 버텨내는 방벽을 치우게 한다.
위협이 되는 투석기를 부수고, 방어시설들을 박살내며 옹벽을 향해 돌진했다.
옹벽 위쪽에는 이미 꽤 많은 적병들이 있었다.
그들을 이끄는 것은 장임.
장임은 섬뜩한 눈으로 장료를 노려보았다.
“와라!”
성벽을 오르느라 갑옷을 제대로 입지 못한 장료다.
이제 백발이 올라와 있는 장료였지만 몸만은 어느 젊은이들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는다.
두터운 근육이 꿈틀거렸다.
“장 장군!!”
장료를 따르던 부관이 그에게 청룡언월도를 던진다.
갑옷을 입지 못하더라도 무기는 챙겨야지.
청룡언월도를 빙글 돌려 잡은 장료는 백파병들과 싸우던 장임에게 겨눴다.
“위국… 아니.”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이를 드러내었다.
“나는… 장료!! 익주의 무인이여!! 와라! 승부다!!”
“하… 위국의 공포… 장료란 말인가.”
이미 가맹관은 무너지고 있었다.
장료를 막아낸다고 하더라도 마초가 길을 만들고 사다리를 통해서 위군이 올라오고 있었다.
마초 역시 뛰어난 무인.
장임 혼자서 장료와 마초를 전부 상대할 수는 없었다.
아니, 그 뿐만이 아니다.
그들이 견제를 하는 사이 전위와 문흠이 이끄는 병사들은 옹벽 안으로 들어와 성문을 두들긴다.
전위와 문흠 역시 이름난 강한 무장.
그것을 힐끔 내려다 본 장임은 웃었다.
“엄 노인네라면 당신과 좋은 승부를 낼 수 있었을텐데.”
“엄안은 없는 건가?”
“위국의 공포… 좋아. 내가 잠재워주마.”
장임의 검이 자신의 심장에 겨눠지자 장료는 웃었다.
“그 패기! 마음에 들었다!”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자신보다 강한 자에게도 두려움없이 나설 수 있는 자신감이 중요했다.
장임도 알 것이다.
장료를 이길 수 없음을.
그렇지만 그는 물러나지 않았고 그것은 장료를 웃게 만들었다.
도전하는 자는 아름답다.
비록 그것이 바위에 계란을 던져 깨려는 자라 할지라도 말이다.
“익주목 휘하 병무관 장임!”
장임은 빙글 검을 돌렸다.
가맹관 수호는 끝났다.
자신은 패배했다.
그렇다면.
“내 목숨을 익주목께 바친다!! 간다!! 장료!! 목을 내놔라!”
“그 기개 또한!! 마음에 들었다!!”
장임이 달려든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은 빠른 몸놀림이다.
날카로운 검이 뱀처럼 방향을 바꿔 장료의 머리를 향해 솟구쳤다.
그것을 투구로 막아내려던 장료는 황급히 고개를 비틀었다.
장임의 검은 장료의 투구를 단 일격에 그어 박살내버렸다.
“…그 검.”
“강자라 하여 오만한 줄 알았더니. 생각 외로 조심성이 깊구나.”
장임이 빙글 검을 돌려 바로 잡는다.
투구를 쪼개놨음에도 이 하나 나가지 않았다.
그의 검은 운철로 만들어진 검이었다.
장료는 이를 드러내었다.
“좋은 무기!! 좋은 공격! 좋은 장수! 이 장료를 상대하기에 한점 막힘이 없구나!! 하하!!”
크게 포효한 장료는 청룡언월도를 꽉 잡았다.
그의 두터운 팔이.
그 팔의 근육이 꿈틀거린다.
“하아압!!”
피할 수 없다.
워낙 빠른 공격이라 막는 것 외에는 답이 없다.
장임은 이를 갈며 검을 들어 올렸다.
쿵!!
마치 철퇴가 내려친 듯한 소리가 성벽 위에 울려퍼졌다.
장임이 자신의 일격을 막아내자 장료는 웃었다.
“대단하군.”
“카윽…뭔… 힘이.”
버텨냈다.
하지만 이것을 버텨냈다고 볼 수 있을까?
장임은 왼팔이 마비된 것을 느꼈다.
무릎에서 통증이 느껴지고 온 몸의 근육이 비명을 내지른다.
단 일격이다.
막아냈음에도 이정도 충격을 줄 줄이야.
장임이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나자 장료는 여유롭게 말했다.
“자… 그럼 이격이 간다!!”
“하아압!!”
내리쳐지는 공격을 간신히 피해낸 장임이 장료의 팔을 베었다.
핏물이 튀기며 장료의 팔에 큰 상처가 생긴다.
그것에 장료는 눈쌀만을 살짝 찌푸렸을 뿐이다.
청룡언월도의 물미로 장임을 쳐내고, 그가 뒤로 물러나자 장료는 언월도를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하아압!!”
다시 한번 터져나오는 빛과 같은 빠른 베기.
언월도의 봉을 잡은 손이 미끄러지며 물미에 걸린다.
피했다 생각한 공격이 늘어나며 자신의 몸을 후려치자 장임은 뒤로 나뒹굴었다.
고통에 신음성을 토해내면서도 그가 비틀거리며 일어나자 장료는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그 실력. 훌륭하구나. 이번 공격으로 끝낼 생각이었는데. 그것을 막아내다니.”
언월도를 겨눴던 팔을 천천히 내린다.
옆구리를 노린 공격을 검과 다리의 하갑으로 막아내었다.
하지만 장병이 만들어낸 강한 힘이 준 충격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다.
강한 공격의 여파에 피를 토해내는 장임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노려보자 장료는 천천히 말했다.
“너는 자질이 있다.”
“뭐?”
“강해 질 수 있는 자질이 있다. 장임. 위국에 항복하라.”
“…개소리 마라.”
피 섞인 침을 뱉어낸 장임은 천천히 일어났다.
아무리 봐도 제대로 싸울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임은 고통을 버텨내며 일어났고 그것을 장료는 훈훈히 바라보았다.
“그 승리를 향한 집념. 불가능을 가능케 하려는 그 열기.”
청룡언월도를 옆에 두며 장료는 손을 내밀었다.
“위국으로 와라. 장임. 너의 실력이 아깝다. 위국은 반드시.”
잠시 말을 멈춘 장료는 웃었다.
“너를 강하게 해준다.”
해 줄 지도 모른다가 아니다.
해준다다.
장료의 말에 장임의 눈빛은 순간 흔들렸다.
그 역시 무인이었다.
무인에게 있어서 한계를 넘는다는 것은 그야말로 꿈이나 다름없었다.
검을 잡은 이들은 모두 한번씩 꿈꾸는 경지가 바로 한계를 넘어서는 경지다.
과거 항우가 한번 넘었고, 그 이후에 여포가 한번 넘었다.
천하에 이름을 떨치며 도전해오는 모든 적을 쓰러트렸을 때만 얻을 수 있는 최강의 경지.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자들만이 가질 수 있는 위대한 위치.
이제는 거의 잊고 있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 꿈을 장료가 언급하자 장임은 핏물이 흐르는 입술을 핥았다.
비릿한 피맛에 고통으로 날아갈 것 같은 정신이 점점 돌아온다.
“그 잘난 위국이… 당신을 아직 최강으로 만들지는 못한 것 같은데?”
“전쟁이 끝나면 위국 내에서 많은 임무가 시작될 것이다. 그 임무를 통해 위국의 강한 무관들이 모일 것이고…”
장료는 이를 드러내었다.
무.
강함.
남자라면 반드시 한번쯤 꿈꾸는 최강의 경지를 가리는 자리.
그 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다.
“천하제일 무술대회가 열릴 것이다.”
“…어처구니가 없군. 무술대회? 목숨을 걸고 싸우지도 않는 주제에 그깟 대회에서 우승해봤자 최강을 자부할 수 있을 것 같나?”
“그런 의견이 나올 줄 알았지. 하지만… 가능하다. 그곳에서 서로의 실력을 제대로 낼 수 있을테니까. 실전이 아니라서 진짜 실력을 볼 수 없다고? 그런 것은 하찮은 정신승리나 하는 자의 이야기 뿐.”
한때 천하 최강이라 불리는 여포와 함께 했었던 장료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진정한 강자는 실전이든 대무든 가리지 않는다.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강함을 보이는 것이다.
“진정한 무를 겨루고 싶나? 충성이니 뭐니에 얽메이지 않고. 강함을 증명하고 싶나?”
장료는 손을 내밀었다.
“위국으로 와라. 마지막으로 말한다. 위국은 반드시 널 강하게 만들어 준다. 검을 잡은 자로서 아깝지 않나? 항장이라 하여 두려워 할 필요 없다. 나 또한 항장 출신. 그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위국은 오로지 개인의 실력만을 중시할 뿐이니까.”
“…개소리.”
잠시 쉰 것만으로 몸이 조금 나아졌다.
장임은 품에서 약을 꺼냈다.
과거 한중에서 키운 앵속으로 만든 약이다.
병마에 시달리며 고통스러워하던 이들이 먹으면 고통을 잊게 하는 약.
중독성 때문에 절대 과잉복용해서는 안되는 그 약을 꿀꺽 삼킨 장임은 숨을 토해내었다.
“솔깃한 이야기이지만… 그래도 나는 배신할 수 없다.”
“그런가…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협상은 결렬이다.
장료가 자신에게 청룡언월도를 겨누자 장임은 욱씬거리던 몸에서 통증이 점점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저런 강자를 약에 취한 채 싸워야 하다니.
무인으로서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그 무에 대한 마음보다 익주목 유장을 위한 마음이 더 컸다.
“간다!!”
처음보다 더더욱 빠른 속도의 돌진.
동귀어진이라도 하려는 듯한 그의 모습에 장료는 웃었다.
“하아아압!!”
허공에서 내리쳐지는 강력한 공격.
필살의 일격을 막지 않는다.
그저 몸만 비틀어 피해낼 뿐.
빛과 같은 베기에 자신의 팔이 잘려나갔다.
피가 터져나가고, 장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하지만 장임은 웃었다.
팔 따위 얼마든지 준다.
저 장료를 죽이거나, 혹은 치명상만 입힐 수 있으면 그것으로 좋다.
나머지는 다른 이들이 해줄 터.
장임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웃으며 장료의 복부에 검을 꽂아 넣었다.
“같이 가자! 장료!! 죽어라!!”
“…훗.”
운철로 만들어진 검은 서주의 신철이라 하더라도 꿰뚫을 수 있다.
그런데도 장료는 장임의 결의를 비웃기만 할 뿐.
장임은 순간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의 검이 장료의 복부에 닿았다.
하지만 뚫지 못했다.
온 힘을 다한 찌르기가 그의 갑옷을 뚫지 못한 것이다.
“어떻게…!?”
“운철갑이지.”
“그건…”
그저 커다란 생채기만 만들어냈을 뿐.
장료가 뒤로 한걸음 물러나자 장임은 놀란 얼굴로 바라보았다.
“익주의 보물인데…?”
“덕분에 잘 쓰고 있다.”
장료의 주먹이 장임의 얼굴을 후려쳤다.
그의 몸이 바닥에 쓰러진 순간 장료는 그의 몸을 걷어찼다.
바닥을 데굴데굴 구른 장임이 비틀거리며 일어나자 장료는 청룡언월도를 꽉 잡았다.
“훌륭했다. 만약 네가 내 복부가 아닌 다른 곳을 노렸더라면… 아마 너의 동귀어진이 성공했을지도 모르지.”
“큭…”
“잘가라. 훌륭한 무인… 아니, 유장의 개여.”
장임이 이를 갈며 올려다본다.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장료는 청룡언월도를 내리쳤다.
장임이 죽었다.
그가 결국 장료를 넘지 못한 것에 익주병의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
장료는 힐끔 자신의 팔을 보았다.
뚝뚝 피가 떨어지는 팔에 힘을 주자 근육으로 인해서인지, 아니면 방금 전 전투의 흥분 때문인지 흐르던 피가 점점 멈춘다.
“장 장군님!”
어느새 성벽 위로 올라 온 학소는 그의 상처를 보고 인상을 썼다.
“장 교위께서 운철갑까지 주셨는데! 이런 상처를! 장군님의 몸은 장군님의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좀 알아주십시요!”
“후… 미안하군.”
장료가 착용하고 있던 운철갑.
장합이 빌려 준 것이었다.
가맹관에서 두번의 전투를 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만약을 대비한다며 그가 빌려 준 것이다.
그 덕분에 장임의 공격에 이정도 상처 밖에 남지 않았다.
장료는 복부를 지키고 있는운철갑을 만져본 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장임의 검을 들었다.
운철로 만들어진 검을 이리저리 살펴 본 그는 학소가 자신의 팔에 약을 뿌리고 붕대로 감아주자 치료해주자 그 검을 던져주었다.
“이게 뭡니까?”
“장임… 익주의 무인이 준 검이다. 장합에게 전해주도록.”
“예? 하지만…”
운철검이면 보검 아닌가.
이런 것은 전리품으로 장료가 가질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런 보검을 아쉬움없이 줘버리다니.
학소가 놀라자 장료는 청룡언월도를 잡았다.
“가맹관의 점령은 어떻게 되었나?”
“저항이 있습니다만… 그것도 금방 가라앉을 것입니다.”
“그런가…”
장임의 시체를 내려다보던 장료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경조윤께 전해다오.”
“무엇을?”
“무인에 대한 예를 갖추게 해달라고.”
장임을 가리키며 그가 말하자 학소는 쓴웃음을 지었다.
끝까지 저항한 이들은 역적으로 취급되어야 한다.
삼대를 멸하고 구족을 찢어죽이는 것이 법이다.
그 법을 장료가 어기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번 전투의 전공을 포기하겠다고 전해주시게.”
“그런 것이라면 받아주지.”
어느새 올라 온 사마의는 장료를 뚱한 눈으로 응시했다.
“장임이 마음에 들었나보군.”
“예. 경조윤. 그는…”
피식 웃은 장료는 운철갑을 벗어 학소에게 준 후 말했다.
“강한 자였습니다.”
“그런가. 아무튼 갑옷은 입도록. 엄안의 군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장임이 말하길 엄안은 이곳에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뭐? 어째서?”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장료의 대답에 사마의는 턱수염을 쓰다듬었다.
도대체 왜?
가맹관을 지키지 않고 어딜 지키려는 것인가.
“포로를 확인해봐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