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00
그나저나 끝까지 아니라고 버틸 줄 알았는데.
손상향도 꽤나 여우였군.
관평은 아직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것인지 멍한 표정이었다.
“첫 입맞춤을 한 것도 아닌데 뭘 그러냐?”
“…입니다만”
뭐라고 중얼거리는데 안들린다.
감녕이 다가가 귀를 기울이자 그는 작게 말했다.
“…처음입니다만.”
“뭣이라!?”
나와 하후상, 감녕은 기겁했다.
쑥맥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나이 먹고 처음이라니.
세상에나.
난 감녕과 하후상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얌마. 너희들은 도대체 뭘 한거냐?”
“아니 댁은!?”
“그런 곳에 가자고 할때마다 주군께서는 빠지셨잖습니까. 저 자식은 주군을 호위해야 한다고 같이 빠졌고.”
감녕과 하후상이 억울하다는 듯 나에게 항변했지만.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난 관평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너 설마.
아니겠지?
“…가끔씩 날 보는 시선이 심상치 않더니만.”
“…남색 안합니다.”
내가 한걸음 물러나자 관평은 인상을 썼다.
그렇겠지?
우리는 손상향이 간 곳을 바라보았다.
“야. 아무튼 잘 해봐.”
“그러니까 말야.”
“내가 보기엔 너한테는 저 아가씨가 딱이다.”
가문이나 재산같은 것이 문제가 아니다.
그딴 것은 내가 얼마든지 해줄 수 있으니까.
하지만 싸우는 것 밖에 모르는 이놈을 제대로 데리고 살려면 저정도 행동력이 있는 여자가 필요하다.
우리가 놀리듯 말하자 관평은 작게 한숨을 내쉰 후 몸을 돌렸다.
“조 도위와 임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약속이 있어서.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래. 그래.”
“야. 관평.”
내가 부르자 그는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그를 향해 난 천천히 말했다.
“명령이다. 작전 실패해도 괜찮으니까 안되겠다 싶으면 조운과 같이 퇴각해.”
“무인이 적을 앞에 두고 물러나는 것은…”
“물러나. 이 자식아. 항명도 불명예인거 알지?”
“…알겠습니다.”
관평이 작게 목례하고 가버린다.
그것을 지켜보던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어째 부하란 것들이 이렇게 속을 썩여갈까.”
“역시. 나 만한 사람이 없지?”
옛날에 내 속을 까맣게 태웠던 감녕이 즐겁게 말하자 난 그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사람이 양심이 있어야지.
어떻게 네가 그런 소리를 하냐?
이래저래 일이 있었지만 결국 작전의 날은 찾아왔다.
달이 뜨고, 본진의 앞에 수많은 병사들이 자리했다.
모두 전투의 준비를 마친 상태.
단상 위에 서서 방통과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때 병사가 달려와 보고했다.
정란이 준비가 되었다고.
사흘 밤낮을 죽어라 조립을 한 덕분인지 생각보다 빠르게 정란이 만들어졌다.
“저건가?”
“음. 구형 정란이네.”
신형 정란은 쓸 수 없다는 것이 아쉽지만 어쩌겠나.
그건 만들어지는 시간이 구형 정란보다 두배는 더 걸리고 만들 수 있는 곳도 진가윤 뿐이다.
지금 안되는 것을 억지로 할 수는 없는 법이지.
“자… 이제 슬슬 시작하자고.”
어쩌면 우리의 마지막 전투가 될지도 모른다.
파성을 공략하고, 왕평과 진도, 그리고 법정을 잡을 수 있을 마지막 전투.
성도전이야 양 사형과 사마의가 알아서 할테니 신경을 쓰지 않는다 친다면 진짜 마지막 전투다.
단상 위에 앉아 있는 나를 향해 방통은 늘 보이던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지웠다.
그리고 무척이나 진지한 어조로 외쳤다.
“신! 영안성주 방통 외 예하 제장들! 전투 준비를 완료하였습니다!”
사적으로는 친구지만 공적으로 방통은 나보다 밑이다.
그런만큼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나에게 전투의 시작을 보고하는 것이다.
난 방통과 전투에 나가는 모든 장병들을 흝어보았다.
며칠간 푹 쉰 덕분인지 전의는 하늘을 찌를 정도고 사기 역시 대단했다.
난 지휘봉을 잡았다.
“전군에게 명한다. 반드시 파성을 점령하라. 파성의 점령만 성공한다면…”
난 지휘봉을 파성을 향해 겨눴다.
“특별수당을 지급한다. 공을 세우지 못한 이들에게도 당연히 기본 수당을 지급하고.”
“와아아아아!!”
“너희들에게 위국에 대한 충성을 바라지 않겠다! 너희들에게 위왕에 대한 충심을 기대하지 않겠다!! 너희들에게 나에 대한 존중을 기대하지 않겠다!! 그저 너희들은!! 너희들을 위하여 전투를 하라!! 그리고 쟁취하라!!”
나는 충성따위 믿지 않는다.
허울뿐인 충심.
성현들이 말하는 그 지고지순한 마음따위.
그런 것 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믿지도 않는다.
결국 사람은 자신의 작은 것을 위해서 움직일 뿐이다.
대의?
명분?
그런 것보다 당장 오늘 먹을 밥 한끼, 내 부모, 내 아내, 내 새끼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입는 것을 신경쓰는 것이 사람이다.
그것을 위해 전장에 나온 수많은 사람들에게 난 단호히 외쳤다.
“위국은 너희들이 고생한 대가를 반드시 지불한다!! 너희들을 위해서!! 너희의 가족을 위해서!! 너희의 소중한 것을 위해서!!”
난 겨눈 지휘봉을 천천히 내렸다.
“싸워라! 죽이고 강탈해라! 그럼으로써 승리하라!”
“와아아아아!!!”
사기 넘치는 병사들을 향해 난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죽지 말고. 살아야 승리의 기쁨을 즐길 것 아닌가.”
“오오오…!!”
“전군.”
내 옆에 있는 나팔병이 커다란 뿔피리를 들었다.
그들이 숨을 들이마쉬고 뿔피리의 끝에 입을 가져다 대자 난 있는 힘껏 외쳤다.
“출진하라!!!”
뿔피리 소리가 밤하늘에 울려퍼진다.
그와 동시에 전군이 움직인다.
수만의 병사들.
그리고 공성장비들.
어둠 속에서도 두려움을 잊은 그들이 나아가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눈을 감았다.
부디 좀 덜 죽기를.
부대가 전진하는 것을 단상 위에서 지켜보았다.
내 호위를 위해 옆에서 머무르고 있던 손상향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왜. 관평이 걱정되나?”
“그저 동료일 뿐입니다.”
이미 들켰는데.
얘는 숨겼다고 생각하는건가?
그녀가 새침하게 말하자 난 어깨를 으쓱였다.
“내가 명령도 해놨으니까 알아서 잘 나오겠지.”
“…승상부주께서는.”
“음?”
“전의 일을 기억하십니까? 제가 조 부인과 다퉜을 때의 일을.”
“그야…”
너무 충격적인 일이라 기억한다.
내 답에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었다.
“그때. 어떻게 안심할 수 있으셨습니까?”
“무슨 소리야?”
“대무를 하던 도중에 얼마든지 사고가 생길 수 있습니다. 그때 당시 저는 철이 없었고, 또 조 부인께 상당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만약 제가 실수를 했다면 조 부인께서 크게 다치셨을지도 모르지요.”
“그렇겠지.”
“그런데… 어째서 대무를 허락하셨습니까?”
그때 청이와 손상향의 대무는 친선 대무라기보다는 갈등을 마무리 짓기 위한 대무였다.
그녀의 말대로 사고가 생길 여지는 충분히 있었다.
손상향이 조심스레 묻자 난 웃었다.
“그야 믿었기 때문이지. 청이가 너에게 당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거든.”
“믿음… 입니까.”
“그래. 관평이 험지에 들어간 것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은 이해해. 하지만 관평은 무인이다. 치맛자락 안쪽에 둘 수는 없는 녀석이야.”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난 진군하는 군을 보며 천천히 말했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많을 거다. 저 녀석을 좋아하고, 저 녀석을 남편으로 맞이한다면 항상 그럴텐데… 매번 걱정으로 밤을 지새울 건가? 상대방을 믿는 것도 호감을 증명하는 좋은 방법 중 하나야.”
“..전 그를 남편으로 맞이 할 생각이 없습니다만.”
“아. 그래. 그래. 슬슬 적의 사거리 안에 들어가는군.”
난 망원경을 들었다.
아군의 부대가 점점 파성으로 진군한다.
낮에 병사들을 보내며 진군로에 대한 확인은 해보았다.
몇몇의 함정을 발견했고 그 함정들을 해체했으니 됐다.
적의 화살 사정거리 안쪽에 아군이 들어가자 난 입술을 깨물었다.
적들의 불화살이 쏘아진다.
감녕이 이끄는 선봉대가 방패를 들어 그것을 막아내는 동안에도 공성장비들은 성문을 향해 움직였다.
슬슬 효시를 쏠 때가 되었는데?
성문 쪽에서는 아직도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파성에서도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는다.
설마 실패한 건가?
젠장.
아까 손상향에게 믿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한 주제에 걱정이 된다.
하지만 그것을 내색할 수는 없었다.
그저 얌전히, 마음 속으로 안달을 내면서도 최대한 평정을 가장한다.
그때.
“승상부주. 저기를 보십시요.”
연기가 피어오른다.
멀리 파성의 여기저기에서 불빛이 보이며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밤임에도 선명하게 보이는 불길을 본 나는 웃었다.
“움직이는구만. 성공했나!?”
주먹을 꽉 쥔다.
성에 불을 지른 것은 성공.
그렇다면 다음은?
성벽 위에 있는 적들이 바삐 움직이는 것을 보았다.
하지만 크게 동요하지 않는 듯 보였다.
내부에 있는 예비병들을 이용해서 불을 끄려는 모양이다.
왕평이나 진도나.
둘 중 하나만 성벽에서 빠져줘도 편하겠지만…
그럴리는 없겠지.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끝났다.
전투를 하게 되는 이들을 위한 보급 외에는 손을 댈 수 없다.
말 그대로 믿는 일만 남았을 뿐이다.
당장이라도 전장에 나가고 싶어하는 손상향의 등을 강하게 쳤다.
“윽…”
“마음 단단히 먹도록.”
“…예.”
“이번 전쟁이 끝나면 진짜 손책과 만나 너와 관평의 사이에 대해 내가 말해줄테니까.”
“그… 말씀드렸지만 저는.”
“이미 다 들켰어. 남의 부하의 소중한… 아니 딱히 소중할 것도 없다만. 첫 입맞춤을 빼앗아가놓고 아니라고 튕길 생각인가? 설마 어장관리하는 거라면 진짜 용서 못해.”
내가 심드렁히 말하자 손상향의 얼굴이 순식간에 붉게 물든다.
빨간 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그녀의 얼굴을 힐끔 본 후 난 차분히 말했다.
“너무 숨기는 것도 좋은 것은 아니다. 사 교주목이 어떻게 가르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내보내는 것 역시 숨기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기억하도록.”
“그… 가르침에 감사드립니다.”
그녀가 나에게 고개를 숙였을 때.
정란이 움직였다.
투석기가 자리를 잡고 충차들도 성을 향해 이동했다.
이제 시작인가?
정란에서 효시가 쏘아져날아가는 것이 보인다.
불꽃을 머금은 효시가 허공으로 쏘아져 올라간다.
그것을 본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들었을까?
전장에서 소음은 보통이 아니다.
그것을 가까운 곳도 아니고 성 안쪽에서 들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
교사원 요원들의 실력은 인정하지만 이런 상황이 되니 불안감은 남아 있었다.
“충차가…”
파성에서 쏘아지는 화살과 투석을 피한 충차가 성문 근처에 도착했다.
역시 괴월답군.
병기를 조종하는 솜씨가 보통이 아니다.
그가 이끄는 충차부대가 성벽에 도착하자 문빙이 이끄는 방패병들은 충차를 지키기 위해 방패를 들었다.
그렇게 충차의 공격이 시작되는 찰나.
“승상부주!!”
손상향이 기쁜 어조로 외쳤다.
굳게 닫혀 있던 파성의 성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역시!! 성공했구만!!”
성문이 열린 것 때문인지 성벽 위에 있던 적병들의 움직임이 거세어졌다.
조운은? 관평은?
다른 놈들은 어떻게 된거지?
너무 멀어서 망원경으로도 거기까지 확인할 수는 없었다.
난 마른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며 중얼거렸다.
“…제발 살아 있어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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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당!
오늘은 그나마 시원하구나! 라고 생각을 했는데.
역시나 푹푹 찌네요.
일기예보에서는 비온다더니…
왜 안오지!?
으…
결국 오늘은 커피숍으로 피신을 갔습니다…
헉헉
빨리 에어컨 왔음…ㅠㅠ
으…
그럼 대댓글 갑니당!
트릭스타 // 진짜 버티다가 그럴것 같아서 ㅋㅋㅋ 바로 질렀습니당!
날사랑한그대 // 그러다가 저 녹아여! 레데 살살 녹는다!
바이러스 // 히히 과연 언제 할 것인가!
awkawr // 망나니 기질 변하지 않음(…)
칵테일3 // 네 진짜 팍팍 틀라구여….ㅠㅠ
실버스타 // 걸림ㅋ
책커리 // 휘센이에여! 엘쥐!! 모터 있는건 삼성거 사지 말라고 해서….
으…
그럼 내일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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