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15
지휘부의 막사에서 전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사마의가 들어왔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시큰둥히 말했다.
“뭐야. 왔냐?”
“웜매?! 오래간만에 매제를 만났는데 개미눈꼽만큼이라도 반가운 척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뭐 예쁘다고.”
“뭣이!? 딱 보면 예쁘지 않아? 어이. 문 도위. 예뻐 안 예뻐?”
“…어. 어여쁘십니다.”
“거봐.”
“미친…”
저 싸가지하고는.
문흠이 떨떠름히 답하자 난 그의 팔을 몇번 쳐준 후 왕기를 보았다.
“오우~! 이게 누구야. 왕기 아닌가? 공사가 다망하신데 여기까지 오셨나?”
“하하. 예.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승상부주.”
“그래. 그래. 하~ 경조 쪽은 어때?”
“늘 같지요.”
그나마 사마의보다는 낫구만.
왕기가 작게 웃으며 대답해주자 난 사마의를 보았지만 그는 나에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관심 좀 줬으면 좋겠다.
“쓸데없는 소리 할거면 나가라.”
“거 참.”
진짜 건조하고 차갑기가 북방에 못지 않은 인간이다.
그를 향해 인상을 쓴 후 내가 자리에 앉자 사마의는 성의 모형을 가리켰다.
“이적이 오늘 밤 움직일 것입니다.”
“그런가… 신호는 받았고?”
“예.”
막판에 끼어든 내가 전략에 왈가왈부 할 수 없다.
성도 공략에 대한 방안은 이미 정해졌고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다.
내가 얌전히 있자 정욱은 부드럽게 웃었다.
“상대 안해준다고 삐진건가? 하하. 이해하게. 경조윤은 원래 이러잖은가. 날 봤을 때만 조금 놀라더군.”
“뭐 원래 저런 인간인 건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신경쓰지 말고 계속 하시지요.”
“그래. 좀 기다려주게.”
역시 정욱 밖에 없다.
양 사형도 날 보고 그렇게 반가워하지 않던데.
난 구석에서 팔짱을 낀 채 세 책사들이 나누는 이야기를 들었다.
전체적인 전략은 다음과 같았다.
성도에 있는 옹성의 공략을 위해서 일단 성 밖에서 상자노로 외벽의 성문을 부순다.
그리고 내부에서 이적이 이끄는 부대가 옹성의 성문을 연다.
그 틈을 노려 빠르게 치고 들어가는 것이 기본 전략이었다.
“내부에서 적장들을 회유하고 반란을 유도함으로써 성문을 열게 하는 것은 불가능하려나?”
내 질문에 사마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생각을 해봤지만 무관들은 유장에 대한 충심이 깊다. 설득 자체가 불가능해.”
“그런가…”
하긴 나도 왕평을 설득하려고 했을 때 실패했지.
그렇다면 이적을 이용해서 내부의 혼란을 야기, 그리고 성문을 돌파하는 것이 가장 빠른 공략법일 것이다.
“그럼 성의 입성에 대한 부분은 백부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그게 낫겠지.”
손책이 사마의의 밑으로 갔나?
그라면 어렵지 않게 성도로 치고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양 사형에게 듣기론 엄안이 죽었고 장임 역시도 가맹관에서 죽었다고 한다.
익주 사영 중 법정과 비의, 장완이 죽었고 동윤은 자동성에 있다고 하니 손책과 맹획, 축융인.
거기에 내부에 있을 장패와 손관, 그 외의 다른 장수들의 움직임을 막을 수 있는 이들은 없을 거다.
전체적인 이야기를 차분히 들은 나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그럼 유장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흐음… 일단 그는 반역자이니만큼… 처형을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지. 하지만 그를 처형하는 것은 우리가 아니야.”
양 사형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익주에서 서량을 부추겨 반란을 일으키고, 또 좌풍익을 공격했던 것만으로도 익주목은 한의 체계를 무너트린 반역자로 낙인 찍혔다.
아무리 위국이 한, 그리고 황제를 꼭두각시 취급한다고 하지만 조앙은 구석을 받은 국가의 공신.
그런 공신에게 칼을 들이댄다는 것 자체가 황제에게 칼을 들이대는 것과 같다.
위국의 정통성과 명분을 위해서라도 유장은 살려둬서는 곤란했다.
“전하께 처분을 맡기시려는 겁니까?”
“그래야지.”
결국 이렇게 되는구만.
딱히 아쉬움은 없었다.
애초에 유장에게 큰 관심을 두지도 않았다.
다만 법정을 비롯한 다른 익주의 능신들이 그를 무조건적으로 따르는 것 때문에 얘기 정도는 해보고 싶었다.
내 표정을 읽은 사마의는 천천히 말했다.
“관둬라.”
“뭘?”
“유장과 이야기하여 그를 설득, 그를 이용해서 익주를 안정화시키려는 것.”
“…귀신같은 놈.”
“내가 널 알게 된 지가 몇년인데.”
사마의는 투덜거리듯 말한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깐 따라와라. 얘기 좀 하지.”
사마의와 함께 밖으로 나가자 그는 팔짱을 낀 채 시큰둥히 말했다.
“익주를 공략했다고 하더라도 익주를 이용할 생각은 한 오년은 미뤄두는 것이 좋을거다.”
“왜?”
“승상이 쓴 조호이산의 계 때문이지. 그것 때문에 촉군 일대는 대부분 위국에 반감을 가지고 있어. 그들의 이주, 그리고 남만을 끌어들이는 문제, 다른 지역의 백성들을 정착시키는 것 까지 하려면 시간이 걸려.”
“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익주에서는 반란이 계속 날 것이다. 그걸 막으려고 군을 주둔시키는 작업까지 생각하면, 소요가 너무 크다.”
“아니 그런데 꼭 그런 수를 써야했나?”
“이 전쟁을 몇년이나 끌 생각이었다면 하나하나 설득하여 성도를 고립시키는 것이 답이다. 하지만 그럴 여유따위는 없어. 이번 전쟁으로 소모되는 국력을 생각한다면 전쟁은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한다.”
전쟁을 시작한지 아직 몇개월 지나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의 말은 정치가인 내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진짜 이번 전쟁을 위해 준비한 예산이라든가, 또 전후처리를 위한 예산을 생각하면 위국도 몇년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거다.
내가 입을 다물자 사마의는 한숨을 쉬었다.
“나 역시 경조윤. 다스리는 자로서 네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만큼은 네가 이해하고 넘어가라.”
“에휴.”
어쩔 수 없지.
내가 뒤통수를 긁적거리자 사마의는 빙긋 웃었다.
“그럼 나는 바로 간다.”
“괜찮겠냐?”
“뭐가?”
“성도 공략. 네가 출진하는 것 아니야?”
“그렇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 내 사제를 붙여주지.”
“사제? 아… 아까 그 무장을 말하는 건가?”
사마의는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호의를 감사히 받지.”
해가 지고 저녁을 든든히 먹은 병사들이 전투 준비를 마친다.
그들을 지켜보던 나는 말 위에서 지휘를 하는 사마의를 보았다.
그의 옆에는 조운이 가까이 가 있었다.
양 사형은 내 옆에 서 있다가 말했다.
“조 사제의 실력은 어때?”
“관평 이상이고… 감녕도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만.”
“그럼 장료와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겠군. 잘했어.”
“예?”
“이적이 내부에서 움직여 준다고 했지만 함정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니까. 만약 무슨 일이 생긴다면 조 사제가 중달을 빼서 나오겠지.”
“안에 장패가 들어가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하지만 전시에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시작한다.”
사마의의 군이 움직인다.
손책의 부대가 선봉, 문흠과 왕기가 그 뒤를 보좌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마의의 부대까지.
정란과 상자노가 움직이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필사적으로 화살을 쏘아대는 성벽 위의 병사들을 보았다.
도대체 무엇때문에 저들은 저렇게 싸우는 걸까?
“위국에 대해서는 이미 다들 알고 있을텐데…”
항복한 이들은 편안한 삶이 주어진다.
그만한 공을 세운다면 그 위치를 얻어낼 수 있다.
고작 익주같은 좁은 곳이 아닌 천하를 경영하며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법정도 그렇고, 다른 이들도 그렇고.
왜 그렇게 능력 있는 놈들이 유장에게 목을 매달고 있는 걸까?
나로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쏴라!!”
“정란을 붙여!!”
상자노가 자리하고 발사된다.
성도의 단단한 성문이 박살나고 있다.
정란은 어느새 성벽에 달라붙어 병력들이 나가게 하고 있었다.
치열한 다툼.
피와 살이 난무하는 전장을 한걸음 뒤에서 지켜보는 나를 향해 정욱은 작게 웃었다.
“그것이 바로 충심이라는 거다.”
“모르겠네요. 저는.”
“너는 모르겠지. 너는 소의를 따르는 사람이니까.”
“예.”
“하지만 대의를 따르는 이들에게 있어서 충의는, 그리고 자신의 충성을 바쳐야 하는 대상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그렇습니까…”
“그래. 당장 나만 해도 그렇다. 진 군수에게도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예전, 황제파 측근이었던 황보숭이 제안하더구나.”
“황제의 밑으로 들어오라고?”
“그래. 진정한 한의 충신이 될 생각이 없냐고.”
그랬었나?
나한테는 그런 제안 안들어왔었는데.
내가 바라보자 정욱은 빙긋 웃었다.
“일언지하에 거절했지. 나는 한을 숭상하는 것이 아니고, 황제를 따르는 것이 아니었으니까. 그때 당시에는 사공이었지… 사공 조 맹덕에게 반해 그의 뜻을 따른 것이었으니까.”
“만약 정 어르신이 황제를 따랐다면…”
“그랬다면 지금의 판도는 조금 정도는 바뀌어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그래. 황제는 나에게 공의 자리를 약속했지만. 그런 것 따위는 관심이 없어. 너도 알겠지?”
“음…”
하긴.
조조가 은퇴하고 조앙이 즉위한 것만으로도 꽤 많은 노신들이 사직서를 내버리고 떠나버렸다.
그것을 생각하니 정욱의 말도 공감이 가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양 사형은 무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그 외에도 이런 저런 이유는 있겠지.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숙이는 자도 있고, 자신의 목에 칼이 들어와도 숙이지 못하는 이들이 있고. 그것을 욕할 수는 없어. 결국 자신의 삶의 방식이니까.”
연속되는 상자노의 공격에 결국 성문이 박살난다.
그리고 성도의 안쪽에서 수십발의 불화살이 성벽을 향해 날아갔다.
그것을 본 손책과 문흠, 왕기의 부대가 부서진 성문으로 돌격했다.
성벽 위에 있던 이들이 눈에 띄게 당황한 것이 보인다.
망원경을 내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냥 좋은게 좋은건데 왜 다들 저렇게 고집이 센지.”
“세상 사람들이 모두 너와 같았다면 편했겠지. 하지만 그게 사람의 삶이다. 대세를 거스르고 자신의 기준을 지켜야 하는 사람도 있고, 대세를 넙죽 따르는 이들도 있고.”
“음…”
우리 애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사는게 중요하지 먹지도 못할 충의니 충심이니.
그딴 거 가지고 있어서 뭐하나.
“성도가 떨어지고 있군.”
오랜시간 타 세력의 접근을 허용치 않았던 성도가 무너진다.
두터운 성벽 위에 있던 병사들이 시가전을 위해 성벽에서 내려간다.
그리고 사마의의 대군이 움직였다.
잠자코 그것을 지켜보던 양 사형은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고생을 좀 해야겠는데.”
“엑? 제가 왜?”
“성도를 공략하고나면 성도에 있는 백성들을 조금이라도 회유해야 하지 않겠나.”
“아니 다 이주시킬거라면서요?”
“이주시킬때는 시키더라도. 자네가 가져 온 물자들을 이용한다면 그들의 협조는 받을 수 있겠지.”
양 사형은 내 어깨를 잡았다.
“고생하게. 사제.”
“아놔…”
여기까지 와서도 일하게 되다니.
내가 궁시렁거리는 사이 양 사형은 성도를 가리켰다.
성도의 안쪽이 점점 밝아진다.
시가전을 위해 불을 지르는 이들이 있나보다.
그것을 지켜보며 난 한숨을 푹 쉬었다.
“엄청 고생하겠군.”
저렇게 성 내에서 깽판을 치는데 백성의 호응을 이끌어야 한다니.
내가 한숨을 쉬자 정욱과 양 사형은 즐겁게 웃었다.
“이거 참. 자네가 와줘서 아주 편하게 되었어.”
“우리들만으로는 쉽지 않았을테니 말이야.”
“아니 그것도 못하십니까?”
“때린 놈이 어르고 달래봐야 좋아하겠나? 그나마 자네는 역병도 잡은 위대한 천신장이잖은가. 그나마 말 정도는 들어주겠지.”
정욱의 말에 양 사형은 장난스러운 어조로 말했다.
“오오. 천신장. 오오~”
“…거 시끄럽습니다.”
난 그들의 놀림을 무시하며 성도를 보았다.
성도는 천천히 허물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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