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216
성도 공략에서 관건은 우리가 얼마나 피해를 입느냐지 성도를 공략하느냐 마느냐가 아니었다.
익주를 공략하는데 위국의 총력을 다했다고 볼 수 있었다.
나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승상인 양 사형, 경조윤인 사마의, 거기에 조앙까지 참전했다.
병력만 해도 북부 경계와 내부의 안정을 위한 병력을 제외하고 대부분이 투입된 전쟁이다.
병력, 물자, 병기.
거기에 사기와 대의명분까지.
모든 것에서 우리가 익주를 압살하고 있었다.
그런만큼 익주공략의 마지막인 성도를 공략했다는 것에 대한 기쁨은 딱히 없었다.
그냥 묵은 짐을 치웠다는 시원함만 있을 뿐.
전투가 끝난 성문 주변을 걸으며 정욱은 여유있는 어조로 말했다.
“성도에는 처음 오는 것이지?”
“예. 어? 어르신은 와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나야 몇번 와봤지. 전쟁이 나기 전에는 말이야. 참… 몇년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들어오게 될 줄은 몰랐네.”
정욱이 말에 오른 채 앞장서서 걷는다.
나와 양 사형은 뒤에서 그를 따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끝까지 저항하다가 죽은 것으로 보이는 익주병들의 시체가 옹성 주변에 즐비해 있었다.
그것을 치우는 것은 위군만이 아니었다.
익주병들 역시도 움직이고 있었다.
항복을 했다면 그 대가만 지불한다면 딱히 차별할 생각은 없다.
그게 위국의 방침이기도 했고.
시체를 치우는 이들을 힐끔거리던 나는 옆통수가 따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곳을 보니 아낙네의 품에 안겨 나를 증오스럽다는 듯 바라보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그 시선을 무시하며 난 떨떠름히 말했다.
“이거 참. 피해가 너무 크군요.”
“자네의 방식은 아니지?”
“예. 뭐.”
원래 내 방식은 빠르게 우두머리를 제거, 그 후 크게 흔들리는 세력을 정치적으로 압박해 적과 아군의 피해를 최소화 시키는 방법을 좋아했다.
이런 식으로 다 때려잡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과한 전투로 죽은 병사들의 가족들은 아마 우리에게 큰 증오심을 느낄 것이다.
어쨌든 그들 입장에서 우리는 가족을 앗아간 살인자에 불과하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에게 사과할 생각따위는 없었다.
그러니까 빨리 항복을 했어야지.
“저런 걸 보면 참 기분이 나쁩니다.”
“뭐… 자네 입장에서야 그렇겠지.”
아니 그럼 질게 뻔 한데 그냥 적당히 항복하지.
뭐 얻어먹을 것이 있다고 끝까지 싸워?
몇몇 백성들이 그들을 끌어내는 것이 보였다.
저들은 항복한 이들의 가족이라고 생각된다.
아낙네와 아이를 치운 이들이 행렬이 지나가는 것을 보며 허리를 숙여 인사하자 난 작게 웃었다.
“내부 정리가 급하겠군요. 바로 시작해야 할 것 같은데.”
“그러는게 맞겠지.”
양 사형은 시큰둥히 말한 후 주변을 쓰윽 흝어보았다.
우리의 뒤를 따르는 남만병들이 성도의 백성들을 보며 입맛을 다신다.
그들과 눈이 마주친 양 사형은 거칠게 외쳤다.
“허가 없이 약탈을 하는 자!! 군령으로 목을 치리!! 백성의 것을 함부로 빼앗지 마라!! 백성을 함부로 건드리지 마라!!”
서슬퍼런 외침에 몇몇 남만병들이 움찔했다.
약탈을 생각하고 있었나보다.
위군이 창을 꽉 잡으며 강하게 내려쳐 규율을 보이자 우리를 따르던 남만병들은 눈을 전방으로 돌렸다.
그 모습을 살핀 나는 양 사형에게 물었다.
“남만은 어쩔겁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
“예? 하지만.”
“여기 남만 쪽 참군이 되어주실 분이 계신데.”
“응!? 나?”
정욱도 기겁을 하며 양 사형을 보았다.
그를 향해 양 사형은 빙긋 웃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산의 현인.”
“아니 난…”
“산의 현인은 또 뭡니까?”
“우리의 정 대사농께서 남만인들에게 산의 현인이라 불리며 추앙받으셨지 뭐냐. 오오. 산의 현인. 오오~”
“오오~ 산의 현인~ 오오~”
“그만들 두게나. 난 은퇴한 사람이야.”
“거 어차피 남만에서 사실건데. 이왕 사시는거 좀. 응? 그렇지?”
“아~ 물론이지요~”
이렇게 몰아가면서 정욱에게 시키자.
남만인들은 난폭하다.
그들을 다스리려면 어지간한 정치력이나 지력 가지고는 택도 없을 것이다.
난 잘 모르겠지만 남만에서 산의 현인 소리까지 들을 정도라면 분명 잘 해주겠지.
나만 아니면 된다.
“그리고 하시는 김에 기술자들이랑 물자 지원도 해줄테니 흑주차도 만드시고. 한 삼, 사년 정도는 세금 안받고 지원만 해줄테니까.”
“흑주차? 그게 뭡니까?”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양 사형은 품에서 꺼낸 주머니를 나에게 주었다.
이게 뭐지?
주머니를 열어본 나는 기겁했다.
“으악!”
“뭐야? 왜 그래?”
“아니 이거…”
이유하의 지식에 있는거다.
커피잖아!?
아무리 봐도 커피의 원료가 되는 생두다.
이걸 볶은 후 갈아서 커피를 만드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떨떠름해하자 양 사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이건 서역의 차인데… 아는 거냐?”
“어. 예. 예전에 한번 본 적이 있습니다. 조 조부님의 창고에서…”
사실 거짓말이지만.
하지만 조숭이 조등에게 받아 많은 서역의 물품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양 사형도 알고 있었다.
“쯧. 아무튼 이 차를 마시면 잠이 덜 오더군. 나도 마셔봤는데 좋더라.”
“으음… 그렇겠군요.”
어차피 당도 생산이 가능하고 우유도 얻을 수 있으니 잘 됐다 싶다.
승상부와 상서부, 왕부에 공급해서 잘 먹여야지.
이걸로 업무 효율이 두배는 늘어나겠군.
난 주머니를 품에 넣었다.
“잘 쓰겠습니다. 그리고 정 어르신. 제가 어르신 존경하는거 아시리라 믿습니다.”
“…이것들이 둘이서 날 몰아가네?”
“아. 그냥 좀 해주십쇼.”
남만에 파견 보낼 사람 찾는 것도 일이다.
정욱이라면 진짜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인 만큼 여기서 정욱에게 확답을 받아내보도록 하자.
나와 양 사형이 계속해서 아부를 하고, 설득을 하자 정욱은 결국 한숨을 푹 쉬었다.
“오년! 오년만 남만에 머물 것이야. 나도 언제 죽을지 모르는 몸인데. 서역에는 몇번 더 가보고 싶네.”
“아… 제가 몸에 좋은 보약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주에 있는 의원들도 보내드리지요.”
“그렇지. 우리 남만지방의 총괄관리 및 남만주목의 보좌관이신데. 몸조리는 우리가 도와드려야지.”
“윽.. 악독한 놈들. 노인네를 끝까지 부려먹으려고 하다니.”
수경원의 수칙.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이용해먹자.
정욱이라는 훌륭한 인재를 여기서 놓칠 수야 없지.
그가 궁시렁거리는 것을 들으며 성도의 관청 앞에 도착한 나와 양 사형은 모여 있는 이들을 발견했다.
“항복한 이들인가? 나머지는?”
“끝까지 저항한 이들, 그리고 역적 유장과 그의 가족들은 지하감옥에 포박되어 있습니다.”
“항복한 이들의 명단은 따로 작성해두도록.”
저자가 이적인가?
양 사형의 말에 답변한 그가 고개를 숙이자 난 사마의를 보았다.
그의 볼에 상처가 나 있다.
“볼은 왜 그 모양이냐?”
“화살에 스쳤다. 네 사제가 아니었다면 죽을 뻔 했어.”
“그래?”
“하하.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습니다. 간신히 막아내었지요.”
“네발의 화살 중 첫발은 스쳤고 나머지는 이자가 다 막아내더군. 실력이 보통이 아니던데?”
“과찬이십니다.”
조운을 붙여두길 잘했군.
그래도 볼에 상처만 난 정도라면 다행이다.
난 짧게 혀를 차고 그에게 약을 던져주었다.
“발라.”
“고맙군.”
그럼 대충 정리는 끝난건가?
관청의 점령만 남았는데.
그건 역시 우리 중에서 가장 높은 사람이 해야겠지?
내가 양 사형을 보았을 때 양 사형은 사마의가 양 손으로 잡고 건네 준 위국의 깃발을 잡았다.
“이것으로…!”
“승상!!”
뒤쪽에서 다급한 외침이 들렸다.
뭐야.
설마 다른 곳에서 살아남은 놈들이 있었나?
내가 긴장하자 달려 온 병사는 작게 숨을 헐떡인 후 외쳤다.
“위왕 전하께서 한시진 내에 오신다고 하십니다!”
“오… 그럼 좀 기다리는게 낫겠군.”
아무리 우리가 조앙을 무시한다고 하지만 조앙은 위국의 왕이며 우리의 주군이다.
여건이 된다면 이런 마지막 작업은 조앙이 하는게 맞다.
양 사형은 깃발을 사마의에게 돌려 준 후 외쳤다.
“전하를 맞이할 준비를 하라!!”
아직 성도는 전투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거기에 들어오면서 봤던 것처럼 적의가 남은 이들도 있고.
유장까지 잡았는데 조앙이 마지막 발악에 암살이라도 당하면 그게 무슨 뻘짓인가.
주변 정리가 우선이다.
“교사원 요원들과 협력하여 내부 정리를 시작하도록. 이적!”
“예!”
“위군에 합류하기로 한 이들에게 위군의 갑옷을 지급하도록 하라! 또한 그들을 내세워 위국의 발전과 안녕을 기원케 하라!”
“알겠습니다!”
어렵게 말하지만 그들에게 시켜서 위험한 곳, 그리고 암살을 하기 좋은 곳을 선점하라는 것이다.
조앙은 왕이니 대로를 통해 관청에 들어와야 한다.
그 대로변에 있는 건물들에 대한 정리작업까지 하려면 한시진만으로는 부족하겠다.
양 사형은 나를 보았다.
“승상부주.”
“예?”
“가서 전하를 모시고 오게나. 시간도 좀 끌고.”
“알겠습니다.”
난 하후상과 조운을 데리고 곧장 조앙이 오는 길목으로 향했다.
수백기의 정예병들과 함께 조앙이 오는 길목 쪽으로 향했을 때 멀리 흙먼지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위군과 왕부의 깃발이 보인다.
이제는 숨길 것 없다는 건가?
대놓고 선두에서 오고 있는 조앙을 본 나는 인상을 썼다.
“서복까지 오네.”
“서 사형도 여기서 뵙게 되는군요. 하하.”
“…음? 저건 패?”
“어?”
자세히보니 조앙의 양 옆에는 하후패와 서복이 있었다.
그리고 군 전체를 이끄는 것은 다름아닌 장료와 전위.
예상치 못한 인물들의 추가로 우리가 당황하는 사이 조앙의 군은 어느새 우리 앞에 도착했다.
“이야~ 오래간만이야~ 잘있었나?”
“전하를 뵙습니다.”
우리가 말에서 내려 인사하자 말 위에 있던 조앙은 싱글벙글 웃었다.
“그래. 다들 고개를 들라. 그나저나 성도를 공략했다면서?”
“그렇습니다.”
“그럼 바로 가봐야겠군.”
“지금 준비중이니 좀 천천히 가셨으면 합니다만.”
“뭘 또 준비씩이나. 그럼 여기서 잠깐 대기하지.”
조앙이 손을 들자 군이 멈춘다.
그들이 휴식을 위해서 자리를 마련하자 난 서복의 옆으로 향했다.
“넌 왜 여기 있냐?”
“어쩌다보니… 사실 가맹관에서 대기하려고 했는데 끌려나왔다. 그나저나 자네가 조 사제인가? 반갑군. 서복이라 한다.”
“반갑습니다. 서 사형.”
조운의 인사를 받은 서복은 여전히 무게를 잡고 있었다.
한중공략의 영웅이라는데 어째 얘는 영웅적 풍모가 보이지 않는다.
그의 옆구리를 내가 툭 치자 서복은 인상을 쓰며 내 다리를 걷어찼다.
“야야. 너네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도 그러냐?”
“하하. 원래 형제끼리는 이러는 법입니다.”
“음… 나도 식이랑 충이를 만나면 그렇게 건드려봐야겠군. 아무래도 한번은 실패를 해버렸으니. 이제 천하도 잡았으니 조가의 안녕을 생각해봐야겠어.”
아니 여기서 조비 얘기를 꺼내다니.
우리가 입을 다물고 얌전히 있자 조앙은 히죽 웃었다.
“아… 길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원래 예상대로라면 벌써 전쟁이 끝나고 복귀 준비를 했어야 했는데.
예상보다 전쟁이 길어졌다.
조앙은 씁쓸해하다가 나를 보았다.
“그러고보니 승상부주.”
“예?”
“내 자네에게 사과할 일이 있는데…”
“…사과할 일이 있으면 그냥 그런 일 안하시면 안됩니까?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시면 불안감이…”
“사실 말이야… 내가 진가윤의 연구소에 부탁을 해서 만든 게 있는데. 그게…”
조앙의 이야기를 얌전히 듣던 나는 화들짝 놀랬다.
지금 이 인간이 뭐라고 한거야?
외해를 위한 배에 쓸 재료들을 써버렸다고?
그게 얼만데!
“아니 그럼 그걸…”
“워워. 화내지마. 남들 보잖냐.”
“으으… 돌아가면 두고봅시다.”
아무리 나와 조앙이 친하다고 하더라도 그는 왕이다.
신하인 내가 병사들과 장군들이 많은 곳에서 갈굴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조앙이 지금 말한 모양이다.
어째 날이 갈 수록 잔머리만 잘 굴리는 것 같단 말이지.
그를 이글거리는 눈으로 쳐다보고 있을 때 전령이 달려왔다.
준비가 다 되었다는 보고에 난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단 가시지요.”
“하하. 점령은 끝냈나보군. 이거 참. 뛰어난 신하들이 있으니 왕이 할 일이 없네.”
“걱정마십시요.”
난 조앙을 잡고 상냥히 웃었다.
“올라가면 전하께서 날려먹은 비용을 메꿀 정도로 일을 드릴테니까.”
“마귀냐! 네 녀석은!”
조앙은 강하게 외친 후 말 고삐를 흔들었다.
말의 움직임이 빨라진다.
행군의 속도가 점차 늘어난다.
그렇게 성도의 문 앞에 도착했을 때.
조앙은 손을 들었다.
“아. 눈 온다.”
올해의 첫눈이 내리는 날.
위국은 익주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선포했다.
========== 작품 후기 ==========
안녕하세요! 레데입니당!
드디어 익주공략 끝!
고생 많았다 흑흑
아… 덥네요
에어컨은 약 칠일 후 도착인데…칠일 후면 입추(…)
에어컨 오면 시원해지는게 아닌가 싶네요ㅠ
으…
77페스티발을 좀 생각중입니다. 사실 간신전 끝나면 쉬려고 했는데 이게 뭔 이벤트땜에.
열편 올리고 쉴지 아님 걍 쥐쥐칠지…
고민입니당…
후후
그럼 대댓글 갑니당!
트릭스타 // 히익ㅋㅋㅋ ㄴㄴ 에염 ㅋㅋ
Dunkel // 천하는 다른 이들에게 맡깁니다. 유하 애껴욧!
실버스타 // 예 익주 끝!
옆집누나몸매 // 예정보다 훨씬 길어져서ㅠㅠ
날사랑한그대 // 서프리카는 이미 된 듯… 종다리가 통수를 똭!!
Guaaaak // 와… 그러다가 몸 배려요ㅠㅠ
으으.
그럼 내일 만나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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