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56
00156 두개의 지보 =========================
“헤에… 당신이 두열이야?”
난 오늘부터 하비 관아에서 일하기로 한 여인을 마주하며 피식 웃었다.
그런 나를 향해 두열은 공손히 허리를 숙였다.
그것만으로도 주변에 있던 다른 남자들이 입을 헤 벌리는 것이 보였다.
“그렇습니다. 팽성군수님께 도움을 받아 이렇게 하비성주님을 모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하겠으니 부디 어여삐 봐주시기 바랍니다. 방 군수님은 저에게 새로운 삶을 살 수 있게 해주신 분. 그야말로 아버님과 같은 분입니다. 그런 분의 친우이시니 하비성주님을 아버님처럼 모시고 싶습니다.”
목소리도 좋다.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남성진이 침을 꿀꺽 삼킨다.
그것을 들으며 난 어깨를 으쓱였다.
“닳겠다. 그만들 좀 봐라. 가서 일 안할래? 감녕. 너 훈련 다 시켰어?”
“아. 아아. 응. 갈거요. 조금만 더…”
“여영기.”
“빨리 와. 오래비.”
“아악! 야!!”
감녕의 귀를 잡고 질질 끌며 여영기가 멀어지자 난 팔짱을 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나이는 감녕과 비슷한 정도인가? 아니면 좀 더 어린건가.
워낙 예뻐서 나이를 가늠하기가 어렵다.
“흠… 뭐 상관없나.”
난 뒤통수를 긁적거렸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남성 중에 유일하게 두열에게 시큰둥한 태도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마 나 정도에 불과할 것이다.
“요화. 너 쓸데없이 눈돌리면 장연한테 이른다.”
“아니 그래도 이건 좀.”
“시끄럽다. 유부남들은 눈 돌리지 마라. 서황. 너도.”
“…네.”
서황과 요화에게 한소리를 하고 나서야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것들은 있는 가정이나 지킬 것이지.
“음… 마침 잘 됐네. 하비성의 시녀들이 부족했는데. 그리고 두열. 당신은 가만히 냅뒀다간 여기저기서 엄청 건드릴 것 같은데. 어때?”
“그저 제 복이라 생각해야지요. 못난 얼굴에 다른 분들께서 이리 대하시는것을 어쩌겠습니까. 그저 받아들여야…”
“그래? 그럼 잘 됐군. 당신은 내 아내를 도와줬으면 하는데. 영이의 전담 시녀가 되어줬으면 하는군.”
“…하비성주님의… 아내분인가요.”
그녀는 날 보며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조심스레 말했다.
뭐지?
두열의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린 나는 피식 웃었다.
“아아. 아니야. 널 영이의 시녀로 두고 내 첩으로 삼겠다는 그런 소리가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하하. 이거 참. 내가 오해의 소지가 충분한 발언을 해버렸군. 영이는 내 아내이지만 하비성에서 일을 하는 문관이기도 해. 꽤나 무리를 하고 있으니까 그녀를 도와줘.”
“어, 어머. 죄송합니다. 제가 무… 무례를.”
“됐어. 나도 잘못했으니까.”
확실히 두열은 예쁘다.
하지만 그게 다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영이고 내가 사랑하는 것도 영이다.
지금 첩을 받을 생각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지금 첩 받겠다고 하면 영이가 화를 내다 못해 울어버릴걸.
아마 조조는 지금 나에게 자기 딸을 주려고 온갖 책략을 꾸미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서주에서 이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면 그로서는 서주의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도 날 혈족으로 끌어들이려 할테니까.
혈연, 지연, 학연.
이만큼 끈끈한 동맹은 없었다.
결혼은 정략의 도구로 쓰일 수 있다.
그렇기에 영이도 내가 조조의 딸을 아내로 삼는 것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첩을 받는 것 까지는 허락하지 않았고 나도 딱히 첩 받을 생각이 없다.
있는 사람 챙기는 것도 바쁜데 첩까지 받아서 뭐하겠냐?
“뭐야? 왜?”
내 대답에 두열은 멍하니 날 바라보았다.
그런 눈으로 다른 남자들 보지 마라.
다들 반해버릴테니까.
난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고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팽성군수님도 그러셨는데… 하비성주님께서도 그러시는군요.”
“방통이 뭘?”
“그… 제가 이런 모습이라서. 제 앞에 계시던 남자분들은 다른 분들과 같은 반응을 보이셨습니다. 그렇지만 팽성군수님과 하비성주님만은…”
“훗. 내가 지금 내 아내를 너무 사랑하기 때문이지. 방통은 워낙 절조가 없어서 많은 여자들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그리고 살다보면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나는 법이니까 너무 신기해하지는 마. 음… 그리고 내가 할 말은 없군. 해야 할 일은 내 아내가 말해줄거야. 따라오도록.”
“예.”
두열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
검증은 방통이 해줬을테니 따로 시험은 하지 않아도 될것이다.
그녀를 데리고 하비성 관아의 안으로 들어간 나는 내 집무실의 문을 열었다.
“여보! 어서 와….요.”
무섭다!
목소리가 한순간에 싸늘해지자 난 등골이 오싹해졌다.
“누군가요?”
경계심이 잔뜩 담겨 있는 영이의 목소리에 난 쓴웃음을 지었다.
“앞으로 널 지원해 줄 시녀야. 항상 고생하는 것 같은데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이정도 밖에 없네.”
“시녀는 필요 없는데…”
두열을 굉장히 경계하는 영이를 향해 웃어보였다.
어쩜 생각했던 반응을 그대로 보여줄까.
난 영이에게 다가가 그녀를 끌어안고 진하게 입맞춰주었다.
그제서야 조금 경계심이 풀어진 영이는 머뭇거리며 내 가슴에 머리를 기댔다.
“자. 됐지?”
“…그래도 불안한걸요. 당신의 인기가 너무 많아져서…”
요새 내 인기는 정말 최고조를 달리고 있었다.
어떻게 나와 연을 맺고자 정혼장이 하루에도 수십통씩 날아 들 정도니까.
민이형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매일 들어오는 정혼장 때문에 영이는 계속 울상이었고 내가 명사들을 만나러 가려고 할때마다 불안해하며 입맞춤을 요구했다.
나야 좋았지.
영이가 질투하고 불안해하는 모습은 남편으로써 솔직히 행복했다.
그만큼 사랑받는 기분이니까.
“괜찮아. 괜찮아. 서로 소개들 하라고. 이쪽은 내 아내 사마영. 그리고 저기는…”
“진의록의 아내. 팽성의 꽃이라 불리는 두열이죠? 이야기는 팽성군수님께 들었어요. 반가워요.”
영이는 부드럽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가 말했다.
그녀의 인사에 두열은 멍하니 우리를 지켜보다가 빙긋 웃었다.
“두열이라고 합니다. 그… 하비성주님께서 굉장히 공처가라 하시던데. 확실히 그러신 것 같네요.”
“공처가라니. 누가 그런 소리를 한겨!?”
“팽성군수님께서요.”
“방통 이자식.”
공처가가 아니라 애처가라니까.
두열을 영이의 시녀로 보내놓고 나니 영이가 한결 편해진 듯 싶었다.
처음에는 경계하던 두열이 사근사근히 자신을 잘 모시는데다가 내가 정말로 두열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자 영이는 안심했다.
물론 안심시키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기는 했다.
매일매일 안아주면서 사랑한다고 해주고 두열이 보는 앞에서 애정표현하고.
딱히 힘들지는 않았다.
아니 쟤가 있어서 은근히 더 좋았던게…
일단 다행이다.
영이가 요새 힘들어 하던 것 같던데 두열이 확실히 보살펴주니 꽤나 편해진 듯 보였다.
그럼 이제 나도 제대로 움직일 수 있겠네.
“참나… 사부님도.”
사부님이 행방불명되고 드디어 서찰이 왔다.
요새 네 이름이 울리고 있어서 스승으로서 뿌듯하다는 이야기와 칭찬. 그리고 요새의 정세.
몇가지 해야 할 일들.
각지에 대한 소문.
마지막으로 사부님께서 추천해주시는 내 자.
“위성이라니. 쯧.”
아니 하필이면 거짓을 이룬다가 뭐야?
그냥 이건 조용히 사양을 해야겠다.
좀 더 괜찮은 자를 골라야 할텐데.
뭔가 위엄있고 그런 걸로다가.
“그나저나 너네 힐끔거리지 말고 그냥 대놓고 봐라. 두열이 온지 며칠짼대 얼굴도 제대로 못보면 어쩌자는거냐?
난 서찰을 접어 서랍에 넣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요새 내 집무실은 때 아닌 북적거림을 맞이하고 있었다.
나한테 직접 보고 안해도 될 일들을 어떻게든 보고해야겠다며 들어오는 것들 때문에.
세상에 점잖던 진등마저도 이럴 줄이야.
딱히 두열을 뭔가 어떻게 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만 그냥 얼굴만 보고 있어도 좋은지 감녕은 매일같이 훈련 보고서를 나에게 주면서도 눈은 나와 함께 일하는 영이의 뒤에 서 있는 두열에게 떼지 못하고 있었다.
“닳겠다. 작작 좀 봐라.”
“후후후. 난 유부남이 아니니까 괜찮지 않수?”
“안 괜찮거든?”
저 눈치 없는 놈.
감녕의 뒤에서 여영기가 눈을 번뜩이는 것이 보인다.
토 나오는 음료는 당분간 계속 될 운명인가보다.
차라리 이걸 여포에게 알린다면…
근데 쟤들은 왜 아직도 안사귀는거지?
“여영기. 당분간 혼자서 해야 할 것 같은데 괜찮겠어?”
오늘 모두를 소집한 이유는 내가 동해군에 가야 하는 것 때문이었다.
양 사형이 계책을 하나 꾸미고 있는데 그것을 위해서 만나줬으면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굳이 내가 가야 하나 싶기도 했지만 양 사형이 불필요한 일로 날 부를 것 같지는 않았기에 난 감녕과 함께 동해군으로 가기로 했고 오늘 저녁에 바로 출발할 것이다.
그것 때문에 부하들을 모두 불렀는데 남자들이 다 두열 보느라 정신이 없으니 이거 원.
“두열. 좀 나가라.”
“네.”
이대로 가다간 임무는 커녕 말도 제대로 못하겠다.
난 인상을 구기며 두열에게 명령했고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밖으로 나갔다.
그녀가 나가자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니. 두열이 좋으면 말을 하고 청혼을 하든 꼬시든 해서 아내로 받아들이라니까. 다들 뭐하는거야?”
“크흠!”
“아니 꽃에 눈이 돌아가는게 뭐가 잘못된 것입니까. 그리고… 저 아름다움은 경국의 아름다움이라서.”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합니다.”
두열의 미모는 확실히 경국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저정도의 미녀가 왜 진의록같은 남자의 아내로 만족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다만…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니 신경끄고 본론으로 들어가자.
“전에 했던 것처럼 당분간은 영이가 하비성주직을 맡을거야. 이번에도 잘 부탁할게.”
“설마 또 마마가 터진 것입니까!?”
전에도 내가 하비성주직을 영이에게 넘기고 움직였던 것 때문에 식겁했었던 사람들은 당황하며 날 보았지만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마는 아니다.
그저 해야 할 일이 있을 뿐이지.
“아냐. 동해군수의 초청을 받아서 그곳에 갔다 와야 하는 것 뿐이니까 너무 걱정말라고.”
“그런 것이라면 다행이지만…”
“얼마나 걸릴 것 같나요?”
“가서 만나야 할 사람도 있고… 오래 걸리지는 않을거야. 그동안 잘 부탁할게.”
영이를 향해 쓰게 웃었다.
이번에는 마마같은 것도 아니고 위험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인지 영이는 그저 조금 아쉬워 할 뿐 저번처럼 난리를 피우지는 않았다.
“그럼 나머지는 부탁할게. 감녕을 데리고 갈거니까 당분간 중심은 서황으로 해줘. 여영기. 네가 영이를 호위하고.”
“알겠습니다.”
“맡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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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정말 감사드립니다! 하비성주님께 어떻게 은혜를 갚아야 할지…”
방통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 앞에 있는 사내.
엄백호는 소문과 같은 사람이라는 것에 만족했다.
그는 허름한 옷을 입고 있었다.
강동의 대부호라고 했지만 집안에 비싼 물건들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방도 제대로 쓰지 않고 하인도 없었는지 자신이 직접 술상을 봐와 방통에게 대접하고 있었다.
“제가 알기로 덕왕께선…”
“아이고! 그렇게 부르지 말아주십시요. 그저 사람들이 못난 저를 추켜세우는 것에 불과하니…”
“하하하. 그렇다면 뭐라 불러드릴까요. 말릉군수님?”
“정식으로 교지를 받은 것도 아닌데 어찌 군수를 칭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저는 말릉에 살고 있는 보잘것 없는 문인에 불과합니다. 그러니 편히 불러주십시요. 존대도 좀…”
나이를 비교해봐도, 그리고 경력이나 인품을 비교해도 엄백호가 자신보다 훨씬 더 높았지만 그는 겸손하기 그지 없었다.
그가 허리를 숙이자 방통은 당황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리 말씀하지마십시요. 아무튼 하비성주는 덕왕께서 이루신 공을 높게 보고 계십니다. 백성들을 아끼고 그들을 받아들이는 행동은 그야말로 칭찬받아 마땅한 일. 또한 듣기로는 밤에는 서당을 여시어 아이들을 가르친다 하셨지요?”
“부끄럽습니다만… 그렇습니다. 혼란스러운 천하에 글 조차 모른다면 관직을 가진 이들에게 당하고만 살아갈 수 밖에 없기에. 미력하나마 조금씩 가르치고 있는 것이랍니다. 팽성군수님의 학식에 비하면 매우 부족하지만…”
“하하. 너무 그리 말씀하지 마십시요. 저도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늘상 사부님께 혼났는걸요.”
“사부님? 팽성군수께선 어느분을 사사하셨습니까?”
“양양의 수경원에서 수경선생을 사사하였습니다.”
“오오오! 그렇군요! 수경 선생께 이런 제자분이… 확실히 대단하시군요. 그 분은 저도 무척이나 흠모하고 계십니다. 얼마 전에도 이곳에 잠깐 들리신 적이 있으시지요.”
“…진짜!? 사부님이 오셨습니까!?”
방통은 당황하며 그에게 물었고 엄백호는 더 당황했다.
이곳에 온 이후로 계속 여유로웠던 그다.
그가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인가 놀라던 그는 고개를 끄덕인 후 떨떠름히 물었다.
“잠깐 들르신 정도에 불과하십니다.”
“뭐라고 하시던가요!?”
“해야 할 일이 있으시다고만 하셨을 뿐… 뭐라고 하더라. 아. 그렇군요.”
그는 쓰게 웃으며 방통에게 말했다.
“모든 지식이 하나로 모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그리 말씀하시고 가셨습니다. 그때는 선생께 지원을 많이 해드릴 수 없었는데 지금은… 다시 오시면 반드시 좋은 대접을 해드려야겠군요! 하하하! 그래도 하비성주께서 이리도 지원을 해주셨으니 다음에 선생께서 오시면 제대로 대접해 드릴 수 있게씁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