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185
00185 필요와 불필요 =========================
“…뭐?”
“그… 주 도위께서… 하비성주에게 잡혀 엄청난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수춘으로 복귀한 병사들의 말에 손책은 어이가 없었다.
뭐가 어쩌고 어쨌다고?
누가 잡혀?
손책은 주먹을 들어 책상을 힘껏 내리찍었다.
“다시 한번 지껄여봐!! 누가 어쨌다고!! 누가 고문을 당하고 있다고!?”
“윽… 그, 그게…!!”
고정도를 잡은 손책의 손이 벌벌 떨렸다.
주유가 잡혔다?
하비성주에게?
그가 왜?
손책은 부들부들 떨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성주께 가겠다!”
용납할 수 없다.
손가의 사람을 건드린 죄는 지옥 끝까지 가져가야 한다.
손책은 이를 갈며 곧장 수춘성의 성주실로 향했다.
“쾅!!”
“이게 무슨 짓이냐! 손책!”
문을 강하게 열마 그가 들어오자 원술을 지키던 장수, 주령은 이를 갈며 외쳤다
고작 도위가 이렇게 들어 올 곳이 아닌데.
거기에 무장을 하고 무기까지 들고 와버렸다.
반란인가?
차라리 잘 됐다.
손가의 힘은 위협적이다.
손책은 틈만나면 손가의 힘을 돌려달라고 말했고 그때마다 원술은 웃으며 지금은 좀 힘들지 않냐고 말했지만 기령은 그것이 무척이나 거슬렸다.
손견 역시 원술의 부하였다.
부하가 죽었으면 그 힘은 당연히 주공에게 가야 하는데 그것을 자신의 것인양 달라고 하는 손책이 기령은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번 기회에 손책을 크게 혼내 손가 어쩌고 하는 놈들에게 본보기를 보이겠다고 생각하며 기령은 검을 반쯤 뽑았다.
“주군!!”
하지만 손책은 기령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그는 손견에게 물려받은 고정도를 뽑아 든 후 원술의 앞으로 가 바닥에 꽂으며 엎드렸다.
“흥분하지 마라. 그래, 손랑. 무슨 일이냐. 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흥분한 것이냐? 혈기 왕성한 것이 너의 장점이지만 이것이 큰 무례인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닐테고. 주랑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된다면 너를 중히 쓰기 힘들다. 행여나 또 이유없이 손가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것이라면 이번에는 나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야.”
차분한 얼굴로 수춘성주의 자리에 앉아 있던 사내, 수춘성주 원술은 무덤덤히 물었다.
언젠간 한번 이런 일이 일어날 줄 알았지.
원술의 질문에 손책은 눈물을 흘렸다.
“주군!! 저의 친우가… 하비성주에게 잡혔습니다!”
“…뭐?”
이건 또 무슨 소린가.
손책의 말에 원술은 주령을 보았고 주령은 손책을 빤히 바라보다가 물었다.
“하비에 대한 염탐을 갔던 주랑이… 잡혔다는거냐?”
“그렇습니다!!”
“허어… 주랑이 잡혀? 다른 곳에 얼마든지 보내도 멀쩡하던 놈이 왜 잡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현명하고 셈이 빠르며 몸이 날래 손책과 함께 중용하던 그였다.
여강에서 복귀시킨 후 바로 서주로 보내려고 했을 때 바로 염탐을 갔다는 것에 흡족해했던 원술은 예상하지 못한 답변에 입을 다물고 있다가 자신의 옆에 있던 장훈에게 물었다.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하비성은 검문을 철저히 할 뿐만 아니라 방어를 잘 하고 있는 곳입니다. 그러니 가능성이 적다고 할 수는 없겠지요.”
“이미 하비성에 소문이 허다하다고 합니다! 공근을 잡아 조만간 처형할 것이라고!! 성주님과 이곳 수춘에 대한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 숱한 고문을 했고 그 고문에 버티느라 그의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고 합니다!!”
눈물을 흘리며 손책이 소리치자 원술은 인상을 찌푸렸다.
손가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 빼면 책략을 꾸미는데 능하며 용기가 있는 녀석이라 아끼던 자다.
그런 자가 잡혔다는 것은 안타깝기 그지 없는 일이다.
“그래서?”
허나 그래서 어쩌라는 것인가.
고작해야 도위 하나이고 자신에 대한 충성보다는 손가에 대한 충성이 더욱 강한 녀석인데.
아쉬움이 있을 뿐이지 그를 구하고자 서주에 대한 공격을 멈출 생각이 없었던 원술이 느긋하게 묻자 손책은 눈을 번뜩이며 외쳤다.
“저에게 군령을 내려주소서!! 하비를 함락하고 제 친우를 구해내겠습니다!!”
“그거야 이미 내리기는 했다만…”
“그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고작해야 사천.
이것만으로는 하비를 공략하기는 커녕 싸우다 죽을 수 밖에 없다.
손책의 말에 원술은 인상을 찡그렸다.
“손가의 병사들을 달라는 것인가?”
“예!!”
“흐으음…”
“저희 손가의 사람들은 옛부터 의를 알고 가족을 아꼈습니다!! 공근은 저의 친우이며 손가의 가족이기도 한 자!! 그를 구하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것입니다!!”
손책의 처절한 외침에 원술은 입맛을 다셨다.
손견 때부터 손견을 따르던 주유이고 그의 재능, 많은 이들과 친해지는 성품은 손가의 사람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었다.
손책의 말대로 손가의 병사들과 장수들은 자신들이 손자의 후예인 손견을 따르던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런 이들에게 주유가 하비성주에게 잡혔다는 이야기가 들리면 어떡할 것인가.
손책이 손가를 부르짖으며 그들을 모은다면 어쩔 것인가.
장훈은 원술의 시선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한발 물러나주는 것이 오히려 좋다.
손책에게 빚을 지워줄 수 있을 뿐더러 원술에게 충성심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니 말이다.
“좋아! 어차피 널 선봉으로 보낼 생각이었다! 예전 손견을 따르던 병력 사천명과 황개, 한당, 정보, 그리고 교유와 악취! 이풍, 기령! 그리고 따로 오천을 붙여주지!”
“…감사합니다!!”
“허나!”
보낼 것이라면 지원과 감시역까지 보낸다.
그리고 족쇄를 달아 놓는다.
“만약 주랑을 구하는데 실패한다면? 하비를 공격하여 떨어트리는데 실패한다면 어쩔 생각이냐!”
“목숨을 드리겠습니다! 친우조차 구하지 못한 제가 살 가치가 무엇이 있습니까! 아버지도 구하지 못하고! 친우도 구하지 못한 제가 살아갈 이유가 왜 있겠습니까!!”
자신의 눈을 마주하며 시퍼렇게 눈을 번뜩이는 손책의 말에 원술은 고개를 끄덕였다.
“반드시 하비를 무너트리고 그곳에 원술의 이름을 세워라!!”
“후장군! 원술의 명을 받들겠나이다!!”
손책이 나가자 원술은 입맛을 다셨다.
이대로 보내는 것은 무척이나 찝찝한 상황이다.
“기령.”
“예.”
“행여나 손책 저 자식이 다른 마음을 품으려 한다면 바로 후방에서 공격해라.”
손책은 늘 손견의 병력을 돌려받아 독자적인 세력을 세우고 싶어했다.
그의 그런 마음은 원술에게는 골치아픈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손책 자체는 쓸만하다.
그리고 주유나 손견의 부장들 역시도 매우 쓸만한 인재들이다.
허나 그들은 자신이 아닌 죽은 손견에게 충성하고 있었다.
강자이고 쓸만한 이들이나 충성이 없다면 신뢰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들에게 많은 병력을 맡긴 적이 없었던 원술은 쓴 입맛을 다셨다.
“흐으음…”
불안감은 마음 속에 감돌지만 지금 그를 보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손책의 말대로 만약 그에게 아무런 지원도 해주지 않고, 손책을 혼자 보낸다면 그는 눈물을 흘리며 손가의 병사들에게 호소할테니까.
손견은 항상 그랬다.
기분파였고 호탕했으며 뒷 일을 보지 않았다.
자신에게 손해가 되는 일도 가족이나 병사들에게 이득이 된다면 얼마든지 나서곤 했었다.
그런 손견을 따르던 병사들이었기 때문에 그들은 실리나 이득보다는 의리를 위해서 움직일 것이다.
물론 모두는 아니더라도 칠할에서 팔할 가까이는 그렇게 움직일 것이고 그리 되면 지금 손책에게 준 병력보다 많은 병력이 그를 따라 가버리게 된다.
“이거 참.”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손견이 데리고 있던 병력들은 강병이다.
그런 강병들을 사지로 보내야 한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어쩌겠는가.
“손책이 말을 잘 들어줘야 할텐데…”
“내 잘못이야. 차라리 내가 갔어야 했어.”
손책은 이를 갈며 짐을 꾸렸다.
이번에 주유가 잡힌 것은 모두 자신의 계획 때문이었다.
진유하.
그자와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었다.
괜히 그자와 엮일 것이 아니었다.
그는 쓰러트려야 할 적에 불과했던 것이다.
“제길… 만약 공근이 죽기라도 한다면… 네놈의 삶도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해라…”
죽음을 각오하겠다는 유서를 쓰고 무기를 챙겼다.
활과 화살을 챙겨 상자에 넣은 후 수레에 올리며 그가 이를 갈았을 때 손견을 따르던 가신 환계는 손책의 어깨를 잡았다.
“흥분하지 말게.”
“지금 흥분하지 않게 생겼습니까!? 주유가 잡혔습니다! 주유가!”
“그렇다 하더라도 자네가 흥분하면 곤란해. 지금 상황에서 제일 냉정해야 할 것은 자네야. 공근이 있었다면 자네에게 뭐라고 했을 것 같나?”
환계의 말에 손책은 입술을 비틀어 웃었다.
“냉정하라고 하겠지요. 하지만 그 공근은 없습니다!! 지금 하비에 잡혀 있어요! 제 실수 때문에! 제 판단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그게 무슨 소린가?”
환계의 말에 손책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하비성주와 거래를 하려 했다는 것.
원래는 자신이 가려고 했다는 것.
그리고 그 결과 주유가 잡혀버렸다는 것.
자신의 오판이다.
험지이고 사지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주유라면 잘 해낼 것이라고 은근히 믿었을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가기 싫었을지도 몰랐다.
혹시 모를 위기가 생기면, 손가의 가주인 자신이 잡혀 죽기라도 한다면 손가가 무너질지도 모르니까.
어린 동생에게 손가의 가주라는 무거운 짐을 줘야 했으니까.
자신은 주유를 설득하지 못한다고 스스로를 납득시켰는지도 몰랐다.
“제가 갔어야 했는데… 저는 그를 설득할 수 없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에게 맡겨버렸습니다. 결국 제 잘못이에요. 제가… 친구를…”
“그것은 자네의 생각에 불과해.”
환계는 조급해하는 손책을 달래며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손견과 늘 함께하면서 그에게 좋은 조언을 해주고, 그의 흥분을 적절히 말려주었던 숙부와 같은 사람이 아버지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손책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주유는 고문을 당하면서도 오히려 기뻐할 것일세. 아니, 오히려 처형장에서도 웃겠지. 자신이 자네 대신 죽을 수 있다는 것에. 사로를 하나 줄였다는 것에 오히려 안도하며 죽을 것이네.”
“하지만…”
“그리 슬퍼하지 말게. 자네는 문대의 아들이야. 호랑이의 자식이 이리 마음이 약해서야 어찌하겠는가. 공근이 보면 비웃을걸세. 그러니 침착하고, 마음을 다잡게나.”
“하지만!”
“그리고…”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네.”
환계는 쓴웃음을 지었다.
소문으로 듣고 알게 된 하비성주는 현명한데다가 무척이나 계산적인 사람이었다.
그가 주유라는 이름을 일부러 알리고 그를 고문하고 있다는 소문을 냈다는 것은 아마 그럴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주유가 손책의 친우이며 손가의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은 하비성주는 분명히 알고 있을 터.
만약 주유를 고문하거나 죽이면 원술이, 그리고 손가가 어떻게 나올지 뻔히 예상할 수 있을텐데 그가 과연 그를 잡아 고문하고 있는 것이 사실일까?
환계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그저 내 상상에 불과하니…”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아니. 그냥 자네는 모르는게 낫겠네.”
환계는 자신과 하비성주를 비교했을 때 자신이 하비성주에 비해 모자라다고 생각했다.
그는 그 수경원을 4년만에 졸업한 인재 중의 인재다.
그런 인재가 계획한 일이 반드시 자신들에게 나쁜 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원술을 상대해야 하는 이 때 손가를 자극하면 오히려 그에게 해가 될 것이니 말이다.
그는 현명하고 계산적인 자다.
그렇다는 것은 의미없는 행동은 하지 않고 자신에게 이득이 되지 않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와 같다.
주유에 대한 소문을 이리 낸 것도 다 이유가 있을 것이라 판단한 환계는 입을 다물었고 손책은 그를 말없이 바라보다가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쩌면 이 또한 책략일 수도 있지.’
확신은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환계는 함부로 자신의 생각을 입 밖에 내지 않았다.
주유를 이용해서 손책을 도발해 그를 끌어들여 쉽게 전쟁을 치루려는 것일지도 몰랐다.
어찌되었든 지금 손책의 분노와 흥분은 그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명심, 또 명심하게. 흥분은 자네의 목을 조를 것이고 조급은 자네의 심장을 찌를 것이야. 문대에게도 늘 해주는 말이었는데 이것을 자네에게도 해주는 날이 올 줄이야. 말을 할 때 세번 생각하고 행동을 할 때 세번 생각하게. 상대의 반응을 살피고, 상대의 이득을 반드시 생각해야 해. 그렇지 않는다면 되려 자네의 용기가 만용이 되고 자네의 분노가 슬픔이 되어버릴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꼭 좀 부탁하겠네. 또다시 내가 모시는 사람을 잃고 싶지는 않아.”
환계의 쓴웃음에 손책은 마음을 가라앉혔다.
자신만큼이나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환계다.
그가 진심을 담아 말하자 손책은 한숨을 내쉰 후 품에서 한장의 서찰을 꺼내었다.
“어르신.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리고 부탁이 있습니다. 이것을 어머님께 보내주십시요. 그리고 제가 잘못되면 차기 손가의 가주는 권이에게 맡긴다고… 부탁드리겠습니다.”
환계에게 고개를 숙인 손책은 망설임 없이 밖으로 나갔고 환계는 입맛을 다시며 의자에 앉았다.
“하아… 과연 어찌 될련지… 문대. 자네의 아들을, 손가의 가주를 부디 수호해주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