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02
00202 큰 고양이와 작은 고양이의 요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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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끙…”
결국 안되는 건가?
나도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강망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산양군수님과 하비성주님의 덕은 항상 기억하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성주님의 말씀대로 이곳을 지날 때면 한번 정도는 들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말아주십시요.”
“뭘?”
“제가 제가 가진 기술을 다른 곳에 퍼트릴까봐 걱정하시는 것… 아니십니까?”
윽.
강망이 정곡을 찔렀다.
내가 얼굴을 붉게 물들이자 강망은 훈훈하게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것을 알릴 일은 없을 겁니다. 만약 알릴 것이었다면 벌써 낙양이나 다른 곳에 알렸겠지요. 제가 이곳에서 제 기술을 쓴 것은 은혜를 갚음과 동시에 성주님을 존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너무 걱정말아주십시요.”
“하아… 눈치도 빠르고, 일도 잘하고. 정말 탐나는데.”
“하하하하!! 좋게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 같은 하찮은 강족에게 이렇게 대해주신 분은 정말 산양군수님과 성주님 외에는 없습니다. 음… 그리고 몇분 더 있기는 하지만.”
“쩝.”
아쉽지만 어쩔 수 없나.
여기서 포기를 해야 할 수 밖에 없다.
“그래. 네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어라?”
“왜?”
“…그. 혹시 저를 죽이시거나 위해를 가하시거나… 그런 것은 안하십니까?”
강망이 당황한 얼굴로 날 바라보자 난 쓰게 웃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짓은 못하지.
날 구해 준 사람이기도 한데…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네요. 성주님은.”
“왜?”
“저희 족장님께서 늘 하시는 말씀이 있었습니다. 모든 지식이 하나로 모여야 한다면 그 지식은 자격이 있는 이가 선량히 베풀어야 한다고…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은 이미 산양군과 팽성군에 알려졌습니다. 만약 성주님께서 그것을 혼자 가지시려고 하신다면 얼마든지 하실 수 있으시겠죠. 그리고 제가 떠난다면 지식이 퍼질 수 있는 위험도 있고… 그런데도 성주님께서는 그 위험을 감수하시겠다는 거잖습니까.”
“어쩔 수 없지. 최소한 나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쓰레기가 아니니까.”
이번만큼은 수경원의 가르침을 어길 수 밖에 없었다.
가장 안전하고 좋은 것은 강망을 죽여 그의 기술이 더는 퍼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은혜를 입었는데 그것을 버려서까지 그를 죽일 이유는 없었다.
거기에 그의 기술이라고 할 만한 것 중에도 위험한 것은 교배의 문제인데 양주나 북방에도 강망의 방식과 비슷한 방식대로 교배를 하는 부족이 있다는 이야기를 조청에게 들었다.
그리고 등자나 편자 같은 문제도 그렇고.
몇몇 신기한 기술들이 있지만 그것들 역시 다른 곳에서 비슷하게 볼 수 있는 것이라면 굳이 그를 죽일 필요까지는 없을 것이다.
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다른 이를 통해서 얼마든지 알 수 있을테니까.
기술의 독점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적은데 은혜를 원수로 갚을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았다.
난 한숨을 내쉬었고 강망은 환하게 웃었다.
그와 대화를 나누고 있을 때 멀리서 한 여인이 달려왔다.
“성주님!”
“넌 왜 여기까지 왔어?”
조청이었다.
갑옷을 챙겨 입은 그녀가 허둥거리며 달려오자 난 그녀를 향해 물었다.
“왜?”
“왜 혼자 나가셨습니까?”
뛰어와서 그런가?
약간 달아올라 있는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며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감녕이랑 나갈거니까 괜찮다고 하지 않았나? 시녀에게 전해두라고 했을텐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성주님의 호위입니다.”
굳은 얼굴로 날 바라보며 조청은 단호히 말했다.
얘는 또 왜 이런데.
내 아침의 시작은 꽤나 이른 편이다.
해가 뜨기 전에 일어나서 오금희를 하는 것 때문에 어지간한 시녀들 수준으로 일찍 일어나고 혼자 씻은 후 바로 업무에 대한 준비를 한다.
그렇게 안하면 업무를 저녁에 맞춰서 끝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저녁에 맞춰서 못끝내면 영이랑 같이 놀수도 없었다.
진가는 손이 귀한 집안이다.
하루라도 빨리 아버지께 좋은 소식을 들려드려야 하는데.
이 부분도 정말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이유하의 지식이 정말 큰 도움이 된다.
여성이 임신하기 좋은 시기를 알아내는 가임기라는 것이 있을 줄이야.
물론 그때가 아니어도 한다.
영이가 좀 이뻐야지.
그 외에도 내 일이 한곳에서 일반적인 일만 하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호위를 제외하고 움직이는 일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하지만 내 호위가 된 조청과 알게 된 이후에도 이런 일은 몇번이나 있었는데.
조청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홍조를 보다가 난 쓰게 웃었다.
“화내는거야?”
“그런게 아닙니다! 혹여 다치시기라도 하신다면!”
“알았어. 미안해. 뭘 그렇게 화를 내?”
호위로서의 임무에 충실하고 싶은 것인가.
조청답다면 조청 답다.
난 그녀를 향해 빙긋 웃은 후 품에 있는 비단 수건을 꺼내었다.
예쁜 얼굴에 송글송글 맺힌 땀방울을 닦아 준 후 차분히 말했다.
“보아하니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뛰어나온 것 같은데.”
늘상 정갈히 입혀져 있던 갑옷의 끈이 반쯤 풀려 있다.
그것을 가리키자 조청은 당황하며 후다닥 끈을 다시 매었다.
“아무튼 주의해주십시요. 제가 아무리 지키려고 하더라도 성주님께서 그렇게 움직이시면 아무리 저라고 하더라도…”
“알았어. 앞으론 주의할게.”
“성주님이 가시는 곳에 제가 없으면 안되니까요.”
“응? 아. 뭐 그렇겠지?”
어쨌든 조청은 내 호위니까.
난 어깨를 으쓱였고 조청은 그제서야 화난 표정을 풀었다.
“그런데 아침부터 왜 이곳에 오신 것입니까?”
“음… 강망과 이야기를 나누느라.”
“어떻게 되었습니까?”
“실패지. 뭐.”
싫다는 사람 억지로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만약 강망이 나에게 적대감을 품고 있고 그 적대감을 바탕으로 날 해하려 한다면 망설임없이 처단하겠지만 강망은 충분히 나에게 호의를 보이고 있었다.
그가 떠나야 한다는 것도 결국은 우리를 위해서라고 하니 거기에 대고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설득은 실패.
그래도 교섭은 성공한 모양이다.
강망이 스스로 자신의 지식을 다른 이들에게 알리지 않겠다고 말했다면 그것만으로도 일단은 만족하는 수 밖에.
“흐음… 그렇습니까? 그럼 제가 이야기해봐도 되겠습니까?”
“무슨 얘기를 하려고?
내가 설득해서 실패했는데 조청이 성공할 수 있을까?
뭔가 다른 설득의 기술이 있다면 배워두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주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만약 성주님께서 원하신다면…”
빙그레 웃은 조청이 허리의 검에 손을 가져가려 하자 난 황급히 그녀를 잡았다.
얘가 지금 뭔 짓을 하려는거야?
“야야! 뭐하는거야!?”
“네? 아니… 군의 방식대로 설득이라는 것을.”
군의 방식의 설득을 바꿔 말하면 협박이라고 한단다.
협박이나 고문으로 끝낼 것이었으면 조청이 아니라 방통이나 감녕에게 맡겼겠지.
“아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강망. 아무튼 알았어. 다음에 또 천천히 이야기하자고.”
“네? 네. 알겠습니다.”
조청의 태도에 놀란 강망이었지만 그는 내 허락에 황급히 허리를 숙이고 종종걸음으로 마굿간으로 향했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보고 나서야 난 조청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니… 제가 할 수 있는 방법대로 도움을 드리려고 한 것입니다만…”
“하아…”
조청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오히려 자신의 행동이 무엇이 잘못되었냐는 듯 한점의 망설임없이 대꾸했다.
이걸 뭐라고 말해야 하지.
나와 방통, 감녕은 강망에 대해 협박이나 감금, 고문보다는 그를 설득하여 받아들이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이유는 그의 행동으로 내가 큰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아무리 수경원의 수칙이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하고, 책임을 질 수 있다면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것이지만 이건 그런 차원을 넘는 일이었다.
기본적인 사람으로서의 도리다.
그것을 어기고 싶지 않았던 내 의견을 방통과 감녕은 존중해주었다.
그런 이상 최대한 설득으로 나아가려고 한건데…
“조청.”
“말씀하십시요.”
“날 도우려 한 것은 고마워.”
“그렇습니까?”
베시시 웃는 그녀의 얼굴을 보니 차마 욕은 못하겠다.
난 조청의 손을 부드럽게 감싸잡았다.
“그래도… 어제도 말했잖아. 각자에게는 각자에게 맡는 일이 있는 것이라고.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 우리의 방침이라고 했었잖아?”
“네.”
“사람들에 대한 설득은 대부분 내가 맡아. 정 내가 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면 다른 이들에게 부탁을 할거야. 그럼 그때 나서주겠어?”
“어… 설마 제가… 실수한 겁니까?”
내 말에 조청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난 고개를 가로저었다.
실수라고 보기는 어렵다.
정확히는 내가 강망에 대한 방침을 그녀에게 말해주지 않았으니.
순수한 군인인 조청이니 그녀는 그녀의 방식대로 했을 뿐이다.
“실수라고 하기는 좀 힘들지. 내가 너에게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정확하게는 내 실수지.”
“…죄송합니다. 성주님께서 실수를… 제가 잘못한 것입니다.”
“아냐. 그러니까 조청. 우리는 앞으로 좀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할 것 같네.”
나와 성향이 비슷하고 하던 일도 비슷한 영이와 다르게 조청은 나와 많이 다른 길을 걸어왔다.
그런만큼 그녀와 내가 맞춰가려면 많은 시간이, 그리고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이다.
난 조청의 손을 잡은 채 그녀를 올려다보았고 조청은 그런 내 시선을 마주하다가 살짝 입술을 핥았다.
“…뭐야?”
어째 등골이…
예전 조조를 처음 만났을 때 그의 시선이 이랬는데.
뭐라고 하더라… 이런 기분을.
“저… 성주님?”
“응?”
“그건… 저기. 명령입니까? 아니면… 부탁입니까?”
도톰한 입술이 반짝거린다.
그녀의 빨간 혀가 날름거리는게…
입술을 핥는건가?
그녀의 긴 목이 살짝 움직였다.
침을 삼키는 듯한 그 모습에 난 움찔하다가 떨떠름히 답했다.
“뭐… 라면 들을 생각인데?”
“후후…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만…”
나와 맞잡은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얘 왜 이래?
“야야. 아프다.”
“어머. 죄송합니다.”
조청은 퍼뜩 정신을 차리고 내 손을 잡은 손에 힘을 푼 후 다시 한번 진지한 어조로 물었다.
“저희가… 서로 많은 대화를 나눠야 하고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한다는 것은… 상사로서의 명령이십니까? 아니면…”
“부탁이야. 남편될 사람으로써의. 그러니까 꼭 지켜줬으면 좋겠어.”
“읏… 아, 알겠습니다.”
조청의 입꼬리가 순간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난 그녀를 마주하며 두려움을 느꼈다.
“너… 괜찮냐? 어디 아픈건 아니지?”
얼굴이 더더욱 붉어지고 숨이 거칠어진 그녀를 보며 난 조심스레 물었다.
수경원에서 단련된 나의 감각은 도망치라고 말하고 있었다.
“야.”
“하아… 후후. 괜찮습니다.”
“그, 그러냐.”
근데 왜 그렇게 날 쳐다보냐.
조청의 눈이 어째 무섭다.
이런 시선을… 어디서 느껴봤더라.
아.
장기간 훈련을 갔다오거나 다른 현이나 군에 시찰을 갔다가 오래간만에 영이랑 같이 잘 때 그녀가 ‘오늘밤은 재우지 않을거에요.’ 라고 말했을 때 이런 눈이었던 것 같은데.
에이.
아니겠지.
아직 조청과는 그런 관계도 아니다.
뭐 딱히 한 것도 없는데 벌써 그럴리가…
그저 담백하기 그지 없는 관곈데 무슨…
그래도 혹시 모른다.
영이가 나에게 반한 것도 거의 한순간이지 않은가.
그럼 설마…
“성주님.”
“어이! 도련님! 이 말 진짜 끝내주는데!?”
조청이 침을 꿀꺽 삼키고 뭔가 말하려고 할 때 분홍이에서 내린 감녕이 다가왔다.
“어? 어.”
“이 말 진짜 끝내주는… 어? 넌 왜 왔냐?”
“그…”
감녕의 등장에 조청은 붕붕 고개를 저었다.
아까 전에 느꼈던 시선이 사라지고 원래의 조청다운, 군인의 눈이 돌아오자 난 겨우 안심할 수 있었다.
“성주님의 호위로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