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28
00228 눈에는 눈, 이에는 이 =========================
난 그의 냉소적인 반응을 비웃었다.
“지금까지 네가 만나왔던 것은 위정자가 아니다. 그들은 그저 위정이라는 이유로 정치가 아닌 자신의 욕망을 해결하려는 자들만이 있을 뿐이지. 이봐. 왕흘. 우리 솔직해지자고. 너희 상인들이 물건을 얼마나 가지고 있고 그것을 판매하려고 하더라도 결국 그것을 사는 이들은 백성이다. 백성이 있고, 또 그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는 시장이 있고, 거기에 그것을 지원하는 위정자가 있다.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건가?”
“…..”
내가 제시하는 것은 두가지였다.
하나는 말 그대로 전상련.
전국의 상인들이 모여 상업의 방향을 결정할 수 있게 하는 연합을 만든다.
비록 이득이 나뉘어지지만 그 위험 역시도 나뉠 수 있다.
그리고 왕흘이 그 연합장의 역을 맡게 제도적으로 지원한다.
왕흘이라면 충분히 전상련이 이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너희들이 정상적으로 상업을 할 수 있도록. 너희들이 제대로 빨아먹을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기대와 희망을 판다? 이따위것을 팔아서 얼마나 벌 수 있을 것 같은가? 결국 이것은 바닷물을 마시는 행위에 불과해. 이런 짓으로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야 결국 한철에 불과할 뿐이야.”
“웃기는군. 그것이 뭐가 잘못되었다는 것이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소.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면서도,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들은 ‘이번에야말로’ 라는 이유로 그것을 구매할거요.”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그것이 평생 갈 것 같은가? 결국 그들은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런 것으로는 꿈도 희망도 없다는 것을. 결국 그리 된다면 망해버리겠지. 너도 이것이 평생 팔릴 것이라 생각하지는 못하겠지. 안그런가? 아무리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재원이 무궁무진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꿈도 희망도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너는 또다시 이런 것을 만들 것인가? 이번에는 무엇을 담보로 잡아서?”
“그거야…”
내 말에 왕흘은 말끝을 흐렸다.
그 역시도 알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이런 짓을 해서 남는 것은 그 기대와 희망이 절망으로 변한 이들의 증오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알고는 있지. 하지만 그게 뭐가 나쁘오?”
“나쁘다는 것이 아니야. 너는 잘못한 것이 아니야.”
“응?”
왕흘은 고개를 갸웃거렸고 난 제안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상업에 있어서 중심이 되어야 하는 것은 물품이어야 하지 사람들의 헛된 희망과 기대가 되어서는 안된다. 결국 그것은 백성을, 물건을 사는 이들을 개나 돼지로 보는 행위에 불과하다. 그것을 정말 원한다면 난 너를 상인이라고 보지 않고 사기꾼으로 보겠어. 이봐. 왕흘. 너는 상인인가? 아니면 사기꾼인가. 너 스스로에게 물어라. 이 세상에 돈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돈을 어떻게 얻느냐도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지. 만약 네가 사기꾼이라면 나도 위정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지.”
조청의 허리에 있는 검을 뽑아 그에게 겨눴다.
왕흘은 내가 겨눈 검끝을 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원한다면 네가 너의 상재를 펼칠 수 있는 너만의 판을 만들어주겠다. 허나 그것이 아닌, 그저 이득만을 탐하며 이런 식으로 꼼수만 부릴 것이라면… 그 굴레를 여기서 끊어버리는 것이 옳은 일이겠지.”
“…판을 만들어 주겠다는 것은?”
“최소한 지금처럼 나라가 아닌 개개인의 취향과 사정에 따라 만들어진 법과 제도에 휘둘리며 상업의 방향을 바꾸고, 그것에 흥망이 결정되는 일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상인들의 위치를 올릴 것이고, 그것이 나라에 도움이 되게 해주겠다. 너희 상인들이 상업을 하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게 해주겠다. 어떠냐. 이득을 탐하는 자여. 나와 손을 잡아 이득을 탐할 것인가. 아니면 나와 손을 잡지 않고 절망을 탐할 것인가.”
“…웃기는 소리를 하는군.”
“무슨?”
“결국 지금 당신은 이렇다 할 방향을 제시하는 것도 아닌, 그저 이상적인 부분만 보여주는 것 아니오?”
“아니.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기에 말하는 것이다. 서주에 대해서 아나?”
“알고 있소.”
“그곳에 대한 소문을 들었다면 너 정도 된다면 예측할 수 있을텐데. 서주의 야시장에 대해서는 알텐데. 내가 왜 야시장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나?”
“…..”
“난 백성들에게 소비의 기쁨을 알려주고 싶었다. 지금까지 천하에 있어서 소비의 주체는 무수히 많은 백성이 아닌 그들에게서 돈과 힘을 빼앗은 이들이었다. 너도 알겠지만 지금 소비를 하는 이의 수는…”
“적지.”
“그래. 원소가 너에게 무엇을 제안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적어도 그가 제안하는 판보다는 내가 제안하는 판이 상인에게 더 좋은 판이 아닌가? 시장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지금처럼 한번에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고는 보장할 수 없다. 그것은 너의 능력이니까. 백성들에게서 돈을 뜯어내는 일은 네가 할 일이지 내가 할 일이 아니야.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네가 좀 더 시장을 넓히고, 네가 좀 더 많이 팔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뿐이야. 그리고 그것은 지금 천천히 만들어지고 있고.”
“……”
“가지지 못한다면 소비는 없다. 잉여 재산이 없다면 그것을 바꿀 수 없다. 나는 무조건적으로 백성들의 삶을 위해서 가진 자의 것을 빼앗자는 것이 아니야. 합당하고 합리적인, 그리고 법과 제도에 따른 시장을 만드는 것이다. 상인들이 백성들에게 사기를 쳐서 돈을 번다? 그것은 제제할 것이다. 하지만 상인들이 백성들을 상대로 좋은 물건을 팔고, 그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여 다시 한번 소비의 기회를 만들어 준다면 그것을 적극 권장할 것이다. 의심이 가나? 그렇다면 서주에 와라. 서주에서 내가 만들어 놓은 야시장을 살펴봐라. 그곳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들을 봐라.”
“…그건.”
“백성들이 자신의 재화를 사용하는 기쁨을 알게 된다면 너희 상인들에게 있어서 절대 나쁜 일은 아니다. 알고 있겠지?”
“후우…”
“그리고 너에게 그 기쁨을 주도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이것이라면 그 어떤 이득보다 나은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
왕흘은 눈을 감았다.
고민하고 있는 그를 마주하며 난 말을 이어나갔다.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입으로만 떠들었다고?”
난 내가 만든 야시장을 떠올렸다.
백성의 삶의 질이 나아지고 그들이 여가를 원했을 때 나는 소비의 환경을 만들어주었고 백성들은 소비를 통해 기쁨을 얻었다.
“천만에. 내가 한 일은 많다. 서주의 백성들이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 뿐만 아니라 그들이 재산을 축적하게 만들었다.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화를 늘리고 그것을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그들이 소비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허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다. 네가 말했지? 수경상점은 망했다고.”
솔직히 수경상점이 망한 것은 내 탓이 아니다.
내가 손 떼고 나서 관, 그리고 뒷골목 왈패들의 연합이 힘겨워지고 결국 다른 이권이 들어와 감당을 할 수 없었기에 무너진 것 뿐이지.
수경원을 졸업하고 수경상점에 대해 손을 대지 못한 것이 죄라면 죄겠지만 그건 솔직히 억지 아닌가?
“맞아. 확실히 말하자면 나에게 상재는 그다지 많지 않아. 기본적인 인간의 욕망을 이용할 뿐이야. 좀 더 싸고 좀 더 좋은 물건을 원하는 사람의 공통적인 욕망. 하지만 너라면 그 욕망에 너만의 방식을 가미하여 좀 더 많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어때? 나와 함께 해보지 않겠나?”
나라고 해서 모든 것을 혼자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왕흘을 원했다.
그의 방식은 잘못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방식을 고안해 낼 수 있다면, 그에게 제대로 된 판만 만들어 준다면 정상적인 방향에서 제대로 된 장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록 네가 무작위 예물 상자 같은 것을 만들었다지만 그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왜? 모든 인간은 욕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그 욕망을 자극하여 그들이 물건을 사게 만들려 한 것. 난 인정한다. 그러한 방식을 제시한 너는 잘못한 것이 없다. 제대로 했다. 다만 문제는 그 판이 잘못되었을 뿐이지.”
“흐음…”
“네가 만든 무작위 예물 상자를 볼까? 그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일등관짜리 인장이었지? 하지만 그것은 큰 의미가 없다. 결국 일등관이라 한들 그것에 대한 가격은 이미 정해져 있고 그것을 살 수 있는 이는 한정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다른 방식으로 무작위 예물상자처럼 사람들의 기대와 희망을 노려 판매를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재고의 정리가 있겠지.”
난 여유롭게 웃으며 이유하의 지식에 대해 말해주었다.
“예를 들어… 여러가지 상품을 묶어 그 내용물을 알지 못하게 한 후 판다. 그리고 그 상자를 개봉하였을 때 물건을 산 이는 적어도 자신이 손해는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하면 되는 것이지. 비록 그 내용물이 중복된 것이거나, 혹은 자신에게 필요 없는 것이라 하더라도 문제는 없다. 왜? 야시장이 있으니까. 야시장은 등록만 한다면 누구라도 물건을 팔 수 있도록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사게 되었다 하더라도 약간의 수고를 끼치면 그 시장에서 물건을 팔거나, 혹은 교환이 가능하게 할 수 있지. 그럼으로써 상인은 재고를 정리할 수 있고 백성들은 자신에게 필요한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이득을 보겠지만 적어도 쓸 수 있는 물건을 가질 수 있겠지.”
결국은 상호의 신뢰 문제다.
텅 비어있는 상자가 아닌 꽉 차 있는 상자.
비록 그것이 당장 자신에게 쓸모가 없다 하더라도 그것을 타인과 교환을 통해 서로 이득을 볼 수 있다면 백성도, 상인도. 그리고 그 행위를 통해 세금을 얻을 수 있는 관도 모두 이득을 보는 것이다.
“네가 하는 방식은 누군가는 큰 이득을 얻지만 누군가는 큰 손해를 보는, 이른바 이득과 손실의 합계를 재었을 때 아무것도 남지 않는 방식일 뿐이다. 하지만 내가 제시한 방법은 어떻지? 상업과 소비의 가운데 위정자의 개입이 끼어든 것만으로 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손실을 제도를 통해 소비를 하는 이를 도울 수 있고 물건을 판 상인의 피해를 메꿔 줄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모두가 손해를 보는 위험은 생길 수 있겠지. 하지만 모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제로섬과 논 제로섬.
이유하의 지식에 있는 말은 이것이었다.
승자와 패자로 나뉘어 누군가는 착취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인 제로섬은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결코 좋은 것이 아니다.
결국 누군가는 큰 손해를 입고 재기할 수 없게 되어버리니까.
그것을 위정자가 제어하겠다는 것이다.
내 주장을 들은 왕흘은 잠시 생각하더니 피식 웃었다.
“말은 참 좋소.”
“더 할 말이 남아 있나?”
“당신이 하는 말은 아주 좋소. 하지만 문제가 있소. 그게 뭔지 아오?”
“상호 신뢰.”
“정답.”
왕흘은 날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의 말대로 흘러가기 위해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의 문제요. 연합? 좋지. 위정자의 믿음? 좋지. 백성들의 삶에 대한 안정? 이득? 다 좋소. 하지만 결국 그것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상인들간 연합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신뢰가 필요하고 관, 위정자와 이해관계를 일치하기 위해서 신뢰가 필요하오. 그 신뢰가 이루어질 것 같소? 당장 나만 해도 배신을 하여 내 배를 불릴 것 같은데?”
“그럴 수도 있겠지.”
“그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이오? 서로가 자신의 이득을 위해서 상호신뢰따위는 개나줘버린다면 어쩔 생각이오? 내가 보기에 상인들은 그리 할 것 같은데.”
왕흘은 진지한 어조로 물었고 난 웃으며 대꾸했다.
“한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난 하도 떠들어서 마른 침을 삼켰다.
그것을 본 조청이 물통을 건네주자 그것을 받아 마셨고 왕흘은 탐난다는 듯 내 물통을 바라보았다.
그것을 그에게 던져주며 말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략이지.”
“…뭐요?”
“말 그대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상대가 배신을 한다면 배신으로 갚는다. 상대가 협력을 한다면 협력으로 갚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