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82
00282 교활한 여우 =========================
흑화장의 앞에 선 나는 고민했다.
“야. 이제 들어가야되나.”
“어쩔거유?”
“음… 일단 한번 두드려보자.”
호랑이굴에 들어가야 호랑이를 잡지.
난 흑화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리오너라!”
“뉘슈?”
문이 열리며 건장한 체구에 단정한 차림의 사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와 감녕, 손관을 발견한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뉘신지…?”
일단 차림새가 좋으니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역시 비싼 옷이 좋긴 좋구나.
앞으로 잘 입고 다녀야겠다.
“나는 청주의 유가라고 하는데 내 길을 걷다 장원이 워낙 아름다워 한번 구경 좀 하고 싶어서…”
“꺼지쇼. 멀리서 귀한 손님이 오셨는데 괜한 짓 했다가 몰매맞지 말고. 지금 안에 누가 계신 줄 아오? 이곳 태산군의 군수님이 계시오. 그러니 헛짓거리 말고 꺼지시오.”
“…..”
문은 바로 닫혔다.
아니 이게 뭐지?
나와 감녕은 서로를 보았고 다시 문을 두드렸다.
“이놈! 감히 이게 무슨 짓이냐!”
“당장 열지 못할까!”
감녕과 내가 문을 두드리며 소리치자 문은 다시 벌컥 열렸다.
그의 얼굴은 잔뜩 찡그려져 있었다.
“댁 같은 사람들이 흑화님을 뵈려고 얼마나 찾아오는데! 꺼지쇼! 이러다가 진짜 군수님께 치도곤을 맞을 수도 있으니까! 에잉! 재수가 없으려니까. 퉷!”
“….”
나 같은 사람들이 찾아온다?
귀한 손님?
안에 장억이 있다는 말과 귀한 손님이라는 말.
이거 운이 좋네.
난 히죽 웃었다.
“야. 후퇴.”
“우리는 어쩌고?”
“너는 일단 들어가. 안에 누가 있는지, 그리고 뭔 얘기를 하는지만 알아가지고 오라고. 괜히 소란 피우지 말고. 보아하니 경계하는 인원은 얼마 없는 것 같으니까 말야.”
흑화장은 그리 큰 장원이 아닌 만큼 장패 혼자 들어가도 문제는 없을 거다.
물론 뛰어난 능력을 가진 호위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지만 장패 정도라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걸리면?
그럼 걸리는거지 뭐.
만약에 대한 것을 너무 생각하다가는 아무것도 못한다.
장패를 보내놓고 장패가 걸린다면 그냥 망했다고 생각하고 다음 계획을 실행하도록 하자.
내 말에 그는 떨떠름해하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고 흑화장 주변으로 이동했다.
그나마 경계가 없을만한 곳에서 침투하려는 모양이다.
그가 어둠 속으로 사라지자 난 장패가 두고 간 흑귀대원들에게 말했다.
“야. 너희들도 이제 움직여.”
“어디로 갑니까?”
“너는 박현으로 가라. 박현에는 하후 교위가 있을거다. 그에게 시간 됐으니까 빨리 오라고 전해. 최대한 빨리 가야한다. 그리고 너는 양보현으로 가. 그곳에서 동평군수가 기다리고 있을거다. 그와 합류한 후에 바로 들어와.”
장억을 싫어하는 박현, 양보현의 현령과 이미 이야기가 되어 그들의 도움을 받아 하후연과 정욱이 군사를 이끌고 주둔하고 있었다.
내가 군사를 들여야 한다고 명령하자 흑귀대원들은 빠르게 이동했고 멀어지는 그들을 보며 감녕은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다.
“만약 일이 잘못되면 어쩌지?”
흑화장에 장억이 있지만 그가 소문과 다르게 아무런 죄도 없다면 일은 좀 복잡해질 수 있었다.
이것을 빌미로 다른 이들이 날 공격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감녕이 걱정하며 묻자 난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럼 어쩔 수 없지. 내 판단이 틀렸다고 인정하고 대비책으로 준비한 수를 쓰는 수 밖에.”
어차피 태산군수는 없어져야 한다.
그렇기에 난 무덤덤히 말했고 감녕은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누명을 씌우겠다고?”
“응. 눈가리고 아웅이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우기면 어쩔 수 없을테니까. 물론 그만큼 내 움직임이 좀 제한되겠지만 그래도 문제 자체는 크게 없어. 내 움직임이 한정되는거지 다른 이들의 움직임이 한정되는 것은 아니니까 말야. 제일 좋은 것은 그의 죄, 그리고 그가 누구와 연계하고 있느냐를 알아내는 것이지만… 알아내지 못해도 그는 제거해야해.”
“아니 그래도 그렇지. 위험하지 않겠수? 도련님 말대로라면 도련님의 적은 조비, 혹은 원소나 황제일 수도 있다는 건데… 괜히 잘못건드려서 피해를 볼 수도 있는거 아니요?”
“그 피해라고 해봤자 끽해야 강등, 좀 심하면 파면정도겠지. 하지만 파면까지는 가지 않을것이고 강등에 근신 정도가 최대일거야.”
“아무리 그래도… 근신이라니.”
“만약 장억이 진짜 좋은 사람이고 내가 그를 쳐서 문제가 생긴다면 당분간은 자중한다고 하고 산양군에서 영이나 돌보며 자숙의 기간을 가져야지. 어쩌겠냐. 그리고 그 자숙의 기간도 그렇게 길지는 않을거야. 어차피 원소와 전쟁이 벌어지면 황제나 내 적이 아무리 발악을 하더라도 날 움직일 수 밖에 없을테니까.”
현재 조조군 내에서 공식적으로 날 적대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런만큼 황제나 다른 이들이 대노하여 나에게 난리를 쳐봤자 나에게 오는 피해는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할 수 있었다.
당장 곽가가 내 편을 들어 줄 것이고 조앙도 날 도울 것이다.
말릉을 지키고 있는 엄백호도 날 도울 것이고 청주에 있는 서복과 방통도 당연히 내 편을 들 것이다.
과한 처벌로 내가 들고 일어나면 누구보다 곤란해지는 것은 조조다.
그런만큼 그가 날 건드릴 이유는 없겠지.
조조와 내가 싸우게 되면 죽 쒀서 개주는 꼴이 되어버린다.
똑똑한 조조라면 쓸데없이 날 팽하려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강등 당하고 근신 중이라고 하더라도 문제는 없어. 나 말고도 움직일 사람은 많으니까.”
개인적으로는 좀 조조가 날 강등하고 자숙의 기간을 줬으면 좋겠다.
공식적으로 쉴 수 있는 거니까.
그동안 영이나 보살피고 허도나 복양으로 가서 조청과 결혼식도 치룰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이건 내 개인적인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낮은 것 같은데. 나 같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온다는 것은 두가지로 생각할 수 있지. 첫번째. 흑화장에 살고 있는 군수의 첩… 근데 걔 이름이 뭐냐?”
“진요라고 합니다.”
“음. 진요라는 첩에게 관직을 요청할 정도의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 거야. 진요는 태산군수의 애첩이지. 그 애첩에게 베갯머리 송사를 하려고 찾아오는 이들이 많다고 생각할 수 있어.”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진요가 엄청 예뻐서 얼굴 한번 보고 한판 뜨자 돼지 썅년아. 이런 말을 하는 명가의 사람들이 많다는 거지. 손관. 어때? 그런 소문은 있나? 비록 군수의 애첩이라고 하나 여자 자체가 색에 눈을 뜨고 있다면…”
“딱히 그렇지는 않습니다.”
나는 손관이 쓰게 웃으며 대꾸하자 한숨을 내쉬었다.
“두번째는 의미가 없겠군. 그럼 이야기는 좀 간단해지는데. 내가 입고 있는 옷은 촉금의 옷이야. 저 장원을 담당하는 하인이 촉금을 모를리 없어. 선물 같은 것이 오면 받아서 분류를 할 테니까. 그리고 손님대접을 하기 위해서라도 알아뒀겠지. 그런데도 이렇게 깔끔하게 무시할 수 있다는 것은…”
“것은?”
“장억이 닿아 있는 줄이 생각보다 높을 수 있다는거야.”
“헤에? 어째서?”
“어째서는. 촉금을 입었지만 데리고 온 이는 감녕, 손관. 너희 둘 밖에 없어. 겉보기에는 멀쩡해보이지만 실상은 아무 관직도 없는 이로 보일 수 있지. 제대로 된 명가의 사람이라면 이런 식으로는 움직이지 않을테니까. 수행원들이 적어도 열명 이상은 될 거거든.”
“그런데 아까 병사들은 왜 그런거지? 고작 우리 셋만 보고 벌벌 떨었잖아.”
“그들에게 있어서는 지방의 작은 명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크게 위험이 될테니까. 호가호위라는 말 알지? 아무런 뒷배도 없는 병사 나부랭이는 못하겠지만 태산군수에게 총애를 받는 애첩의 하인이라면 그 권세를 가지고 휘두를 수 있는거야. 촉금을 입고 다니는 자라고 하더라도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거지.”
“참나… 웃기는구만. 그 알량한 권세를 그렇게 휘두르고 싶을까?”
“힘이 있으면 쓰고 싶은게 사람이니까.”
감녕이 투덜거림을 들으며 난 씩 웃었다.
“아무튼 일은 재밌게 되어가고 있네. 장패가 뭘 가지고 올지 궁금하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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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차린 것은 없습니다만 많이 드십시요! 왕 상서께서 이리 오셨는데 이정도 밖에 해드리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입니다!”
너스레를 떨며 태산군수 장억이 말했지만 그의 말과는 다르게 차려진 음식은 무척이나 많았다.
단 둘이 자리했을 뿐인데도 과할 정도로 음식이 많다.
장억의 앞에 앉아 있던 중년인은 쓰게 웃었다.
“꽤나 여유롭게 사시는가보구려?”
“평소와 그리 다를 바가 없는 정도입니다만. 그리 생각해주시니 영광입니다.”
“…..”
중년인, 왕 상서는 장억의 말에 쓴웃음을 지은 후 그가 따라 준 술을 한모금 마셨다.
“중가상단에서 보고는 받았소만. 이번에는 장 군수께서 보내주신 자금이 적어서 공물의 양이 적다고 하더이다.”
“그렇습니까? 이거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하지만 저도 노력은 했습니다. 자자. 이것 좀 더 드시지요. 상서께서 오신다는 말씀을 듣고 준비한 것입니다.”
돼지고기 수육인가.
고작 이런 것 따위를 주며 생색을 내는 장억을 향해 상서라 불린 사내는 인상을 구겼다.
천박하기 그지 없는 이다.
만약 지금이 아니라면 이렇게 마주하는 일도 없을텐데.
상황의 아쉬움이 굴욕을 만들었다.
그를 한차례 노려보고 수육을 한입 베어 문 왕 상서는 당황했다.
“이게 정말 돼지고기요?”
“물론입니다.”
“이 맛은… 굉장한 맛인데. 이게 뭐요?”
나름대로 부귀와 영화를 누리며 좋은 음식을 많이 먹어 본 상서로서도 당황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말 그대로 입 안에서 녹는다.
야들야들한 살결이며 돼지고기가 내는 특유의 잡내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면서도 돼지고기가 주는 감칠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수육을 한입 더 먹어 본 그가 부르르 몸을 떨자 장억은 실실 웃었다.
“어떻습니까?”
“이게… 도대체 무슨 돼지요? 어떻게 키운 것이란 말이오?”
“어렵지는 않습니다. 다만 재료를 구하는 것이 문제라 그렇지…”
“가르쳐 줄 수 있소?”
이것도 도구로 삼는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의외로 좋고 맛있는 음식을 탐하는 이들은 많으니까.
아직 확실히 자리를 잡지 못한 귀한 이들을 초대하기 위한 명분으로 좋은 음식과 술만큼 괜찮은 것은 없었다.
왕 상서는 은근한 기대감을 품으며 물었다.
“가르쳐 드릴 수는 있지만 과연 만드실 수 있을런지는… 그냥 제가 바치는 것으로 하면 안되겠습니까? 아… 뭐, 상서께서 잘만 말씀드려주신다면야…”
장억의 입가에 피어오른 미소를 보며 왕 상서는 인상을 구겼다.
고작 돼지고기 하나로 굉장한 욕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런 이이니 자신의 백성을 파는 짓도 서슴없이 행하는 것이겠지.
왕 상서는 순간적으로 피어오른 경멸의 눈빛으로 그를 보다가 황급히 웃었다.
지금은 이런 자라도 큰 도움이 된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이이기는 하지만 도움이 되니 거래를 할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슬프지만 어쩌겠는가.
왕 상서는 애써 웃으며 물었다.
“장 군수께서 폐하를 위해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소. 그러니 말씀해주시겠소? 이건 뭐요?”
왕 상서의 말에 장억은 싱글벙글 웃었다.
그 웃음에 담겨져 있는 의미를 눈치챈 왕 상서는 떨떠름한 어조로 물었다.
“무슨 요리이길래 그러오? 혹시 사람고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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