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91
00291 당신의 시간 =========================
“어서 오게나.”
“오래간만입니다. 조공.”
“그래. 앉게.”
조조를 만나는 과정은 정말이지 굉장히 복잡했다.
일단 몸수색은 기본이고 갑옷도 입으면 안되었다.
거기에 몸의 건강까지 확인하고 있었다.
만나려는 자가 병에 걸렸고 그 병을 옮길 수도 있다는 의원의 말에 부정을 못했다.
조조는 지금 적이 많다.
하나의 목숨을 써서 조조에게 병을 옮겨 죽게 할 수 있다면 그의 적들에게 큰 이득이다.
그렇기에 난 복잡한 절차에도 투덜거리지 않았다.
“확실히 귀하신 몸이 다 되었군요.”
그러니까 조조에게 투덜거려야지.
밑에 사람이 뭔 죄가 있냐.
내 투덜거림에 조조는 피식 웃었다.
“내 말이. 예전에는 전장에 다니며 죽음과 함께 했는데 요새는 너무 과해졌어. 좀 절차를 줄이고자 해도 다들 난리니 원. 이럴 바에는 황제를 괜히 끌어들인 것 같구만.”
너스레를 떨며 조조는 빙긋 웃은 후 내 옆을 가리켰다.
“어째 내 딸이 꽤나 마음에 드는 모양이군. 여기까지 데리고 온 것을 보면 말이야.”
“어휴~ 매우 만족합니다. 이런 귀하신 따님을 저에게 주시다니. 뭐라 감사드릴 일이 없네요.”
가끔가다가 날 잡아먹을 듯 쳐다보는 것만 빼면 싸움도 잘하지, 일도 잘하지.
훌륭하기 그지 없었다.
“그래? 그거 다행이구만. 사실 보내면서도 조금 걱정했는데.”
“너 도대체 조가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길래 너 보는 사람들마다 다 이러냐?”
조조가 웃으며 말하자 난 조청에게 떨떠름히 물었다.
그녀가 입을 꾹 다물고 얼굴을 붉힌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것을 본 조조는 껄껄 웃었다.
“으하하하핫! 저 녀석이 저런 표정을 짓는 것도 오래간만에 보는구만! 이거 내가 사윗감은 잘 고른 것 같네. 그래… 좋은 소식은 없고?”
“좋은 소식이라면…?”
“이 녀석과는 아직 혼인을 하지 않았으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자네는 결혼한지 꽤 되지 않았던가?”
아. 그거 물어보는 거구나.
난 웃으며 당당히 말했다.
“영이가 임신을 했습니다.”
“오오오! 그거 축하할 일이구만!”
조조는 감탄하며 웃은 후 눈을 번뜩였다.
순간 정욱의 말이 떠올랐다.
‘허도에 가면 꽤나 좋아들 하겠구만.’
조조가 입술을 떼기 전 난 황급히 먼저 말했다.
“아직 사내인지 여아인지도 모릅니다. 정략혼을 하기는 이르지 않습니까?”
“태중혼약이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어… 어디보자. 지금 내 부인 중에…”
에라이.
저 인간이 내 말을 들을리가 없지.
그는 실실 웃으며 여유있게 말했다.
아니 당신 마누라 자식이랑 결혼하면 족보가 어떻게 되는거야.
권력의 보존을 위해서 아무리 근친혼이 인정된다고 치더라도 이건 좀 너무한 거 아닌가?
내가 그를 말없이 바라보자 조조는 장난스럽게 키득거렸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하지.”
그냥 안했으면 좋겠다.
하지만 조조가 이렇게까지 나온다는 것은 확실히 나와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싶어하는 것이라 볼 수 있으니 마냥 나쁘다고만 생각할 수는 없었다.
내가 한숨을 내쉬자 조조는 얼굴의 웃음기를 지운 후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래… 장억에 대한 보고는 받았네.”
“어찌 생각하십니까?”
“왕자복이 장억과 만났다라… 흠. 역시 황제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모양이군.”
하등의 걱정따위는 느껴지지 않는 듯한 어투다.
여유롭게 말한 그는 가소롭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흥. 주제파악 못하고.”
“그 주제파악 못하는 것들이 움직인다는 것은 쉽게 생각할 만한 것이 아닙니다만.”
“자네는 어찌 생각하나?”
“첫번째는 황제가 자금을 얻어 문무 백관들을 관리하려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고… 두번째는 사병을 키우려는 것.”
“결국은 황제가 자신의 힘을 키우기 위함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군.”
“예. 사람이 원래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지요. 이각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도망칠 때는 생각 못하고 이제와서 황가의 권위라도 찾으려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은 내 적이 많으니까 그것을 이용해서 어떻게든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 있겠네.”
“그렇지요.”
조조의 생각대로다.
황제가 이렇게 간이 부은 행동을 할 수 있는 것도 지금 당장 조조를 상대하기 위한 적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각, 그리고 원소. 원술과 유표까지.
연주와 서주를 차지했다고 하나 아직까지 조조가 완전하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조조도 황제의 이런 움직임을 웃으며 넘어가는 것이었다.
“원소를 빨리 치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만.”
“나도 그리 생각하네. 다만…”
조조는 현명한 자다.
그렇기에 전쟁이 마냥 옳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원소, 원술, 유표, 그리고 이각까지. 그들이 밑으로 들어오라고 한다고 한들 쉽게 들어 올 사람들은 아니지요. 아니다 싶으면 빨리 쳐내는 것도 중요한 일일 것입니다.”
“물론 그렇긴 하지. 하지만 쉽게 움직이기가 힘들단 말이야… 예를 들어볼까? 당장 나에게 있어서 최대의 적인 원소와 전쟁이 벌어진다고 생각해보세. 그럼 어찌 될 것 같은가? 내가 가진 모든 힘은 북쪽으로 집중되겠지.”
“그렇겠지요.”
“그럼 이각과 원술, 유표가 손가락만 빨며 지켜보고 있을까?”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해. 원소와 전쟁이 난다면 반드시 그들은 연주를 공격해 들어올거야. 지금이야 자기들의 힘에 비해 내가 강하니 얌전히 있다지만… 워낙 승냥이 같은 자들인지라. 그들을 경계할 수 없다면 지금으로서는 마땅히 이렇다 할 답이 없어.”
“흐음…”
조조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내가 기를 쓰고 청주를 손에 넣으려고 했던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현재 유표, 원술, 그리고 이각이 공격할 수 있는 곳은 연주다.
유요를 잡고 왕랑을 끌어들인 후 엄백호를 아군으로 만들었으니 서주에 대한 방어는 할 수 있었다.
서주에서 안정적인 자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청주를 통해 기주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반대도 될 수 있었다.
원소가 함부로 움직이지 못하게 청주를 통해 원소의 움직임을 막아 놓는다면 조조는 이각, 유표, 혹은 원술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청주를 애매하게 가져버린 탓에 고착 상태가 만들어진 것이다.
“결국은 시간의 문제 아닙니까.”
조조의 걱정에 난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문제라고 할 수 있었다.
이각은 점점 몰락해가고 있었다.
황제를 잃은 이후 그에게 자금과 병력을 보내는 이들은 점점 줄어들어 장안의 삶은 말이 아니게 되었다.
강족들에게 궁녀를 준다고 약속했지만 그는 궁녀를 보내지 않고 홀로 독점하여 자신의 마음대로 쓰고 있었다.
“이각은 얼마 가지 못할 겁니다.”
“그렇겠지. 이각의 끝은 눈에 보여. 하지만 문제는 이각이 아니야. 이각이 쓰러진 순간 움직일 이들이 있지.”
“량주와 익주입니까?”
“그래. 량주의 마등. 그리고 익주의 유장. 이각이 쓰러지면 그들은 반드시 우리를 치기 위해 움직일거야. 결국은 선택이지.”
조조의 선택.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 있었다.
이이제이라는 말이 있다.
적을 이용해서 적을 공격한다.
유장, 혹은 마등.
둘 중 하나를 선택하여 그들이 싸우게 만든다.
“흐음…”
“자네는 뭔가 생각이 있나?”
“생각은 있는데 가능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결국은 벌여 둔 패가 모자르다는 것이다.
조조의 말에 난 피식 웃으며 말했다.
“세명에게 관직을 내려 저희들의 편으로 끌어들여야 합니다.”
“세명? 하나는 마등 아니면 유장이겠지만 나머지는 모르겠는데.”
조조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난 조조의 뒤에 있는 지도를 가리켰다.
어중간하기는 하지만 천하를 그려 놓은 지도다.
그것을 보며 지휘봉을 잡았다.
“첫번째로 관직을 받아야 할 이는 바로 마등입니다. 마등을 포섭하여 그가 유장과 싸우게 합시다.”
“관직을 준다고 하여 그가 움직일까?”
“움직일 수 밖에 없을 겁니다. 량주는 제가 알기로 척박한 땅이며 강족들과 저족들의 움직임에 신음하고 있는 이들이 많습니다. 어차피 마등은 지금 량주의 주목이 되어 그곳의 왕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차라리 인정하지요.”
“그래서?”
“그에게 량주목의 직위를 준 후 유장을 토벌하는 명을 내립니다. 지금까지는 공식적인 직위가 없었기에 공적인 명령을 내릴 수는 없었습니다만. 공직에 있다면 명령을 무시할 수는 없겠지요.”
“유장으로서는 긴장할 수 밖에 없겠군. 그렇다면 함부로 움직이지 못할거야.”
이것은 유장에게나, 아니면 마등에게나 둘 다 쓸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유장이 아닌 마등에게 관직을 주는 이유는 유장이 관직만 받고 파촉에서 힘을 키우기만 한다면 그것에 대한 처벌을 할 때 굉장히 피곤했기 때문이었다.
험난한 산지에 보호를 받는 유장보다는 황량하기는 하지만 평지에 자리를 잡고 있는 마등을 잡는 것이 더 수월하기에 마등을 끌어들이는 것이다.
먹튀는 용서 못하지.
내 말에 조조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허나 이정도는 조조도 알고 있는 것이었던지 그는 별반 놀라지 않은 채 물었다.
“그럼 나머지 둘은 누구지?”
“완의 장수에게 관직을 줍니다. 주목까지는 힘드니 중앙의 관직을 주는 것이 좋겠지요.”
“장수? 하지만 그는.”
한때 이각, 곽사 등과 힘을 합쳐 장안을 공격했던 장제의 조카다.
그에게 관직을 준다는 것은 이각을 긍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조조는 망설이는 듯 싶었다.
“명분은 충분합니다. 황제를 지원하여 그가 도망치게 도왔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에게 직위를 준다면 그는 혹시 모를 이각의 움직임을 제어하려 할 것입니다.”
“과연 그럴까?”
조조는 떨떠름한 어조로 말했지만 난 거의 확신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장수에게는 가 사형이 있기 때문이었다.
가 사형이라면 반드시 이각의 움직임을 막아 줄 것이다.
조조를 천하의 주인으로 내세우려는 가 사형이라면 장제에게 직위가 내려지고 활동하기 편해졌을 때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이각을 공격할수도 있었다.
“뭐. 그건 그렇다고 치고. 나머지 하나는?”
“강남에 있는 손책입니다.”
“손책? 그는 손견의 아들 아닌가? 원술의 밑에 있다고 들었는데…?”
“원술과 결별하고 지금은 따로 행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알기론 장사에서 힘을 키우고 있다고 하더군요.”
장사에서 힘을 모으고 있고 본격적으로 거병하지는 않은 손책이었다.
하지만 그의 저력, 그리고 주유와 손가의 저력을 생각한다면 관직이라는 명분이 내려졌을 때 그들은 충분히 유표를 견제할 정도로 움직일 것이었다.
“늑대를 잡자고 호랑이를 키우는 꼴이 되는 것 아닌가 싶군.”
손책에 대한 소문을 들어 본 적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가 내켜하지 않는 것을 보며 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글쎄요… 그렇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이미 그와는 손을 잡고 있기 때문이지요.”
“허… 언제 그랬나?”
조조는 어이없어하며 물었고 난 예전 서주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말해주었다.
그것을 모두 들은 조조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맛을 다셨다.
“자네의 뜻대로 풀린다면 좋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호랑이의 등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될 수도 있을텐데.”
“두려우십니까?”
“그럴리가. 다만… 내가 걱정하는 것은 한가지이네.”
“손책이 죽는다면 그 거래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것 때문이군요.”
“그래.”
나와 거래를 한 것은 손책과 주유일 뿐이다.
손책의 뒤를 잇는 손가의 사람과는 얼굴 한번 본 적이 없었다.
손책이 관직을 받고, 강남에서 세력을 넓혀갔을 때 그가 가주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상황이 생기면 고스란히 강남은 손가의 손에 들어갈 수도 있었다.
조조는 그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하지만 어차피 강남을 털도 안 뽑고 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지. 좋아. 이정도 모험은 해야겠군. 그 셋이면 충분하겠나?”
“저는 그정도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럼 자세한 것은 나중에 순 군사가 복귀하면 나누도록 하지. 그래… 허도에는 언제까지 머물 생각인가?”
“당분간은 여기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장억에 대한 일이 해결되는대로… 아, 그리고 한가지 요청드릴 것이 있는데 이번 일의 죄인에 대한 처형인을 제 부하에게 맡겨도 되겠습니까? 개인적인 원한이 있는지라.”
“그런 것이라면 마음대로 하게나. 그리고… 머물 곳은 아직 정하지 않은 것 같은데 내 집에서 묵도록 하게. 내 부인이 자네를 굉장히 보고 싶어하니까.”
부인이 워낙 많은 사람이라 누가 날 보고 싶어하는지 모르겠다.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조청은 내 옷자락을 살짝 잡았다.
“저희 어머님이세요.”
“어머님? 누구?”
“내 정실 부인이네. 앙이와 청이를 친 자식처럼 키운 사람이지. 앙이의 일로 자네를 무척이나 보고 싶어해. 만나주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