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292
00292 당신의 시간 =========================
“친자식 처럼… 이라는건.”
“친 어머님은 아니시거든요.”
그러고보니 확실히 그랬지.
조앙과 조청, 그리고 조삭이었던가?
그들은 조조의 정부인인 유씨가 아닌 첩의 자식이었다고.
그 첩이 젊은 나이에 죽고 유씨는 조앙과 조청, 조삭을 친자식처럼 키우다가 장수와 가후에게 조앙이 죽자 조조와 결별했었는데…
난 빙긋 웃었다.
“네 어머님이라면 꼭 만나봐야지.”
“그녀도 좋아할 것이다. 그럼 일단 나가서 조가에 들어가 있게나. 내 일이 끝나는대로 곧장 돌아갈테니.”
“예.”
아직 조조는 할 일이 남았는지 나와 조청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우리는 곧장 밖으로 나왔고 관청의 입구로 향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십니까?”
“음? 아… 아니.”
조가로 가는 것은 좋다.
문제는 조가에 갔을 때 만날 사람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거지.
“조비에 대해서는 알고 있어?”
“네.”
조청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후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요?”
“아니… 걔는 어때?”
“무슨 뜻으로 말씀하시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허도에 도는 소문 때문에 그래.”
“조금 과장된 부분이 많기는 하지만 재주가 많은 아이에요. 어린 나이이지만 똑똑하고, 또 생각이 깊어서…”
“그래?”
이미 조조의 후계자는 조앙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조비가 나선다라.
난 팔짱을 낀 후 생각을 하다가 조청에게 물었다.
“어머님들의 사이는 어때?”
“딱히 나쁘지는 않으신데…”
“그래? 그럼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건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걱정하시나요?”
조청의 질문에 난 대답하지 않았다.
어쨌든 그녀에게 있어서는 배 다르기는 하지만 동생이었다.
이유하의 세계처럼 첩이나 두, 세번째 부인을 만드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도 아닌 이상 이복동생은 꽤나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동생을 만약의 경우 제거해야 한다는 말을 쉽게 꺼낼 수는 없었다.
“별 것 아니야. 어? 서황 왔다.”
입구에서 걸어 들어 온 서황을 발견한 나는 그에게 손을 흔들었다.
조인은 어디갔지?
“다녀왔습니다.”
“수고했다. 그런데 넌 왜 혼자냐?”
“조 교위께서는 황궁에 일이 있어서 그쪽으로 잠시 가셨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오실거라고 하시더군요.”
“그래? 애들은?”
“지금 호위를 위한 병사 스무명 정도만 데리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병영에서 쉬고 있습니다. 그리고 죄인들은 모두 관청의 지하감옥으로 보내놨습니다.”
“누가 담당하는 건지 알아봤어?”
행여나 지하감옥을 관리하는 이가 통수를 치고 그들을 죽일 수도 있었다.
그것을 걱정하며 묻자 서황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빙긋 웃었다.
“지하감옥을 담당하는 이에게 조 교위께서 말씀하셔서 그들은 저희 쪽에서 관리하게 되었습니다. 장호가 담당하기로 했으니 걱정마십시요.”
“아. 그래? 장호라면 안심할 수 있지.”
아버지가 동아현 현장으로 있을 때부터 병사들을 호위하고 있는, 지금은 병사들 중 최고참 중 하나이며 꾸준히 승진하여 산양군의 현위직과 덤으로 중앙 관직인 최진사까지 얻은 장호가 지키고 있다면 괜찮겠지.
“그럼 바로 조가로 가는 것… 보다는 일단 좀 선물할 거라도 사가지고 가는게 낫겠지?”
“아니, 그러실 필요까지야.”
“아냐. 아냐. 안 그래도 빈 손으로 가는게 좀 찝찝한데.”
“그러실 것 같아서 하후 교위께서 보내주신 것이 있습니다.”
“뭘?”
내가 모르는 사이에 뭘 또 챙겨줬나?
궁금해하자 서황은 날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군을 이끌며 가지고 왔던 치중 중에 있던 떡갈나무통이 세개가 있었다.
“…야. 저거 설마.”
“서주의 주도가가 만든 명주라고 합니다. 조가의 분들은 대부분 주당이라고 하시니 이것이면 충분할 거라고 하후 교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양준이 보낸거냐?”
“네… 어? 아십니까?”
하긴, 그때 서황은 자리에 없었지.
그 독주라면 확실히 예물로는 좋겠다.
“그래도 어머님에게도 드릴 선물을 생각한다면 향초라도 좀 만들어가는게 낫겠지만… 만드는데 시간이 많이 드니 당장 그걸 선물로 드리기는 애매하군.”
감유라도 챙길 수 있었다면 좋았겠지만 감유의 생산에서는 내가 손을 뗐다.
비누는 산양군과 서주에서 꾸준히 만들고 있었고 만들어진 감유는 여기저기 써먹거나 화장품을 만드는데 들어가기 때문에 따로 내가 챙길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뭐가 좋으려나…”
“어머님께서는 선물에 신경쓰시는 분이 아니랍니다. 그러니 그냥 가셔도 괜찮습니다.”
“흐음… 뭐 그럼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허도까지 왔는데 허도의 시장에서는 뭘 파는지 구경이나 해보자고.”
조청이 웃으며 말했지만 그래도 사위될 사람이 처가에 갈때 빈 손으로 가는 것은 진짜 실례였다.
난 조청에게 말한 후 천천히 걸어 나갔다.
“시장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고 있지?”
“예. 확인해뒀습니다.”
다행히 서황이 길을 아는가보다.
말에 올라탄 나는 계속해서 그러실 필요 없다고 말하는 조청을 무시하며 걸었다.
“이정도면 되려나.”
“충분할겁니다.”
마차에 채워진 선물들을 보며 난 쓰게 웃었다.
정말 이정도면 괜찮겠지?
괜찮을거라고 생각하자.
간단하게나마 선물의 구매를 끝내고 곧장 조가로 향했다.
허도의 북동쪽에 위치한 장원으로 이동한 나는 굉장히 넓은 장원을 보고 압도당했다.
장원이 무슨 산양군의 관청 수준으로 넓었다.
“장군님?”
“아. 으응.”
엄청 큰 장원에 조금 기가 죽었다.
확실히 내가 촌놈이 맞기는 한가보다.
“뭐지? 저 줄은?”
꽤나 옷을 잘 차려입은 이들이 장원의 입구 앞에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조가에 들어가고자 기다리는 이들 같습니다만.”
“흐음…”
기본이 촉금이네.
하인들로 보이는 이들을 제외하고 다들 세도가의 사람들로 보였다.
그들이 공손히 줄을 선 채 장원에 들어갈 수 있기를 기다리는 것을 보던 나는 볼을 긁적거리고 조청에게 물었다.
“우리도 뒤에 가서 줄 서야 하나?”
“그럴 필요는 없을 겁니다.”
“그랬으면 좋겠는데. 쓸데없는 마찰이 없었으면 좋겠군.”
쓰게 웃으며 조청과 함께 조가의 정문으로 향했다.
줄을 서고 있던 이들은 우리가 정문으로 가는 것을 다들 신기하게, 혹은 가소롭다는 듯 쳐다보았다.
그들의 시선을 받으며 문 앞에 선 나는 신분을 확인하는 이에게 말했다.
“들어가려면 뭔가 증명이라도 해야하나?”
“저~기 끝에서 줄을 서시면 됩니다.”
문관으로 보이는 이는 날 힐끔 보며 줄의 끝을 가리켰다.
저기서 기다리면 오늘 저녁까지 들어가는 것은 글러먹은 것 같은데.
내가 뭐라고 말해야 할까 고민하는 동안 조청은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그럴 필요까지 있나? 내 집에 내가 들어가는 것인데?”
“뉘신… 아가씨!”
조청을 아는 모양이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환하게 웃었다.
“오셨습니까!? 어서 들어오시지… 그런데 이분은?”
“진동장군님이시다.”
“헉! 그럼!?”
조청과 나의 정혼에 대해서 알고 있는 듯한 그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냉정하게 다른 이들의 출입에 대해 신경을 쓰던 그가 이런 모습을 보이자 줄을 서고 있던 이들이 놀라며 수근거렸다.
“진동장군?”
“그럼 저 사람이 진유하란 말이야?”
“와… 진짜 어리네.”
이거 쑥스럽구만.”
꽤나 높은, 혹은 부유한 가문의 사람들이 수근거리는 것을 듣던 내가 어깨를 으쓱이고 손을 내밀자 그는 연신 허리를 숙이며 인사했다.
“조 태위님때부터 조가를 모시던 한가 입니다. 그냥 한가라고 불러주십시요.”
“반갑네. 진유하라고 한다네.”
“알고 있습니다. 자. 어서 들어오십시요. 그런데 저 뒤의 것은…”
“내 처가에 오는 것인데 빈 손으로 올 수야 없지.”
마차에서 꺼내지는 선물을 본 그는 환하게 웃었다.
“다른 분들은 제가 모시겠습니다. 어서 들어가십시요. 마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래? 고마워. 늘 고생이 많네.”
조청과도 예전부터 아는 사이였나보다.
그녀의 인사에 한가는 싱글거리며 즐거운 듯 말했다.
“아이고~ 가주께서 공의 자리에 오르신 이후부터 손님들이 더 많아졌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제가 아직까지 어르신을 모실 수 있는 것이지요. 자자. 어서 들어가시지요. 대문을 열어라!!”
지금까지 사람들이 들어가던 문은 대문의 옆에 나 있는 작은 문이었다.
그것이 아닌 대문을 열라는 말에 병사들은 군소리하지 않고 커다란 문을 활짝 열었다.
확실히 나를 환대하는 분위기다.
“가시죠.”
“응.”
환대해준다는데 나쁠 것은 없지.
조청과 함께 내가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서황은 웃으며 말했다.
“저는 선물과 병사들을…”
“아. 그러도록 해.”
“알겠습니다.”
서황은 빠져서 병사들을 돌보겠다고 말했다.
조가의 병사가 서황을 안내하며 다른 곳으로 가자 난 조청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이야.”
“대단하네요. 예전에 복양에 있을때도 대단했는데.”
돈을 엄청 바른 듯한 장원이다.
안으로 들어가자 별세계가 펼쳐진 것 같은 느낌을 받던 나와 조청이 두리번거리자 어여쁜 시녀가 걸어왔다.
“조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소녀. 진월이라고 합니다. 아가씨. 유 부인께서 아가씨께서 오시면 바로 모시고 오라고 전하셨습니다.”
“장군님은?”
“물론 함께입니다.”
내가 간다는 것에 대해서 이미 들은 모양이다.
그녀의 안내를 받으며 정원을 돌았다.
장원의 끝에 있는 크고 화려한 건물 앞에 도착한 나는 작게 심호흡했다.
“긴장하시는 겁니까?”
“응. 왜. 문제라도 있어?”
“아뇨. 그런 건 아닙니다만. 장군께서 그런 모습을 보이시는 것은 처음이라. 후후후. 장군님도 어려운 사람이 있었군요.”
내가 심호흡을 하는 것을 본 조청은 베시시 웃었다.
그 모습에 난 입술을 삐쭉거렸다.
“야. 나도 사람이야. 사람.”
“가끔씩은 정말 사람같지 않으시다는게…”
“놀리는거냐?”
“그럴리 있겠습니까. 들어가시지요.”
조청과 함께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화려한 복도를 지나 끝에 있는 큰 문 앞에 선 진월은 문을 열며 말했다.
“그럼 저는.”
“수고했어.”
그녀가 물러나자 난 조청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꽃 향기가 물씬 풍기는 조용한 방.
방문을 열고 들어선 나는 다소곳히 앉아 있는 중년의 여인을 발견했다.
무척이나 정숙한 느낌을 주는 여인이다.
살짝 처진 눈썹.
눈가에 나 있는 잔주름까지.
고상함을 모아 놓은 듯한 여인은 나와 조청을 본 후 차분히 웃었다.
“어서 오세요. 진 장군.”
“처음 뵙겠습니다. 유 부인. 진유하라고 합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답니다. 자리에 앉아주시겠나요?”
그녀는 무척이나 공손한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야. 너 진짜 도대체 뭘 어떻게 하고 다닌거냐?”
“예?”
“너 데려간다고 저러시는거 아니야?”
“서, 설마요.”
유 부인이 딸 시집 못갈까봐 나에게 저렇게 공손하게 대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던 나는 그녀가 손수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을 보며 조청의 옆구리를 찔렀다.
조청 역시 유부인의 행동에 당황했다.
상석을 내어 준 유부인은 부드럽게 미소짓고 있었고 난 상석을 보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 장모님이 되실 분인데 제가 어찌 상석에 앉겠습니다. 부디…”
“그런 것 때문이 아닙니다. 어서 앉아주세요. 제가 부끄럽습니다.”
유부인은 여전히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난 다시 조청을 보았고 그녀는 슬그머니 내 시선을 피했다.
“으음…”
상석인데도 가시방석이다.
내가 조심스레 앉자 그녀는 날 향해 웃은 후 천천히 절을 하기 시작했다.
“우왓! 어머님! 이러시면!”
“청이 때문이 아닙니다.”
“…예?”
그럼 왜 이러는 거지?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자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나에게 절을 하며 말했다.
“제 소중한 아들을 살려주신 분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은공께 더 받을 수 없는 은혜를 얻었습니다. 자식 가진 어미로서 더 한 예를 취할 수 없는 것이 한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