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45
00345 시간을 벌어야 할 때 =========================
“낙양? 왜 낙양에…”
“낙양은 그저 거점에 불과할거야. 맹진항을 통해 낙양을 점거하려는 것이겠지. 조앙이 장안을 차지하여 전선을 줄였지만 그 줄어든 전선을 확대시키려는 수를 쓰는 것이지.”
“하지만 낙양은 점령은 커녕 접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을텐데? 낙양의 맹진항이 얼마나 크고 강한 항구인지 모르는 건 아닐거 아니야. 거기에 뭐가 있는지는 너도 잘 알지 않아? 거기에 대형노가 있다고. 그리고 문제가 생기면 허도에서 바로 병력이 빠질거야.”
당장 허도가 있고 그 허도에는 많은 병력이 있었다.
그 뿐만 아니라 하후돈과 함께 순욱, 순유가 있는데다가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낙양을 다스리는 두기가 그리 만만한 이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장연이 강하다고는 하지만 막지 못할 상대는 아니야.”
“맞아. 막지 못할 상대는 아니지.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야. 장연이 움직이며 북방의 흉족이 함께 움직이고, 그들에게 밀린 다른 흉족들이 어디로 갈 것 같냐?”
“그야…”
“장안, 혹은 천수로 이동하겠지. 조앙이 장안을 손에 넣었지만 아직까지 장안은 안정적인 상황이라고 할 수 없어.”
이각에 의해서 수탈될 만큼 수탈된 곳이 바로 장안이다.
총력을 다해 백성을 구원해도 모자랄 판국에 흉족의 공격까지 신경 써야 한다면…
자칫 잘못하면 흉족에게 장안을 빼앗길 수도 있었다.
“이거 큰일인데. 다른 사람들은 알아?”
“아마 알고 있겠지. 순욱과 순유라면 북쪽에 독자적인 정찰조직정도는 가지고 있을테니까.”
“그런가…”
방통이 이 말을 꺼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만약 네가 후계자 쟁탈전에 낄 생각이라면 조앙을 지원하는게 낫겠지. 물론 그 과정에서… 조앙이 사고나 전투로 인한 죽음에 휘말릴 수 있게 되겠지만.”
“하지만 내가 후계자 쟁탈전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면…”
“넌 움직이면 안된다. 아니, 너 뿐만 아니라 나, 서복, 그리고 아버님까지. 우리 모두 움직여서는 안된다. 이유는 알고 있지? 지금 우리는 자중해야 해. 네가 조청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면 말야.”
“버리지 않을거야. 그리고 그 문제에 대한 대비책 정도는 나도 생각하고 있으니까 더 이상은 언급 금지.”
“흠. 그럼 뭐.”
너무 높아진 명성 때문이었다.
서주를 공략하고 마마를 잡음으로서 높은 명성을 가지게 된 나.
역전의 명장인 순우경을 물리친 신예 서복.
그리고 말 몇마디만으로 청주를 확보한 방통.
거기에 연주에서 백성들의 낙원이라 불릴 정도로 산양군을 발전시킨 아버지까지.
어떻게 보면 모두가 나의 세력 사람들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무튼 우리는 조조의 세력이라고 할 수 있지만 좀 특별한 경우야. 조조가 너에게 조청을 주고 어떻게든 끌어들이려 한 이유는… 너의 세력이 너무 강하기 때문이지.”
“싸우는 것보다는 끌어들이는게 이득이니까.”
“맞아. 하지만 그건 조조의 입장일 뿐이고 다른 이들은 다르겠지.”
조가의 사람들이나 하후가의 사람들 정도라면 괜찮겠지만 다른 이들은?
내 세력의 사람들이 큰 공을 세워 힘을 가지게 되면 그들로서는 견제를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조조가 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견제를 하게 될 것이고 이 상태로 원소까지 제압하게 된다면 그들은 난리를 칠 것이다.
“그들을 모두 포섭할 것인지. 아니면 쳐낼 것인지 생각해야 해. 하지만…”
“알고 있어.”
모두 쳐낼 수는 없었다.
만약 원소를 공략하게 되고 하북 일대를 손에 넣게 되면 그 막대한 땅덩어리를 관리할 사람들은 반드시 필요했다.
나와 반목한다고 쳐낸다면 그 관리는 누가 하겠나.
지금도 인력난으로 허덕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 모든 문제는 네가 후계자가 되면 해소될 일이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주의하며 움직일 수 밖에 없다. 아니면 조청과의 결혼을 포기하든가.”
“쯧. 감안한 일이야. 그리고 조청과는… 그냥 결혼할거니까 허튼 소리 하지 마라. 그리고 나도 수를 생각해둔 것이 있어.”
“뭔 수?”
“나중에 나와 적대할 사람이 생기면 그의 가문에 있는 여자와 너를 결혼시키는거지.”
“어, 어우야.”
농담이지만 한번 정도는 생각해 볼 만한 일이다.
나의 왼팔이나 다름없는 방통이 혈연으로 상대 진형의 위정자와 엮이게 된다면 당연히 거대한 정당이 만들어지게 된다.
물론 내부적인 마찰은 생기겠지만 아무런 관계 없이 서로를 대하는 것보다는 훨씬 연합하기 쉬워진다.
“일단은 농담이지만… 너도 생각은 해둬.”
“하아… 너한테만 희생하라고 할 수는 없으니. 쯧… 아무튼 조청과 결혼을 할 생각이라면 답은 나왔군. 당분간은 고당항의 관리를 하도록 해. 그리고 지금 잘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여기를 항구도시화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야. 우리가 할 일은 적당히 진류나 복양에 물자와 병력, 장비를 보내면서 적의 움직임을 막는 정도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 장연의 세력을 조조가 물리치게 된다면… 그때부터 기주를 공략할 수 있게 되겠지.”
“으음…”
방통의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이거 이겨나가는 것만 생각한다고 하더라도 쉽게 끝나지는 않겠군.
“그리고 유표와 유장도…”
“들어가도 될까요?”
깜짝이야.
말을 꺼내던 방통과 나는 입을 다물었다.
조청의 목소리다.
엄청 빨리 왔네.
방통은 고개를 끄덕였고 난 담담히 말했다.
“들어와.”
“네에…”
베시시 웃으며 양손 가득 과일과 다과를 사온 조청은 그것을 방통에게 보여주었다.
“마침 근처에 과일 상인과 다과 상인이 왔더라구요. 바로 살 수 있었어요.”
“이야~ 제수씨는 항상 잘 맞춘다니까~ 오오~ 이거 맛있어보이네.”
잘 익은 사과를 받은 방통은 옷으로 껍질을 쓱 닦아낸 후 으적으적 씹기 시작했다.
방통과 나는 서로 눈짓으로 대화하며 조청을 보았지만 그녀는 그저 웃기만 할 뿐 이었다.
우리의 대화를 들은 걸까?
“그럼 간다. 아마 자주 오게 될거야.”
“석회석 좀 많이 구해놔라.”
“음.”
후계자 다툼에 끼지 않는다면 내가 하던 일이나 해야지.
고당한 인근에 성채를 만든다.
복양과 같은 항구도시를 만들어 놓는다면 나중에 이곳에서 들어오는 수입은 꽤나 짭잘할 것이다.
원소를 잡고 나서 정치적인 싸움을 시작하게 될 때 막대한 자금이 필요할 테니 그것을 모은다 생각하자.
난 방통을 향해 손을 내밀었고 그는 내 손을 잡아 악수한 후 배에 올랐다.
“좀 더 쉬셨다가 가시지…”
온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가냐고 그를 잡으려 한 조청이었지만 방통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을 뿐 이었다.
“하하. 일이 많아서. 그럼 다음에 보자고.”
그가 탄 배가 출발한다.
항구에서 멀어지는 배를 보며 조청은 한숨을 내쉬었다.
“무슨 말씀을 나누셨어요?”
“별 거 아니야.”
“일부러 절 내보내신 것이라면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신 것 같은데…”
“음… 뭐라고 해야하나.”
“후계자 문제… 때문인가요?”
“비슷해.”
눈치챘구나.
조청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후 입을 다물었다.
오래간만에 조청과 어색한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난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가급적 술은 좀 줄이고 싶었지만 오늘은 어째 술이 당기네.”
딱히 당기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어색한 공기를 풀어주려면 술이라도 한잔 하는 것이 나을 듯 싶었다.
“방통이 가져온 물자 중에 술이 좀 있더군. 그걸로 기분이나 내자고. 애들 불러볼까?”
감녕과 여영기 역시도 술을 좋아한다.
언제나 활발한 그들이라면 이 늘어진 분위기를 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난 애써 웃으며 말했고 내 말에 조청도 방긋 웃었다.
“그거 좋은 생각이네요!”
간단하게나마 연회자리가 마련되었다.
참석자는 나와 조청, 감녕, 그리고 여영기.
다른 사람들은 일이 남아서 나중에 참여한다고 한다.
“연회치고는 되게 소박하네.”
“나 시끄럽게 연회하는거 별로 안좋아하잖아. 싫으면 가시던가.”
탁자 하나에 놓여져 있는 음식들.
그리고 산양군의 죽엽청.
서주의 화신주는 도저히 못 먹겠다 싶어서 창고에 넣어두었다.
한동이만 꺼낸 죽엽청을 보며 쩝쩝 입맛을 다신 감녕은 내가 잔에 술을 따라주자 그것을 받고 부르르 몸을 떨었다.
“으으으~ 역시 술은 이게 제일 좋다니까.”
“화신주도 좋지 않냐?”
“그건 너무 독해서 별로… 이성을 잃을 것 같거든. 뭐랄까. 내 안에 있는 또다른 내가 깨어나는 기분이랄까?”
“그, 그렇죠? 그 술이 너무 독해서 그런거죠?”
허도에서 화신주를 마시고 이성을 잃었던 조청은 감녕의 말에 당황하며 내 눈치를 살피고 작게 동의했다.
그런 그녀를 향해 피식 웃은 나는 조청의 잔에도 술을 따라주었다.
찰랑거리는 맑은 술을 받은 그녀는 머뭇거리며 날 힐끔힐끔 훔쳐보았다.
“괜찮아.”
“예.”
“자제할 수 있는 정도로만 마셔. 그정도면 괜찮으니까. 자. 영기도 받고.”
“에헤헤~ 네~”
오래간만에 죽엽청을 마시는 것이 좋았나보다.
꽤나 숙성이 잘 되어 있어 대나무 향이 물씬 풍기는 술을 받아 든 나는 잔을 들어 올렸다.
“원소의 토벌을 위하여.”
“위하여!”
잔을 부딪히고 모두 한번에 술을 마셨다.
입 안에 가득 채워진 대나무향이 목구멍으로 넘어간 순간 속이 찌르르 울렸다.
“으… 역시 독하네.”
독하다고 느끼는 것은 나만 그런가보다.
다들 한잔 마시고 기분 좋은 듯 한숨을 토해내고 있었다.
“후아! 이정도는 되어야 술이지. 자자. 그럼 이제부터 알아서 마시는 거지?”
“응. 다시 한번 말하지만 즐길 정도로만 마셔. 언제 무슨 일이 터질지 모르니까 말야.”
“잔소리는. 그럼 술동이는 주쇼.”
“가져가.”
죽엽청이 가득 들어 있는 술동이를 자기 쪽으로 당긴 감녕은 철과로 술을 퍼 주전자에 가득 담았다.
한방울의 술도 아까웠는지 심혈을 기울여 술을 따른 그는 여영기와 조청의 잔에 따라 준 후 싱글거렸다.
“오래간만에 이렇게 마시니까 좋네.”
“이 술 한병 만들어지는데 들어가는 곡식을 생각하면 그렇게 웃을 수도 없지만 말야. 아. 난 됐어.”
“남자가 술 좀 잘 마시고 그래야지.”
내 잔에 술을 따라주려는 감녕을 만류했다.
그는 궁시렁거리며 여영기와 조청의 잔에 술을 가득 따라주었고 난 술이 반쯤 남은 술잔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아무래도 난 남자가 아닌가보다.”
“아니 충분히 남자신… 아, 아닙니다.”
“뭐야?”
허도에서 그때 술을 마신 이후로 지금까지 술을 한방울도 마시지 않았던 조청이다.
오래간만에 마신 것이라 그런 걸까?
그녀의 얼굴을 살짝 달아올라 있었다.
“취하셨수?”
“아니…”
“뭔가 수상한데. 물론 도련님이 남자이긴 하지만…”
조청과 꽤나 친해 진 여영기는 샐쭉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
그 농담에 아무런 대답도 못한 조청은 자신의 앞에 놓여진 잔을 단번에 들이마셨고 감녕은 껄껄 웃으며 그녀의 잔에 따라주었다.
“잘 드시네~ 역시 조가의 사람! 전에 보니까 다른 사람들도 잘 마시더만. 원래 조가의 사람들이 잘 드시나?”
“꿀꺽… 하아…”
살짝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조청은 베시시 웃었다.
아직까지는 괜찮겠지?
탁자 밑으로 손을 뻗어 조청의 손을 잡았다.
그제서야 정신을 바짝 차린 조청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들 꽤나 드십니다.”
“하긴. 그 도련님도 엄청 드시더만. 이제는 서주목이지? 이야~ 내가 그 인간을 처음 봤을 때가 떠오르는구만. 우리 장군님이 상꼬맹이였을 때 일인데… 음. 아가씨는 모르겠구만. 그럼 오래간만에 내가 이야기 보따리를 한번 풀어볼까? 도련님의 흑역사를…”
“내가 흑역사가 어딨냐? 흑역사는 네가 갖고 있지.”
“은근히 도련님도 많았거든? 자자. 궁금하지? 궁금하지?”
“헤헤… 네.”
감녕은 싱글벙글 웃으며 그녀의 잔에 술을 또 따라 준 후 입을 열었다.
“산양군에 있을 때 말이우…”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며 감녕은 활기차게 말했다.
그때 자리에 있었던 여영기 역시 즐거운 듯 이야기를 시작했고 조청은 자신이 몰랐던 조앙의 이야기나 내 이야기를 들으며 즐거워했다.
음… 이정도면 괜찮은 건가?
아까 방통이 떠날 때 보였던 어색했던 분위기는 찾아 볼 수 없었다.
즐겁게 떠들고 있는 그들을 지켜보며 고기전을 우물거리고 있을 때 문이 열렸다.
“뭐야?”
“장군님. 쉬시는데 죄송합니다만 선박 건조 문제 때문에…”
일이 남았다던 여범이다.
그는 송구스러워하며 날 불렀다.
일이라면 어쩔 수 없지.
“아아. 야. 먹고들 있어.”
“다녀오슈~”
“다녀오세요~”
치사한 것들.
빈말로라도 같이 간다는 얘기는 역시 안하는구나.
“저도 같이…”
믿을 건 조청 뿐인가?
내가 가든 말든 신경도 쓰지 않는 감녕과 여영기와는 다르게 조청은 자리에서 일어나려 했지만 난 그녀의 어깨를 잡고 눌렀다.
“마시고 있어. 금방 올테니까.”
“예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