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44
00344 안전한 일부, 위험한 전부 =========================
“얘네는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걸까?”
관도에 첫번째 진의 건설 완료에 대한 보고서를 내려 놓으며 난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원과 인접한 고당항을 얻은지도 시일이 꽤 지났다.
고당항을 내가 보유하게 됨으로써 복양의 동구항, 제군의 임제항, 평원의 고당항.
이 세개의 항구를 조조군이 가지게 되었고 그럼으로써 기주 공략의 발판을 완벽하게 마련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곽가와 서복, 방통으로부터는 평원을 공략하자는 말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언제까지 시간을 끌려고 그러나…”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상황을 알아야 나도 생각을 하지.
다들 뭐 그리 바쁜지 와서 상황 설명 좀 해달라고 하니까 들은 척도 안한다.
“확 그냥 쳐버릴까.”
평원 정도라면 어떻게 지금 공략이 가능할 것 같은데.
물론 방통과 서복의 지원이 있어야겠지만.
“다녀왔습니다~”
“다녀왔습니다.”
내가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머리를 굴리는 동안 두 여인이 안으로 들어왔다.
요새 들어 잘 붙어다니는 여영기와 조청이다.
둘이 웃으며 안으로 들어오자 난 시큰둥한 눈으로 여영기를 보았다.
“넌 어째 요새 살판 난 것 같다?”
“에이~ 장군님도 참~ 살판 나긴요~”
“아니 어젯밤에…”
“그, 그게! 그냥 달구경 간 거라니까요!”
그냥 달구경 치고는 분위기가 되게 좋아보이던데.
여영기와 감녕이 서로에게 어깨를 기대고 은근한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을 보았다.
둘은 필사적으로 부정했지만 아무리 봐도 그건 얼레리 꼴레리한 상황이었다.
“아니 무슨 불륜이나 패륜 저지르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부정하냐?”
여포는 이미 감녕을 거의 사위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더만.
여영기의 붉어진 얼굴을 바라보던 나는 어깨를 으쓱인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고생했어. 오늘은 가서 쉬어.”
“예.”
“장군님은…?”
“난 좀 더 확인할 것이 있어서.”
아군 책사진들이 뭔가 꾸미고 있다면 괜히 방해할 필요는 없겠지.
평원에서 고당항으로 오는 길목에 진도 만들었고 방어를 위한 성벽도 건설하고 있었다.
이거 이러다가 거의 항구 도시가 되어버리겠는데?
“도와드릴까요?”
“그럼 같이 가자고.”
여영기는 콧노래를 부르며 가고 조청은 얌전히 기다렸다.
그녀와 함께 밖으로 나온 나는 북적거리는 항구 거리를 걸으며 투덜거렸다.
“하. 참나.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네.”
“그래도 고당항을 발전시켜 놓으면 차후 기주로 진입하는데 있어서 큰 이득을 볼 수 있지 않나요?”
“그렇긴 하지.”
콘크리트로 확장시킨 제군의 임제항에 정박할 수 있는 배가 늘어난 것 처럼 고당항도 콘크리트로 공사를 하면 정박할 수 있는 배를 늘일 수 있었다.
아예 백마항처럼 대형 항구로 확장을 시켜볼까?
항구에서 물건을 내리는 상인들을 보던 나는 물건을 검사하는 병사들에게 손짓했다.
“부르셨습니까?”
“저건 뭐야?”
“서주의 장신구입니다. 요새 서주쪽의 물건 품질이 아주 좋아서 기주와 유주 쪽에서 자주 구입한다고 하더군요.”
“그래? 제대로 확인해.”
“알겠습니다.”
다시 물건들을 확인하기 시작한 병사들과 배 안으로 들어가 확인하는 병사들까지.
지금까지는 원희가 고당항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거래가 활발해 질 수 없었지만 각 항구를 우리가 가졌기 때문에 상인들이 늘어났다.
그만큼 첩자에 대한 것을 더 조심해야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상인들이 늘어났으니 세금 수입 역시 늘어나겠지.
“항구 주민들은 오히려 살기 편해졌다고 하던데요?”
“그럼 살기 힘들어졌다고 할까? 평원을 공략하기 전까지는 안심할 수 없어.”
“흐음… 그렇군요.”
“빨리 평원을 공략해놓고 허도에 내려가고 싶구만. 왕자복 일도 어떻게 됐는지도 알고 싶고. 우리 결혼 문제도 해결해야 하는데.”
“그렇죠!”
결혼 얘기가 나오니 조청은 동의한다는 듯 붕붕 고개를 끄덕인 후 은근한 시선으로 날 바라보았다.
저번에 한번 한 이후로 얘가 은근히 나한테 달라붙는데.
무섭다.
“저… 장군님?”
“응.”
손을 뻗어 살며시 내 손을 잡은 조청은 베시시 웃었다.
예쁘긴 예쁘다.
다만 눈이 무서워서 그렇지.
“저… 저기 가보시는 건 어떠십니까? 오늘은 간단하게라도 술이나…”
“또 그러려고?”
“그, 그게.”
“그, 그게라고 해도 소용없어. 딱히 금주령을 내릴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우린 아직 전쟁중인데 자제하지 그래?”
언제 평원에서 공격이 들어 올지 모르고 늘어난 사람만큼 첩자의 수가 늘어 일이 터질지도 몰랐다.
그것을 대비해서 술은 마시되 절대 취할 정도로 마시지 말고 늘 긴장하고 있으라는 명령을 내렸는데 이건 술 좋아하는 감녕도 지키는 것이었다.
평원만 치면 코가 비뚤어질 정도로 마시겠다고 늘 노래를 부르던 것을 떠올리며 난 잡고 있던 조청의 손에 깍지를 끼웠다.
“네 마음이 급한 것은 알겠지만 좀 더 기다리라고.”
“예에…”
“착하다.”
잘 먹고 잘 자고 운동을 열심히 한 덕분일까?
어느새 나는 조청과 거의 눈높이를 맞출 정도로 커져 있었다.
손을 뻗어 조청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약간 물기 젖은 눈빛으로 날 바라보던 조청이 살며시 눈을 감고 내게 다가오려던 순간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렸다.
“여어~ 그림 좋은데?”
어떤 미친놈이 나랑 조청한테 이런 소리를 할까?
우리가 평상복이라도 입고 있다면 모를까 조청은 갑옷, 나는 관복을 입은 상태였다.
입은 것만 봐도 관리라는 것을 알텐데 시정잡배가 저런 소리를 해?
난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좋은 그림이 있으면 그냥 구경이나 해. 괜히 끼지 말고.”
“어머. 방 군수님.”
껄렁한 자세로 서 있는 방통을 발견한 조청은 방긋 웃었다.
얘는 연락도 없이 이렇게 오냐.
아무튼 기다리던 사람인 만큼 나는 웃으며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술집으로 데려갈까도 해봤지만 다른 이들에게 좀 자제하라고 한 주제에 방통이 왔다고 술을 마시기도 애매했기 때문에 그를 데리고 집무실로 향했다
방통 역시 딱히 지금은 술을 마실 생각은 없었는지 군소리 하지 않고 집무실로 순순히 들어왔다.
“이야~ 제수씨 차 타는 솜씨가 영 제수씨랑 비슷하겠는데?”
“아이 참~ 아직 멀었어요~”
서로 웃으며 농담을 건네는 둘의 모습이 묘하게 어울렸다.
항상 껄렁하고 능글맞은 방통.
그리고 술만 안마시면 고지식한데다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조청.
영이와는 죽이 잘 맞지만 조청과는 은근히 모습이 보기 좋다.
조청과 비슷한 여자를 찾아줘야 하나…
둘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듣던 나는 요새 미모가 물이 올랐다며 조청을 칭찬하는 방통을 향해 시큰둥한 어조로 물었다.
“남의 여자 꼬시려고 왔냐? 미안하지만 너라고 해도 얘는 못줘.”
“아이 참~”
“원래 남의 떡이 커보이는 법이지만 형제나 다름없는 친우의 아내될 사람을 뺏을 취미는 없다네. 다른 거라면 모를까… 아무튼 그냥 떠들기는 좀 그렇구만 제수씨. 미안한데 과일 좀 사다 줄 수 있수? 기주쪽에는 어떤 과일이 있나 궁금하네. 아니면 다과라도.”
“과일이나 다과나 여기서 청주랑 얼마나 차이난다고… 다 똑같죠. 무슨…”
“부탁 좀 할테니. 응?”
“알겠어요.”
방통과 이야기를 나누던 조청이 나가자 난 그를 보았다.
이정도 심부름은 시녀나 하인을 시켜도 된다.
그런데 굳이 그걸 조청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은 둘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것이나 다름없었기에 난 궁금할 수 밖에 없었다.
“뭔 얘기를 하려고?”
“근황보고부터 시작하지. 전풍이 청주에서 떠났다는 이야기는 들었지?”
“응.”
서복의 승리, 그리고 방통이 말 몇마디만으로 전풍을 압도하여 그가 떠나게 만들었다는 보고는 들었다.
하지만 소문은 좀 달랐다.
방통이 신묘한 계략을 써서 전풍을 몰아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서복 역시도 대단한 책략과 지휘를 하였고.
보고보다 훨씬 과장되어 있는 소문을 들었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방통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뭐 소문이 과장되는 정도는 늘 있는 일인만큼 딱히 그것 가지고 뭐라고 할 생각은 없다만… 아무튼 청주를 안정적으로 다스릴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그럼 이제 슬슬 기주를 공격해야 하는 것 아닌가?”
“너도 알겠지만 지금 기주를 공격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청주와 서주, 연주를 가지게 되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완전히 유리하다고 할 수는 없거든.”
“흉족과 오환족들 때문인가.”
“응. 어쨌든 계속 하북 지방을 차지하고 있던 원소는 그들과 깊은 유대를 맺고 있지. 그들을 전쟁에 참가시킨다면 세력은 또다시 백중세가 되어버려. 붙어봤자 큰 의미가 없다는 거지.”
“심배가 흉족과 친하고 전풍이 오환족과 친했던가? 그래서 전풍을 북쪽으로 보낸거냐?”
복귀시키는데 황하를 이용하게 하는 것이 아닌 그대로 북방으로 돌려보낸다.
그럼으로써 그가 청주에서 물러난 피해를 정리하고 그들과 연합하여 반란을 일으키게 하려는 건가? 하지만 그건 너무 무리수인데?
내가 묻자 방통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반란을 하게 하려는 것은 아니야. 일단 해봤자 성공할 수도 없을 것일테고. 호응을 받을 수 없을 테니…”
“그럼 그저 심배와 힘겨루기를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볼 수 있나.”
“응. 그정도지. 하지만 지금은 그정도로도 충분해. 시간을 벌 수 있으니까.”
“그래…? 그럼 평원을 치지 말라고 한 이유는 뭔데? 서복한테 들었어?”
“응. 전에 제남군의 일 기억나지?”
“아. 응.”
평원에 첩자를 보내놨는데 지금 평원 군수인 원희는 제대로 관청에 나오지조차 않고 있다고 한다.
무슨 일 때문인지 알아보려고 했지만 철저하게 막고 있는 통에 거기까지는 알아보지 못했던 나는 방통의 말에 입맛을 다셨다.
“설마 걔들 쓰는 거냐? 언제부터?”
제남군을 점령할 때 만났던 화영.
기주에 기반을 다지고 있는 화원이라는 조직을 이용하고 있는 것인 것 같았다.
원희를 제대로 구워삶아 그가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싶었던 내가 묻자 방통은 피식 웃었다.
“내가 한 거 아니다. 서복이 한거야. 업에 있는 화원에서 사람을 보내 원희를 꼬드기고 있다고 하더군. 원희가 움직이지 못하게 잡고 있다고 하니 그동안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게 나을 것 같아서 말야.”
“우리의 문제?”
“그래.”
방통은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청주를 손에 넣게 됨으로써 생긴 문제. 우리의 이름이 과하게 높아졌다는 거다.”
“…..”
결국 이야기를 꺼내고 마는구나.
방통은 늘상 짓고 있던 웃음기마저도 지운 채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나갔다.
“너, 그리고 나, 서복. 양 사형까지. 지금은 알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가 사형도 있는데다가 조앙과 결혼을 할 채 사저도 있어.”
“과하게 힘이 집중되었군.”
“응. 조조는 그렇지 않을지 모르더라도… 조조의 신료 중에서 우리를 견제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나올거다. 거기에 조앙의 승리 뒤에 너에게 은혜를 받은 여포와 함께 사마의가 있다는 것까지 퍼지게 된다면 필요 이상의 과도한 견제가 들어 올 수도 있어.”
그의 말대로 순욱이나 정욱과는 그럭저럭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다른 이들까지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다.
“우리는 솔직히 말하자면… 지방 호족과 같다고 볼 수 있어. 너도 알겠지만 흑귀대와 백귀대는 어지간한 정예병 수준의 실력을 지니고 있지. 그런 이들이 몇만이나 된다.”
“그렇군…”
“정예병력을 만드는거야 시간과 자금만 있으면 충분히 할 수 있다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지. 너다.”
“조청과의 결혼 때문에 그러는 거냐?”
“그래.”
고개를 끄덕인 방통은 차를 한모금 마신 후 말했다.
“조청과 결혼을 하게 되면 네가 하고 싶지 않다고 하더라도 주변에서 널 경계하게 될거야. 그정도는 예측하고 있지? 아무리 네가 조앙과 친하게 지내고 그와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알리더라도 조앙을 따르고 지지하는 다른 이들은 반드시 너를 위험하다고 생각할거야. 어떻게 보면 조청과 결혼을 약속하게 된 것이 악수가 되었다고 볼 수도 있어.”
조청과 결혼을 하게 되면 나도 조가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위치에 오르게 된다.
그리 된다면 조조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조가의, 그리고 조조군의 세력의 움직임을 결정할 수 있는 결정권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그리고…”
방통은 한숨을 내쉬며 머뭇거렸다.
“만약 조앙이 사고, 혹은 전투로 죽게 된다면?”
“그래. 조앙이 없어지게 된다면 그때부터 문제가 발생한다. 너도 알겠지만 말야… 원담과 원상의 후계자 다툼이 재현될 수 있어.”
조비는 스스로 후계자가 되고 싶어하는 욕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을 위해서 지금 밑바닥부터 안간힘을 써가며 올라가려고 하고 있지 않은가.
“타인의 손에 운명을 맡기는 것이나 다름없는 상황이 되어버렸다. 이제부터는 선택의 시간이야.”
방통은 날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
“조조의 후계자가 될 생각이 없냐? 만약 네가 후계자가 되려 한다면 우리 모두가 널 돕겠다. 이미 서복과 양 사형과도 이야기를 끝냈어. 네가 원한다면 우리가 한다. 우리의 지원을 받는다면 너는 반드시 후계자 자리에 오를 수 있다. 그리고… 조조의 뒤를 이어 세력의 지배자가 될 수 있겠지.”
그는 한점의 흔들림 없이 물었고 나 역시 한점의 흔들림 없이 답했다.
“안해. 그럴 것이었으면 애초에 조조의 밑으로 들어가지도 않았을 거다.”
만약 내가 지배자의 자리를 노리는 것이었다면 산양군에서 힘을 얻은 후 서주를 함락시키고 거기서부터 작업을 시작했을거다.
이제와서 군주의 자리를 노린다고?
등신같은 짓이나 다름없었다.
내 대답에 방통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낄낄 웃었다.
“넌 진짜 한결같구나.”
당연하지.
나는 작은 사람이다.
그리고 작은 사람이 수장이 되면 작은 것 밖에 보지 못한다.
원소를 이긴다 하더라도 결국은 유장이나 유표, 혹은 다른 이들에게 밀리게 되겠지.
방통은 웃음을 천천히 지운 후 품에서 서찰 하나를 꺼내어 나에게 주었다.
“이게 뭐냐?”
“중달에게서 온 서찰이다. 지금 중달은 장안을 떠나서 이동하고 있다고 하더군.”
“이동?”
얘는 장안을 안지키고 뭐 하는거래.
난 궁금해하며 서찰을 펼쳤고 그 내용을 읽었다.
“…이런 미친.”
“흑산적의 수장인 장연이 원소와 손을 잡고 병주 일대의 모든 흑산적과 함께 흉족을 끌어들여 세를 불렸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남하하고 있지. 남하하며 각 지역을 쑥대밭으로 만들어버리고 있어.”
“목적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서찰의 뒷면에 있는 지도와 군세의 방향을 보면 알 수 있다.
내 질문에 방통은 한숨을 내쉬었다.
“낙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