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67
00367 반란과 혁명의 차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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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나올 줄이야.
내 옆에 놓여진 술잔을 보며 난 당황했다.
한잔씩만 받아도 이게 몇잔이야?
조숭이나 조조, 혹은 조가와 연이 있는 사람들이 웃으며 술을 권하는 탓에 죽을 맛이다.
“신랑이 이렇게 있으면 쓰나. 자자. 한잔 더 마시게.”
이 사람이 누구더라.
호탕하게 웃던 그는 나에게 술을 한잔 따라주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화신주나 죽엽청이 아니라서.
도수가 낮은 그냥 술을 준비하길 잘했구나.
난 애써 웃으며 반쯤 술을 마시고 여유롭게 웃었다.
“하하하. 감사합니다.”
“듣자하니 자네는 이미 한번 결혼을 했다면서? 이거 참. 뭐 그리 힘든 길을 살려고 그러나? 자고로 말이지…”
“예끼! 현승. 그게 무슨 소린가? 남자라면 삼처를 거느리는 배포도 있어야지!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네!”
“어르신들의 말씀을 마음 속 깊게 받아 그것을 지표로 삼겠습니다.”
조숭과 친구라고 하니 지역의 유력한 호족이거나 명사라고 볼 수 있겠네.
그렇다면 나보다 훨씬 윗 어른이겠지.
잘 보여서 절대 나쁠 것 없다.
내가 공손히 말하자 그들은 껄껄 웃었다.
“이야~ 이거 천하를 뒤흔드는 진동장군께서 말귀도 잘 알아들으시는데다가… 아주 좋아. 좋고 말고!”
“듣자하니 수경선생의 제자분이시라면서? 이래뵈도 내가 수경 선생과 안면이 좀 있지.”
“엇? 그렇습니까?”
“그래. 어쩌면 한번 만났을지도 모르겠구만? 수경원에 몇번 찾아 간 적이 있는데.”
“아… 그러셨군요.”
수경원을 찾아 온 관리들은 굉장히 많다.
그들을 전부 기억하지 못하는게 문제이긴 하지만.
사실일 수도 있겠네.
난 그를 향해 활짝 웃은 후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숙였다.
“사부님과 아시는 사이라면 제가 한잔 올려드려야지요.”
“이 사람 보게. 나는?”
“제 조부님과도 친분을 가지고 계시는 분이니만큼, 손주 사위나 다름없는 저입니다. 앞으로 예쁘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허허헛! 그래! 내 손주사위의 술을 한번 받아보지! 으하하핫!”
“따라보게나!”
“예.”
그들의 잔에 술을 잔뜩 따라주었다.
희뿌연 술이 찰랑거릴 정도로 잔에 따라주고 나서 그들과 함께 한잔 더 마시고 나서야 그들은 한번 더 덕담을 건네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들이 가고 나서야 난 한숨 돌릴 수 있었다.
“어이. 조카사위.”
“예. 숙부님.”
“괜찮은가? 듣자하니 술이 좀 약하다던데.”
“하하… 이정도는 괜찮습니다.”
“그래? 지금 자네와 술 한잔을 나누고 싶어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아주 많아.”
“아니 왜…”
조조도 있고 조숭도 있는데.
힐끔 조조와 조숭이 앉아 있는 곳을 보니 나와 만나려는 사람들보다 더 많은 이들이 저기 가 있었다.
“그, 그렇군요.”
“어쨌든 이 잔치의 주인공은 자네니까 말이야.”
“흐음…”
“아직 멀었으니 정신 바짝 차리고 있게. 이제 자네도 조가의 남자라면 이정도 술자리는 버틸 줄 알아야 해.”
“그, 그렇습니까?”
난 그를 향해 애써 웃었다.
저정도로 마시면 취하는 건 둘째치고 배불러서 죽겠다.
“무슨 담소들을 그리 나누시나?”
“엇. 어르신 아니십니까.”
“돈이가 아주 컸구만. 예전에 사공과 함께 거고의 속을 부던히도 썩혔다고 들었는데.”
“하, 하하하. 에이~ 조카사위가 있는데 그런 말씀은. 아. 조카사위. 인사드리게. 자신 어르신이네.”
“자신 어르신이라면…”
자만 들어서 어떻게 아냐.
내가 궁금해하자 그는 씩 웃었다.
“하남 형양 사람으로 복건이라고 하네. 졸문이기는 하나 복씨주라는 것을 남겼지.”
“헉! 춘추좌씨전해!?”
“오오! 아는가?”
“물론입니다! 수경원에 있을 때 몇번이나 읽었지요! 우와. 반갑습니다! 영광입니다!”
“하하하! 천하의 진동장군께서 이렇게 잘 알아주니 다행이구만. 되려 내가 고맙네.”
사실 수경원에 있을때 한번 읽었을 뿐이다.
내가 알고 있는 이유는 조숭과 조조가 부르는 손님들 중에 주의해야 할 만한 사람들의 인적사항을 달달 외웠기 때문이고.
하지만 이렇게 알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은 무척이나 기뻐하고 나중을 위해서라도 나에게 큰 힘이 되어줄것이다.
어쨌든 나는 명사들과 친분이 그리 많지 않으니 말이다.
사부님이나 조숭, 조조의 덕으로 어떻게든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그 관계를 발전시켜나가는 것은 내 노력이다.
결혼 준비하랴 인적사항 외우랴.
제대로 쉴 수도 없었지만 그럭저럭 잘 버티고 있었다.
“나중에 한번 학문에 대한 토론을 해볼까? 내 자네에게 보여주고 싶은 고서들이 아주 많으니 말이야. 아. 말 편하게 해도 괜찮겠지?”
“아무렴요! 부디 어린 손주라 생각하시고 좋게 봐주시길 바랍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나와 거고의 사이가 거의 친형제와 같은데. 하하핫! 그럼 나중에 또 보세나!”
그가 크게 기뻐하며 가버리자 난 한숨을 내쉬었고 하후돈은 피식 웃었다.
“자네도 참 대단하구만. 처음 보는 사람들일텐데도 그걸 다 알고 있으니.”
“노력의 결과입니다. 노력의.”
“하핫. 보면 볼 수록 맹덕과 닮았군. 그런 걸 생각하면 청이가 마음에 들어 할 만도 하겠어.”
“무슨 말씀이신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지 못한 것을 탐내기 마련이지. 청이는… 맹덕의 딸이기는 하지만 문보다는 무에 더 관심이 있고 재능이 많아. 그래서 글공부는 최소한으로 했을 뿐이고 나머지는 전부 몸을 쓰는 훈련만을 했단 말이지. 그런 녀석이니 자네처럼 학식과 속이 깊은 사람에게 반하지 않겠나? 거기에 무예도 어느정도는 한다면서? 좋아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겠지.”
아뇨. 딱히 그것 때문은 아닌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하후돈의 말을 부정하는 대신 난 작게 고개를 주억거릴 뿐 이었다.
“잘 알아들어서 좋군. 그럼 난 다른 곳으로 가보겠네. 이렇게만 계속 한다면 다른 이들에게도 크게 인정받을 것이야.”
씨익 웃은 하후돈이 가버리자 난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인정이라…
나쁜 건 아니겠지.
내가 혼자 서 있는 것을 본 다른 이들이 와서 술을 건네주었다.
그것을 홀짝홀짝 마시며 주변을 살폈다.
아까 그 남자는 어디갔지?
워낙 사람들이 많아서 보이지 않는다.
“저어…”
“왜 그러나.”
조가의 하인 중 하나가 다가왔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것은 작은 서찰이었다.
그것을 받아 열어 본 나는 쓰게 웃었다.
“고맙네.”
“아닙니다.”
서찰을 열어보았다.
아버지가 이통과 만났다는 단 한줄의 내용만이 적혀 있었다.
“억울하시겠구만.”
아들의 결혼식인데도 제대로 사람들과 인사도 못하시고 말이야.
난 한숨을 푹 내쉰 후 주변을 살폈다.
다들 아무 생각없이 행복해보인다.
“자네도 이리 오게.”
“예.”
나에게 인사를 하는 사람들 틈 사이로 조조가 날 불렀다.
다른 이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은 걸까?
그의 부름을 따라 그가 있는 곳으로 간 나는 조조가 내 어깨를 감싸잡자 씩 웃었다.
“나름대로 준비는 한 모양이네.”
“할 수 있는대로 해둬야죠.”
말은 잘 통하니 다행이다.
내가 웃자 조조는 마주 웃어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기쁜 자리를 찾아 주신 여러분께 항상 감사를 드리는 바요! 자! 모두들 잔을 드시오!!”
조조가 잔을 들어 올렸다.
많은 이들이 기뻐하며 그를 따라해 잔을 올렸고 그는 단번에 들이마셨다.
주량도 대단하지.
나 이상으로 많이 마셨을 텐데.
“이제 천하에 조가를 막을 수 있는 이가 누가 있겠나! 이제 천하에 진가를 막을 수 있는 이가 누가 있겠나! 이로서 한이라는 나라도 과거의 암흑에서 벗어나 다시 창천을 찾으리라!!”
다시 한번 잔을 들어 올린 조조가 한번에 술을 마셨다.
또다시 사람들은 그것을 따라 마셨다.
다들 기뻐하는 가운데 술을 마시면서도 난 주변을 살피는 것을 잊지 않았다.
사부님의 가르침을 떠올렸다.
사람이 가장 방심할 때는 바로 모두가 기뻐할 때다.
그 기쁨 속에서 틈을 노리는 자는…
“창천! 오히려 암흑이 몰려들겠지! 죽어라! 역적 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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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조의 선창을 따라하며 많은 이들이 술을 마시는 것에 집중하는 그 순간.
앞자리에 있던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쨍그랑!
술잔이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잔이 깨진다.
그 소리에 사람들이 놀라는 틈을 노린다.
헐렁한 소매 속에 들어가 있는 날카로운 두자루의 단검.
이곳에서 일을 벌인다면 반드시 자신이 죽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으로 조조를, 그리고 진유하를 죽이거나 치명상을 입힌다면 이득도 이런 이득이 없었다.
그의 양 손에 들려 있는 단검의 날은 날카롭기 그지 없었다.
그것을 본 하후돈의 안색이 파랗게 물들었다.
어느새 상대는 조조와 진유하의 앞까지 와 있었다.
“한 황실은 오늘! 다시 부활하리라!!”
이로써.
이들을 찌름으로써.
모든 것이 시작된다.
새로운 한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의 입가에는 진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가죽으로 만들어진 단검의 자루가 찰지기 그지 없다.
그것을 꽉 잡은 채 그는 조조와 진유하의 가슴에 단검을 냅다 찔러 넣었다.
“성공…”
제대로 들어갔나?
순식간에 그의 표정이 딱딱히 굳었다.
아니다.
이건 살가죽을 찌르는 감각이 아니다.
“…어째서?”
알고 있었나?
아니다.
이들에 대한 공격을 알고 있는 것은 동승과 자신 뿐.
그런데 어째서…?
실패했다는 두려움과 절망감에 빠져 있는 그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유비.”
“무환.”
조조와 진유하는 싸늘히 웃으며 각각 한마디씩 내뱉었다.
무슨 소리지?
그들의 말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그가 입술을 달짝였을 때.
그 순간 그의 머리 위로 진유하가 든 술병이 내리꽂혔다.
“조공!!”
“진동장군!!”
상황을 본 다른 이들의 비명을 들으며 조조는 씩 웃으며 조숭을 보았다.
예전에 조숭에게 받았던 갑옷이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식이 끝나자마자 방으로 돌아가 옷을 갈아입고 나왔던 조조는 사슬갑옷의 철판 부분에 막혀 있는 칼날을 내려보았다.
“어째서?”
어째서냐라.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
상대가 움직이지 않길래 일부러 틈을 만들어주었다.
혼란을 만들어내기 가장 좋은 방법은 두가지다.
자신의 죽음이나 치명상.
진유하의 죽음이나 치명상.
둘 중 누구를 칠지 모른다면 끌어들이면 되는 것이다.
누구도 이런 화려한 예복 안에 사슬 갑옷을 입었을 것이라 생각하지 않을테니.
아까 전 진유하의 어깨를 잡았을 때 사슬갑옷의 감촉을 느꼈었다.
역시라고 해야하나.
조조는 싸늘히 웃었고 진유하 역시도 비릿하게 웃고 있었다.
“유비.”
“무환.”
모든 상황에 대비할 수 없다면.
그렇다면 치명적인 일격은 회피한다.
혼란은 생기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막을 수 없는 혼란은 아닐 것이다.
조조의 얼음장같은 시선은 당황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마주하고 있었다.
쨍그랑!!
진유하의 움직임은 빨랐다.
바로 옆에 둔 술병의 긴 주둥이를 잡아 그대로 사내의 머리에 내리 꽂았다.
병이 깨지며 그가 비틀거린 순간 조조는 암살자의 손을 잡은 후 팔꿈치로 그의 턱을 날려버렸다.
“끄억…”
병에 맞은 충격과 함께 턱을 맞은 것 때문에 그가 비틀거리며 쓰러지는 순간 하후돈이 달려왔다.
하인으로 위장한 정예병 다섯과 함께 온 그는 당황하며 외쳤다.
“괜찮아!? 다들!?”
“이정도야.”
“아버님. 불길한 예감이 적중했군요.”
“그러게 말이야. 이제 시작되겠군. 나와 자네를 동시에 암살하려고 했다면… 두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지. 하나는… 황제.”
“두번째는 유비. 저희가 혼란스러워하는 틈을 노려 황제와 유비를 데리고 움직일 것입니다.”
모두가 당황한 가운데 조조와 진유하만이 침착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들을 멍하니 지켜보던 하후돈은 어이가 없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네놈들 간덩이는 도대체 뭘로 만들어져 있는거냐…”
“쓸데없는 소리는 관둬. 돈.”
“아, 아아.”
갑작스레 일어난 사태에서 다들 당황하고 있었다.
할 말을 잃고 멍하니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는 그들을 보며 하후돈은 크게 외쳤다.
“움직이지마!! 움직이는 사람은 다 흉수라고 생각하겠다!! 수색해! 감히 무기를 숨기고 들어오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