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390
00390 업 공략전 =========================
평원으로 복귀했을 때 병사들 뿐만 아니라 장비와 물자들이 상당히 늘어 있었다.
그 이유는 방통이 청주에서 지원병력을 데리고 왔기 때문이었다.
이건 이해가 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있었다.
“아니 왜 지금 여기 계십니까?”
복양성의 성주인 곽가까지!?
아니 지금 죽어라 방어 준비를 해도 모자랄 판국에 여기 와 있어도 되는 건가!?
여유롭게 차를 홀짝이던 그는 내 말에 히죽 웃었다.
“작전 설명을 위해서 왔다네. 앉게.”
“원소가 남하의 준비를 시작했다는 보고는 들으셨습니까?”
전에 봤을 때보다 좀 더 몸이 약해진 모양이다.
헬쑥해져 있는 볼을 보며 내가 묻자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이 아니라면 올 이유는 없었겠지. 원소를 총대장으로 문추, 순우경, 원담… 그리고 그 외 원소 휘하의 많은 장수들이 참여하고 있어.”
“안량은…?”
“아마 업에 남아 있겠지.”
“어떻게 아신 겁니까?”
첩자를 활용해도 알 수 없었던 정본데.
내가 궁금해하자 곽가는 품에서 꺼낸 서찰을 보여주었다.
“업에 있는 내 첩자는 오랜기간 원소의 밑에 있던 자야. 그러니 당연히 알 수 있지. 이번에 그도 함께 온다고 하더군.”
“도대체 누굽니까?”
“흐… 누구 같나?”
“음. 허유? 아닙니까?”
삼국지에 따르면 허유의 배신이 원소가 패배하는데 큰 역할을 했었다.
웃으며 답하자 곽가는 흠칫 놀랐다.
“뭐, 뭐야.”
“어? 진짭니까?”
“그래. 허유다. 허유. 물론 그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허…
허유라면 원소와 오랬동안 친우로 지냈던 자가 아닌가.
어떻게 그를 포섭할 수 있었을까?
“원소의 힘이 점점 강해져갈수록 자신이 푸대접 받는다고 생각하더군. 원소가 기주를 차지하고 하북 지방을 제패하는데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돌아오는 것은 순우경만 못한 대우였으니. 결국은 나의 사람이 되어주었어.”
“쉽지 않았을텐데… 대단하시네요. 뭐 그럼 그렇다고 치고. 어떻게 방비하실 생각이십니까?”
“방비는 우리 쪽에서 알아서 할테니 자네는 신경쓰지 말게. 자네가 신경써야 할 일은 업의 공략이니까.”
“아니 이게 무슨 작전 설명입니까? 그냥 넌 네 할일이나 해라. 이거 인 것 같은데.”
“틀리지 않아. 결국은 자네는 자네 할 일만 하라는 것이니까. 알아봤자 좋을 것도 없고.”
“…..”
복양과 진류, 허도 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병력을 모아 원소를 막을 생각인가?
곽가는 자세한 작전에 대해서 설명하는 대신 지도의 몇몇 부분을 찍어 줄 뿐 이었다.
“그럼 믿겠습니다.”
안 가르쳐주겠다는데 어쩌겠나.
“걱정말게. 그보다 업의 공략 문제인데.”
“예.”
“가능하겠나? 업의 방비는 전풍을 중심으로 안량과 원소 휘하의 몇몇 장수들이 담당할거야. 전풍이 있는 이상 평원을 공략했던 것처럼 도발을 통해 틈을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겠지.”
“뭐 그렇겠죠.”
“어쩔 생각인가?”
“그건 제가 알아서 하죠.”
“호오.”
곽가도 작전 설명을 해주지 않는데 뭘 설명해주겠나.
아까 그가 했던 것처럼 나도 지도의 몇부분을 찍어 줄 뿐 이었다.
그것을 본 그는 씨익 웃은 후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정도면 됐어.”
“아시겠습니까?”
“이럴때는 몰라도 안다고 말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하하. 아무튼 남쪽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거야. 서주의 병력이 큰 도움이 될 것이거든.”
“서주의…”
화타가 말했다.
서주의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고.
그 덕분에 생산량 뿐만 아니라 소집할 수 있는 병력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그것의 도움을 받는다면 어떻게든 원소를 상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힘대 힘의 싸움이라면 나중을 생각해도 좋은 것은 아닐텐데.”
“다 생각이 있으니 걱정 말도록. 그래. 아무튼 잘 해보게나.”
고작 이거 얘기하려고 여기까지 온건가?
아니면 다른 일 때문에?
자리에서 일어난 곽가는 순간 현기증이라도 느꼈는지 비틀거렸다.
그것에 놀라며 그를 잡아주었다.
뭐 이렇게 말라 있어?
거의 여자 팔이나 다름없었다.
“제대로 드시고는 계십니까?”
“요새 이상하게 입맛이 돌지 않더군. 원소의 공격만 물리치면 좀 휴양을 할 생각이야. 신경쓸 일이 많아서 그런지… 그래도 죽엽청 덕분에 잠은 잘 자고 있네.’
진짜 걱정된다.
삼국지에서 곽가는 요절하게 되는데, 혹시 이게 요절의 징조가 아닐까?
“허도에 화타 선생께서 계십니다. 한번 진료라도 받아보시지요.”
차라리 여기 오지 말고 허도에나 다녀오지.
곽가가 걱정되어 조심스레 말해보았지만 그는 그저 웃을 뿐 이었다.
“당장 눈 앞에 적이 올 것인데 그것을 생각하지 않고 내 몸만 생각했다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거야.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전부 하는 것도 시간이 모자르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아무튼 손이나 줘보십시요.”
화타나 유 의원만큼은 아니지만 나도 육초본기를 모두 외우고 기본적인 의학지식은 익혔다.
맥 정도는 잡을 수 있었던 나는 그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맥을 잡았다.
“맥이 굉장히 약합니다. 근육도 약화되어 있고 좀 제대로 드십쇼. 보아하니 잘 먹지도 않는 것 같은데.”
“복양의 의원들과 똑같은 소리를 하는구만. 보약은 되었네. 먹어도 다 토해내니까 말야.”
“허. 그거 심한 것 아닙니까?”
“어렸을 때부터 이랬던거야. 신경 쓸 일이 많으면 이러더군.”
곽가는 맥을 잡고 있던 내 손을 치우고 밖으로 나갔다.
그가 병사들과 함께 나가는 것을 본 후에야 난 한숨을 내쉬었다.
“갔냐?”
“응.”
“저 인간 저러다가 금방 죽겠는데. 안색이 무슨…”
방통 역시도 걱정되기는 매한가지였나보다.
안색이 파리한데다가 입술까지 바짝 말라 마치 시체가 걷는 것 처럼 보이는 곽가를 향해 혀를 찬 방통은 지도를 펼친 후 말했다.
“곽가가 말하길 결전일은 이때야. 비밀항구에 있는 장료가 움직일 거라고 하더군.”
“그리고?”
“나머지는 피 쪽이 문제다. 남피에 있는 첩자들 말로는 그쪽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데.”
업의 윗부분, 한때 원소의 근거지였던 남피를 가리킨 방통은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이곳에 병력이 모이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어. 물론 유랑민으로 위장했다고는 하지만. 아마 유주 인근에 있던 전풍의 사람들이 모이는 걸거야.”
“업으로 모이지 않는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두가지를 생각할 수 있겠지. 첫번째는 우리가 업을 공격할 때 뒷치기를 하려는 것, 두번째는 우리가 업을 차지했을 때 북방으로 진격하지 못하게 막는 것.”
한가지 더 있을 수도 있다.
기껏 모은 병력을 원소의 출정에 내어주고 싶지 않다는 것.
하지만 이건 확실한 것이 아니니 일단 입다물고 있어야겠다.
원소와 전풍의 사이가 틀어진다면 내 입장에서야 감사할 일이겠지만 괜한 기대는 오히려 방심을 부를 뿐이다.
“그에 대한 대비도 해야겠는데… 아는 사람은 있어?”
남피 인근에 아는 호족이나 명사 중 아는 사람이 있다면 그곳에 대한 방비를 어느정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방통은 고개를 천천히 가로저을 뿐 이었다.
“있을리가.”
“하긴.”
방통이나 나나 연주 및 형주 사람이다.
하북 쪽에는 관심도 없었으니 아는 사람이 있을리 없었다.
“그럼 일단 업을 차지하고 나서 생각해봐야겠네. 적들의 움직임을 예상할 수 없으니까.”
“단기 결전으로 빠르게 치고 나가자고. 공성전 오래 해봤자 좋을 것 없으니까.”
방통의 말대로 공성전을 길게 해봤자 좋을 것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
업의 성벽은 높고 튼튼하다.
그곳을 뚫을 수 있는 방안은 나도 마땅한 것이 없었다.
“첩자를 이용해서 문을 열 수 없을까?”
“시도는 해보겠지만…”
방통은 뒤통수를 긁적거린 후 어깨를 으쓱였다.
“강물로 쓸어버릴 수 있는 환경도 못 되니까 할 수 있는 건 다 해봐야지. 아무튼 나도 생각해볼테니까 너도 생각해봐.”
“응.”
방통과 함께 밖으로 나갔다.
전투 준비를 하고 있는 병사들을 지나쳐 병영에 도착한 나는 병사들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여범을 발견했다.
“여범.”
“오셨습니까. 장군님. 하하. 준비는 잘 되고 있습니다.”
정란과 함께 충차를 준비하고 있는 모양이다.
선박을 만들 수 있는 것처럼 정랑과 충차의 제조법을 아는 그가 기술자들과 병사들에게 지시해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던 나는 피식 웃었다.
“실제 전투에 참여하지도 않을텐데 고생이 많구만.”
“하핫.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게 다니까요. 선박을 만들려고 했던 나무로 만드는 것입니다. 바닷물에 담궈 둔 나무로 만들면 좋겠지만…”
“흐음… 석회를 바르는 건 어떨까? 좀 무겁긴 하겠지만 그래도 쉽게 불이 붙지는 않을텐데.”
“석회요…?”
성벽을 공략하기 위한 좋은 병기이지만 목재로 만들어져 기름과 불화살에는 약하다는 단점이 있는 정란에 시멘트를 발라 강화를 한다면 내구성이 한층 증가할 것이다.
내 제안에 여범은 잠시 생각하더니 빙긋 웃었다.
“나쁘지 않군요. 정란이 가라앉을 일은 없을테니까. 마침 고당항에서 남은 석회를 가져왔으니 그것을 치중에 실어 놓겠습니다.”
“그래. 그 외에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름대로 준비한 것들이 꽤 있습니다. 방 도독께 설명을 해놓았으니 나중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그래. 고맙군. 늘 고생이 많아. 그런데 저건 뭐야?”
“아. 투석기를 만들려고 합니다. 업 근처에 돌산이 있으니 그곳에서 바위를 채취하면…”
“흐음…”
투석기라.
필요하기는 하겠지.
기술자들이 투석기를 조립하고 또 만들고 있는 것을 지켜보던 나는 손가락을 튕겼다.
이유하의 기억에 있는 지식 중에 괜찮은 것이 있었다.
“아! 혹시 이런 건 어떨까?”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이왕 만드는 거 몇가지 좀 더 추가해보자고. 저 투석기 엄청 큰데 저거 가지고 다니느니 좀 다른 방향으로 생각을 해보자고. 그리고 만약을 위해서 몇가지 더 준비를 하자.”
“뭔 준비를 그렇게 하시려고 하십니까? 하하. 이거 오늘 장군님의 지혜 보따리를 보며 눈호강을 제대로 하겠군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한 여러가지 장비들을 이야기해주었다.
그것의 구현 가능성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들을 들으며 여범 역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
그래도 함선의 건조가 가능한 사람이라 그런지 나보다 꽤나 재료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어떻게든 만들 수 있는 것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정도면 꽤 좋겠군요.”
“그래. 만드느라 자네와 기술자들이 고생하겠지만 좀 부탁할게. 없어서 실패하는 것보다 있는데 놀려먹는게 나으니까. 필요한 물품이나 자금이 있으면 아까워하지 말고 말해둬.”
“하하. 감사합니다!”
여범 외에도 다른 이들 모두 업성 공략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실제 전투에 가든 가지 않든 이번 공략전에 엄청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음…
늘 여유롭던 감녕마저도 눈에 핏발까지 세우고 훈련을 하는 걸 보니 확실히 업성의 공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을 받게 되었다.
“공성전이라…”
생각해보니 내가 공성전을 해본 적은 없었다.
지금까지 야전만을 했을 뿐이었다.
“전풍이라면…”
전풍은 책사이고 가장 이득을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자다.
완전히 포위되는 상황이 아닌, 남피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면 요격보다는 수성에 집중할터.
대놓고 수성을 하겠다고 생각하며 버티고 들어간다면 남피의 지원이 오기 전까지는 절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쯧.”
짧게 혀를 찼다.
나도 나름대로 준비를 해야겠구만.
난 터덜터덜 내 방으로 돌아갔다.
모든 준비가 끝나는데는 오일 정도가 소비되었다.
평원의 앞에 모여 있는 많은 병력을 보던 나는 말에 올랐다.
치중부터 시작해서 병기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마쳤다.
남은 것은 과연 하늘이 도와줄것이냐지.
난 한숨을 내쉰 후 차분히 말했다.
“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