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14
00414 형이 왜 거기서 나와 =========================
업성 바깥에서 일어난 반란을 제압하기 위해 많은 병사들이 나간 탓일까?
견희는 힘껏 뛰었지만 병사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어디에 있을까.
그녀는 두려움을 꾹 참은 채 건물의 바깥으로 나갔다.
“…아아…”
아무도 없다.
다들 다른 곳에 피해 있을 뿐이었다.
“누가…누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던 와중에 견희의 시선에 닿는 이가 있었다.
명가의 사람이다.
그와 눈이 마주친 견희가 다가가려 했을 때 그는 눈을 돌리고 창의 문을 닫았다.
어째서?
“이녀어언!!”
“…..”
벌써 나온 것인가?
고유는 어떻게 되었을까?
견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누가… 도와줘!!! 도와주세요!!”
귀인이 될 사람은 함부로 소리를 질러서는 안된다.
언제나 의연해야 한다.
그러한 가르침따위는 지금 떠올릴 수 없었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외치는 그녀의 목소리가 닿는 곳은 없었다.
그녀의 간절한 외침을 들은 명가의 사람들은 창문을 닫거나 문을 걸어잠구기 바빴으니까.
‘이게… 명가 모습이란 말이야…?’
결국 자신의 목숨이 중요할 뿐이다.
한을 위해서, 의기를 위해서 목숨을 초개처럼 버릴 수 있다고 떠들어대던 명가의 사람들마저도 결국 자신의 목숨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뿐이라는 것에 그녀는 절망했다.
그저 의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건달과 도적들이 모여 만들어진 흑귀대원들이 차라리 나았다.
결혼식 전에도 진유하와 조조를 위해서 목숨따위는 얼마든지 버릴 수 있다고 말했던 이들이 위기 상황이 되자 저렇게 나와버리는 것에 견희가 절망할 때 쯤.
아까 전 고유가 쓰던 것으로 보이는 소검을 들고 원희가 달려왔다.
“뺀질뺀질 도망치기는… 이년!”
“큿…”
어디로 도망쳐야할까?
바깥으로?
하지만 바깥으로 도망쳐봤자…
견희가 생각을 하는 동안 원희는 어느새 병사들을 움직이고 있었다.
흑귀대원들과의 싸움이 어찌나 처절한 것인지 보였다.
원희도, 그리고 그를 따르는 병사들도 성한 구석은 별로 없었다.
전부 여기저기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서 있었다.
나온 흑귀대원들이 한명도 없다는 것에 견희는 눈을 질끈 감았다.
“너! 너! 어머님을 찾아라. 우리는 저 년을 데리고 간다.”
“….”
“이리 와라.”
어떻게 하지?
악귀처럼 웃던 원희는 발을 크게 구르며 강하게 외쳤다.
“이리 와!! 인형같은 년아!!”
“나는…”
“어차피 네년이 할 일은 없잖아? 할 수 있는 일도 없잖아? 그러니까 와라. 내 옆에 온다면 네가 그토록 되길 원했던 귀인이 되게 해주마.”
원희는 손을 내밀었다.
그 손을 잡는다면 귀인이 될 수 있을까?
평생을 귀인이 되기 위한 삶을 살아왔던 것처럼 정말 귀인이 될 수 있을까?
견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은 채 그 손을 바라보았다.
“어차피 네년은 아무것에도 관심을 두고 있지 않잖아. 호불호따위 없고 그냥 귀인이 되기 위한 삶만을 살았잖아? 그러니 와라. 이 몸이 네가 귀인이 되게 해주마.”
원희는 검을 들어 올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부하들이 인상을 쓰며 움직였다.
“….”
한걸음 뒤로 물러난다.
그것을 본 원희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미친 것이냐? 아니면… 죽고 싶은거냐? 당장 오지 못해!!?”
“…싫어.”
“뭐?”
원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견희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싫다는 말을 꺼낸 적이 없었다.
처음 그녀를 안았을 때도 견희는 그저 무표정할 지언정 싫다고 하지 않았다.
그녀와 함께 무슨 일을 해도, 좋고 싫음을 보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뭐라고?
“싫어!!”
악을 쓰듯 외치는 그녀의 모습에 기가 막혔다.
그토록 보고 싶었했던 견희의 표정이 드러난 것이다.
“네년…”
“싫어. 당신과 함께 있고 싶지 않아…!!”
“결혼하고 나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나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지도 않던 년이…”
일그러져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견희의 얼굴을 노려보던 원희는 피식 웃었다.
그래도 사람은 사람이라는 건가?
오히려 재밌게 되었다.
“날 싫어하나?”
“그래!”
“그럼 좋군. 하북 제일미가 날 증오하면서 그 웃기는 표정을 평생 짓게 하며 사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원희의 눈에 독점욕이 솟아 올랐다.
지금까지 견희를 싫어했던 이유는 그녀가 감정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저런 모습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은 감정이 완전이 죽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장식으로 무척이나 좋다.
자신을 빛내 줄 하북 제일미.
인형처럼 아무런 표정이 없는 것이 아닌,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아닌 제대로 된 여인이라면 데리고 있을 가치는 충분히 있다.
원희가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자 견희는 다시 한번 뒤로 물러났다.
“싫어. 당신.”
“싫다면? 싫다면 어쩔건데? 지금 널 구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
그의 말대로였다.
이곳에 있는 것은 자신 뿐.
원희는 크게 발을 놀려 그녀의 앞까지 걸어갔다.
“이거 재밌겠네. 싫어하는 년을 안는 것도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 허.”
소검을 들어 올린다.
허리에 끼워 둔 날카로운 소검을 본 원희는 기가 막혔다.
“그건 원가의 검인데.”
“당신 아버지가 준 검이지. 무뢰한이 나타나면 이걸로 찌르라고…!!”
증오와 경멸, 자신을 싫어하는다는 태도가 극에 달해 무기까지 든 견희의 모습에 원희는 더더욱 즐거워졌다.
“그토록 내가 싫다는 것이냐?”
“그래. 끔찍하게 싫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강제로 데려가는 수 밖에.”
검을 잡은 손은 덜덜 떨리고 있었다.
두려움에 가득 차 있는 그녀의 손이다.
검 한자루 제대로 잡아 본 적이 없는 견희가 해봤자 뭘 하겠는가?
쭉 엉덩이를 뒤로 빼고 검을 잡은 손만 내밀고 있는 어설픈 자세를 비웃은 원희는 견희를 향해 달려들었고 견희는 눈을 질끈 감은 채 검을 쭉 내밀었다.
“큭!”
“어?”
설마 자신의 검에 놀란 것일까?
아니면 자신에게 검술의 재능이 있는 것이었단 말인가?
견희는 살며시 눈을 떴다.
아까 전까지만 해도 바로 앞에 있던 원희가 어느새 물러나 있었다.
뭐지?
자신의 앞으로 한자루 검이 삐쭉 나와 있었다.
옆구리에서 나온 듯한 검.
뒤에서 느껴지는 거친 숨결.
견희는 고개를 돌렸다.
“장군…님?”
“하아… 하아… 아이고 힘들어. 토할 것 같네.”
미친듯이 뛰어 온 모양이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는 진유하는 자신을 보는 견희의 허리를 잡아 당겼다.
“장군님!”
눈물이 날 것 같다.
안도감에 다리에 힘이 풀린 견희가 주저앉을 뻔 했지만 진유하는 그녀의 허리를 꽉 잡고 있었다.
“어이. 원희.”
“이런 애송이가…!! 내놔!! 그년은 내것이다! 내 아내다!”
“이혼장 못 받았냐?”
“뭐?”
“예전에 그랬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젠 내거다.”
“이런 개같은 애송이가!!”
어차피 진유하도 잡을 수 있다면 잡아야 했다.
그렇기에 원희는 검을 들어 올리며 그에게 달려들었다.
하지만 쏘아진 두대의 화살은 그의 움직임을 막아버렸다.
“어떤 새끼냐!!”
“와우!! 깜짝이야. 도련님이 왜 그렇게 미친듯이 달려가나 했네.”
유들유들한 미소를 지으며 터벅터벅 걸어 들어 온 사내.
건장한 키와 근육을 봐도 상대는 보통이 아닌 듯 싶었다.
그가 진유하의 뒤에 섰을 때 아까 대전에서 만났던 이들과 같은 갑옷을 입은 이들이 따라들어왔다.
고작 열명이서 오십여명을 막아낸 이들이었다.
그들이 백명이 넘는다.
원희는 빠드득 이를 갈았다.
“망할 새끼들이!! 이놈이나 저놈이나 천한 놈들따위가 감히 이 몸을 방해해!?”
“도련님. 어쩔까?”
“어쩌긴 뭘 어째.”
진유하는 검을 까딱 흔들며 말했다.
“원희만 빼고 다 쓸어버려.”
“분부대로!! 하하!! 얘들아! 가자!!”
“하아…애들은 먼저 갔겠지?”
“간 놈들을 위해서라도… 그냥 죽일 수는 없겠네. 그게 우리의 의협이라는 거니까 말야!!!”
견희를 지켜야 할 흑귀대원들이 없다는 것은.
그리고 비밀통로를 통해 빠져나왔을 저들의 몸에 저렇게 많은 상처가 있다는 것은.
흑귀대원들이 죽음으로서 이런 시간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감녕을 따르는 흑귀대원들은 동료의 죽음에 대한 복수를 원하며 성큼성큼 원희와 그의 부하들을 향해 다가갔다.
“이, 이런!! 쳐라!!”
이길 수 있을까?
정상인 상태에서 수가 비슷해도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아까 전에 만났던 흑귀대원들의 저항 때문에 부하들은 크게 다쳐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원희는 이를 갈며 진유하에게 달려들었다.
“어딜 가시나!!”
진유하라도 죽여야한다 생각한 그의 움직임은 감녕의 방천화극에 의해서 막혀버렸다.
다리가 걸려 넘어져 구른 원희가 신음했을 때 진유하는 어느새 그의 앞에 걸어가 있었다.
“이 천한 놈… 날 내려보지 마라…!!”
쓰러진 채 그를 올려다보며 원희가 증오를 담아 말했을 때 진유하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내가 할 소리다. 남의 여자 탐내는 천하기 그지 없는 쓰레기 자식아.”
그의 머리를 진유하는 망설임없이 걷어차버렸고 그 공격에 원희는 기절해버리고 말았다.
*****
감녕과 흑귀대원들이 원희의 부하들을 처리하는 동안 난 힘이 풀려 주저앉아 있는 견희에게 다가갔다.
괜찮으려나?
그녀의 손에는 아직도 소검이 들려 있었다.
“끝났으니까 놔.”
“하아…하아…”
긴장때문에 숨도 제대로 못쉬고 있는 모양이다.
난 쪼그려 앉은 후 그녀의 턱을 잡았다.
눈빛은 흐려져 있었다.
그녀의 눈 앞에 손가락을 몇번 튕겨 본 나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자 그녀의 손을 잡았다.
어찌나 강하게 검을 잡고 있는 것인지 손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흐음…”
이거 잘못 풀다간 부러지겠는데?
일단 정신부터 차리게 하는게 우선이겠다.
멍한 그녀의 눈 앞에서 손가락을 몇번 튕기던 나는 뒤에서 들린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도련님! 끝났수!”
“그래?”
“그런데 이 아가씨는 왜 이래?”
“글쎄… 너무 놀라서 정신이 나갔나본데. 아니면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이럴 땐 어떡해야하나…”
화타는 이럴 때는 그냥 쉬게하면 낫는다고 했는데.
하지만 검을 잡은 채 쉬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내가 고민하자 감녕은 싱글벙글 웃었다.
“예전에 수경선생께서 밖에 나와 애들한테 이야기를 해주셨던 것 알지?”
“응? 음. 알지.”
“정신나간 여자를 깨우려면 더 충격적인 일을 해주면 된다던데?”
“충격적인 일?”
“예를 들어 입이라도 찐하게 맞춰주던가.”
“근데 결혼을 한 사이인데 입 한번 맞춘다고 더 충격적인 일이 되려나?
물론 결혼식 도중에 파토가 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결혼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내 말에 감녕은 쓴웃음을 짓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그렇게 말한다면 그렇겠군. 그럼 어쩌지?”
“일단 데리고 가는 수 밖에 없겠네. 감녕. 흑귀대원들과 함께 비밀통로로 들어가봐.”
쓸데없는 병사의 움직임이 추가되었다.
이들의 장비를 보니 콘크리트로 막아 둔 벽을 다 깨부수고 들어 온 모양이다.
기껏 막아놨더니 이렇게 쉽게 뚫려버릴 줄이야.
좀 더 두껍게 막을 걸 그랬나?
아니면 콘크리트의 배합율이 잘못된건가?
콘크리트에 대해서도 연구를 좀 해야겠다.
이미 알려진 비밀통로는 그저 적이 들어오기 좋은 구멍에 불과하다는 것을 생각하며 난 견희를 가볍게 안아들었다.
“으쌰.”
“아.”
“오오. 정신이 들어?”
견희를 안아들고 일어났을 때 견희의 눈에 빛이 돌아왔다.
정신을 차린 듯 멍하니 날 바라보던 그녀는 자신의 손에 쥐어져 있는 검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왜?”
“죄, 죄송합니다. 이런 자리에서…”
“아니 뭐. 죄송할 건 없고. 그보다.”
“예?”
“울었어?”
“아…”
눈물로 얼굴이 더럽혀져 있는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떨어트리고 자신의 볼을 만져보았다.
울었다는 것도 느끼지 못한 모양이다.
그녀의 일그러져 있는 표정을 보며 난 피식 웃었다.
“어때?”
“예?”
“아까 들었다. 네가 외치는 소리. 아주 잘 지르던데?”
“아…”
견희를 구하려고 들어갈 때 그녀가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귀인이 될 자는 좋고 싫음을 함부로 말하면 안된다.
그 한마디에 많은 이들이 죽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저는…”
아까의 외침이, 원희에 대한 경멸과 증오를 표출했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견희의 얼굴은 다시 무표정으로 돌아와 있었다.
“거봐. 하면 되잖아.”
“….”
입을 다물어버린 견희를 내려주었다.
휘청거리는 다리에 간신히 힘을 준 그녀가 날 바라본다.
“이제부터 바꿔나가자고.”
“도련님! 이제 어쩔거요!?”
“견희는 내가 데리고 갈게! 적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니까 주의하라고! 적이 없으면 바로 전장으로 나가!”
“알겠수다!”
적이 비밀통로를 통해 들어왔다면 그 주변에 적이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분명 비밀통로가 있던 곳에는 적이 없었지?
잘만하면 우회하여 적의 후방을 노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감녕을 보내 놓은 나는 관청으로 복귀하는 병사들을 향해 외쳤다.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마라! 적이 언제 들어올지 모른다!!”
업성을 점령한지 얼마 안되는 우리에 비해서 적은 업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혹시 놓치고 있는 비밀통로가 또 있을지도 몰랐다.
“젠장.”
이렇게 잠시 빠진 것만으로 성벽과 바깥에서 병사들을 이끌 만한 사람이 둘이나 줄어들어버렸다.
원희 하나를 버림패로 쓴 것만으로 적이 성벽을 공격하는 것이 더 수월해졌다.
전풍의 수에 한번 당한 기분이다.
“삼사법이라… 개자식. 두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