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32
00432 독과 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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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도에 있는 작은 장원의 안.
주령은 검은 야행복을 입은 이의 복부에서 천천히 검을 빼내었다.
“흐음…”
이번에는 꽤 강했다.
하마터면 자신도 죽을 뻔 했다는 것에 낮게 신음하며 주령은 얼굴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내었다.
“또 잡아내었군. 이렇게 보면 자네도 참 개코야. 어떻게 한건가?”
주령의 앞에 쓰러져 있는 다섯의 복면인을 본 하후돈은 쓴웃음을 지었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건지 모르겠다.
“그냥 느낌이 왔습니다.”
“점쟁이인가?”
“그럴 리 있겠습니까.”
“아무튼… 계속 이런 식으로 유비를 구하려는 이들이 나타난다면 허도에서 빼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좋을텐데 말이지.”
하후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장원은 침입하기 좋게 되어 있었다.
마치 오히려 와달라는 것처럼 이렇게 만들어져 있는 장원.
그 장원을 보며 입맛을 다신 하후돈은 주령에게 말했다.
“원한다면 지원병을 더 붙여주지. 내 조카사위가 그렇게 경계하는 인물인데… 이런 식으로 관리를 하다니. 참나.”
“지원을 해주시겠다는 것을 제가 말렸습니다. 너무 많은 수의 부하는 오히려 방해가 됩니다. 신경써주시는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지금과 같은 수의 경비인력이면 충분합니다.”
경비를 설 때는 사람의 많고 적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얼마나 틈을 내어주느냐 마느냐의 차이일 뿐.
적당한 빈틈은 적을 끌어들이는 수가 되기도 하기에 주령은 하후돈의 배려를 겸양했다.
“자네 실력도 꽤 좋은데… 쯧. 언제까지 여기 있을 생각인가? 원한다면 전장으로 보내주지. 전장에는 자네같은 사람이 필요해.”
순욱의 명에 따라 그를 데리고 전장으로 갈 생각을 하고 있던 하후돈은 주령이 당연히 고개를 끄덕일 줄 알았다.
주령 정도 되는 실력이라면 충분히 더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
위기를 감지하는 능력.
전장에서는 무척이나 중요한 능력이다.
하후돈 정도 되는 사람의 제안이라면 모든 장수들이 기뻐하며 받아들이겠지만 주령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죄송합니다.”
“왜? 물론 처음부터 장군이 되기는 힘들겠지만… 원한다면 내 부장으로 삼아줄 수도 있어. 공을 몇번 세우기만 하면 더 높은 곳을 노릴 수 있을 걸세.”
“죄송합니다.”
“허… 참나. 고작 이런 곳에서 번견 노릇이나 하는 것인데… 자네는 만족하나?”
하후돈이 의아해하며 묻자 주령은 주변을 둘러본 후 무덤덤히 대꾸했다.
“제가 받은 명령은 이 장원을 지키고… 이 장원에 있는 이를 지키는 것 뿐입니다. 주군께서 따로 말씀하시기 전까지 그 명령은 바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충직하기 그지 없는 답변이다.
그 말에 하후돈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럼 그리하게나.”
생각할 수록 마음에 드는 인물이다.
자신의 처지를 알고, 그 자리에서 노력을 멈추지 않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나왔다.
이런 훌륭한 사람을 보고 자신의 부하로 끌어들이는 것도 어찌보면 능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
웃음이 나온다.
“조카 사위 하나는 잘 받았단 말이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그는 조가의 앞에 도착하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숙부님!!”
“오오… 창이 아니냐.”
마당에서 창술을 연습하던 소년은 목창을 내려 놓고 하후돈에게 달려갔다.
그를 안아 준 하후돈은 조창의 얼굴에 자신의 턱수염을 비볐다.
“앗 따가워!”
“핫핫핫! 고작 이정도로 따갑다고 하면 어떡하느냐! 이 숙부를 따라 나중에 전장에 나갈 녀석이! 전장에서는 이정도 고통은 참아낼 줄 알아야 하는 법이야!”
“으. 그렇지만.”
자신의 수염공격에 질색하는 조카를 내려 준 그는 차분히 걸어 온 여인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조조의 부인인 변부인이었다.
그녀는 부드럽게 미소지으며 하후돈을 반겼다.
“어서 오십시요.”
“형수님.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그간 변고 없으셨지요?”
“물론입니다. 식사는 하셨습니까?”
“아아. 예. 잠깐 청이를 보러 왔습니다.”
“청이는 안채에 있습니다. 나오라고 하지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변 부인이 말하자 하후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요새 입덧이 심하다고 하여 내 귤을 좀 구해왔습니다. 과일이라면 잘 먹겠지요.”
“어머. 이 귀한 것을.”
하후돈의 뒤에 서 있던 병사가 커다란 상자를 가지고 왔다.
그것을 열어 본 변 부인은 상자에 가득 들어 있는 귤을 보며 감탄했다.
이만큼의 귤이라면 구하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우와! 귤이다!”
조창이 상자로 손을 뻗었다.
귤 하나를 꺼낸 그가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자 하후돈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이 녀석아. 그것은 네 누님의 것이다.”
“그렇지만 저도 그렇고 식이도 그렇고 귤을 모두 좋아하는 걸요.”
“그럴 줄 알고 한상자 더 구해왔다. 식이와 나눠 먹거라.”
“와!!”
다른 상자를 열어보니 그곳에도 귤이 가득했다.
그것을 본 조창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양 손에 귤을 들고 후다닥 안채로 들어가자 변 부인은 쓴웃음을 지었다.
“귤을 어디서 이리 많이 나셨습니까?”
“서주에서 연이가 보내줬습니다. 연계하고 있는 강남에서 귤이 풍작이었다고 하더군요.”
“서주요…”
서주라고 하니 변 부인은 가슴이 아팠다.
조앙 때문이었다.
조조의 후계자로 거의 내정되어 있으면서도 여전히 위험한 전장에 나가 있는 그다.
이제는 장성하여 성인이나 다름없지만 친자식처럼 키워 온 그가 항상 걱정이었던 변부인이 무겁게 한숨을 내쉬자 하후돈은 피식 웃었다.
“앙이 녀석도 이제 다 컸습니다.”
“예? 혹시 그쪽의 소식이라도…?”
“하하하… 장양의 대군을 앙이 녀석이 물리쳤다고 하더군요.”
“그것이 정말입니까!? 아아… 다행입니다. 다행. 정녕 다행이에요! 앙이는 별 탈 없답니까?”
변부인은 눈물까지 글썽거릴 정도로 기뻐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며 하후돈은 빙긋 웃었다.
“비 녀석의 소식은… 아직 없습니까?”
“…예에.”
조앙은 자신이 배아파 낳은 자식이 아니지만 조비는 친자식이었다.
조앙보다 더 걱정이 되는 그였는데 이렇게 휙 가버리고 연통 하나 주지 않다니.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흐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을 것입니다. 그 녀석을 거둔 것은 다름아닌 유하 아닙니까. 현명한 녀석의 밑으로 들어간 것이니…”
“허나 자식 둔 어미로서 어찌 걱정이 안되겠습니까. 사위도 너무하지요. 어찌…”
“형님에 대한 걱정은 없으시구요?”
하후돈이 장난스럽게 말하자 변 부인은 눈물을 닦은 후 애써 웃었다.
조조에 대한 걱정?
무슨 걱정이 있겠는가.
그의 주변에는 뛰어난 장수들과 책사들이 다수 포진되어 있는데.
“공은 걱정 안합니다. 혼자서도 잘 하시는 분인데요.”
“형님께서 들으시면 섭섭해하시겠습니다. 하하. 형수님. 이제 슬슬 청이를 만나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출정을 해야하고…”
“내 정신 좀 봐. 어서 들어오십시요.”
바쁜 사람을 잡아놓고 이래저래 시간을 너무 끌었다.
그녀는 꾸벅 허리를 숙인 후 다른 곳으로 향했다.
아마 먼길 떠나는 자신을 위해 뭐라도 만들어주려고 하는 것이겠지.
분주히 움직이는 하인들과 시녀들을 향해 한차례 웃은 하후돈은 조가의 안채로 들어갔다.
“호락세.”
안채에 있는 정원에 도착하자 그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과 함께 체조를 하는 여인을 발견했다.
보자마자 웃음이 나왔다.
어렸을 때부터 여아답지 않게 성정이 괄괄한데다가 호탕하여 여걸의 기질이 있던 녀석이다.
그런 녀석이 이제는 어미가 되어버리다니.
그녀를 데리고 전장을 누비면서도 누가 저 녀석을 데려갈지 걱정이었던 그는 팔짱을 낀 채 그들의 체조를 지켜보았다.
“호적세.”
“후아…”
“어떠냐?”
“오금희를 배우고 나니 마음이 안정되네요. 정말 이렇게 하면 튼튼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겠지요?”
“당연하지! 내가 오금희를 유하 녀석과 영이에게 가르쳤는데. 봐라. 그 손이 귀하다는 진가에서 쌍둥이다! 쌍둥이!”
“믿겠습니다. 어르신!”
눈을 반짝이며 화타에게 인사한 여인.
조가의 장녀인 조청이었다.
“다 끝났냐?”
“앗! 숙부님!”
“허어… 어서 오시오.”
“오래간만입니다. 화타 어르신.”
환하게 웃으며 자신을 반기는 조청과 그녀의 옆에서 선선한 미소를 짓고 있는 화타.
둘을 향해 가볍게 인사한 하후돈은 정원을 지나 그들에게 다가갔다.
“그래. 몸은 좀 어떠냐?”
“화타 어르신께서 가르쳐주시는 오금희 덕분에… 꽤나 좋아졌습니다.”
“그래? 그거 다행이구나. 어르신께는 항상 신세만 지는 것 같습니다.”
하후돈은 조청의 머리를 쓰다듬어준 후 화타에게 인사했다.
그런 그를 향해 가볍게 손사레를 친 화타는 씨익 웃은 후 물었다.
“그래. 조공께 약은 가져다 드렸소? 어떻다 하시오?”
“어지럼증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두통은 많이 가셨다고 합니다.”
“그거 다행이군. 그래도 빨리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
서주에서는 마마를 막고 많은 이들을 치료한 신의이며 뛰어난 유학자이기도 한 화타였다.
어지간해서는 이런 식으로 다른 이의 집에 머무르며 타인을 돌보지 않는 화타가 이렇게 조가에 머무는 것도 청이의 남편인 진유하 덕분이었다.
“그 약은 도대체 뭡니까?”
“그건 비밀이오.”
천하에 가장 적이 많은 이를 말하라면 조조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그에게는 적이 많았다.
독살 시도도 수도 없이 있었고 암살자도 몇번이나 왔었다.
병에 걸려도 신뢰할 수 없어 함부로 의원을 선정하기 힘들었기에 화타가 이리 와준 것이 무척이나 고마웠다.
화타라면 믿을 수 있다.
그 신뢰의 바탕이 바로 가족인 조카사위 진유하였기 때문이다.
“공께서도 그 약에 대해 많이 궁금해하셨는데…”
“때로는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하잖소. 그리고 누차 말하는데 절대 많이 복용해서는 아니되오. 알겠소? 비록 사공이라고 하나 나에게 치료를 받는다면 청이와 다를 바 없는 나의 환자요.”
“하하하. 알고 있습니다. 조공의 위장인 전위에게 신신당부를 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몇해 전부터 끊임없는 두통을 호소하던 조조가 화타에게 약을 받고 나서부터 두통이 많이 가라앉았다.
그 어떤 의원들도 증상조차 모르던 것이었다.
그것을 환약 몇알 만으로 고통을 억누른 신의인데 누구의 명이라고 어기겠는가.
하후돈이 웃으며 말하자 화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청이는 가서 씻도록 하렴. 그리고 꼭 석감을 쓰도록 하고. 어미 될 사람은 깨끗해야 해.”
“예. 어르신.”
오금희를 수련하느라 땀에 흠뻑 젖어 있는 조청이 종종걸음으로 가버리자 하후돈은 히죽 웃었다.
“청이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어떻고 자시고도 없지. 워낙 건강한 녀석이라 난산도 없을거요.”
“다행이군요. 화타 어르신께서 이리 곁에 계셔주시니 정말이지 안심하기 그지 없습니다.”
“별 말을 다하네.”
화타는 가볍게 손사레를 친 후 시녀가 가져 온 수건으로 손과 얼굴을 닦았다.
그를 조용히 바라보던 하후돈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어르신. 저희와 함께 전장으로…”
“그것은 이미 거절했을텐데?”
“허나… 이제 곧 큰 전쟁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때 죽을 병사들을 위해서라도…”
“의원이 하는 일은 살고자 하는 이를 살리는 것이오. 전장이 어떤 곳이라고 생각하시오? 그것은 바로 죽음이요. 이 화타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죽음. 그 죽음을 향해 자기 발로 간 이들을 어찌 살리겠소? 결국은 자신의 선택이지.”
“이번 만이라도 불가능하겠습니까?”
“미안하구만. 내가 유하에게 부탁받은 것은 청이를 돌봐달라는 것이오. 조공에게 약을 처방해 준 것도 유하 녀석 때문이지 만약 그것이 아니었다면…”
관직에 있는 이도 아닌지라 명령도 할 수 없었다.
거기에 천하의 위대한 명사에 속하는 화타였다.
그를 강제로 데려갈 수 없었던 하후돈은 그저 안타까울 뿐 이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 하루빨리 조공께서 돌아와 제대로 치료를 받는 것이오.”
“허나 원소를 잡지 못한다면 더 큰 피해가 생길 것입니다.”
“그렇겠지…”
화타는 씁쓸히 중얼거렸다.
그런 그를 말없이 바라보던 하후돈은 고개를 끄덕인 후 몸을 돌렸다.
“잠깐만.”
“예? 어르신. 혹시 마음을 바꾸신…”
“그럴리 있나. 이거나 가져가시오.”
“이게 뭡니까?”
늘 가지고 다니는 망태기에서 환약 몇알을 꺼낸 화타는 그것을 하후돈의 손에 쥐어주었다.
금박과 은박에 싸져 있는 환약을 보며 하후돈이 의아해하자 화타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내 비록 전장에 가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유하와 남이라고 할 수 없는 바. 그 녀석의 친족이라 할 수 있는 조가의 사람이 죽거나 다치는 것은 보고 싶지 않구려.”
“그래서요?”
“이번에 새로 만든 지혈제와 진통제요. 은박에 싸여져 있는 것은 지혈제이니 물에 곱게 개어 상처 부위에 바르면 피가 나는 것을 막아줄거요. 그리고 금박에 싸여져 있는 것은 진통제인데… 명심하시오. 한번에 한알 이상은 절대로 쓰면 안되오.”
“쓰면 어떻게 됩니까? 죽기라도 합니까?”
“차라리 죽으면 다행이겠지. 과다하게 복용하면 광증에 걸릴 수도 있소.”
“하하하! 설마요. 광증은 신벌 아닙니까.”
말도 안된다는 듯 웃으며 하후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저 농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화타는 그 농에 마주 웃지 않았다.
“…진짭니까?”
“그렇소.”
화타의 목소리는 진지하기 그지 없었다.
그의 말에 잠시 생각하던 하후돈의 표정이 딱딱히 굳었다.
“설마.”
“맞소. 조공께 드린 것도 같은 약이요. 물론 배합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 기본에는…”
“어찌 그런 약을 쓰십니까!”
하후돈은 기겁했다.
남용하면 광증에 걸린다고?
그럼 독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하후돈의 목소리가 파르르 떨렸다.
그토록 믿었거늘 어찌.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검에 손을 가져가는 것을 참은 하후돈이 설명을 요구하자 화타는 피식 웃었다.
“독도 잘만 쓰면 약이 된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