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51
00451 마무리를 지을 때 =========================
“하하하하하!!!”
“농담으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그럴리가. 자네가 그리 진지한데 그걸 농담으로 받을 정도로 생각이 없지는 않네.”
가 사형은 한참을 웃은 후 천천히 대꾸했다.
“그래. 같은 수경원의 사람끼리 서로 도우며 살아야겠지. 나 역시 자네를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네.”
“다행이군요.”
“이 자리에서 맹세하지. 자네를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어. 그래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은 별 것 없을테니까.”
정말 다행이다.
내 손으로 가 사형을 잡는 일이 없어져서.
안도한 내가 미소짓자 가 사형은 부드러운 어조로 말했다.
“허나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야.”
“무슨 문제입니까?”
“자네의 목표, 그리고 나의 목표. 이 두가지를 동시에 이루기 위해서는 해야 할 일이 아주 많아.”
“그렇죠.”
조앙이 후계자가 되게 한 후 조조의 뒤를 잇게 한다.
그리고 그가 왕의 자리에 오른 후 한 황조를 끝장내야 한다.
하지만 과연 조앙이 그것을 쉽게 허락할까?
지금 조앙을 지지하는 자들의 대부분은 한이라는 나라에 긍정하는, 유교적 색채가 강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지지를 받은 조앙이 한 황실을 무너트리려고 할 때 그들이 과연 동조를 할지가 의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대표적인 사람으로는… 순욱이 있지.”
“….”
순욱.
조조의 최측근이며 명문을 다수 배출한 영천 씨족들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사람이다.
가진 지혜가 대단할 뿐더러 조조의 신뢰를 듬뿍 받는 사람.
그리고 잘하면 나와 사돈관계가 될 사람이었다.
“그 뿐만이 아니야. 최염도 그렇고, 채옹도 그래. 그 외에도 많은 명문가의 사람들이 있지. 그들은 조조를 긍정하고 그를 지지하지만 그 뒷배경에는 조조가 한이라는 나라를 지켜주고 다시 바로 세워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그러는 것이야.”
“조앙이 올라가고, 또 가 사형이 목표한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쓸데없이 많은 명가와 명문들, 지방 호족들의 힘을 깍을 필요가 있지. 그리고 그들을 회유하든, 아니면 제거하든 해야할 것이고.”
차분한 어조로 말한 가 사형은 나에게 부드러운 시선을 보냈다.
“그건 어찌 할 생각인가?”
“흐음…”
“그리고 힘을 깍아야 하는 이들 중에는 자네 아내의 가족들도 있어.”
말 그대로다.
사마방은 권력에 초탈하여 은퇴한 후 사병을 키우기보다는 온현에서 백성들을 계도하는 일을 할 뿐이었다.
그저 현명한 지자로서 관리들에게 가르침을 주는 정도이니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견희와 완이였다.
“만약 자네와 내가 힘을 합치고, 서로의 목표에 맞는 나라를 만들어가려면 반드시 그들과 대적하게 될걸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생각인가?”
“그들을 설득하겠습니다.”
“가능하겠나?”
“해야죠. 뭐.”
동탁이 천도를 하고 이각이 황제를 잡고 난리를 치기 시작하며 각 지방별로 호족과 명가의 힘은 계속 강해져왔다.
대표적으로 원소와 유표를 들 수 있었다.
조조가 황제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조조를 무시하고 경계하며 그를 공격하려 했다.
힘을 가지고 있는 지방 군벌들은 반드시 더욱 큰 힘을 얻기 위해 난리를 칠 것이다.
그것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가 사형의 말대로 그들의 힘을 깍을 필요가 있었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제 가족들과 관련되어 있는 가문만큼은 어떻게든 챙기겠습니다.”
“좋아. 약속이네. 내가 자네를 지지하듯, 자네 역시 나를 지지해야함을 잊지 말게나. 사내 대 사내로서 약속하는거야.”
가 사형은 눈빛을 빛내며 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약속의 증표로 악수를 하자는 건가?
“나쁘지 않지요. 약속하겠습니다.”
“엇? 장군님.”
“오오! 오래간만이네. 이야기는 들었다. 서주목과 함께 큰 공을 세웠다면서?”
“하하하. 별 것 아닙니다.”
평소처럼 갑옷이 아닌 관복을 입고 있는 서황을 보았다.
참 되게 안어울린다.
그는 싱글거리며 나에게 다가 온 후 물었다.
“이제부터는 허도에 머무르실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만.”
“그래야겠지.”
“다행이군요. 저도 이제 허도에 머물러야 합니다. 다시 장군님과 함께 할 수 있어 영광입니다.”
유들유들한 미소를 지으며 서황은 내 곁으로 온 후 속삭였다.
“장군께서 아셔야 할 일이 있습니다.”
“뭔데?”
“허도에서 최염을 비롯한 몇몇 무리들이 도당을 이루고 있다고 합니다.”
“하아…”
예상대로의 움직임이다.
쓴웃음을 지으며 서황은 망설이기 시작했다.
또 뭔 말을 하려고?
“장 도위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원소를 잡고 그의 본진을 습격한 후 얻은 것 중에 원소와 결탁한 무리들의 서찰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태웠다고?”
“예. 어떻게 아셨습니까? 그걸 아는 사람은 몇 없다고 들었는데.”
“그럴 수 밖에 없겠지. 원소와의 전쟁으로 국력의 소비가 심해져 있어. 그것을 생각한다면 내부의 처단도 쉽지만은 않을거야.”
“그렇군요.”
당장 원소와 결탁한 무리들이 있었다고 한들 그들에 대한 처단을 지금 당장은 할 수 없었다.
아마 조조도 어느정도는 파악하고 있었을 거다.
그런데도 그가 그것을 확인하지 않고 불태워버린 이유는 하나.
내부의 결집을 위해서와 더불어 경고였다.
한번은 봐준다.
하지만 두번째는 용서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제부터가 중요해.”
“예. 앞으로도 장군을 최선을 다해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빙긋 웃어보이는 서황과 함께 관청을 나가기 위해 걸었다.
함께 걷던 도중 한 사내를 만났다.
“장군.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오~ 이건 또 누구야. 멀쩡히 잘 살아 있군.”
“하하하! 살아야지요.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하후상이다.
관복을 입은 걸 보니 복직을 한 것일까?
그는 서황에게도 인사를 한 후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조비와 함께 움직인 것 아니었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는 지금 다른 곳으로 갔습니다.”
“다른 곳? 중령군의 관직에 올랐다더니 어디로?”
“휴가를 받았습니다. 전만과 위풍을 데리고 간다고 하더군요.”
“뭔 짓을 하려는 건지. 그런데 너는?”
하후상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저와 다른 길을 걷기로 한지라… 더 이상은 함께 가기 힘들 것 같아 헤어졌습니다.”
“그래?”
“예.”
다른 길이라.
하후상은 조비를 지지하지 않겠다는 걸까?
그는 그저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날 바라보고 있을 뿐 이었다.
“그럼 어떤 관직을 받을 생각이지?”
“아직까지는 높은 관직보다는 누군가의 부관으로 좀 더 움직여 볼 생각입니다. 가문에도 그리 말했고…”
그는 날 똑바로 응시하며 말했다.
“괜찮다면 장군님의 부관을 지원해볼까 합니다.”
부관으로 하후상이라.
나쁘지는 않다.
지금까지의 공적도 그렇고 가문도 그렇고.
서황이나 장합이 부관으로 움직이기에는 꽤나 많은 일을 해온지라 그들에게 부관을 맡기기는 좀 그렇지.
“좋아. 긍정적으로 검토해보지.”
“감사합니다!”
밝게 웃은 하후상이 걸어나가자 서황은 그를 보며 말했다.
“하후가문의 자제답지 않게 소탈한데다가 병사들에게 인망도 괜찮다고 하더군요.”
“그렇지?”
“다만 문제라면… 마음이 좀 약하다는 것입니다.”
“아직 어리기 때문이지. 좀 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거야. 그럼 가볼까? 아. 혹시 장합은 어디 있는 줄 알아?”
“지금쯤 병영에 있을겁니다.”
나보다 빨리 허도에 온 서황과 장합은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 후 관청 바깥에 준비된 말 위에 올랐다.
“조공께서 안내를 명하셨습니다.”
“가자.”
조가의 정예병으로 보이는 장교는 허리를 숙인 후 말고삐를 잡았다.
그가 스스로 나서서 마부를 자처하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었다.
조가의 근처까지 가서 방향이 바뀐다.
조금 더 간 곳에 있는 장원 앞에 멈춘 그는 허리를 꾸벅 숙였다.
여긴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하인들 사이를 지나 안으로 들어가보니 요화가 하인들을 지휘하고 있었다.
“그건 안채로 들고 가게나. 아. 장군님. 오셨습니까?”
“뭐가 이리 많아?”
처음보는 가구들이나 장식들.
거기에 비단 같은 것들까지.
이런 건 가지고 오지 않았는데?
내 질문에 요화는 볼을 긁적거렸다.
“그게…”
“내가 시켜 놓은 것이니까 부담갖지 말게나.”
“아. 숙부님.”
하후돈이 느긋하게 걸어오며 말하자 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조금 모자른 것 같기는 하지만 일단은 이정도로 살게. 날이 좀 풀리면 정원을 만들어 줄 테니까.”
“지금도 충분합니다만…”
“어허. 이 사람 보게. 어른이 주는 것은 그냥 감사히 받는거야. 내 조카 손주를 위해서이기도 하니까 그리 말하지 말게나.”
조카손주?
청이는 아직 출산하지 않았을텐데?
“성이와 휘를 위해서 말이야. 하하! 비록 배는 다르나 자네의 아들과 딸이라면 청이의 아들과 딸이기도 하지.”
당장 조앙과 청이만 봐도 그렇다.
변부인은 그들의 친모가 아니지만 그들은 변 부인을 친모처럼 따르고 있었다.
그것을 말하는 하후돈을 향해 난 피식 웃었다.
“그거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뭘. 좀 더 해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지.”
뭘 얼마나 해주려고.
허도에서 이만한 크기의 장원을 구입하는데도 꽤 많은 자금이 들어갔을 텐데.
하후돈은 싱글거리며 온 후 서황을 보았다.
“오! 자네가 우리 앙이를 도와 큰 공을 세웠다는 사람이군. 반갑네. 나는 하후돈이라고 해.”
“장군을 뵙습니다.”
원소를 쓰러트리고 사공 겸 사마가 된 조조는 직책의 변경을 공지했다.
그때 가장 높게 승진한 것이 바로 하후돈이었다.
지금까지 필요에 따라 교위직 정도에 머무르고 있었지만 그의 위상은 조조군 내에서 무관으로는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런 그가 드디어 거기장군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다.
서황이 웃으며 그를 장군이라 부르자 하후돈은 껄껄 웃었다.
“이거 낯 부끄럽구만. 나야 뭐 한 일도 없는데.”
“하지만 숙부님께서 그간 세우신 공을 생각한다면 거기 장군자리도 모자를 것 같습니다만.”
‘예끼! 이 사람아. 지금 나보고 그럼 사마 자리에라도 올라야 한다는 건가? 그런 농은 관두게나.”
능글맞게 미소지으며 날 타박한 그는 서황이 인사를 하고 일을 도우러 가버리자 내 목을 팔로 감쌌다.
“그래. 잠깐 이야기 좀 하지.”
“무슨 이야기를…?”
그는 날 데리고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이사와 짐 정리로 북적거리는 내부와 다르게 바깥은 조용하기 그지 없었다.
“음. 일단 자네 장원을 호위하기 위한 병력은 조가의 정예병들을 보내기로 했다만.”
“흑귀대와 백귀대가 있을 것이니 괜찮습니다.”
“그래도 받게.”
“네.”
“한가지 더 할 이야기가 있는데. 자네의 그 흑귀대와 백귀대.”
“예.”
“언제까지 그렇게 밖으로 돌릴 생각인가?”
무슨 소리지?
하후돈은 내 시선에 웃으며 말했다.
“어떻게보면 이제는 자네를 대표하는 최정예병이지 않은가. 하지만 거의 사병화되어 있지. 이왕이면 정규군화시켜서 제대로 지원을 받는게 낫지 않겠나?”
지금 호표기가 받는 것처럼?
하후돈의 말대로 백귀대와 흑귀대는 내가 보유한 정예병력이지만 어찌보면 사병에 더 가까운 병력이었다.
그들을 정규군화 시키자는 하후돈의 제안에 난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백귀대라면 모를까 흑귀대는 좀 곤란합니다. 그들의 전직은 협사라 불리는 이들이니까요. 정규군화 시켜버리면 그들은 아마 전부 탈주할지도 모릅니다.”
“그래? 그런 것이라면 좀 곤란하겠군.”
“그리고 개인의 사병을 정규군화시키는 것은 좀 반발이 심할텐데…”
솔직히 나야 조가와 혈족이 된 것이나 다름없이니 별 상관이 없다만 다른 가문들에서 가만히 있을까?
자기 가문의 힘을 빼앗기는 것이다.
물론 국력이 늘어나니 좋겠지만 아직까지는 지방 호족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이때 하후돈의 제안은 조금 위험한 제안이었다.
“쩝. 아쉬워.”
“지금 당장 각지 군벌들의 힘을 빼기는 어렵습니다. 천천히 시도해야지요.”
“그래…”
하후돈 역시 가 사형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듯 보였다.
믿을 수 없는 지방 가문의 힘이 강해지면 강해질 수록 중앙이 흔들리는 것을 견제하는 것이다.
“자네가 참 좋은데.”
“어쩔 수 없지요. 백귀대만이라고 괜찮으시다면 상관없습니다만…”
“쯧. 지금 백귀대와 흑귀대를 정규군화 시킨다면 자네에게도 큰 피해가 없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텐데 말이야. 알았어. 백귀대만이라도 시행해야지.”
지금 백귀대와 흑귀대가 대부분 머무르고 있는 지역은 기주와 청주 일대였다.
그쪽에 파견 나가 있는 이들은 모두 내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 모두 정식 관직을 받고 병권이 필요한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가 믿을 수 있는 사람이고.
백귀대와 흑귀대를 정규군화 시키고 바로 그들에게 줘버린다면 나는 잃는 것도 없고 하후돈은 다른 지방세력에게도 호령할 길이 생긴다.
흑귀대의 출신 문제가 걸리는지라 지금 당장 시행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는지 하후돈은 입맛을 쩝쩝 다셨다.
“아. 그리고.”
“예.”
“상이가 그러더군. 자네의 부관이 되고 싶다고.”
“예. 아까 들었습니다.”
“상이를 부관으로 줄 수는 있지만 혼자 받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닌가?”
“하하하… 뭘 원하십니까?”
내 질문에 하후돈은 씨익 웃었다.
“지금 유비를 지키고 있는 주령이라는 놈. 나에게 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