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66
00466 나아갈 길 =========================
바글거리는 사람들이 모인 관청 내의 결혼식장.
많은 이들이 웃고 떠들며 즐기는 와중에도 와중에도 난 갑옷을 입고 있었다.
“하… 이거 참나.”
결혼식에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고 싶었지만 어쩌겠나.
이런 결혼식과 같은 큰 행사가 있을때 항상 문제가 터졌던 것을 생각하면 안심할 수는 없었다.
“뭘 그렇게 투덜대고 있는건가?”
“거기장군님.”
“숙부님이라 부르라니까 그러네. 이 사람 참나.”
내 어깨를 두드리며 하후돈은 씩 웃었다.
그래도 나만 갑옷을 입고 있는게 아니다.
하후돈 역시도 저번에 청이와 내 결혼식 때 동승의 반란을 봤기 때문인지 그 역시 갑옷을 입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결혼식이 성공적으로 끝남과 더불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는 것을 철저하게 박살내려는 듯 보였다.
“교사원주의 취임. 축하드립니다.”
“축하는 무슨. 사공이 쓸데없는 일만 넘긴거지.”
그의 옆구리에 걸려 있는 줄을 보았다.
홍실을 엮은 고리에 걸린 금패.
교사원의 원주임을 나타내는 금패였다.
청이가 출산을 하고 며칠 후 열린 조회에서 조조는 교사원을 설립하겠다고 말했고 그 교사원의 원주로 하후돈을 임명했다.
오랜 시간 조조의 곁에서 그를 위해 일한 사람이다.
나이도 많고 노련한데다가 경험도 많은 사람이다보니 불만을 가지는 이들은 없었다.
만약 내가 되었다면 어린 놈이 날뛴다는 소리가 분명히 나왔겠지.
불만스럽다는 듯 툴툴대는 하후돈이었지만 그래도 하후돈은 조조에게 신뢰받는다는 것이 기분 좋았는지 영패를 일부러 차고 다녔다.
“교사원의 사람이 되는 것을 누가 하기로 했는지 결정하셨습니까?”
“그건 뭐 어떻게든 해야겠지.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니까 말야.”
아마 조가의 인물과 하후가의 인물.
그 외에 몇몇 이들을 교사원의 사람으로 선정할 것이다.
그 권한은 오로지 하후돈에게만 주어진다고 하니 그에게 맡기는 수 밖에.
하후돈은 씩 웃으며 나에게 물었다.
“괜찮은 사람 추천하지 않겠나? 정 뭐하면 자네가 들어와도 괜찮고.”
“하하하… 저도 나름대로 일이 많은 몸인지라. 그래도 괜찮은 인물들은 몇 알고 있으니 추천하지요.”
“그거 기대되는군.”
흐뭇하게 웃은 하후돈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조가에서 열리는 결혼식.
어중간한 이들은 감히 참석할 수 조차 없었다.
“한달만에 잘도 모았군요. 저번에는 별로던데.”
“그야 당연하지. 그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쓰나.”
나와 청이의 결혼식에는 연주 일대의 명사들만 참석했지만 이제는 달랐다.
연주 뿐만 아니라 사예주와 예주에서까지 많은 이들이 참석하려 하고 있었다.
“저게 바로 권력의 달콤함이지. 초청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어떻게든 권력의 쪼가리나마 받으려는 이들을 보게.”
“그 달콤함이 오히려 독이될지도 모르겠군요.”
“그 달콤함을 얻으려고 무고한 사람을 잡는 일도 무수히 많으니까…”
전에는 그저 천하 이강의 한사람이었지만 원소를 꺽은 지금 이제는 명실공히 천하 최강이라고 할 수 있었다.
누가 조조를 막겠는가.
정치와 군권의 일인자이며 황제에게도 인정받은 조조에게 잘보이고 싶은 이들은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저것 좀 봐봐.”
하후돈은 식장의 입구쪽을 가리켰다.
관복을 입은 이들 조차 함부로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를 지키는 하급 관리들에게 쩔쩔메고 있었다.
촉금같은 비싼 옷을 입은 명가의 사람들마저도 하급 관리들에게 금덩어리를 찔러주는 것이 보였다.
그것을 받은 하급 관리들은 못 이기는 척 뇌물을 준 이들을 들여보내주었다.
난 그들을 지켜보다가 떨떠름히 말했다.
“호가호위를 주의해야겠군요.”
“그래. 내 나름대로 잘 교육을 시켰지만 사람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은 법이지. 일이 커지면 커질 수록 제대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줄어드니까 말이야.”
“자수 형님의 결혼식 때문에 하급 관리들의 증원을 요청했는데… 오히려 실수인 듯 싶군요. 저런 것을 보면.”
“그러게… 이런 것도 생각을 해야하고… 여러가지로 골치가 아픈 일이 많아.”
“쩝.”
“교사원주가 된다는 것은 결국 그런 일이겠지. 자신의 사람도 의심하고, 타인도 의심하고. 많은 이들을 의심해야 하는 자리야.”
“예.”
그래서 하후돈에게 넘긴 것이다.
교사원주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짐이 하나 더 늘었다는 생각밖에 하지 않는 하후돈은 씩 웃으며 내 허리를 툭 쳤다.
“그나저나 괜찮은 인물이라면 누굴 추천하려고 하는 건가?”
“허도에서는 집금오 가 문화가 있지요. 훌륭한 사람이니 교사원에 들어간다면 분명 숙부께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 사형이 하고자 하는 일은 모르겠지만 권한이 주어진다면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것이다.
그렇다면 추천을 해줘야지.
“아… 그 사람. 하긴. 조공도 눈여겨보고 있었지. 그리고?”
“하북에서는 방통이나 서복을 추천 합니다. 서주에서는 양 군수를 추천하고 싶고.”
“하~ 이 사람보게. 집금오를 빼고는 다 수경원 사람이구만. 교사원을 수경원으로 만들 생각인가?”
사실은 가 사형도 수경원 사람이지만.
난 대답 대신 히죽 웃었고 하후돈은 마주 웃으며 허리를 툭툭 쳤다.
“내 생각해보지. 그래도 방 도독이나 서 군수, 양 군수가 능력이 있다는 보고는 많이 받았으니까. 각 지역별로 감찰 업무를 하지 않을 수도 없으니 내 충분히 참고하겠네.”
“감사합니다. 숙부님.”
“뭘. 능력 보고 쓰는건데.”
인재를 추천할 때는 나름대로 합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냥 뇌물받아서 추천?
그랬다가 그가 큰 실수를 저지른다면 그 책임은 추천한 이에게도 물 수 있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자리에 맞는 사람이 들어가는 법이다.
“그럼 다른 사람들로는 누가 괜찮으려나…”
“정 군수는 어떻습니까?”
“아. 그래. 중덕. 그 사람이 있었지.”
정욱도 동평군수의 자리에 만족하지 않고 좀 더 높은 곳에 오르고 싶어하는 사람이었다.
그라면 기뻐하며 교사원의 사람이 되려 할 것이기에 난 그를 추천했고 하후돈은 손가락을 튕긴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교사원에 대한 일을 이야기하며 바깥을 보는 동안 나는 하인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을 발견했다.
“어? 숙부님. 잠시만. 제가 아는 사람이 왔습니다.”
“그런가? 어서 가보게.”
조가의 입구에서 하인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 중에 아는 얼굴이 있다.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그에게 다가갔다.
“이 결혼식에는 아무나 들어 올 수 있는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돌아가십시요! 초대장이 없으면 들어오실 수 없습니다!”
“허. 참나. 군수직이 아무나일 줄은 몰랐네. 그리고 아무나라니? 여기 신부가 내 사매인데. 무슨 소릴 하는거야? 초대장은 안받았다니까!”
“개나소나 수경원 사람이라고 하는구만. 지금 그런 사람이 얼마나 있는 줄 아십니까? 죄송하지만 바깥에서 기다려주십시요.”
“기다리라고 한지 지금 얼마나 됐는데! 됐어! 진동장군을 불러주게나!”
“진동장군님은 바쁘십니다!”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은 다름아닌 양 사형이었다.
서주에서 여기까지 와줄 줄이야.
그쪽 일도 바쁠텐데 양 사형이 와줬다는 것에 난 웃으며 그에게 다가갔다.
“유하야!”
“미치셨습니까!? 감히 진동장군님의 존함을 함부로 부르다니…”
하급 관리는 기겁을 했지만 양 사형은 그저 기쁘게 웃을 뿐 이었다.
그는 날 향해 손을 흔들었고 난 그에게 다가간 후 허리를 깊게 숙였다.
그것을 본 많은 이들이 당황하며 신음성을 터트렸지만 그딴건 내가 알바가 아니다.
사형에게 인사하는게 뭐 잘못됐나?
“사형! 오래간만입니다!”
“이야~ 이거 오래간만이네. 그간 잘 있었냐?”
서주 동해군의 군수이며 날 지원해주는 양 사형이다.
옷 좀 제대로 입고 다니지 저게 뭐람.
난 그를 보며 한숨을 내쉬고 몸을 돌려 양 사형을 막던 하급 관리를 노려보았다.
내 시선에 그는 얼음장처럼 딱딱히 굳었다.
“사형. 잠깐만요.”
내가 다가가자 하급 관리의 얼굴이 파랗게 물들었다.
내 사형을 막았다는 것 때문에 잔뜩 긴장해있는 그의 어깨를 꽉 잡았다.
“자리가 부족해 아무나 들어오지 못하게 했지만 내가 수경원의 이름을 대면 무조건 날 찾으라고 말했을텐데?”
“그, 그게…”
“자네는 나중에 이야기하지. 가서 장합을 데리고 오게나.”
“예에…”
그가 가고 나자 양 사형은 날 향해 피식 웃었다.
“이거 유하가 제대로 출세했구만. 어이쿠~ 이거 살떨려서 살겠냐? 어디. 진동장군님 나으리라고 불러줄까? 응? 자네 내가 이렇게 면박 당하라고 일부러 초대장 안보낸거지? 응?”
“어떻게 알았습니까?”
사실 초대장을 보내지 않은데는 이유가 있었다.
양 사형 뿐만 아니라 방통과 서복에게도 초대장을 보내지 않았다.
무려 조가의 장남인 조앙의 결혼식이다.
조가의 이름으로 초대장을 보내게 되는데 일이 생겨 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그럴 경우 초대장을 받아놓고 오지 않은 것에 대한 죄를 묻는 이들이 없다고는 보장할 수 없다.
그것을 막기 위해서 일부러 초대장을 보내지 않은 것이다.
그거 없어도 들어올 수 있는데 굳이 위험한 방법을 쓸 필요는 없으니까.
양 사형이라면 분명히 내 의도를 알 텐데도 일부러 농담을 건넸고 나 역시도 농담으로 맞받아쳤다.
능글맞게 웃으며 내 가슴을 톡톡 치는 양 사형을 향해 난 웃어보였다.
“자. 농담은 그만하시고 드시지요. 채 사저도 사형이 오신 걸 보면 크게 기뻐하실 겁니다. 아. 그리고 양 사형.”
양 사형이라면 가 사형을 알것이다.
그럼 말해줘야지.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가 사형께서 계십니다. 하지만 스스로를 드러내기 싫어하시니 모르는 척 해주십시요.”
“허… 알겠네.”
양 사형도 머리가 나쁜 사람이 아니다.
이렇게 언질을 해준 것만으로도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알거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 안으로 들어가자 밖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이들이 소리쳤다.
“지, 진동장군! 저도 들어가게 해주십시요! 저는…”
“저도! 저도 수경원에 한때 물품을 납품했던 사람으로써…!”
소리치는 사람들이 많다.
초대한 사람들보다 배는 더 온 듯한 군중 속에서 팔자 좋은 목소리가 들렸다.
“나 왔다.”
이 목소리는!?
군중 사이에서 걸어오는 이를 보며 난 입을 쩍 벌렸다.
“니가 왜 거기서 나오냐?”
“뭐야? 그 표정은. 내가 못 올 곳에 왔냐? 초대장이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도 참가할 만한 자격은 있는 것 같은데.”
“아니. 너. 어떻게 왔냐? 업성은 괜찮아?”
“곽 성주가 와준 덕분에 좀 편해졌지. 그래서 여유가 생겼어.”
“허… 그런거라면야.”
가장 오지 못할 줄 알았던 인물이 나타나버렸다.
현재 업성의 성주인 방통이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신가의 아가씨께서도 오셨군요.”
“후후. 오래간만에 뵙습니다. 진동장군님.”
“왜 같이…?”
“이 사람이 또 엄한 짓을 할까봐 감시하러 왔답니다. 혹여 폐가 된다면.”
“아, 아뇨. 아뇨. 폐라니요. 오히려 감사드릴 따름입니다만… 혹시?”
난 방통과 신헌영의 손을 가리켰다.
대놓고 깍지까지 끼고 잘 잡고 있구만.
“…오.”
난 방통을 보았고 그는 어깨를 으쓱였다.
“뭐. 왜. 뭐. 어쩌라고.”
“이야~ 이거 드디어 방통이 잡혔구만! 신날만한 일이네! 야야! 얼른 들어가! 얼른! 사저가 진짜 기뻐할거다.”
“내가 여자 만나는데 왜 네가 좋아하고 사저가 좋아하는지 모르겠구만. 자. 들어가자.”
방통과 신헌영이라.
이상하게 잘 어울리면서도 웃기는 조합이다.
그들이 들어가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나는 장합이 오자 그에게 자리를 맡겼다.
“아무래도 하인들에게만 맡기니까 좀 그렇다. 네가 좀 해줘.”
“하하… 알겠습니다.”
장합이라면 괜찮겠지.
그는 별다른 불만 없이 식장의 앞에 섰고 그것만으로도 하인들은 그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아까 전까지 뇌물을 받던 하인들이 시무룩해진 것을 보던 나는 장합의 어깨를 잡았다.
“뇌물 받아서 들여보내는 놈들은 기억해뒀으니까. 쟤들 잘 감시해라.”
“예.”
아까 뇌물을 받던 하인과 하급 관리 몇몇을 가리켰다.
혹여 문제가 생기면 저놈들부터 작살내야 하니까.
내 말에 장합은 쓴웃음을 지었다.
“명심하겠습니다.”
장합에게 자리를 맡기고 하후돈에게 돌아갔다.
방통과 양 사형이 오는 것을 지켜보던 그는 안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자네도 잠깐이나마 들어가보지? 결혼식이 시작되면 슬슬 움직여야 할테니까 말이야.”
“알겠습니다.”
하후돈의 배려에 감사하며 난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바깥보다 더욱 화려한 내부를 걷던 나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조앙을 발견했다.
“어이! 동생! 이리 와! 이리! 한잔 해야지!”
“지금 제가 입고 있는게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이래뵈도 근무 중이다.
내가 갑옷을 툭 치며 말하자 조앙은 싱글벙글 웃으면서 잔을 주었다.
“에이~ 한잔정도면 괜찮지~”
“그 한잔 때문에 결혼식이 망해도 괜찮다면 받겠습니다.”
내가 왜 갑옷을 입고 있는데.
어떻게든 이 결혼식이 무사히 끝나게 하려고 이러는 것이구만.
잔을 받은 내가 그 잔을 보며 무덤덤히 말하자 조앙은 잽싸게 잔을 낚아챘다.
“어딜 근무 중에 술 마시려고 그래!”
역시 사람이 자기가 관련된 일이면 저렇게 반응하는군.
솔직한 반응에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나저나 길었군요. 부디 채 사저를 행복하게 해주시기 바랍니다. 채 사저의 눈에서 눈물이 나면…”
“우리도 가만히 있진 않을거요.”
“오! 왔어!? 이야~ 역시 내가 하는 것보다 이 녀석이 하는게 더 잘 먹히는구만. 옆에 아가씨는 누구야?”
“크흠!”
“하북 신가의 헌영이라고 합니다.”
조앙에게 방긋 웃으며 신헌영은 인사했다.
그녀를 위 아래로 흝어 본 조앙은 방통을 가리키며 웃었다.
“푸하하하하!! 자기는 자유로운 바람과 같은 영혼이라더니!!”
“시, 시끄럽수!”
방통이 오자 조앙은 킬킬 웃으며 잔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은 방통이 단번에 마시며 잔을 돌려주자 조앙은 술을 마신 후 말했다.
“절대로 그럴 일은 없을거니까 걱정 말라고. 그나저나… 결국 서 군수는 오지 못한 것 같군.”
“둘 다 자리를 비울 수는 없으니까요. 아. 양 사형!”
양 사형이 다가오자 난 양 사형을 조앙에게 소개시켜주었다.
둘이 이야기를 하게 두자.
난 방통을 잡고 옆으로 빠졌다.
“야. 너 교사원이라고 아냐? 새롭게 만들어지는 감찰 조직인데 거기에 너 추천…”
“확 사직서 내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