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ree Kingdoms Shrine RAW novel - Chapter 465
00465 나아갈 길 =========================
“확실히 오금희가 대단하긴 한가보네요.”
“그렇지?”
“네. 인정. 다른 사람들에게도 익히게 해야겠군요. 괜찮습니까?”
“물론이지.”
오금희 덕분에 나도 건강하게 잘 컸고 영이나 청이도 무사히 출산을 했다.
이거 다른 사람들에게도 익히게 해야겠군.
화타는 뿌듯해하며 긴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편히 기댔다.
“으음… 이제 허도 생활도 끝이군.”
“어? 돌아가시려는 겁니까?”
“그래야지. 내가 여기 남은 이유는 청이의 출산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잖아.”
“좀 더 쉬었다가 가시죠.”
내 제안에 화타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 싶기는 하지만 나도 해야 할 일이 많아. 서주에서 내 친우들에게 조앙을 지지해달라고 설득하는 일도 그렇고…”
“그래도… 아쉽네요.”
“아쉽기는. 언제든지 만날 수 있을텐데 그리 말하지 말거라.”
화타는 내 머리를 톡 쳐 준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이미 짐을 다 싸 놓은 상태였다.
“아이는 건강할거다. 한번 확인해봤는데 별 문제가 없는 듯 하더구나. 그리고 네가 있으니 그 귀신이 씌이더라도 문제는 없을 것이고.”
혹시 모를 유당불내증에 걸리더라도 내가 있고, 또 두유를 만들 줄 아는 사람들도 많으니 문제는 없었다.
잠시 생각하던 화타는 입맛을 다시며 떨떠름히 말했다.
“허도에서 내가 걱정되는 것은 하나다.”
“뭡니까?”
“조공의 두통.”
“…하아.”
아무리 생각하고 화타와 머리를 굴려봤지만 답은 없었다.
이유하의 세계에서도 두개골을 열어 수술을 하는 것은 그냥 단순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아편으로 고통을 억제시킨다고 하더라도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화타도, 그리고 나도 망설였다.
“교각살우라는 말이 있지.”
“괜히 뿔 고치려다가 소 잡는 일이 생긴다는 겁니까?”
“그래.”
꽤나 안타까웠나보다.
화타는 입맛을 다시며 떨떠름히 말했다.
“괜히 그의 머리를 건드렸다가 조공이 죽기라도 한다면 오히려 큰 혼란이 발생할거다. 서주로 돌아간다면 연구를 좀 더 해봐야겠어.”
아편에 대한 연구를 말하는 건가.
그런 것이라면 말릴 수 없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화타는 차분한 어조로 말했다.
“네가 옆에서 조공을 많이 도와드려라.”
“예.”
“말은 잘하는구나. 그래. 이만 가야겠군.”
몸을 일으킨 화타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열린 문 사이로 조조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조공께서 왜 여기 계십니까?”
조가의 안이니 조조가 없을 이유는 없겠지만 굳이 저기 서서 기다리는 이유를 모르겠다.
왔으면 들어오지.
화타와 내가 궁금해하자 조조는 화타에게 가볍게 인사했다.
“화타 선생. 서주로 꼭 돌아가야겠소?”
“하하하하! 이 녀석과 똑같은 말씀을 하시는구려. 내 서주로 가는 이유는 조공을 위해서기도 합니다.”
“내 병 때문이오?”
“잘 아시는군요.”
화타는 망태기에서 주머니 하나를 꺼내주었다.
아마 저기에 들어 있는 것은 조조를 위한 두통약일 것이다.
아편이 포함되어 있는 진통제.
그것을 망설임없이 내민 화타는 조조가 그것을 받자 웃으며 말했다.
“의원으로서 몇번이나 같은 권고를 하겠지만… 다 때려치우고 요양을 추천하겠습니다. 서주가 살기 좋으니 서주로 오셔도 좋습니다.”
“지금은 그럴 수 없소.”
“그렇겠지요. 하지만 유하와 이야기를 해봤는데… 진월인의 치료법은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너무 위험하기도 하고…”
머리를 쪼개서 고름을 빼내야 한다는 치료법에 대해서는 이미 들었던 모양이다.
조조는 딱히 놀라는 기색 없이 고개를 주억거리고 물었다.
“허도에서 연구를 할 수는 없겠소?”
“서주는 산과 들이 많고 동물들이 많으며 근처에 바다가 인접해 있는 곳이라 약재를 구하기 용이하지요. 무릇 약초와 약용 생물은 사람이 적은 곳에서 많이 나는 법입니다. 허도에는 사람이 많으니… 차라리 서주에서 연구를 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어쩔 수 없다만… 화타 선생.”
“예. 조공.”
“내 딸을 도와주어서 고맙소.”
조조는 화타를 향해 허리를 숙였다.
한 나라의 최고 권력자가 자신에게 허리를 숙이는 것을 보면서도 화타는 히죽 웃을 뿐 이었다.
“의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을 했을 뿐. 그간 조가에서 많이 신세졌습니다.”
“선생께 받은 은혜가 아주 크오. 내 반드시 보답하겠소.”
“보답이라면… 유하 저 녀석이 제안하는 정책에 힘이나 실어주십시요. 그것이 제가 원하는 것이니까. 그리고 연구 비용이나 좀 대주시고.”
허리를 든 조조는 날 보았고 난 어깨를 으쓱였다.
아직 무슨 정책을 시행할지에 대해서 말하지 않았으니까.
화타는 밖에서 기다리는 우금을 발견하고 그와 함께 떠났다.
그가 가는 모습을 보던 조조는 날 보며 물었다.
“무슨 정책인가?”
“관리들의 청렴 부분부터 시작해서 각 도시의 위생과 청결의 개념입니다. 자세한 것은 차후 순 상서령이 있을때 설명드리지요. 한두마디로 끝나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가? 그렇다면 됐네. 그리고… 내 손주의 이름은 내가 지어주지.”
“그러십쇼.”
사실 내가 지을까도 해봤지만 조조는 문재라고 이름나 있는 사람이었다.
거기에 조조가 직접 이름까지 지어 줄 정도라면 내 딸을 함부로 건드리는 사람은 없겠지.
내가 흔쾌히 허락하자 조조는 예상하지 못한 듯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뭡니까?”
“아니, 자네가 그렇게 쉽게 허락할 줄은 몰랐는데. 그래도 자기 자식이니 자네가 짓겠다고 할 줄 알았건만.”
“하하하! 뭐 어떻습니까. 다음 아이는 제가 지으면 되겠지요.”
“그거 참. 아무튼 고맙네.”
“별 것 아닙니다. 좋은 이름이나 지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 내 아주 좋은 이름을 지어주지.”
조조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찼다.
모든 병은 마음에서 나온다고 했었지.
지금 조조의 웃음을 보면 그의 병도 좀 가라앉은 듯 보였다.
“그럼 청이는 내일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더 쉬는게 낫지 않겠나?”
“화타 어르신의 말씀에 따르면 청이가 워낙 건강해서 그정도로 움직이는 것은 괜찮다고 하더군요.”
물론 매일 오금희를 하고 안마를 받으며 몇달은 푹 쉬어야 한다지만.
이제 출정할 일도 별로 없을 듯 하니 괜찮을거다.
내가 웃으며 말하자 조조는 아쉬웠는지 입맛을 다셨다.
“좀 더 쉬게 했으면 좋았겠는데.”
“청이도 진가로 가고 싶어하던 눈치였습니다. 이곳에 있으면 몸은 편하겠지만 마음은 아무래도 불편하겠지요.”
딱히 시집살이를 시키거나 영이나 갈구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처가에 오래 머무르는 것은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좋지 않았다.
조가의 옆에 장원을 구하기까지 했는데 이것 조차 움직이기 싫어한다면 남들이 욕한다.
그것을 알고 있는 조조는 쓴웃음을 지으며 승낙했다.
“어쩔 수 없군.”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청이를 보고 가는게 아니라?”
“그러고 싶지만 피곤할텐데요. 자게 두려고 합니다.”
출산한 것 때문에 피로했는지 청이는 계속 자고 있었다.
피곤할텐데 쉬게 두자.
조조에게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요화도, 그리고 서황과 장합도.
영이와 견희까지 머뭇거리며 기다리고 있었다.
“다들 뭐해?”
“청이는요!?”
달려 온 영이가 날 잡고 물었다.
하하…
걱정을 많이 했던 모양이다.
영이의 불안해하는 표정을 보며 난 그녀를 부둥켜 않았다.
“왜… 설마!?”
“딸이래. 둘 다 건강해. 걱정 안해도 될거야.”
“아… 정말 다행이네요. 후후. 청이를 닮은 딸일까? 조가에서도 청이를 무서워하는 사람이 많다던데. 그 아이도 그리 될까요?”
청이가 무사히 출산했다는 것 덕분인지 영이는 안도하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웃어보인 나는 견희를 보았다.
여전히 무표정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씁쓸해보인다.
“왜 그래?”
“아닙니다.”
성이를 안고 있던 견희는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왜 그런지 알겠다.
“일년만 기다리라고.”
“…네.”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축복받고, 또 축하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견희는 아직까지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무척이나 아쉬운 듯 보였다.
어쩔 수 없지.
지금 상황에서 그녀가 임신하면 쓸데없는 말들이 나올테니까.
“헤에… 청이가 무사히 아이를 낳았다면… 잘 됐네요.”
묘하게 청이와 경쟁의식을 보이던 완이는 빙긋 미소지은 후 나에게 다가왔다.
왜.
뭐 하려고.
살짝 허리를 숙인 후 날 올려다보던 그녀가 속삭인다.
“저는 견희와 다르답니다.”
“그, 그렇겠지?”
“후훗~ 기대하겠어요.”
뭘 기대해. 뭘.
싱긋 웃은 그녀가 물러나자 영이는 나에게 다가 온 후 내 손을 잡았다.
“음… 여보?”
“네.”
“청이가 아이도 낳았으니까… 어때요? 우리 휘랑 성이 동생을…”
영이마저도 간드러지는 어조로 말한다.
으음.
“서, 선처를 할게.”
“야호~”
출산한지 일년이나 지났으니 괜찮겠지?
영이는 기뻐하며 내 볼에 입맞추고 내 팔을 끌어안았다.
“….”
“하아…”
견희와 완이가 부럽다는 듯 바라보는 시선을 간신히 외면하며 영이를 좀 말렸다.
영아.
너는 괜찮겠지만 내가 힘들어진단다.
“그럼 저희는 들어가볼게요. 청이 방도 치워놔야겠네. 아. 그리고…”
“왜?”
“당신… 키가 좀 많이 컸네요? 그리고 몸도 커졌고. 새삼스럽지만 점점 남자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어. 그야…”
당연히 잘 먹고 잘 움직이고 하니까 크지.
아버지도 키는 꽤 큰 편이다.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가?
예전에는 영이의 키는 내 머리 하나정도 차이였는데 이제는 머리 하나 반 이상의 차이가 난다.
올려다보는 그녀의 시선을 마주하며 내가 웃었을 때 영이는 내 손을 잡았다.
“당신과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지… 서로 변화해가는 것이 익숙해져가네요. 이런 걸 보고 성장한다고 하는건가요? 저도, 당신도… 많이 변하고, 또 성장하네요. 조금 아쉽다…”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서 우리는 점점 많이 바뀌어져가고 있었다.
그런 그녀를 끌어안아준 후 이마에 입맞춘 나는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변화하지 않는 것도 있지.”
“그게 뭔데요?”
“널 향한 내 마음.”
“꺄악~ 몰라~ 맨날 그렇게 달콤한 소리만 한다니까.”
내 가슴을 두드리며 기뻐하던 영이는 혀를 날름거린 후 내 품에서 빠져나왔다.
무척이나 기뻐하는 것을 보니 나도 마음이 편해진다.
“후후후~ 그런 달콤한 말로 속이려고 해봤자 소용없다!”
“속이기는. 속일 것도 없거든? 그럼 청이 데려 올 테니까 내원에 자리 좀 마련해줘!”
“예에~”
방긋 웃으며 영이가 완이, 견희를 데리고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들이 멀어지는 것을 보고 몸을 돌렸을 때 서황과 장합, 요화가 훈훈한 시선으로 날 보고 있었다.
“뭐야?”
“확실히.”
“진가의 서열 1위는 영 아가씨가…”
“뭐!? 쓸데없는 소리들 하지 말고 가서 일해! 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게 사실만 얘기하면 내가 가슴이 아프잖냐.
그들이 가는 것을 보며 난 볼을 긁적거렸다.
“하긴… 확실히 나도 성장했고. 그리고 그 성장의 배경에는… 여러가지가 있지.”
내가 이 자리까지 오기까지 도움을 준 사람들, 도움을 준 것들.
하지만 그 중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은 단언하건데 단 한명일 것이다.
이유하.
한번도 직접 보지 못 했고.
한번도 직접 이야기를 나눠보지 못한 자.
10살.
나무에서 떨어진 이후 살았던 이유하의 삶.
나 진유하에게 내 성장에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은 아버지도, 영이도, 사부님도 아닌 단언컨데 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유하… 하핫… 당신에게 가장 많이 고맙다고 해야겠지. 당신이 아니었으면 나도 여기까지는 오지 못 했을테니까.”
이유하의 기억.
그의 삶.
그가 경험한 모든 것들은 내가 이 자리에 오기까지의 엄청난 발판이 되었다.
누군가에게 먼저 감사해야한다면 가장 먼저 감사해야 할 것은 그겠지.
시녀가 가져 온 차를 한모금 마신 후 하늘을 향해 잔을 들었다.
“먼 미래인지, 아니면 도원의 세계인지는 모르겠지만. 고맙다. 당신 덕분에 이렇게 행복해질 수 있게 되었어.”